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22)
222_[외전] 원점에 서다 (4)
여왕이 생각한 대로였다.
하성군은 자청해서 여왕을 만나러 왔다.
‘저 야인 여왕을 이용해, 빼앗긴 내 자리를 되찾겠다.’
그 마음 깊숙히 어두운 야심을 품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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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군이 생각하기에, 왕좌는 자신의 것이었다.
조정의 신하들은 물론이요, 선왕도 하성군을 왕재로 생각했다.
인순왕후는 특히나 적극적으로 선조를 세자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모든 건 순식간에 어그러졌다.
“태기가 느껴집니다! 틀림없이 사내아이입니다!”
숙의 한씨의 임신 사실이 알려진 이후.
그의 세상은 달라졌다.
명종이 숨을 거두었지만, 누구도 하성군을 찾지 않았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어린 아이가 왕좌에 올랐다.
하성군은 밀려났고, 신하들은 그를 외면했다.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다!”
하성군은 핏발 선 눈으로 주먹을 쥐었다.
지난 몇 년 간, 그는 세자나 다름 없었다.
왕위는 그의 것이었다. 마땅히 그의 것이란 말이다.
이토록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었다.
다행히, 하성군에게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숙의 한씨는 별 볼일 없는 가문 출신의 후궁.
어린 주상에겐 별다른 외척이 없었다.
어린 주상을 대신해 수렴첨정을 맡은 인순왕후?
그 여자는 한자도 모르는 데다가, 기가 약하고 선했다.
아들 대신으로 생각하던 하성군에게 모질 수 없는 여자였다.
외척 없는 어린 주상, 수렴청정에 능하지 못한 대비.
이 권력의 공백을, 하성군은 결코 놓치지 않았다.
‘내 친위세력을 구성해야 한다.’
하성군은 냉정하게 국정을 살폈다.
윤원형 일파가 제거된 지금, 조선 최고 세력은 둘이었다.
사림파(士林派) 와 서화파(西和派), 두 성격 다른 붕당.
사림은 고려부터 이어진 온건 사대부의 후손이었다.
성리학적 질서를 추종하고, 오랑캐를 배격하는 이들.
서화는 신진 세력으로, 명종 대에 태동한 세력이었다.
서역과의 교류를 늘리고, 그들을 교화시키고자 하는 이들.
이들은 왜에 원한이 있는 자들과, 보다 실용적인 학문에 관심 있는 이들로 구성이 되었다.
사림은 서화파를 훈구의 후신으로 여기며 배격했다.
전조의 멸망을 답습하듯 상업에 매몰된 장사치라 모욕했다.
반면 서화는 사림을 비실용적인 학문에 매몰되었다 말했다.
그들의 편협한 시각을 비웃었고, 중용을 모른다고 일컫었다.
‘사림을 내 편으로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하성군은 빠르게 사림을 포기했다.
유교 질서를 추종하는 이들이 적법한 왕을 배반할 리 없었다.
실제로 사림파는 재빨리 어린 왕의 교육을 독차지해버렸다.
그렇기에 하성군은 서화파로 눈을 돌렸다.
서화파는 본래부터 하성군에 호의적인 파벌이었다.
하성군이 구태의연한 명분보단 실속을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하성군은 체면과 예의 따위보다, 실용을 중시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기꺼이 제 목숨을 위해 수도를 버리고 도망갈 수도 있는 인물이었다.
하성군은 또한 용병술에 능했으며, 인재 보는 눈도 뛰어났다.
한때 조선을 이어받을 후계자로 쌓아둔 명성도 있었다.
하성군은 서화파 내에서 서서히 세력을 키워갔다.
그리고 몇 달 전.
하성군은 서화파의 수장,
영의정 이준경에게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들었다.
“영국의 왕이 후계에게 왕좌를 양위하고, 중국으로 입조하러 온다고 하더군요.”
서화파는 영국에 흥미가 많아, 귀가 열려 있었다.
2년 전, 영국을 뜨겁게 달궜던 소식을 입수할 정도로 말이다.
“아니, 양위야 그렇다 치더라도, 어째서 일국의 선왕이 타국까지 걸음을 한다는 말인가?”
“글쎄요, 저야 모르겠습니다만···, 추측하자면 왜와 관련된 문제 아니겠습니까?”
“왜와?”
