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60)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60화
107. 다행이다
최근 황실에 일어난 변화를 꼽으라면 역시 3황자 에드워드를 향한 시선일 것이다.
좋게 말해야 재능 없는 황자.
혹은 계승권에서 밀려난 황자.
그러나 호사가들의 입에서는 ‘손 병신’ 황자로 오르내렸던 에드워드 당테르.
그런 그가 이제는 달라졌다.
손을 고쳤고, 재능을 서서히 꽃피우기 시작했으며, 토벌대를 이끌고 마물들을 퇴치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제국을 뒤집어엎으려는 세력도 색출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고작 몇 달 전만 해도 쥐 죽은 듯, 황실의 핏줄답지 않게 방구석에 처박혀 지내던 에드워드는 이제 황실 이야기꾼들 모두의 입에서 오르내린다.
“3황자 저하께서 자리를 물려받는다는 말이 있던데.”
“어허, 형님 두 분이 엄연히 버티고 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고.”
“아, 이 사람아. 그게 또 어디 확실한 건가? 벌써 3대째 ‘황실의 비전’을 못 익혔는데. 혹시 아는가? 3황자 저하가 그 비전을 익힐지도?”
“하긴, 뒤늦게 재능을 꽃피우는 속도가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이들 중 몇몇은 그 중심에 의문의 인물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듣기로는 3황자 저하의 조력자가 있다더군. 무척이나 뛰어난 자라던데.”
“나도 들었다고. 엄청난 재능과 실력을 지닌 자라던데…… 이번 토벌에도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더군?”
“듣기로는 아카데미 학생이라던데, 이게 말이 되나?”
그 의문이 인물이…….
아카데미 신입생이라는 것도 말이다.
“저하, 데인 소그레스 학생 말입니다.”
“음. 오네트 경.”
“대단하지 않습니까? 생각해 보면, 그 학생이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많은 도움을 주었잖습니까. 그런데 고작해야 신입생이고, 아직 세상 밖으로 발을 디딜 나이도 아닌데…….”
황실 정원.
그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에드워드는 오네트 경과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음, 나도 매일매일 생각한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재능과 실력을 지녔는지. 하지만 그보다는…….”
에드워드는 무척이나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통찰력이 더 부럽더군.”
“통찰력 말씀이십니까?”
“그래. 범인의 것을 넘어 상황 전체를 볼 줄 알고,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지. 그런 한편으로는 한 번 정해지면 끝까지 밀어붙이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아.”
에드워드가 물었다.
“그대라면 아카데미 신입생이 그러한 시야를 지닐 수 있다고 보는가?”
오네트 경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신입생이 아니라 졸업생조차도 힘들 겁니다.”
“그렇지. 그런 녀석은 처음 봤단 말이지. 그대도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어.”
에드워드는 그러면서 피식거렸다.
“그런 이가 내가 처음으로 가져 본 ‘친구’라니. 신기하지 않은가?”
“저하에게 찾아온 행운이자, 저하께서 선택하신 결과입니다.”
“선택의 결과라?”
“그렇습니다. 그때 저하께서 그 숲 앞의 수련 장면을 구경하지 않으셨다면, 만약 그 자리에서 황실의 권위를 내세우셨다면, 그도 아니면 데인 소그레스를 믿지 않으셨다면…….”
지금 에드워드는 몇 달 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 그 말이 맞군. 선택.”
“누구나 선택을 하며 살아가지만, 그 선택의 기회를 잡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저하께서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셔서 여기까지 오신 것입니다.”
오네트 경의 깊이가 느껴지는 말에 에드워드는 빙그레 웃었다.
“이제야 시작이지. 아직 할 일이 많지 않은가? 두 형님들에 비하면 나는 한참 멀었다.”
“곧 내달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지.”
에드워드는 뒷말을 삼켰다.
에드워드가 하려던 말은, ‘데인과 함께’였다.
데인 소그레스.
황자의 인생을 바꾼 친구.
‘어쩌면 나에게도…….’
이런 가운데 정원을 거닐던 둘에게 시종 한 명이 다가왔다.
“저하, 황제 폐하께서 찾으시옵니다.”
에드워드는 걸음을 멈추고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마침내, 황제의 부름이다.
며칠 전, 지하감옥에 가둔 비밀결사 녀석들에 대한 보고를 올린 바 있다.
그리고 그 결과 몇 가지 확실한 증거를 찾아냈고, 이와 함께 토벌에 대한 보고서도 상신한 참이다.
‘그 건이겠군.’
마침내 독대하는 것이다.
손을 치료한 후, 처음으로.
그전에는 동정 어린 시선만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어떨까.
“바로 가겠다.”
“모시겠습니다.”
에드워드는 옷매무시를 다듬으며 시종을 따라나섰다.
