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67
467
제 467화
465.
검은빛 마법진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연기는 동상을 덮었고 이내 동상과 함께 깔끔히 사라졌다.
해피는 퀘스트를 확인했다.
‘됐네.’
쌍둥이 동상 조건이 충족되어 있었다.
“끝났습니다.”
여인이 다가와 말했다.
“그럼 바로 시작해도 되죠?”
“예.”
해피의 물음에 여인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의 답에 해피 역시 활짝 웃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때가 됐다.
해피는 왔던 길을 돌아 여관에서 나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처에서 중년의 남성 NPC가 다가오고 있었다.
해피는 NPC의 앞을 막아섰다.
“……?”
NPC는 해피가 길을 막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해피는 히죽 웃으며 검을 뽑아 NPC를 베었다.
“……!”
NPC의 표정에서 의아함이 사라지고 경악이 자리를 잡았다.
털썩!
[주민 포윈을 죽이셨습니다.] [일리인 공국과의 적대감이 상승합니다.]그리고 이내 NPC가 쓰러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꺄아아악!”
귓가에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에 해피는 고개를 돌렸다.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덜덜 떨고 있는 여인이 보였다.
해피는 여인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여인은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려움에 다리가 풀린 것일까?
이내 여인은 털썩 주저앉았고 거리를 좁힌 해피는 검을 휘둘렀다.
[주민 아르샤를 죽이셨습니다.] [일린 공국과의 적대감이 상승합니다.]해피는 다음 목표물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이후 해피는 수많은 NPC를 죽였다.
무기를 들고 반격을 해오는 NPC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수많은 레벨을 올리고 스텟을 올린 해피였다.
기사라 하더라도 해피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일반 NPC의 공격은 해피에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었다.
[퀘스트 ‘탈출’이 생성되었습니다.]계속해서 NPC들을 학살하며 이동하던 해피에게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생성 메시지였다.
‘탈출?’
해피는 퀘스트 창을 열었다.
당신의 학살을 본 주민 하나가 워프 게이트를 통해 근처 도시 ‘파윕스’로 워프했다.
이제 곧 파윕스에서 기사들이 올 것이다.
기사들이 오기 전 마을을 탈출하라!
퀘스트 보상 : ???
기사들과 마주칠 경우 퀘스트 실패
그리고 퀘스트를 확인한 해피는 퀘스트 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도망은 어떻게 되려나.’
기사들이 오는 것은 걱정되지 않았다.
죽이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도망친 주민이었다.
퀘스트 ‘마을 캐슈’의 완료 조건은 마을 캐슈의 모든 NPC 학살이었다.
여기서 모든 NPC가 주민을 뜻하는 것이라면?
‘아니겠지, 그러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
해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주시하며 NPC를 찾기 시작했다.
* * *
“몇 분이나 남았죠?”
“15분 정도면 도착할 겁니다.”
선원의 답을 들은 수혁은 생각했다.
‘왜 안 나타나는 거지?’
현재 수혁은 바이루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곧 도착인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나타나야 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바이루트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당신.
그러나 이번 공격은 바이루트의 진정한 힘이 아니다.
안전하게 도시에 도착하기 전까지 혹시 모를 바이루트의 기습에 대비하라!
퀘스트 보상 : ???
‘설마 확정이 아닌가?’
마지막 줄에 나온 ‘혹시 모를’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퀘스트가 생성되었기에 당연히 습격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면…….’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관에 침입자가 나타났음에도 가지 않은 이유는 바이루트 때문이었다.
그런데 바이루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수혁은 바이루트가 나타나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타난 것은 도시의 항구였다.
그리고 항구가 보인 순간.
[퀘스트 ‘기습 대비’를 완료하셨습니다.]퀘스트가 완료됐다.
‘하…….’
수혁은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결국 바이루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는 안심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항구를 본 카토리앙이 한층 편안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카토리앙 님.”
“예.”
“잠시 다녀올 곳이 있는데…….”
“파비앙 님에게는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카토리앙에게 감사를 표한 뒤 바로 아공간으로 워프했다.
‘별일 없어라…….’
바이루트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여관에 문제가 생긴다면 짜증이 살짝 날 것 같았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캐슈로 워프했다.
“…….”
캐슈에 도착한 순간 수혁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멍하니 전방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게 무슨…….’
수많은 기사와 병사, 마법사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수혁이 알고 있는 마을 ‘캐슈’의 모습이 아니었다.
여관의 ‘침입자’가 무슨 일을 벌인 게 분명했다.
수혁은 워프 게이트에서 나왔다.
워프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기사 하나가 수혁의 앞을 막아섰다.
“신분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기사의 말에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마법사의 증표를 꺼내 기사에게 내밀었다.
“아, 마탑의 마법사셨군요.”
증표를 본 기사가 탄성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수혁은 기사에게 물었다.
“그것이…….”
기사는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리며 이어 말했다.
“마을이 습격당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 남아 있던 주민들은…….”
기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수혁은 뒷말을 듣지 않아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근데 여기는 무슨 일로…….”
기사가 재차 물었다.
“제 여관이 있어서요.”
“아…….”
“확인을 하러 가도 될까요?”