“예. 왜와 자주 충돌하는 해양 국가 아닙니까. 요즘 왜구의 준동도 심상치 않은 것이, 왜구로 인해 문제가 생겨 명에 도움을 청하러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싶군요.”
“왕이 직접 중국에 도움을 청하러 간다는 말인가?”
하성군은 있을 법한 일이라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참 추한 일이로군.’
왕이 왕자에게 나라를 맡겨두고,
도망치듯 중국에 원병을 구걸하러 오다니.
조선에서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어린 주상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내가 나라를 다스린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선조는 다시 한 번, 자신이야말로 조선에 걸맞는 왕이란 생각을 강화하며 물었다.
“그런데 그리 원병이 다급하다면, 조선도 찾을지 모르겠군?”
“그럴 수도 있겠지요. 왜를 견제하기 위한 동맹이니 말입니다. 뭐, 일국의 왕이 원병을 청한다면 조정에서도 쉽사리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무게가 남다르니까요.”
선조는 그럴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멈췄다.
‘흠, 이건 기회가 될 수도 있겠는데.’
영국의 사정은 서화파이기에 일찍 알아낸 일이었다.
아마 조정에선 미처 파악도 못할 가능성이 농후한 이야기.
정말 영국의 왕이 조선을 방문한다면, 자신이 미리 대비를 해두어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할 수는 없을까?
하성군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일국의 상왕이 조선에 말을 한다는 무게감.
그걸 유리하게 써먹을 수 있는 계획을 말이다.
‘그래, 영국의 여왕을 이용해 왕좌를 되찾을 수도 있겠어.’
이게 바로, 하성군이 영국의 여왕을 만나게 된 전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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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군은 여왕에게 대놓고 반란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다.
다만 어린 주상과, 그 주상의 눈을 가린 간신들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여왕의 머릿속에는 그림이 그려졌다.
‘사극의 단골 소재로구만.’
여왕의 눈에는 하성군이 꿈꾸는 것이 뻔히 보였다.
뻔히 보이니, 구태여 하성군의 영국 찬양을 더 들어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여왕은 하성군의 말을 끊고 물었다.
“주상이 현명하게도 간신을 내쫓고 그대처럼 선량한 신하들을 등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군. 구체적으론, 향후 영국과 조선의 관계에 대해 말이네.”
하성군은 미소를 지었다.
이 야인 여왕과는 제법 이야기가 통했다.
“말씀드렸듯, 어린 주상을 둘러싼 간신들은 구태의연하고 보수적인 자들입니다. 그들은 낯선 국가인 영국을 배격하고자 하지요. 그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 한, 조선과 영국은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대가-, 아니. 현명한 신하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다르다?”
“물론이지요. 영국과 조선의 관계는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상업적으로는 물론이고, 왜구 토벌에 관해서도 말이지요. 함께하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는데, 어찌 피하겠습니까?”
여왕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영국이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조선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것인가? 우습군.’
그러나 하성군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영국과 조선이 가까워지는 건 영국에도 도움이 되었다.
‘영국에 우호적 파벌이 조선에 자리잡는 건 긍정적이야.’
여왕이 물었다.
“그래서 영국에 바라는 게 무엇인가?”
마치 농담처럼, 그러나 섬뜩하게, 여왕은 제안했다.
“내가 군대를 동원해 주상의 눈을 가리는 간신들을 쓸어줄까?”
“농이라도 그런 말은 마시지요.”
하성군은 질색하며 즉답했다.
‘야인은 야인이군. 폭력적이고 성급해.’
만약 저런 일이 일어난다면,
하성군은 차라리 목 메달고 자결하는 게 나으리라.
야인 군대를 이용해 왕좌에 오르다니.
조선의 그 누구도 하성군을 왕으로 생각하지 않으리라.
되려 매국노 꼭두각시 왕으로 몰려, 처참한 꼴을 당하겠지.
애당초, 하성군은 영국을 그렇게 신뢰하지도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보다 간접적인 지원이었다.
“폐하께선 곧 수도에서 주상과 대면하시겠지요. 그때, 주상에게 왜구의 그 위험성을 강조해주십시오. 주상께서 위협을 느낄 정도로 말입니다.”
“왜구의 위험을?”
여왕이 흥미로운듯 되물었다.