‘포상이 논의되겠군.’
이제 곧 토벌의 영웅들을 황실로 부를 텐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또한, 앞으로 에드워드가 해야 할 일도 정해질 것이다.
토벌 건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데다 제국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파악하기까지 했으니-
분명히 어떠한 임무를 맡게 될 테지.
드디어, 본격적인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다.
‘데인 소그레스, 그대의 덕이로다.’
에드워드는 속으로 깊은 감사를 표했다.
* * *
기말고사가 끝났다.
우리는 마침내 자유를 맞이했고, 아카데미 정문을 빠져나가는 거대한 행렬에 합류했다.
참고로 어니스트, 프리실라는 아카데미에 남기로 했다.
“어차피 아버지는 지금 어머니랑 같이 탐험 중이셔서 가문 가봤자 아무도 없을걸? 가 봐야 집사가 귀찮게만 하지. 그냥 아카데미에 남아 있을게!”
“나는 대신전에서 아르바이트 뛰라고 해서. 개 같은 늙은 고위 사제들…… 아니 이 염병할 노인네들은 여신도들 치마를 짧게 만들겠다고 5시간이나 토론하질 않나, 이젠 무슨 귀족들 오는 행사에서 하루 종일 세워두려 하질 않나!”
둘 다 제각기 이유가 있는 관계로 집으로 가는 사람은 나, 레일라, 도리안, 그리고 알투르 이렇게 넷이었다.
그리고 나는 조금 특별하게 집으로 돌아간다.
“근데 데인 너는 어떻게 집에 가는데?”
“나? 큰누나가 데려다주는데.”
“큰누나? 아라벨라 언니? 아! 설마 올 때처럼?”
“응.”
큰누나가 나 한 명을 위해 몇 달에 걸쳐 설치한 텔레포트 플랫폼들.
입학 때 이용한 그걸 그대로 타고 남부 우리 가문 백작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도 그런 언니 한 명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왜. 오빠가 두 명이나 있는데.”
“장난하냐? 한 명은 동부 오지에서 굴러다니고 다른 한 명은 여태까지 연락도 안 되다가 이제야 상봉했는데?”
그건 또 그렇다.
나는 유년기에 누나들과 오랜 시간을 보낸 반면, 레일라는 아니었을 테니까.
심지어 어머니까지 아프셨으니, 그 외로움이 상당했을 테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번 방학에 해야 할 일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레일라의 어머니 병을 고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
“그럼 며칠 뒤에 보자.”
“선생님, 그럼 잘 다녀오십시오!”
“……조만간 보자.”
아무튼 난 친구들의 배웅 속에서 공터에 설치된 텔레포트 플랫폼 봉인을 해제한 뒤 그 위에 올랐다.
우웅.
작동되는 텔레포트 플랫폼.
내 몸은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듯 어디론가 이동했고-
이후 몇 번의 같은 과정을 거쳐 눈을 떴을 땐, 익숙하고도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도련님. 잘 돌아오셨습니다.”
바로 시종 헤르만이었다.
“그간 잘 지냈지? 주방에 말해 둔 타르트도 잘 가져다 먹고?”
“그렇다마다요. 덕분에 살이 꽤 올랐습니다.”
안색이 좋아 보인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헤르만을 끌어안았다.
이후 나는 헤르만이 준비한 말에 올라 천천히 백작성을 향해 말을 몰았다.
“다들 별일 없으시지? 자주 연락해서 별일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백작성은 늘 평화롭고 고즈넉합니다. 남부의 볕을 듬뿍 받아 작물들이 슬슬 황금빛 물결을 뽐내고 있죠.”
“그거 좋은 소식이네.”
역시 별다른 소식은 없는 모양.
있었다면 아마 진작 달려왔겠지만.
“두 분께서 오늘을 무척이나 고대하셨습니다. 이따 연회를 열 예정이라 하시는군요.”
“연회까지?”
“네. 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첫 방학 겸, 중간고사 전체 수석 겸, 기말고사 전체 수석 겸, 트리플급 달성 겸, 4체인 달성 겸, 토벌 개인 부문 1등 겸, 학부 부문 1등 겸…….’”
이후로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연회 사유들.
죄다 그럴듯한 이유라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아버지가 그러신 거지?”
“네. 부인께서는 옆에서 듣고 계시다 그만하라며 한숨을 쉬셨습니다.”
어쩐지 아버지가 그러셨을 것 같더라고.
“누나들 못 오는 건 아쉬워하지 않으셨고?”
“무척 아쉬워하셨습니다.”
“음. 같이 오자고 좀 더 졸라볼 걸 그랬나.”
애초에 내가 누나들한테 뭔가 해 달라고 떼를 쓴 적이 없으니, 만약 그랬다면 누나들도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같이 와야겠다.”
