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11
311
제 311화
309.
“이 정도면 몇몇 빼고는 전부 죽겠지?”
포탈에 모인 발록들은 정말 많다.
수만 많은 게 아니다.
발록들의 왕인 에르테는 오지 않았지만 바로 밑인 최상급 발록들이 와 있었다.
전투력 역시 무시할 수가 없다.
수가 극히 적기는 하지만 최상급 발록들은 정말 강하다.
상급 발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수혁이라도 쉽지는 않겠지.”
특히나 물리 공격에 취약한 수혁과는 상성이 매우 좋지 않았다.
수혁이라 하더라도 쉽게 제압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혼자라면 마법을 난사하며 잡았겠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군이 많아도 너무나 많았다.
판게아에서 마법은 적아를 가리지 않는다.
즉, 마법을 난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법 사용이 제한될 테니 질 수도 있으려나?”
난전으로 가게 될 것이다.
발록들과의 난전?
아무리 리더 길드와 제왕 길드가 함께 한다고 해도 이기는 것은 힘들다.
아니, 이기는 것은커녕 버티는 데에도 힘이 부칠 것이다.
그나마 수혁이 있기에 균형이 맞는 거지 수혁이 없었다면 전투 시작과 동시에 일방적으로 밀리다가 끝장이 날 정도로 힘이 차이 났다.
만에 하나 수혁이 아군을 신경 쓰다가 최상급 발록들에게 당한다면?
전멸을 하고 말 것이다.
물론 수호하는 데 특화가 되어 있는 연중이 있으니 그럴 확률은 0에 가까웠지만 가까운 것이지 0인 것은 아니었다.
“크.”
장경우는 히죽 웃었다.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흥분과 기대 등 다양한 감정이 담긴 눈빛과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던 장경우는 이내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모니터에 새로운 정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암당에 대한 정보였다.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암당.
“흐음.”
장경우는 암당에 손을 썼다.
모든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그리고 시간을 살짝 끌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너무 깊게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버그가 생길 수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준비해 둔 에피소드들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
아무리 예상치 못한 상황을 좋아하고 기대하는 장경우였지만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암당에 대한 정보를 쭉 확인한 장경우는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고 모니터에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다.
이번에 나타난 정보는 메인 에피소드 ‘키메라’에 대한 정보였다.
“1주일 정도면 독산의 정체가 완전히 발각되겠어.”
이제 첫 번째 메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자 흑월의 휘하 단체 중 하나인 ‘독산’의 정체가 발각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지막 챕터 ‘진정한 배후, 독산’이 시작되는 것이다.
“얼마나 걸리려나.”
장경우는 독산이 무너지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계산해봤다.
그러나 곧 계산을 포기했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수혁을 포함해 수많은 랭커들이 마계에 있었다.
그러나 ‘독산’의 존재가 알려진다면?
에피소드를 진행하러 올 수도 있다.
랭커들이 돌아오면 독산이 무너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그리고 수혁이 돌아온다면?
며칠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수혁이 올 것 같지는 않지만…….”
메인 에피소드에 관심이 없는 수혁이었다.
진정한 배후가 등장한다고 해도 오지 않을 수 있다.
아니, 메인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에 도서관만 가던 수혁을 생각하면 오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후.”
책을 읽은 수혁은 짧게 숨을 내뱉으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이제 두 권 남았네.’
금지 ‘발록의 사원’으로 이동하며 불의 마탑에서 빌렸던 책들을 거의 다 읽었다.
수혁은 새로운 책을 꺼낸 뒤 시간을 확인했다.
‘5시니까 이제 2시간만 더 가면 되는 건가.’
아밀레타에서 발록의 사원으로 출발한 지 벌써 이틀째였다.
어제는 하루 내내 이동했고 오늘도 아침 9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동 중이었다.
도착 예정 시간은 7시.
“교대해줄까?”
시간을 확인한 수혁은 옆에서 마차를 몰던 연중에게 물었다.
“아니.”
수혁의 말에 연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거라도 해야지 안 그러면 미칠 것 같아.”
이미 안정화가 되었기 때문일까?
달려드는 몬스터들이 없었다.
정확히 말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같이 가는 마족들이 정리를 했다.
즉, 할 일이 없었다.
그저 계속해서 이동을 할 뿐이었다.
만약 마차를 모는 것이 아니었다면 지루해 미쳤을지도 모른다.
“알았다.”
수혁은 연중의 말에 피식 웃으며 책을 펼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책의 마지막에 도착했고 책을 덮었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천천히 읽어도 30분…….’
한 글자, 한 단어 그 의미를 되새기며 천천히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수혁은 고개를 내려 책의 두께를 보았다.
매우 두꺼웠다.
‘확실히 차이가 있어.’
현실에서 이 정도 두께의 책이라면 30분은 턱없이 부족했다.
3시간은 읽어야 됐다.
오랜 시간 끊이지 않고 마음의 안정, 만족을 얻고 싶은 수혁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어 하얀빛을 뿜어내는 마지막 새 책을 꺼냈다.
그리고 바로 책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기도 전 수혁은 잠시 독서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수혁아.”
연중의 부름 때문이었다.
“왜?”
수혁이 반문했다.
“메시지 봐봐.”