“예, 물론입니다. 모든 곳의 안전을 확인했으니 마음 편히 확인하셔도 될 겁니다.”
수혁의 물음에 기사가 답했다.
‘……후.’
기사의 답을 들은 수혁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침입자가 떠났음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기사를 지나쳐 여관으로 향했다.
얼마 뒤 여관에 도착한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문이 박살 나 있었다.
오면서 본 건물이나 주변 건물들의 문들은 파괴는커녕 흠집 하나 나 있지 않았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겨 여관으로 들어갔다.
‘함정이…….’
안으로 들어온 수혁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예상했던 대로 함정이 발동됐다.
문제는 발동된 함정의 방향이었다.
‘위쪽은 아예 안 갔어?’
지하 창고로 가는 길에 설치된 함정만 발동이 되어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설치된 함정은 단 하나도 발동되어 있지 않았다.
수혁은 빠르게 지하 창고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지하 창고에 도착한 수혁은 열려 있는 붉은 문을 볼 수 있었다.
수혁은 문 앞으로 향했다.
어둠이 가득해 보이지 않았다.
“라이트.”
라이트를 시전해 어둠을 몰아낸 수혁은 안을 확인했다.
“…….”
안을 확인한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동상이 보이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굳게 자리 잡고 있던 쌍둥이 동상이 사라져 있었다.
‘귀계 입구가…….’
문제는 쌍둥이 동상이 귀계의 입구라는 점이었다.
귀계에는 워프 게이트가 없다.
즉, 아공간에 있는 워프 마법진으로도 갈 수가 없다.
쌍둥이 동상이 귀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입구였다.
‘내 천마서고가…….’
귀계에는 천마서고가 있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책들이 발간되는 천마서고.
입구가 없어져 천마서고도 갈 수 없게 됐다.
‘어떤 새끼들이…….’
수혁은 생각했다.
누가 쌍둥이 동상을 가져간 것일까?
‘암당이겠지?’
이곳을 알려준 것은 독산의 키메라가 드랍한 지도였다.
그리고 독산은 흑월의 휘하 조직이었다.
즉, 암당 역시 이곳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쌍둥이 동상을 가져간 존재는 암당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이 새끼들…….’
수혁은 이를 악물었다.
* * *
“이 녀석은 언제 오는 거야?”
카슬은 지루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라도마니스가 출발한 지 벌써 4시간이 지났다.
“천천히 재미 보고 있는 건가?”
4시간이면 이미 돌아오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어차피 몇 되지도 않는데 빨리 처리하고 올 것이지.”
목소리에 짜증이 살짝 깃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부관 페이보가 들어왔다.
“왔어?”
페이보에게 라도마니스가 돌아오면 바로 보고하라 명령을 내렸던 카슬이 물었다.
“그것이…….”
카슬의 물음에 페이보는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이제 꺼낼 이야기는 시간을 끌수록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페이보는 재빨리 이어 말했다.
“라도마니스 님의 배가 침몰했습니다.”
“……?”
페이보의 말에 카슬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예상과 다른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수색을 했습니다.”
페이보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라도마니스 님의 시체를…….”
“그만.”
카슬은 페이보의 말을 끊었다.
더 듣고 싶지 않았다.
고작 3급 배였다.
아무리 마법사가 타고 있다고 해도 인원이 별로 없었을 것인데 당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녀석들의 위치는?”
“지금 도시로 돌아갔습니다.”
“다시 부를게.”
카슬이 말했다.
페이보는 카슬의 말에 방에서 나갔다.
카슬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라도마니스를 떠올렸다.
라도마니스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기 싫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라도마니스.
라도마니스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에 머릿속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이내 정신을 차린 카슬은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서랍 안에 있던 수정구를 꺼내 마나를 주입했다.
-예, 카슬 님.
이내 암당의 당주 아소멜의 목소리가 수정구에서 흘러나왔다.
“그 마탑의 마법사들.”
카슬은 차가운 눈빛으로 수정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굽니까?”
* * *
-알겠습니다.
“카슬 님? 무슨 일…….”
수정구가 빛을 잃었다.
아소멜은 당황했다.
‘갑자기 왜…….’
다시 카슬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아소멜은 수정구에 마나를 주입했다.
하지만 카슬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런…….’
아소멜은 수정구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카슬의 목소리에서 좋지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좋은 일이 생기면 꼭…….’
아소멜은 책상 위 보고서를 보았다.
보고서에는 쌍둥이 동상을 회수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기분이 아주 좋았는데 카슬 때문에 기분이 확 죽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끼이익
노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아소멜은 문을 열고 들어온 이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이도롬 님?”
노크의 주인공은 바로 드래고니아의 장로 하이도롬이었다.
“여긴 어쩐 일로…….”
아소멜이 물었다.
“궁금한 게 있어서 왔습니다.”
하이도롬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답했다.
“셋 중 둘이 죽었는데 우리 쪽에서 한 일입니까?”
“……예?”
아소멜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뜬금없었기 때문이었다.
‘셋 중 둘?’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아소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심해의 괴물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둘이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연달아 죽었습니다.”
아소멜의 물음에 하이도롬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우리 쪽에서 한 일 맞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