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95)
95_영국은 섬이다(7)
“호외요! 대학 항전이 다시 시작한다!”
“와아아아아!!!”
런던의 시민들은 대회 소식에 열광했다.
가뜩이나 놀 것 없는 시대의 심심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저번 1차전도 보통 재밌는 게 아니었다.
“이번에도 항해 대회 하려나?”
“넣어두었던 옥스퍼드 응원복을 다시 꺼낼 때가 왔군!”
“축구! 나는 축구를 봐야겠어!”
신나게 떠들던 런던의 시민들.
그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코틀랜드 대학들도 참전한다는데?”
“스코틀랜드 대학? 스코틀랜드에도 대학이 있나?”
“흥, 그 야만인들이 뭘 한다고.”
“이거 흥이 식겠군. 어차피 대회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만의 잔치일 거야.”
그러나, 그들은 틀렸다.
그 시각 스코틀랜드의 대학은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잉글랜드 놈들에게 무시당할 수는 없지!”
“최고의 학생들만 뽑아라! 놈들을 학문으로 짓눌러준다!”
스코틀랜드의 대학들은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이 시기, 스코틀랜드의 학풍은 잉글랜드와 무척 달랐다.
잉글랜드의 대학생은 가난해 구걸하고 다녔고, 신분은 변호사나 회계사의 자식 정도가 흔했다.
반면 스코틀랜드에서 대학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귀족이라면 마땅히 대학을 나와야 했다.
당연히 받는 지원 역시 클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그 수준도 그리 낮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를 무시하기 일쑤였고, 이번엔 심지어 대학의 수준을 검증까지 받아야 한다지 않나.
스코틀랜드의 대학들은 심혈을 기울여 학생들을 선발했다.
그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물론, 잉글랜드의 대학 역시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아니, 옥스퍼드 놈들과 경쟁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스코틀랜드야?”
“그놈들이 오면 훈장은!”
“갑자기 대회 예비 종목이 대거 늘어났잖아? 으으, 이 개자식들!”
이 대회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양 대학에 중요한 대회였다.
걸린 상품이 어마어마한 대회란 말이다.
난데없는 불청객이 달갑지 않은 건 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두 대학에는 자부심이 있었다.
둘뿐인 잉글랜드의 대학이라는 자부심 말이다.
그 자부심이, 놈들 때문에 무너지게 생긴 것이다.
“가라! 가서 우리 솜씨를 보여주고 와라!”
“케임브리지 멍청이들과 스코틀랜드 촌놈을 울려주는 거다!”
그리하여, 대회 당일.
각 대학의 학생들은 비장한 얼굴로 대회장에 입장했다.
“와아아아아아!!!”
거대한 환호성과 함께, 대회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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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너무 과열되지 않게 조심해야겠군.’
이번에 임시로 건설된 대회장.
나는 그곳의 가장 상석에 앉아 있었다.
이번 대회가 내가 생각한 대로 큰 사고 없이 흘러가기만 바랄 뿐이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폐하.”
이런 내 마음을 알아준 걸까?
며칠 전, 임무에서 돌아온 호킨스가 웃으며 말했다.
“전 재산을 옥스퍼드에 걸었습니다. 비록 작년에 참패하긴 했지만, 두고 보십시오! 올해는 좀 다를 겁니다!”
“···됐다,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갑자기 열심히 고민하던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내가 등받이에 몸을 기댈 때, 사회자가 외쳤다.
“이번 대회는 저번 제1회 대학 항쟁과 달리, 첫날 학술대회. 둘째 날 체육대회가 진행됩니다. 과연 우승을 거머쥐고 막대한 상금을 가져갈 대학은 어디가 될까요? 그럼, 제2회! 대학 항쟁의 막을~열겠습니다!!!”
왕궁 시종은 고작 2번째 경기 만에, 완연한 사회자가 되어있었다.
그의 선언과 함께,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오, 제법인데?”
경기는 시작부터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황금종을 울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학술대회.
그중 수학 대회에서,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이 첫 승을 거둔 것이다.
