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88)
88_스코틀랜드 전쟁(5)
-콰아앙!!
포탄이 성을 스치듯 지나갔다.
조준 실패는 아니었다.
“성가시지만, 스코틀랜드의 여왕이 다치면 안 되니까.”
망원경으로 포탄 위치를 살핀 호킨스가 다시 손짓했다.
-콰아아앙!
이번엔 대포가 스코틀랜드군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포탄은 성의 뒤편, 현무암 암석에 맞았다.
무른 돌에 둥글게 파인 자국이 생겼다.
“히익···!”
“나, 난. 살고 싶어!”
스코틀랜드군은 전의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익···!”
스코틀랜드 진영, 레녹스 백작이 다급히 외쳤다.
“우리 배는 어디 있나! 분명 바다에 띄워놓은 배가 있었을 텐데!”
“그, 그게···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뭐라!”
잉글랜드 최정예 전함, 여왕의 망치 호.
그건 스코틀랜드에서 긴급히 동원한 민간선박 따위로 막을 수 있는 배가 아니었다.
다시 한번 포격이 발사되었을 때.
레녹스 백작은 창밖에서 고함소리를 들었다.
“지금이다! 공격! 공격하라!”
잉글랜드의 여왕이 쉰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와아아아아!”
군대가 그녀의 부름에 응답에 환호했다.
그간 힘을 비축하던 잉글랜드의 기병이 돌격했다.
혼돈에 빠진 파이크병 따윈 무시한 채, 그들이 성으로 돌격했다.
“이런, 이런 건··· 말도 안 돼···!”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백작이 꿈에서 깨는 일은 없었다.
그날 오전,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았을 무렵.
덤바튼 성의 꼭대기에는 흰 깃발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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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승리했습니다! 우리의 압승입니다!”
와이어트가 내게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스코틀랜드의 여왕과 레녹스 백작을 포로로 잡았습니다.”
“그래, 호킨스 경이 시기적절하게 도착한 덕분이지.”
덕분에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내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우리 군 병력 손실이 어느 정도라고?”
와이어트가 보고했다.
“전사자 156명, 부상자 382명입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약탈자들이며, 기병의 피해가 가장 적습니다. 부상자들은 현재 인근 마을에서 차출한 이발사가 돌아다니며 돌보고 있습니다.”
“그런가···.”
전쟁인 이상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목숨은 내 명령으로 쓰러진 것이니까.’
와이어트가 나를 위로하듯 말했다.
“어둠 속에서 벌어진 전투였고, 호킨스 경이 등장한 뒤 곧바로 전투가 끝났기에 아군도 적군도 전사자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고작 이 정도 사상자로 전쟁을 끝낸 건 대단한 무훈입니다. 폐하.”
“그래, 그렇다고 해도 나는 군주로서 이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하네. 전사자의 가족들에게 보상금을 보내고, 약탈자 무리에겐 약속한 보상을 해주도록 하지.”
“들어갈 금화가 상당할 텐데 괜찮겠습니까?”
“그래, 괜찮아.”
나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이 전장의 위에 우뚝 서 있는 건 나였다.
그러니 패배의 책임을 질 건 다른 사람이었다.
“스코틀랜드에서 마땅한 보상을 하지 않겠나?”
전쟁의 끝.
머리가 어질거렸지만, 쉴 시간은 없었다.
프랑스군이 도착하기 전 협상을 완료해야 했다.
“얼굴 보기 힘든 스코틀랜드의 친척을 만나봐야겠어.”
스코틀랜드 여왕을 추적한 지 나흘째 아침.
나는 마침내, 메리 여왕과 마주 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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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눈앞의 상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갓 태어난 새끼 영양처럼 떨고 있는 여자애.
음, 나는 준비해두었던 말을 고이 접어두었다.
그리고 제인 그레이를 상대할 때처럼 부드럽게 말했다.
“안녕?”
“···그리 안녕하진 못합니다, 폐하.”
스코틀랜드의 메리가 나를 쳐다보았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서러움이 가득 찬 눈이었다.
“폐하께서는, 어째서 제 모든 걸 빼앗으려 하시는 건가요? 저는 그리 많은 걸 바라지 않았는데. 저는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그저, 그저···.”
나는 메리를 잠깐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메리. 너는 아무 죄도 저지르려 하지 않았지.”
정말 그랬다.
이 애는 순진무구한 소녀였다.
다만 어렸기에 무지했다.
천성이 여리고 유약했다.
그것뿐이었다.