“예. 실제로, 조선을 둘러싼 왜구의 움직임이 심상찮은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 폐하께서 머물고 계신 왜관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이렇게 왜인이 없이 텅 빈 왜관은 드문 일입니다. 일전의 을묘 왜변도 그렇고, 놈들이 무언가를 꾸미는 건 틀림없습니다.”
물론, 하성군은 왜구를 진지하게 걱정하지 않았다.
영국이란 소국이면 모를까, 조선은 만만찮은 나라였다.
한낱 왜구에 위협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하성군은 이를 핑계로 얻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
“주상에게 왜의 위협을 강조하고, 조선 또한 군을 키워야 한다고 말씀해주십시오. 왜를 물리치기 위해 군 전문가를 육성하고, 병사의 훈련을 강화하며, 급히 군병력을 도입하기 위한 의결기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얼핏 보기에, 하성군의 말은 충신처럼 들렸다.
조정의 위기를 대비해 군을 키우라는 이야기로 말이다.
하성군이 생각하기에, 야인 여왕은 결코 그의 노림수를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분명, 그럴 터였다.
“아하.”
그러나, 여왕은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는 그에게 은근히 물어보는 것이었다.
“알겠군, 비변사인가?”
“···!”
하성군의 입이 떡 벌어졌다.
여왕이 어찌 이걸 안다는 말인가.
그러나 여왕은 알았다.
21세기에서 온 여왕은 알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조선이 쇠락한 원인으로 지목되던 기구 정도는 아직 기억하고 있어.’
비변사, 그건 왜구를 대비해 세워진 임시 기구.
그러나 을묘왜변 이후엔 상설화되었고, 점차 힘을 키웠다.
후일엔 의정부를 대신하여 최고 기구화 되는 기구.
‘지금은 임진왜란 전이니 그 정도의 힘은 없겠지만···, 아마 병조와 힘겨루기를 하며 군권을 장악하는 도중이려나.’
본래 군권을 가져야할 병조는 육조의 일부였다.
성향 상, 사림파가 점거했을 확률이 높은 기관.
반면 비변사는 본래 임시기구.
누군가 입김을 행사하기도 쉬웠다.
서화파엔 왜구 토벌 경험자도 많으니,
비변사를 점거한 건 아마 하성군일 것이다.
‘자신이 점거한 비변사의 힘을 키워, 그 힘으로 쿠데타를 일으키고 왕실을 점거할 생각인가?’
여왕이 생각에 잠긴 동안,
하성군도 당황에서 벗어났다.
이 야인 여왕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들켜서 나쁠 것은 없는 이야기였다.
여왕에게 이 제안은 틀림없이 이득이 될 테니까.
“아신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제가 폐하께 바라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닙니다. 조선에 직접 방문한 우호국 국왕이 왜의 위협을 열변하고 비변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면, 충분한 무게감이 있겠지요.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후일 간신들을 제거한 이후엔 백배보답할 것을 약속드리지요.”
“으음···.”
여왕은 제안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선조의 편을 드는 건 당장 이득이 확실해.’
서화파는 영국과의 교류에 큰 관심이 있었다.
영국과의 무역으로 부를 얻었거나, 무력 얻은 이들 많겠지.
그들이 권력을 잡으면, 영국을 외면하지는 못하리라.
이후 동방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키울 때 도움이 되겠지.
게다가 선조를 돕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고작 말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여왕은 습관처럼 망치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하성군은 망치를 보고 움찔했으나, 야인 풍습이라 생각하고 참았다.
이윽고, 여왕은 결정을 내렸다.
“그대가 원하는대로 조선에 왜구 위협을 말해주지. 그 대비에 대해서도.”
하성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현명한 선택을 하신 겁니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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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군은 여왕을 위해 잔치를 벌였으나, 오래는 아니었다.
여왕 이미 동래에서의 잔치에 질려있는 상태였고,
하성군은 본인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행은 예정보다 빠르게 한양으로 올라갔다.
조정의 입장에선, 돌격이나 마찬가지인 진격이었다.
“이토록 빠르게 수도로 올라오다니!”
조정은 비상이 걸렸다.
아직 예법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야인 여왕의 방문만으로도 혼란스러운 조정이었다.
그런데 여왕은 조정에 그들의 예법에 대해 알리기까지 했다.