‘하긴, 잉글랜드가 수학에 상대적으로 투자를 적게 하긴 했지.’
전반적으로 수학은 스코틀랜드의 학생들이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수학은 앞으로 국가 개혁에 중요한 학문이니, 새로 유입된 학생들이 수학에 능통하단 건 좋은 일이었다.
“크아악! 어떻게 된 거냐, 옥스퍼드!”
호킨스의 비명을 뒤로 하고 대회가 계속되었다.
다행히 의학에서는 잉글랜드 대학이 한 건 했다.
안드레우스 교수가 이끄는 케임브리지 의학 팀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승을 석권한 것이다.
이어지는 언어학 대결에서는 라틴어로 옥스퍼드가, 프랑스어로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이 사이좋게 1승을 거두었다.
“경기가 점점 치열해지는군요! 엎치락뒤치락합니다!”
호킨스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그래. 그래서 더 위험하군.”
아니나 다를까. 사건이 터졌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 중, 1일 차 대회의 마지막 대결이 이어지던 와중이었다.
“경기가 점차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1일 차 마지막 경기, 즉석 소네트 작사 대결을 시작하겠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이 소네트였다.
소네트는 최신 유행하는 정형시 장르였는데, 이 대결 종목에 스코틀랜드의 대학이 반발을 보인 것이다.
“영어로 운을 맞추라고요? 저희에게 불리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심사위원은 잉글랜드인밖에 없군요. 시를 평가하는 이가 편파적으로 편을 들지 않겠습니까?”
음, 사실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애초에 예술을 대회에서 평가하는 것부터 말이 안 되지.
‘그래도 필요하니까 해야지, 어쩔 수 없어.’
미안하지만 이 대회가 정말 대학의 실력 판가름하는 순수한 대회는 아니거든.
그래서 나는 뻔뻔히 말했다.
“그대는 내가 직접 선발한 심사위원에 불만이 있나? 여기 앉은 토마스 와이어트 경의 아버지가 바로 이 브리튼에 소네트를 들여온 장본인인데?”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와이어트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면,”
내가 말을 끌며 물었다.
“그대들의 영어 실력에 자신이 없는 건가?”
그 말에 스코틀랜드의 학생들은 발끈한 표정을 지었다.
남부 대학의 학생이 영어를 못하기란 쉽지 않았다.
당장 지금도 영어로 대화하고 있지 않나.
“좋습니다! 그까짓 거 한 번 해보지요!”
그러나 이미 분위기는 험악해진 지 오래.
더 최악으로, 대회 주제는 정해지지 않았다.
자연히, 시의 어조는 점차 날카로워졌다.
“오, 스코틀랜드.”
대회 도중, 옥스퍼드의 학생이 얄밉게 웃으며 말했다.
“독사같고, 여우같고, 늑대 같은 이들. (Oh, scotish, viperish, foxy, wolfish) 그들은 명예도, 영어도 모른다네.”
“그만! 욕을 자제하게!”
심사를 보던 와이어트가 황급히 말렸지만.
“저는 그냥 소네트를 한 것뿐인데요? 자유 주제 아닙니까.”
옥스퍼드의 학생이 당당히 외쳤다.
발끈한 글래스고의 한 학생 역시 소네트를 작사했다.
“잉글랜드의 대학생은 길거리의 거지보다도 각운을 못 맞추지. 그 케임브리지의 학생은 예의를 모르고, 오만하며, 짖기를 좋아한다네.”
그 말에 옥스퍼드 학생이 웃었다.
“하하, 멍청한 놈. 나는 옥스퍼드라고.”
“아, 그랬나? 하지만 잉글랜드에 대학은 케임브리지밖에 없잖아?”
케임브리지 학생들이 웃어젖혔다.
옥스퍼드 학생들이 발끈해서 다시금 나섰다.
고아했던 학술대회가 한순간에 진흙탕으로 변해버렸다.
소네트는 점차 빨라지고, 그 안에 들어가는 단어는 점점 더 천박해져 갔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었다.