“그러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누나들은 이번에도 바빠 같이 못 가게 되었다.
작은누나는 논문 준비 중이고, 특히 큰누나는 이번 드나보 교수 퇴출 결의 건으로 더욱 바빴다.
듣기로는 큰누나가 마법학부 임시 강사로 초빙될 수도 있다던데.
물론 큰누나는 할 생각 없다고 한다.
다만, 아카데미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이상 마법학부와 완전히 관계를 끊기는 어려우니 그런 것.
“이제 거의 다 왔군요.”
이런 가운데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백작성의 전경.
가슴이 편안해진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문득 전생이 떠오른다.
난 전장에서 태어났고, 전장에서 죽었다.
전생의 삶에선 단 한 번도 전장 밖으로 나간 적은 없었다.
삶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전장의 피와, 싸움과, 무덤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뿐.
그러다 보니 우리 가문, 내 가문, 저 백작성이 지니는 의미가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저게 뭐야.”
근데 저기 내 눈에 들어오는 건…….
혹시 내가 헛것을 보나.
성문 앞에 사람들이 왜 이렇게 바글바글해?
무슨 꽃이랑 악단도 보이고.
에이, 설마.
“아, 백작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도련님 귀환 기념 환영단입니다.”
“…….”
아니 내가 무슨 개선장군도 아니고.
저기 지금 성문 앞에 주르륵 늘어진 사람들이 다 환영단이라고?
“진짜로? 정말로?”
“네, 그렇습니다.”
아버지, 제발…….
이러다 다음 학기에는 집에 안 올지도 몰라요.
아니 올 때마다 저러시면…….
“사실 공작부인께서 뜯어말리셨습니다.”
“그런데?”
“하지만 공작님의 의지가 워낙 완강하셔서…….”
누나 두 명이 집에 자주 안 오는 이유가 설마 이거일까.
묘하게 정황이 맞아떨어지는데.
하여튼 어쩔 수 없다.
준비까지 해 주셨는데, 안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
“가자.”
“네, 도련님.”
그리고 나는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우리 영지 악단의 신나는 연주와 무려 꽃가루 세례를 마주했다.
이게 다 뭐야.
“데인 도련님! 귀환 축하드려요!”
“토벌 1등과 전체 수석 축하드려요!”
“역시 우리 데인 도련님이야!”
“더 잘생겨지신 것 같은데? 몸은 또 얼마나 다부져?”
그래도…….
막상 보니 기분이 좋다.
모두 아는 얼굴은 아니지만, 가문에서 지내며 알게 되었던 사람들의 얼굴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탁.
나는 말에서 내려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걸어갔다.
“도련님.”
“괜찮아. 말이 놀라지 않게 잘 끌어 줘.”
갑자기 내리자 헤르만이 놀란 표정이 되었지만, 나는 손을 내저었다.
이들을 내려다보고 싶지 않다.
나를 위해 이렇게 준비해 준 사람들이니까.
“데인 도련님, 이번에 오신 김에 우리 가게 좀 들르세요! 스튜 맛있게 해 놓을게요!”
“오신 김에 저희 농지 좀 보고 가세요! 진상드릴 게 있는데, 도련님한테 먼저 드릴게요!”
이 훈훈함.
얼마나 좋은가.
어린 시절부터 봐 왔던 사람들이 나의 귀환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었다.
어쩐지, 아버지만이 원한 건 아닌 듯하다.
그리고 이 행렬의 끝엔…….
아버지가 계신다.
날 보며 흐뭇하게 웃으시는 분.
그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 나는 아버지와 마주했다.
내 키가 그사이 좀 자란 건지 눈높이가 조금 맞긴 했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여전히 거대해 보인다.
“아버지.”
“데인. 내 아들.”
옆에는 어머니도 계셨다.
“어머니.”
“우리 아들.”
나는 두 분과 차례로 눈을 마주쳤다.
수많은 말들이 떠올랐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만, 아버지는 아니신 모양이다.
“아들, 그새 더 커진 것 같고…… 실력도 내 생각 이상으로 오른 것 같구나.”
아버지가 아들을 보며 입맛을 다신다면 믿겠는가?
“대련장은 미리 비워 두었다.”
“…….”
“이 사람이 진짜! 방금 막 돌아온 애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쓸데없는 소리 그만 안 해요?”
“나, 나는 그냥 우리 아들이 성장한 게 기뻐서 실력이나 한번 보자고…….”
“데인이 왔다 바로 가는 것도 아니고 애가 일단 왔으면 쉬어야죠!”
그리고 아버지는 영지민들이 보는 앞에서 어머니에게 시원하게 제압당하셨다.
다행이다.
어머니가 전설적인 암살자(전직)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