이어진 연중의 말에 수혁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지혜 메시지 말고 또 다른 메시지가 나타나 있었다.
[발록의 사원에 입장하셨습니다.]바로 금지 발록의 사원에 도착했다는 메시지였다.
‘1시간은 더 가야 할 텐데?’
아직 도착할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발록의 사원 영역 크기가 커진 것 같아.”
하지만 연중이라고 확실히 아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발록들이 영역 확장을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을 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수혁 님, 연중 님.”
크라노손이 다가왔다.
표정에 난감함이 가득한 것을 보아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아무래도 발록들이 영역을 넓힌 것 같습니다.”
연중의 예상대로였다.
“발록들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크라노손의 말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크라노손은 혹시나 발록들에게 기습을 받을까 미리 정찰을 보냈다.
그리고 정찰을 통해 발록들을 발견했다.
지금 전력이라면 발록들과 전투해서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다.
피해를 입은 채 11마계에 입성하면 발록의 영역을 벗어나는 데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 판단을 내린 크라노손은 당신을 찾았다.
당신을 믿고 있는 크라노손을 도와 선두에 서 발록들을 처치하라!
[발록 : 0 / ??]퀘스트 보상 : ???
“물론입니다.”
[퀘스트 ‘발록들’을 수락하셨습니다.]수혁은 흔쾌히 수락했다.
부탁을 거절하기도 껄끄러웠고 무엇보다 눈을 반짝이는 연중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여기 지도입니다.”
크라노손은 수혁의 답에 미소를 지으며 지도를 내밀었다.
수혁은 지도를 받아 펼쳤다.
지도를 보는 수혁과 연중을 보며 크라노손의 설명이 이어졌다.
“빨간 점이 사원의 중심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포탈이 있겠군요.”
“예, 아버지께 들은 바로는 그곳에 포탈이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크라노손이 인사와 함께 선두로 돌아갔다.
수혁은 바로 연중에게 말했다.
“어떻게 할까? 지금 길드원들 데리고 가기에는 좀 위험해 보이는데.”
경험을 위해 길드원들을 데리고 온 것이지 사지로 내몰기 위해 데리고 온 것이 아니었다.
전부 보호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몇은 발록과의 전투에서 죽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도 그래. 일단 우리 둘이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연중이 히죽 웃으며 답했다.
“그래.”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고 연중은 바로 길드원들에게 다가가 상황을 설명했다.
크라노손이 온 것과 연중의 설명을 듣고 눈을 번뜩이는 길드원도 있었지만 따라나서지는 않았다.
만에 하나 발록에게 죽는다면?
11마계라는 기회의 땅을 밟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갈까?”
길드원들에게 설명을 마친 뒤 조수석에 올라탄 연중이 수혁에게 물었다.
“응.”
수혁의 답에 연중이 마차를 빠르게 몰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에 도착했고 수혁과 연중은 다시 한 번 크라노손을 만날 수 있었다.
“조심하시길.”
“먼저 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크라노손의 걱정에 답하며 수혁과 연중은 지도의 빨간 점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는 이동을 멈췄다.
전방을 막아선 발록들 때문이었다.
-역시나 인간들과 함께군.
-흥, 마족 녀석들 고작 인간들에게 힘을 빌리다니.
-여길 정리하면 중간계에 갈 수 있는 건가?
-드래곤과 한번 붙어보고 싶었는데 잘됐어.
나타난 발록은 총 넷이었다.
‘상급 발록이 없으니.’
발록들의 대화를 들으며 수혁은 입을 열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아 상급 발록은 없다.
나타난 발록들은 전부 일반 발록이다.
어둠의 자식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부 죽여.”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명령을 받은 어둠의 자식들은 곧장 발록들에게 다가갔다.
발록들에게 다가가는 어둠의 자식들을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상급으로 올라가면 더 편하겠지?’
현재 어둠의 자식의 숙련도는 상급이 되기 직전이었다.
하급에서 중급으로 숙련도가 올라가며 큰 변화가 있던 어둠의 자식은 상급이 될 경우 더욱 큰 변화를 맞이한다.
‘어둠 마법을 좀 더 배워야겠어.’
중급 어둠의 자식들은 전투에 능숙하다.
하지만 마법을 사용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상급부터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상급 어둠의 자식들은 수혁이 사용하는 어둠의 마법을 그대로 따라 시전한다.
하위 마법이든 고위 마법이든 어둠 속성 마법이라면 전부!
바로 그때였다.
-발록의 힘줄
-투기의 정
드랍 창이 나타났다.
“……?”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드랍 창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발록들을 보았다.
‘……벌써?’
발록들이 어둠의 자식들에 의해 무참히 쓰러지고 있었다.
전에는 이렇게 쉽게 발록들을 죽이지 못했다.
‘스펙 상승의 힘인가?’
아무래도 크게 달라진 스펙 때문에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 같았다.
‘쭉 달려도 되겠는데.’
중간중간 발록들에게 마법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수혁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아 어둠의 자식들에게 전부 맡기고 포탈이 있을 사원의 중심으로 마차를 쭉 몰아도 될 것 같았다.
“연중아.”
“……응?”
멍하니 어둠의 자식들을 바라보던 연중이 수혁의 부름에 답했다.
“쭉 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