‘이거, 소네트가 아니라 랩패틀 아니야?’
학생들의 랩배틀은 더욱 치열하게 이어져갔다.
“이거, 샌님들은 욕을 못 할 줄 알았더니, 저리 돌려서 욕을 하는 방법이 있었을 줄이야. 한 수 배웠습니다.”
지켜보던 호킨스가 감탄하고, 대중들이 열광했다.
점차 빨라져 가는 랩 배틀이 재미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저 글래스고 학생은 엄청나군요.”
호킨스가 지목한 글래스고 학생.
확실히, 그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상대를 압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 뛰어난 글래스고 학생이 흥분했는지, 그만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잉글랜드, 장미의 나라. 그러나 그 장미에선 질식할 것 같은 독한 냄새가 나고 가시는 뾰족해 만지는 모든 이의 손을 찔러버린다네.”
그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
말을 내뱉은 학생의 얼굴이 뒤늦게 질렸다.
잉글랜드 왕실의 상징은 장미.
이 글래스고 학생은 바로 그 상징을 모욕한 것이다.
“그만!”
내가 뒤늦게 외치며 말했다.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었군. 소네트 대결은 무승부로 하도록 하지.”
그러나 싸해진 분위기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잉글랜드 학생과 관객들이 스코틀랜드 학생들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이거 안 되겠군. 분위기가 더 격화되기 전에 환기가 필요하겠어.’
나는 옆에 앉은 호킨스에게 속삭였다.
“이보게.”
“예?”
“내일 준비되었던 그것, 지금 가능하겠나?”
“그거라니···, 아.”
호킨스가 생각났다는 듯 대답했다.
“물론 가능합니다. 오히려 지금이 더 좋지요. 더 신선하게 팔딱거릴 테니 말입니다.”
나는 그 말에 작게 인상을 찡그렸으나, 더 묻지 않고 사회자에게 손짓했다.
사회자가 즉각 내 몸짓에 반응했다.
“그, 그러면 첫날 대회는 여기서 멈추고, 폐하께서 준비하신 행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반역자들의 처형입니다!”
“뭐?”
“반역자들?”
여기저기서 놀라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들의 소란을 뒤로하고, 무대에 굴비 묶이듯 묶여 끌려들어 오는 이들이 있었다.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들.
저들은, 호킨스가 이끌던 해군 육전대가 잡아 온 북부 스코틀랜드의 해적들이었다.
“생각보다 더 많군.”
내 말에 호킨스가 태연히 고개를 으쓱했다.
“사실 더 많이 잡았습니다. 수도에 다 끌고 올 수가 없어서, 선별 과정을 좀 걸쳤지요.”
“선별?”
“예. 피해자들에게 물어보고, 그중 가장 죄질이 나쁜 놈들만 데려왔습니다. 민간인 학살은 기본이요, 아녀자를 겁탈하고 민가에 불을 지르고 약탈한 이들입니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내가 앞으로 저지를 행동에 대한 죄악감도 사라졌다.
“사회자는 저들의 죄목을 읊어라!”
“예!”
사회자가 내 말에 따라 그들의 죄를 읊기 시작했다.
다년간의 해적질,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해안의 피해.
불탄 마을들과 가장을 잃은 아내, 아내를 잃은 남편.
이야기가 진행되며, 대중의 반응이 점차 뜨거워졌다.
“저, 저런 못된 놈들!”
“와아아!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대학 축제 도중의 처형이라는 초유의 상황이었다.
현대라면 말도 안 된다 고개 저었겠지만, 이 시대 영국에서는 불가능한 것도 없는 일이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반역자를 옥스퍼드 대학에서 처형하던 시대였으니 말이다.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앞으로는 착하게 살겠습니다!”
무대에 끌려 나온 이들이 겁에 질려 애원했다.
물론, 영어가 아닌 스코틀랜드어로 말이다.
관중들이 웅성거렸다.
“저 야만인 놈들이 뭐라고 하는 거야?”