여왕이 이르길, 그들의 예법에는 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 국가에선 노예나하는 예법이니, 따를 수가 없단다.
야인의 예법을 무시하고 절을 강요하자니,
상대는 무려 일국의 국왕이라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존중해주자니, 이쪽만 절할 수는 없지 않나.
게다가 여왕이 이르길, 망치를 손에서 떼놓을 수 없단다.
그건 망치가 아니라, 왕의 위엄을 상징하는 기물이란다.
조정의 대신들을 경악했다.
“무기를 든 채로 전하를 뵙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왕은 망설였다.
“설마 일국의 왕이 그걸 들고 과인을 공격하겠소?”
어쨌거나 상대는 그들을 찾아온 손님이었다.
“그들의 예법에 망치가 왕의 위엄을 상징하는 물건이라는데, 이걸 두고 만나라고 하는 것은 익선관과 곤룡포를 벗은 채 알현하라는 이야기와 같지 않겠소.”
더 토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조정에서는 마지못해 여왕의 요구들을 수락했다.
일각에서는 야인을 상대로 기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어린 왕이나 대비가 원치 않았기에 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성군이 왕이었다면, 무언가 달랐을까?’
내심 불만이 남은 채,
마침내 영국의 여왕은 조정에 섰다.
동양식의 인사도, 서양식의 인사도 행해지지 않았다.
망치를 든 여왕과 곤룡포를 입은 소년왕이 서로를 맞이했다.
견딜 수 없는 어색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과인은 영국의 여왕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소.”
어린 주상의 당황섞인 실수였다.
과인은 왕이 스스로를 낮추기 위해 사용하는 말.
신하들을 상대할 때라면 몰라도, 타국의 사절을 상대로는 차라리 여(余)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았으리라.
‘정말 어리네.’
여왕은 그를 보며 감흥에 잠겼다.
본래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인물 아닌가.
여왕이 알던 역사와 미래는 다르리란 체감이 왔다.
바꾸려 하지 않던 부분까지 바뀌어, 예상한 적 없던 새로운 시대가 열리겠지.
‘미래에 너무 책임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폐하.’
거친 기침 섞였던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여왕은 말했다.
“우리(we) 역시 조선국의 국왕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여왕은 영국의 예법에 따라, 장엄형으로 스스로를 표현했다.
‘우리’라는 호칭은 일신으로 나라를 대표한다는 의미 담은 것.
이 순간, 여왕 그 자체로 영국임을 상징하는 표현이었다.
잠깐 예의상의 가벼운 이야기가 흘러 지나갔다.
이곳에 모인 이들 중 누구도 관심갖지 않는 이야기였다.
이내, 소년 왕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본론에 들어갔다.
“어째서 영국의 여왕이 이 조선을 찾았는지 알 수 있겠소?”
그거야말로 조선에서 가장 궁금해했을 질문이었다.
영국 사정에 밝은 자들이 주상의 곁에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우리는 조선에 왜의 위험을 경고하고자 합니다.”
여왕은 왜의 위협을 경고했다.
조정의 신하들이 술려거렸다.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하성군은 저 뒤에서 숨죽인 채 미소를 머금었다.
여왕은 이어서 말했다.
“왜의 위협은 심각한 수준이며, 조선은 마땅히 대비해야 할 것임을 동맹국으로서 알립니다. 그에 대한 대비로-.”
여왕 잠깐 말을 끌며, 하성군을 쳐다보았다.
대여제국에 당장의 이득을 안겨줄 그의 제안을 떠올렸다.
그리고, 여왕은 입꼬리를 올렸다.
“조선 해군의 강화를 조언드립니다.”
하성군의 눈이 커진다.
비변사의 강화와 해군의 강화.
비슷하게 들리되,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이건 하성군이 원하던 방향이 아니었다.
‘나는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대영제국의 미래를 쫓겠다.’
여왕은 그렇게 생각하며, 망치를 붙잡았다.
그 망치를 선물해준 인물을 떠올렸다.
이 조선까지 몸은 함께하지 못했으나, 넋은 함께한 인물을.
‘미래에 너무 책임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폐하. 그러니, 당당하게 나아가십시오. 폐하께서 바라시는 미래를 향하여.’
그 유언을 생각하며, 여왕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대는 분명 내 선택을 칭찬할 것이야.
그렇지,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