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269
269
제 269화
267.
물론 주변이 아소스 산맥 주변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소스 산맥 주변에 있던 마을들은 이미 몬스터들에 의해 다 사라졌다.
라스칼은 아소스 산맥을 벗어나 꽤 오랜 시간 하늘을 날고 나서야 인간들의 마을을 발견할 수 있었다.
“……?”
하지만 마을에 도착한 라스칼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건물들이 불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아악!”
“살려줘!”
그리고 비명이 들려왔다.
‘습격당한 건가?’
아무래도 습격을 당한 것 같았다.
라스칼은 마을 안으로 블링크를 시전했다.
‘오크들이군.’
그리고 마을을 습격한 존재들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취익! 인간!
오크 한 마리가 라스칼 앞에 나타났다.
라스칼은 오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나 기운을 완벽히 숨겼기 때문일까?
오크는 라스칼의 눈빛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쿵! 쿵!
위축은커녕 오히려 위협적으로 발소리를 내며 라스칼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300년 전이 생각나는군.’
라스칼은 다가오는 오크를 보며 인간으로 유희를 즐겼을 때를 떠올렸다.
인간들의 편에 서서 당시 대륙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던 오크들과 끊임없이 전투를 벌였던 추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금은 시간이 없다.’
문득 유희를 즐기고 싶어졌다.
하지만 지금 즐길 수는 없었다.
아서르가 성룡이 되기까지는 10년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라스칼은 기운을 개방했다.
-……취, 취익!
기운을 개방하자 당당히 걸어오던 오크가 당황스러운 콧소리를 내뱉으며 걸음을 멈췄다.
-위대한 존재를…….
그리고 이내 덜덜 떨며 엎드렸다.
“가라.”
라스칼은 오크의 반응에 기운을 다시 감추며 말했다.
-취익, 알겠습니다. 취익.
오크는 라스칼의 말에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오크들을 데리고 재빨리 마을을 빠져나갔다.
라스칼은 오크들이 사라지고 인간들의 기운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혁은 아밀레타에게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창고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흡기…….’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밀레타가 말하기를 헤르타나와 부딪힐 때마다 마기와 생명력이 뭉텅뭉텅 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헤르타나의 공격이 강해졌다고 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아밀레타의 말에 따르면 헤르타나는 흡기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대상의 생명력과 마나 같은 기운을 흡수하는 특성.
‘모르고 붙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흡기 특성은 상당히 까다로운 특성이었다.
만약 흡기 특성을 모르고 헤르타나와 전투를 벌였다면 큰 낭패를 보았을 것이다.
‘그나마 스킬을 배워놨으니.’
수혁은 스킬 창을 열었다.
그리고 어둠 속성 마법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둠 속성 마법 중에서는 회복을 방해하는 스킬들이 있었다.
흡기를 통해 빠져나가는 생명력이나 마나는 어쩔 수 없지만 헤르타나가 회복하는 것은 대처할 수 있다.
‘3일이면 수호의 영역도 쿨 되고.’
더구나 헤르타나와 전투를 벌일 때면 연중의 궁극 스킬 ‘수호의 영역’의 쿨타임이 끝나 사용이 가능하다.
“수혁 님을 뵙습니다.”
이내 보물 창고에 도착한 수혁은 스킬 창을 닫고 마족의 인사에 답했다.
“안녕하세요. 창고를 잠시 이용하려고 하는데요.”
“옙.”
마족은 수혁의 말에 뒤쪽에 있는 마족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마족들이 문을 열었다.
[아밀레타 파벌의 왕궁 보물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기여도 80만이 감소합니다.]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수 : 1]창고에 발을 들이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80만?’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키라드 창고와 비교해 입장에 필요한 기여도가 무려 4배나 소모됐기 때문이었다.
‘왕궁 창고라 그런가?’
메시지 때문에 잠시 걸음을 멈췄던 수혁은 3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3층에 도착한 수혁은 곧장 정수가 들어 있는 상자 앞으로 다가가 정보를 확인해 필요 기여도를 확인했다.
‘750만, 800만.’
블루 드래곤의 정수는 750만.
실버 드래곤의 정수는 800만의 기여도가 필요했다.
기여도를 확인한 수혁은 우선 블루 드래곤의 정수가 들어 있는 상자를 획득하고 이어 창고에서 나갔다 다시 들어와 실버 드래곤의 정수를 획득했다.
그렇게 두 정수를 획득한 수혁은 흐뭇한 표정으로 인벤토리를 보았다.
‘착실히 모이는구나.’
수혁은 인벤토리를 닫고 창고에서 나왔다.
그리고 왕궁에서 나와 내성에 있는 워프 게이트로 걸음을 옮기며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간은 9시로 로그아웃까지는 3시간이 남아 있었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마을 ‘토르모닌’으로 워프했다.
토르모닌에 도착한 수혁은 빠르게 걸음을 옮겨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입장한 수혁은 씨익 웃었다.
수많은 책장과 가득 채워진 책들을 보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주말 내내 책이나 읽어야지.’
퀘스트 ‘때’는 3일 뒤에 완료가 가능했다.
즉, 오늘을 포함해 내일과 모레는 해야 할 퀘스트도 일도 없었다.
수혁은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하얀 빛으로 반짝이는 책들을 꺼내 책상 앞에 앉았다.