아무 죄도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이 애가 군주가 아니었다면.
“하지만 너는 군주잖니. 스코틀랜드의 군주.”
이 시대 유럽의 왕은 완벽해야 했다.
절대적인 존재여야만 했고, 차라리 잔인해야 했다.
“네가 왕인 이상. 어린 것도, 무지한 것도, 여린 것도, 유약한 것도 전부 죄가 되는 거란다.”
내가 스코틀랜드를 가지기 위해 야욕을 부린 건 맞다.
하지만, 그 야욕에 놀아난 것은 결국 그녀 자신이었다.
“너는 너 스스로 스코틀랜드에 와서 스코틀랜드의 실정에 어울리지 않는 정책을 펼쳤고, 어설프게 내 흉내를 내 망치를 들었어. 그 결과 귀족들의 민심을 잃었지. 그러니 벌어진 일은 모두 네 책임이야. 네가 바로 이 나라. 스코틀랜드의 왕이니까.”
어린 메리의 숨이 거칠어졌다.
이제야 제 어깨에 얹힌 무게를 실감한 것일까.
나는 잠깐 메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속삭였다.
“그러니 내가 네 짐을 덜어주도록 하마.”
“네?”
“이제 더 이상 네가 책임져야만 하는 위치에 앉아있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야.”
어째서인지, 메리는 공포에 질린 것 같았다.
아니, 왜지? 이 정도면 잘 달래주지 않았나?
“저, 저를 어찌하실 셈인가요?”
“별것 아니야.”
나는 품에서 준비한 서류를 꺼냈다.
총 세 장의 서류. 그중 두 장을 그 앞에 내밀었다.
“자, 이 서류에 서명하기만 된단다. 아주 쉽지?”
어린 여왕의 표정이 서서히 창백하게 질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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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군이 등장한 건 바로 그날 오후의 일이었다.
클라우드 강을 타고, 덤바튼 성의 앞에 대규모 프랑스군이 등장한 것이다.
프랑스군을 이끄는 것은 무려 기즈 공작.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미 모든 일은 끝난 뒤였다.
“그대도 스코틀랜드 여왕의 구원 요청을 받고 왔나?”
내 능청스러운 말에, 기즈 공작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아니, 감히 스코틀랜드 여왕을 납치한 무도한 반역자에 대한 소식을 듣고 온 게 아니라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대체 왜 군을 이끌고 이 먼 스코틀랜드까지 온 건가?”
그제야 기즈 공작이 상황 파악을 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잉글랜드군은 반역자 토벌을 위해 왔다?”
“말이 짧군. 뭐, 놀라서 그렇다고 받아들이겠네. 하지만 너무 놀랄 건 없다네, 공작. 반역자 토벌은 이미 끝난 뒤니까.”
“···.”
“반역자 레녹스는 체포했고, 스코틀랜드의 여왕은 우리 잉글랜드가 무사히 구출했다네. 아, 여기 스코틀랜드의 메리가 내게 보낸 서신도 있으니 궁금하면 한 번 읽어보도록 하고.”
나는 갓 작성된 따끈따끈한 편지를 그에게 내밀었다.
반역자가 왕권을 위협하니 잉글랜드의 친척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내용의 편지.
편지 마지막의 서명은 스코틀랜드 메리의 친필이었다.
아쉽게도, 기즈 공작은 편지를 읽어보지도 않고 물었다.
“그래서, 상황은 이미 종료되었다는 겁니까?”
“그렇지. 우리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를 지켰고, 덕분에 우리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프랑스의 우정은 영원할 것이라네.”
이미 상황이 종료되었다는데, 끼어들 거야?
메리 스튜어트는 내 손 안에 있고, 필요한 명분은 얼마든지 조달해줄 텐데?
우리 잉글랜드는 지금 프랑스와 함께 에스파냐에 맞서고 있는데?
진짜 이 산골 나라 구하려고 우리랑 싸우겠다고?
고민하던 기즈 공작이, 굳은 얼굴로 내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제 반역자를 처벌했으니, 폐하께서는 잉글랜드로 돌아가야겠군요? 스코틀랜드 왕위는 그 주인에게 돌려드리고요.”
떠보는 게 역력한 물음이었다.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를 어느 정도 먹어 치울지 물어보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목표는 전부, 지만.’
한 번에 먹으면 탈 난다.
일단은 소화 가능한 선까지만 먹어 치워야지.
“그대의 말대로, 스코틀랜드 왕위는 당연히 스코틀랜드 여왕의 것이라네. 다만, 우리도 수고비 정도는 받아야지 않겠나?”