“스코틀랜드 놈들이라 영어를 못하나 보지.”
“아니, 쟤들이 정말 조금 전 그 대학생들과 같은 스코틀랜드인이라고?”
여기저기서 혼란스러운 속삭임이 들려왔다.
남부 스코틀랜드인들 대부분은 영어에 능숙하다.
대학 공부할 정도의 지식인이라면, 즉석에서 영어 소네트를 작사해 랩 베틀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북부 스코틀랜드 해적들은 다르다.
이들은 잉글랜드 대중이 흔히 생각하는, 야만적인 스코틀랜드 이미지에 가까웠다.
“저들을 보라!”
내가 외쳤다.
“저 더러운 해적들이, 그대들의 가족을 짓밟고 해쳤다. 우리 잉글랜드의 해안 마을도, 남부 스코틀랜드의 해안 마을도 저놈들의 손에 큰 피해를 입었다. 다 저 산골의 못 배워먹은 개자식들 때문이지.”
이건 결국, 저번 경계 약탈자들의 처형과 같았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산골과 평지 사람으로 가르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 무대에서 유창한 영어로 시를 읊던 남부 스코틀랜드인은, 잉글랜드와 같은 문화인.
부녀자를 납치하고 약탈을 일삼는 털보 해적은 야만적인 북부 스코틀랜드인.
노골적인 편 가르기다.
‘부작용은 많지만, 이득도 확실해.’
후에 북부 통합을 하게 될 때는 문제가 될 테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나 벌어질 문제.
어차피 치고받고 싸우던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하루아침에 평화를 도모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당장 현대에도 그리 사이 나쁘던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아닌가.
그러니, 지금은 적의 범위를 좁히고, 남부 스코틀랜드라도 유화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여겼다.
“나, 이 브리튼 섬의 여왕 메리는 저 더러운 해적 놈들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그 말에 대중들의 환호성이 뒤따랐다.
해적을 위한 재판은 필요도 없었고, 곧이어 섬뜩한 소리와 함께, 죄인들의 목이 날아갔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환호성이 울렸다.
대중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로 섞였고, 그 안엔 스코틀랜드도, 잉글랜드도 없었다.
“그러면, 이것으로 첫날의 대회를 마무리한다!”
사형의 여운이 워낙 강해서일까.
아니면 수도 방비를 더 높인 것이 도움이 된 것일까.
그날 밤은 어떠한 폭력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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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두 번째 날이 밝았다.
“그러면, 지금부터 항해술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외침에 다시 환호성이 울렸다.
기나긴 코스를 따라 펼쳐지는 항해 경기는, 경기를 구경하러 올 짬이 없는 민중들도 즐길 수 있는 재밌는 경기였다.
“그럼, 시작!”
경기의 시작과 함께, 각 대학의 깃발을 건 배들이 동시에 출발했다.
“하하! 우리가 먼저 간다!”
처음에 선두에 선 것은, 의외로 글래스고 대학의 배였다.
“이 중에 낚시 한 번 안 해본 놈은 없지?”
“물론이지!”
강에 인접한 대학 특성상, 이곳 학생은 물에 익숙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되는 거야?”
안타깝게도 귀족 자제들을 모아둔 대학인 킹스 칼리지 학생들은 제자리에서 출발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잉글랜드의 두 대학은 무난히 중간에 있는 상태.
그러나 바람이 불자, 상황은 달라졌다.
“하하! 우리는 간다!”
케임브리지 배가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배에는 어마어마한 돛이 달려 있었다.
‘항해 경험은 날로 한 게 아니라고!’
그들 중엔, 항해학과 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무려 학생 신분으로 신대륙을 밟아본 이들.
이들은 자기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개량 돛을 만들었다.
‘흥! 옥스퍼드 놈들은 어림없지!’
케임브리지의 배가 글래스고를 앞질렀다.
이어서 옥스퍼드도 글래스고를 앞질렀지만, 케임브리지를 따라잡으려면 멀었다.
그들의 배는 육안으로 봤을 때, 케임브리지 대학처럼 특이한 돛이 달려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평범한 배처럼 보였던 것이다.
