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15
315
제 315화
313.
오히려 여럿이서 가는 것보다 혼자가 편했다.
일단 혼자 가면 다른 이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즉, 마법 사용 제한이 사라진다.
다른 이들이 다칠까 사용하지 못했던 범위 마법을 마음 편히 난사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가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
아니, 안전할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수혁의 답에 크라노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이어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크라노손은 수혁에게 알려 줄 정보가 있었다.
11마계로 간다니 더욱더 알아야 할 정보였다.
“……?”
수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크라노손이 이어 말했다.
“상당히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는 발록들이 있습니다.”
크라노손은 방금 전 거점에 나타난 발록들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정말 당황했다.
투쟁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발록이 아니라 다른 종족이 아닌가 싶은 능력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능력이죠?”
“그림자에 숨었습니다.”
“그림자요?”
수혁은 또다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발록의 육체는 거대하다.
그 거대한 육체를 가지고 그림자에 숨었다?
상상이 되지 않았다.
크라노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에 몸을 숨겨 다녔습니다. 엄청난 피해를 봤지요.”
물론 능력을 알고 난 뒤 거점에 나타난 발록들을 대부분 죽였지만 이미 많은 피해를 입고 말았다.
“그림자를 조심해야겠군요.”
수혁은 크라노손에게 말하며 생각했다.
‘마법사도 있더니 암살자도 있는 건가?’
종족 특성상 전사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얼마 전 만난 마법을 사용하는 발록도 그렇고 이번에 나타난 그림자에 숨는 발록도 그렇고 발록들 역시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예, 그림자를 조심하셔야 될 겁니다. 그런데 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크라노손이 물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생각을 끝내고 답했다.
“네, 조금 있다가 출발할 생각입니다.”
연중이 오고 있었다.
수혁은 연중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출발을 할 예정이었다.
* * *
“인간이 한 명도 없었다고?”
아르펭이 반문했다.
“그래.”
헤솔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10마계로 정찰을 갔다.
그런데 단 한 명의 인간도 보지 못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아르펭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전쟁이 끝난 것도 다 인간들의 힘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간들이 없다니?
“인간들이 있는 게 확실한 거야?”
헤솔린이 물었다.
“응.”
아르펭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가 잘못된 게 아니다.
인간들은 확실히 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보고가 됐었다.
‘설마 힘을 빌리지 않은 건가?’
당장 떠오르는 상황은 단 하나.
마족들이 인간들의 힘을 빌리지 않았을 경우였다.
‘우리가 있는 것을 알 텐데?’
동족 간의 전쟁에서도 힘을 빌린 마족들이었다.
그런데 11마계에 인간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온다?
발록들의 개체 수가 적었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였다.
‘상황을 모르는 건가?’
혹시나 지금 11마계가 발록들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직도 옛날처럼 에겔라스가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 아밀레타가 모를 리 없는데.’
10마계의 주인이 된 아밀레타는 11마계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야 모르겠지만 11마계의 주도권이 발록들에게 넘어온 것을 알고 있는 아밀레타가 말해주지 않았을 리 없다.
“거점이 완성되기 전에 일을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헤솔린이 말했다.
현재 10마계의 마족들은 포탈 주변에 거점을 만들고 있었다.
정찰을 갔을 때는 거점이 완성되지 않아 수월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거점이 완성된다면?
결코 쉽게 돌아다닐 수 없다.
“한번 뒤집어 놓기는 했지만 마족들의 수를 생각하면 금방이야.”
거점 완성을 늦추기 위해 주변 지형을 아예 뒤집어엎었다.
하지만 마족들의 수를 생각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거점이 완성될 것이다.
그 전에 어서 10마계로 출발을 해야 했다.
“흐음.”
헤솔린의 말에 생각에서 깨어난 아르펭은 침음을 내뱉었다.
“알겠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천막에서 나왔다.
천막에서 나온 아르펭은 곧장 코잔의 천막으로 향했다.
“저 왔습니다.”
아르펭은 천막으로 들어가며 코잔에게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어떻게 됐지?”
그렇지 않아도 아르펭을 기다리고 있던 코잔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정찰병들은 마족들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아르펭은 방금 전 헤솔린과 나눈 대화로 나온 정보를 토대로 보고를 시작했다.
“역시.”
코잔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 마족들이 포탈 주변에서 거점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거점을?”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어진 아르펭의 말에 코잔은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예, 수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헤솔린이 한번 뒤집어 놓기는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완성될 것이라 하더군요.”
“흐음.”
코잔은 침음을 내뱉었다.
‘거점이 만들어지면 많이 귀찮아지는데…….’
그리고 생각했다.
‘출발할 수도 없고.’
먼저 출발을 했다가는 에테르의 분노를 마주해야 될 수도 있다.
출발을 할 수도 없다.
‘바로 보고드리고 주기적으로 보내야겠군.’
에테르에게 어서 이 상황을 보고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에테르가 도착할 때까지 주기적으로 인원을 보내 거점 만드는 것을 방해하기로 결정을 내린 코잔은 생각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거점 완성을 방해해야겠…….”