* * *
“뭐? 아페니온이?”
라모스는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예.”
아이클이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라모스는 아이클의 끄덕임에 답했고 아이클은 방에서 나갔다.
방에 홀로 남은 라모스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드래곤이 움직인 건가…….’
희대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아페니온.
파비앙을 죽이기 위해 아소스 산맥으로 보낸 아페니온이 죽었다.
특히 독에 강한 저항을 가지고 있는 아페니온이 파비앙에게 죽었을 리 없다.
아소스 산맥에 살고 있는 드래곤과 마주한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페니온이 죽을 이유가 없었다.
‘괜히 보냈나…….’
라모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페니온의 몸에는 공허의 정이 있다.
생명력의 덩어리인 공허의 정!
만에 하나 아페니온을 죽인 드래곤이 공허의 정에 관심을 갖는다면?
앞으로 벌일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암당에 알아봐야겠군.’
라모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에서 수정구를 하나 꺼냈다.
바로 암당과 연결된 수정구였다.
라모스는 수정구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스악
그러자 수정구에서 초록빛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리고 얼마 뒤 초록빛이 파란빛으로 변하며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필요한 정보가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아소스 산맥에 자리 잡고 있는 블랙 드래곤의 행방과 독의 마탑장 파비앙의 행방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파비앙의 행방은 1일. 블랙 드래곤의 행방은 5일 걸릴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라모스의 답을 끝으로 수정구의 빛이 다시 초록으로 변했다.
‘도대체…….’
라모스는 수정구를 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이리 빨리 정보를 얻는 걸까.’
암당의 정보력은 엄청났다.
아무리 늦어도 1주일이면 부탁한 정보를 보내주었다.
그래서 너무나 궁금했다.
어찌 이렇게 빨리 정보를 구하는 것일까?
거기다 독의 마탑장인 파비앙의 정보를 보내주는 데 하루라는 것은 언제든 파비앙의 위치를 알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정보원이 누굴까.’
정보원에 대한 호기심을 무럭무럭 키우던 라모스는 이내 호기심을 접었다.
궁금했지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아내려 해서도 안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라모스가 이끌고 있는 흑월의 휘하 세력인 ‘독산’은 원래 라모스 혼자 관리하는 세력이 아니었다.
에포로트라는 흑마법사와 함께 이끌던 세력이었다.
하지만 에포로트는 암당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못했고 결국 ‘처리’당했다.
즉, 호기심을 해결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죽음을 감수할 정도로 암당에 대한 호기심이 크지 않은 라모스였다.
스윽
라모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아페니온의 형제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21 : 59
-22 : 00
삐빅. 삐빅. 삐빅.
10시가 되자 알람이 울렸다.
잠시 꿈나라로 향했던 장경우는 알람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그리고 알람을 끈 뒤 기지개를 피고는 모니터를 보았다.
“……역시 아직도 도서관이군.”
모니터에는 수혁의 정보가 나와 있었다.
수혁은 키라드를 무너트린 금요일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도서관에 머물고 있었다.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모니터에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다.
모니터에 나타난 것은 헤르타나와 남은 키라드 파벌의 정보였다.
정보를 훑던 장경우의 표정에 변화가 나타났다.
“드디어 깨어났군.”
바로 헤르타나가 깨어났기 때문이었다.
“역시 정상은 아니야.”
기나긴 잠을 통해 많이 안정되긴 했지만 헤르타나의 상태는 여전히 불안했다.
“흐음.”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으며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메인 에피소드에 관련된 정보들이 나타났다.
“빠르면 15일, 늦어도 20일이면 시작하겠군.”
정보를 쭉 훑던 장경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메인 에피소드 ‘키메라’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큰 한 방이 남아 있었다.
“이거 참 상황이 너무 좋게 흘러가는데?”
장경우는 수혁을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메인 에피소드의 진행 상황이나 마계의 상황이 수혁에게 너무나도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10마계를 마무리하고 메인 에피소드를 진행하다가 딱 11마계에 가면 되니…….”
말끝을 흐리고 모니터를 바라보던 장경우는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어포디안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으셨습니다.] [칭호 : 어포디안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스물다섯 곳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24를 획득합니다.]책을 덮자 수많은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작은 도서관들은 금방 정복되는구나.”
그제부터 오늘까지 도서관을 두 곳이나 정복했다.
수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칭호 창을 열어 방금 전 획득한 두 칭호를 확인했다.
-어포디안 도서관 정복자 (지혜 +40)
-책을 좋아하는 자 24 (책을 읽을 경우 스텟 경험치 추가 획득)
‘준수하네.’
규모가 작았기에 정복자 칭호로 오르는 지혜가 적을 것이라 이미 예상하고 있던 수혁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정복자 칭호가 아니라 좋아하는 자 칭호였다.
수혁은 좋아하는 자 칭호를 보며 생각했다.
‘나중에는 지혜가 몇이나 오를까.’
지금도 책 한 권에 지혜가 3~4씩 상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10마계에는 무수히 많은 도서관들이 있다.
더구나 지금은 키라드 파벌 지역에 있던 도서관들 역시 이용이 가능하다.
만약 10마계의 도서관들을 전부 정복한다면?
‘장난 아니겠는데.’
책 한 권에 얼마나 많은 지혜가 오를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