“수고비 말입니까?”
“아, 대단한 건 아니네. 그저 반역자들의 영지를 포함한 남부 영토의 일부를 양도받는 것뿐.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어린 여왕이 성인이 될 때까진 우리 잉글랜드에서 보호하기로 했다네.”
그 말에 기즈 공작의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법적으로 스코틀랜드 여왕의 보호자는 우리 프랑스입니다. 약혼을 맺으며 이미 그리 약속했는데, 이를 폐하께서 깨실 수는 없습니다!”
“유감이지만, 이미 국가 간의 조약을 맺었다네.”
“국가 간의 조약이라고요?”
기즈 공작은 그렇게 되물었다.
꼬투리 잡기 좋은 부분을 찾았다는 투였다.
“설령 우리 프랑스의 차기 여왕께서 그 어처구니없는 조약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조약은 그리 간단히 맺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각 나라 의회의 결정을 통과해야 하고, 공증인도 필요합니다. 국정은 소꿉장난이 아니지 않습니까.”
“유감이지만, 조약에 필요한 모든 절차는 거쳤다네.”
“예?”
기즈 공작이 놀란 투였다.
그는 아직도 연기가 가라앉지 않은 덤바튼 성을 보았다.
“그러니까, 고작 반나절 만에요?”
물론 그건 불가능하다.
의원이고 뭐고 다 북부 산골로 숨지 않았나.
그래도, 세상엔 언제나 꼼수가 존재하는 법.
“그게 아니야. 이건 이미 10년 전에 맺었던 조약이라네.”
내가 웃으며 다른 서류를 꺼냈다.
고풍스럽지만 낡은 서류.
일명, 그리니치 조약이란 물건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사이의 대전쟁이 있었다.
일명 ‘거친 구혼’ 전쟁.
이 전쟁의 승자는 잉글랜드였다.
스코틀랜드는 패배하고 결혼 조약에 서명했으나,
메리 스튜어트가 프랑스로 도망가며 조약은 무효가 되었다.
나는 이 오래된 조약을 다시 끌어낸 것이다.
“물론 결혼 당사자인 잉글랜드의 선대 왕, 에드워드가 죽었으니 결혼은 무효야. 그렇지만 이 조항을 살펴보게. 조약에 따라,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은 성인이 될 때까지 잉글랜드에서 살아야만 해.”
“···그 조약은 스코틀랜드의 의회에서 부결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내가 다른 서류를 꺼냈다.
메리 여왕의 서명을 받은 2번째 서류였다.
“부결을 선언한 이들은 반역자라 적혀있네. 따라서, 조약은 아직 유효하지.”
기즈 공작은 잠깐 서류를 노려보다 한숨을 쉬었다.
명백히 꼼수지만, 말이 되는 꼼수라 그런 것 아닐까.
애초에 프랑스가 더 이상 나설 명분이 없기도 하고.
“이번엔 넘어가겠습니다.”
“뭘 넘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니 고맙군.”
내가 싱긋 웃었다.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프랑스를 모욕했다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기즈 공작이 내게 경고했다.
아마 혼인 빙자 사기에 관한 이야기겠지.
미안하게도, 그리 미안하진 않았다.
내가 웃으며 대답해줬다.
“그래, 명심하도록 하지.”
그렇게 이야기는 끝났다.
프랑스군은 여기까지 온 보람도 없이 돌아가야 했고,
스코틀랜드 남부의 영토는 잉글랜드 것이 되었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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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잉글랜드로 돌아갔다.
조금 먼 길을 돌아가야 했는데,
남부 영주들을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여기 여왕의 서명 보이지? 그대도 서명하게.”
나는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의 말을 빌미로 그들에게 굴복을 요구했고, 그들 대다수는 어렵지 않게 내게 굴복했다.
이미 잉글랜드에 항복을 망설이던 이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업 도시를 다스렸고, 잉글랜드를 통해 많은 이익을 보았다.
그들의 이익을 건들지 않는 한, 합병되어 나쁠 게 없는 것이다.
여러 영주가 앞장서 고개를 숙이자, 나머지 영주들도 대세에 따라 고개를 숙였다.
“북부 놈들이 조용한 게 걸리는군.”
잉글랜드의 궁전.
돌아와 서류를 뒤적이며 중얼거리는 내 말에,
스티븐 주교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첩자가 말해주길, 북부는 잉글랜드군이 산지까지 곧장 밀고 들어오리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덕분에 지금은 뒤늦게 혼란에 빠진 것 같습니다.”