“으하하! 이번에도 우리의 승리다!”
케임브리지의 학생이 승리를 확신하며 웃었다.
그러나 그때, 반전이 일어났다.
“뭐, 뭐야? 저놈들 갑자기 왜 저리 빨라졌어?”
이변이 일어난 건 구불구불한 난코스.
빠른 회전이 중요한 그곳에서 옥스퍼드가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멍청한 것들. 돛을 바꾸는 1차원적인 생각으로 두 번이나 우리에게서 승리를 따낼 수 있을 줄 알았나?”
옥스퍼드의 배는 겉보기엔 일반적.
하지만 사실 배의 밑바닥이 둥글었다!
마치 조선시대의 평저선처럼 바닥을 U자형으로 만들어, 회전을 쉽게 만든 것이었다.
“크아악! 이럴 수는 없다!”
“흐하하하! 승리는 우리 옥스퍼드가 가져간다!”
옥스퍼드가 악당 같은 대사를 남기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반전을 거듭한 경기의 승자는, 바로 옥스퍼드였다.
“제기랄, 우리는 들러리 신세군.”
활약하지 못해서 침울해진 스코틀랜드 학생들.
그러나, 둘째 날의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좋아, 그러면 마지막 대결을 진행하도록 하지!”
첫 대회에서 여왕이 직접 시연을 보여준 경기.
망치 던지기 대회가 이어진 것이다.
“뭐야, 망치 던지기? 이거 잉글랜드에서도 해?”
종목을 확인한 스코틀랜드 학생들이 기쁘게 외쳤다.
“이건 우리 주특기잖아?”
망치 던지기는 스코틀랜드의 민속놀이였다.
이곳 학생들도 다들 한 번쯤은 해본 적 있는 행사이다.
‘그래, 문화적 동질성을 노리는 게 좋지.’
여왕은 웃으며, 망치 던지기를 정식 종목으로 넣었던 자신의 선견지명을 칭찬했다.
“엄청납니다! 망치가 경기장을 벗어났습니다!”
스코틀랜드 학생들이 믿을 수 없는 기록을 세우는 가운데,
망치 던지기 대결은 킹스 컬리지 학생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자, 그러면 수상을 시작하도록 하지!”
경기의 결과.
우승을 차지한 영광스러운 대학은···.
“케임브리지! 도합 2개 부문 승리!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도 도합 2개 부문 승리! 따라서 이번 대결은 이 두 대학의 공동 승리다!”
“우와아아아아!”
여왕은 다른 대학의 체면을 고려해, 저번 대회와 마찬가지로 부문별 별개의 수상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대학에 한 개씩의 상이 돌아갔다.
“제기랄!”
아무 상도 타내지 못한 대학은 글래스고 대학뿐이었다.
“우리가 소네트에서 이기기만 했다면···!”
그런 중얼거림을 들었던 것일까?
여왕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소네트 대표로 참가했던 글래스고 학생.”
“예? 저, 저 말입니까?”
갑자기 끌려 나온 학생이 창백한 얼굴로 되물었다.
감히 왕가를 모욕했으니, 찔리는 게 없지 않았다.
“자네는 남아서 나와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지.”
여왕의 웃음에 학생의 핏기가 빠져나갔다.
학생에겐 다행히도, 여왕이 생각하는 건 학생을 혼내줄 계획 같은 건 아니었다.
“소네트 짓는 솜씨가 좋더군. 대중들이 자네에게 열광하던걸?”
“여, 여, 여, 여 영광입니다.”
“방금 그것도 리듬을 탄 건가? 바이브레이션이 훌륭하군.”
불쌍한 학생이 아무 말도 못 하고 딸꾹질을 하는데, 여왕이 말했다.
“나를 위해 자네가 글을 좀 써줘야겠어.”
“글이요?”
“그래. 간단한 연극 대본 하나만 써주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문화 아니겠나.
“이 영국의 건국에 관한 이야기라네.”
학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왕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