바로 그때였다.
“……!”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에 코잔은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포탈 쪽?’
포탈이 있는 방향이었다.
“너도 느꼈냐?”
기운을 느낀 것은 코잔뿐만이 아니었다.
아사크 역시 기운을 느꼈다.
“포탈 쪽인 것 같지?”
코잔이 아사크에게 물었다.
“응, 근데 이 정도 기운이면 아밀레타가 직접 온 것 같은데?”
“아니지, 인간일 수도.”
“인간이 이 정도 기운을?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
아사크는 코잔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갔다 올까?”
그리고 이어 코잔에게 물었다.
“……알았다.”
코잔은 활짝 웃고 있는 아사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부수지는 말고.”
“알았다! 금방 다녀오지.”
아사크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천막 밖으로 나갔다.
‘아사크가 갔으니 해결은 되겠고.’
10마계의 주인인 아밀레타.
아밀레타는 정말 강하다.
하지만 아사크 역시 강하다.
이 기운의 주인이 10마계의 최강자인 아밀레타라 하더라도 아사크는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근처에 있을 다른 발록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밀레타를 죽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저벅
기운의 주인을 만나러 포탈에 갔던 아사크가 돌아왔다.
“……?”
코잔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돌아왔기 때문에 의아해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사크가 매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코잔의 물음에 아사크가 답했다.
“뭐가?”
“나가서 직접 봐봐.”
아사크의 말에 코잔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막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음?”
* * *
“다시 사냥 갈 거야?”
“일단 11마계 상황 듣고!”
“그럼 바로 귓 줄게.”
“응.”
연중은 수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수혁 홀로 11마계에 가기로 했다.
연중은 수혁과 함께 11마계에 가보고 싶었지만 같이 가자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중은 혼자가 아니었다.
길드원들이 홀로 마계에서 활동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 수혁을 따라갈 수 없었다.
더구나 이번에 상대해야 될 이들은 발록이다.
아무리 탱킹 능력이 높아졌다고 해도 수많은 발록들의 공격을 버틸 수는 없다.
즉, 수혁의 보호를 받아야 되는데 탱커가 보호를 받는다?
연중은 수혁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조심하고!”
“알았어.”
수혁은 연중의 말에 답하며 포탈로 향했다.
‘기대되네.’
포탈 앞에 도착한 수혁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겨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11마계에 입장하셨습니다.]포탈에 들어섬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고 주변 광경이 확 달라졌다.
메시지를 힐끔 확인한 수혁은 주변을 확인했다.
“…….”
주변을 확인한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엄청나군.’
족히 5m가 넘는 석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거점을 만들어둔 건가.’
크라노손의 예상대로 발록들 역시 포탈 주변에 거점을 만든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포탈을 둘러싼 석벽들이 설명되지 않는다.
바로 그때였다.
-인간?
-마족이 아니라?
-아무리 봐도 마족이 아니라 인간인 것 같은데?
-흐음, 그러고 보니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군.
-근데 왜 혼자 온 거지?
-실수로 들어온 건가?
-흐음, 누가 내려갈래?
-내가 갔다 올까?
석벽 위에 있던 발록들이 수혁을 발견하고 대화를 나눴다.
발록들의 대화를 들으며 수혁은 생각했다.
‘바로 큰 거 한 방 가자.’
아군이 없다.
이곳에 있는 것은 오로지 적, 발록들뿐이었다.
광역 마법을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독룡 소환.”
스아악
수혁의 머리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법진에서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독룡은 수혁의 머리 위에 똬리를 틀었다.
이내 완전히 자리를 잡은 독룡은 주변을 향해 독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수혁은 독을 뿜어내는 독룡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발록의 힘줄 5개
-발록의 피 2개
-투기의 정 3개
드랍 창이 나타났다.
독룡을 보던 수혁은 드랍 창을 보고 이어 석벽 위를 보았다.
방금 전까지 수혁을 내려다보며 대화를 나누던 발록들이 쓰러져 있었다.
‘공격력도 괜찮네.’
혹시나 범위가 무지막지하게 넓은 대신 약한 독이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빨리 발록이 죽을 정도라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은 이어 어둠의 자식을 소환했다.
혹시나 독룡의 독을 버티고 숨어 있는 발록들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발록의 힘줄 17개
-발록의 피 9개
-투기의 정 10개
어둠의 자식을 소환하는 동안에도 드랍 창은 끊임없이 갱신됐다.
수혁은 계속해서 갱신되는 드랍 창을 보며 생각했다.
‘이야, 진짜 많나 보네.’
주변에 발록들이 엄청나게 있는 것 같았다.
하기야 거점이니 당연했다.
수혁은 걸음을 옮겨 석벽을 지나쳐 밖으로 나왔다.
[경고!] [상급 발록 에솝이 나타났습니다.] [경고!] [상급 발록 클라가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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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석벽 밖으로 나오자 무수히 많은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물론 등장 메시지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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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발록 클라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 *
“…….”
모니터를 바라보는 장경우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뭐야…….”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 버렸다.
“왜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