“흠,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다.
그간 잉글랜드는 언제나 스코틀랜드를 완전히 정복하려고 산지의 끝까지 추격해 들어갔으니까.
사실, 스코틀랜드를 통으로 먹으려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다만, 차근차근해나갈 생각일 뿐이다.
“방비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군. 조만간 놈들이 무슨 수를 쓸 거야. 그 전에 군대를 파병하는 게 좋겠네.”
“물론입니다. 폐하께서 출병한 이후에도 계속 군을 모으고 있었으니, 너무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돈이 많이 들기야 하겠으나 남부 도시에서 나는 수익으로 메꿀 수 있겠지요.”
스코틀랜드 남부는 제법 부유한 땅이었다.
특히 자연적으로 큰 강으로 바다와 연결된 항구 도시들이 여럿 있다는 점이 그랬는데, 이곳을 통하면 네덜란드나 신성로마제국 등 부유한 국가와의 무역이 더 수월했다.
스코틀랜드도 이 항구도시로 쏠쏠한 수익을 뽑아냈으나, 그들에 비해 수출할 자원이 많은 잉글랜드가 이 항구도시를 이용할 때 낼 수 있는 이득은 그보다 훨씬 더 크리라.
남부의 영주들이 괜히 내게 붙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번 성과로 얻은 영토를 정리하고 내정 계획을 세워야 할 텐데 말이야.”
“하지만 지금도 항복하는 영주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땅도 많고요. 조금 더 시일이 흐른 뒤 정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나는 주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주교는 할 말이 남은 듯 머뭇거렸다.
“저, 그런데···.”
“무엇인가?”
“북부 스코틀랜드에서 다시 전쟁을 시작하려 한다면 말입니다.”
“그래, 아마 조만간이겠지. 그게 왜?”
“그때 폐하께서 출병하시는 일은 없겠죠?”
뭔가 했더니.
내가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래, 당장 급한 불은 껐으니 말이야.”
스코틀랜드의 여왕을 확보했다.
프랑스 역시 별수 없다는 듯 물러났다.
그러니 이제, 남은 일은 맡겨도 되겠지.
어차피 전력상 우리가 스코틀랜드보다 우위에 있으니 말이야.
‘물론 수월히 이기려면 군 개편을 서둘러야겠지만.’
특히 약탈자들이 문제였다.
이전엔 그나마 경계선에 있던 것들이,
이젠 우리 영토 내부에 있으니까.
그런데 스티븐 주교는 다른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폐하께서 가장 서두르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스코틀랜드의 민심을 잡는 일입니다.”
뭔가 했더니 당연한 말이었다.
“그래, 그래야지. 나는 그들을 부유하게 만들어줄 것이네. 잉글랜드 본토와 큰 차별하지 않고, 세금을 과하게 걷지도 않을 것이야. 동화 교육을 하는 한편, 무력적으로 반란을 천천히 진압한다면 결국은 잉글랜드에 흡수되리라 보네.”
내가 정론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주교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폐하께서는-.”
거기까지 말한 주교가 갑자기 거친 기침을 터뜨렸다.
“괜찮나?”
“아, 별 건 아닙니다. 나이가 드니 잔병치레가 잦아지는군요.”
그가 다시 몇 번 기침하더니, 말을 이었다.
“폐하께서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뿌리 깊은 적대관계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잉글랜드의 위대한 왕, 에드워드 1세가 그들을 정벌하고 그들의 보물을 가져온 이후부터 우리는 줄곧 그들과 원수 관계였지요.”
“으음···.”
“저지대는 좀 덜하지만, 그래도 쌓아온 원한 감정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하지만 당장 무슨 방법을 쓸 수 있겠나? 결국 장기적으로 해결해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아니면, 다른 방법이라도 있단 말인가?”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해볼 만한 괜찮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주교는 짧게 기침을 하더니, 이내 미소 지었다.
“이번 전쟁에서 여왕의 망치가 큰 활약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음? 무슨 소리인가?”
아까부터 자꾸 기침하더니, 영문 모를 소리를 한다.
여기서 내 망치가 왜 나와?
내가 진지하게 주교를 걱정하는데, 주교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여왕 폐하의 망치는 활약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자, 제게 망치를 휘두르고 스코틀랜드의 민심을 잡을 방법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솔직히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헛소리라 말했겠지만···.
“그대의 말이니 한번 들어보도록 하지.”
나는 속는 셈 치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