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11)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11화
142. 그놈들 아니야?
의외로 야영지엔 별다른 소란이 없는 상태였다.
다들 피곤해 곤히 잠든 것 같았다. 잉그리트 교수는 엘타와 휴거드가 각자 텐트로 들어가는 걸 본 뒤 돌아왔다.
“휴우.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교수님.”
“데인 학생 덕이죠. 아니었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지난 학기, 그리고 이번 학기 들어 내가 지켜본 잉그리트 교수는 학생들을 무척 아끼는 사람이다.
나를 좀 편애하긴 해도, 본질적으로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들을 사랑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니 화를 내기보다는 먼저 다친 데가 없는지 살핀 거겠지.
“데인 학생은 정말 다친 데 없는 거죠.”
“그럼요. 멀쩡합니다.”
“믿기지 않아서 그래요. 어떻게 베인울프를 혼자서 일곱 마리나 처치하면서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할까…….”
잉그리트 교수는 눈을 반짝였다.
“혹시, 정말 창술 쪽으로 진지하게 진로 하나만 잡고 갈 생각 없어요?”
난 그래도 고민하는 척이라도 보여주기 위해 잠시 후에야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더 다양하게 배워보고 싶습니다. 아직은요.”
“그렇군요……. 그 모든 노력을 창술 하나에만 쏟아부으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럼 정말로 제국 역사상 최고의 창기사가 같은 가문에서 두 대 연속으로 나오는 건데.”
역사상 최고의 창기사.
당연히 아버지다.
그리고 내가 정말 창술에만 집중하면, 어쩌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이전에 고민했다가 결론을 내린 것처럼, 나는 지금 내가 지닌 재능 중 그 어떤 것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
기왕이면, 앞으로 더 많은 걸 하고 싶기도 하고.
뭐, 그래도 그중 하나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고르라면…….
“그나저나 검술도 그렇게 잘한다고 들었는데, 검술은 누가 가르친 건가요?”
검술이다.
“따로 연습하고, 아카데미에 와서는 켈타스 레드필 교수님에게 배우고 있습니다.”
“재능인지, 아니면 뭔지. 나중에 데인 학생이 크게 되어서 이름이 남으면, 후대의 사람들은 혹시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게 아니냐고 의심할지도 모르겠네요.”
잉그리트 교수의 농담에 난 웃음을 터뜨렸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그거 재미난 추측이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악마, 그러니까 마족 하나를 죽이긴 했었지.
그놈에게서 추출해 낸 정수는 지금쯤 큰누나가 어떻게든 요리하고 있을 텐데, 조만간 한번 가 봐야겠다.
“아무튼 고마워요. 데인 학생, 나중에 선배한테도 연락해 봐야겠네요.”
“별말씀을요.”
잉그리트 교수는 사람 좋은 웃음을 내보이다 문득 말했다.
“참. 대련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데인 학생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니까. 아까 싸우는 걸 봤는데, 음…… 솔직히 좀 불타오르더라구요.”
그 말에 난 조금 놀랐다.
잉그리트 교수는 펜타급 전사.
그런 사람이 내 순수한 창술을 보면서 불타올랐다는 건 상당히 뿌듯한 일.
내가 그간 수련을 게을리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물론 내 창술의 근간엔 아버지의 가르침과 더불어 전생의 경험, 그리고 검술의 원리까지 더해져 있어 남들보다 당연히 성장이 빠르다.
그런데도, 잉그리트 교수가 이렇게 호의를 보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조만간 인사드리겠습니다.”
“좋아요. 저도 진지하게 임해야겠네요. 전쟁 끝난 후, 솔직히 호각수로 싸울 만한 창술사가 몇 없어서요. 교수씩이나 되면 품위를 지켜라, 뭐 이런 말들도 해대서…….”
잉그리트 교수는 눈을 반짝였다.
“데인 학생 정도면 종합적인 실력은…… 솔직히 제가 지금 말하면서도 안 믿기지만, 적어도 쿼드급의 기사들과 맞먹을 것 같아요.”
좋은 평가다.
“감사합니다.”
물론 그 이상일 것이다.
마법과 소환술이 섞인다면.
그리고 내 마력의 힘까지 더한다면.
“기대됩니다, 대련.”
잉그리트 교수도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뜻이다.
물론 전쟁 후유증을 겪는 건 아닌 듯했다.
그건 몸이 근질근질한 차원을 넘은 문제니까.
펜타급 창기사와의 대련이라.
헥사급 전직 기사 켈타스 교수와도 대련 중인데.
어쩌면 아카데미에서, 헥사급과 펜타급 양쪽과 대련하는 사람은 나뿐이지 않을까?
* * *
다음날이 밝았고, 야영 수업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끝났다.
“너무 아쉽다. 하룻밤만 더 지내면 좋을 것 같은데!”
“근데 빨리 돌아가서 샤워하고 싶어.”
“어우, 간밤에 늑대들이 엄청 하울링하더라. 도대체 뭐였을까?”
잉그리트 교수는 모든 학생들 앞에서 둘을 무안 주기보다는 따로 불러내 이야기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같았다.
그리고 돌아가서는 분명하게 이번 일을 문제 삼을 것 같았다.
“……고맙네. 데인 소그레스.”
“그대가 아니었다면 내 아들과 노랜드가의 장남은…… 아마 죽었을 거야.”
며칠 뒤, 노랜드 자작과 벨라티에 남작이 아카데미로 찾아와서는 나에게 감사를 표한 것이다.
양손에 뭔가를 하나씩 들고 말이다.
“보상을 바라고 한 일도 아니고, 당연한 일로 보상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아드님들이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러면 우리 마음이 편치 않네.”
결국 두 귀족, 아니 두 아버지는 내 손에 뭔가를 이것저것 들려주고 간 뒤에야 돌아갔다.
나중에 열어 보니 엄청 귀한 디저트 세트와 상당히 구하기 힘들다는 아르마산 찻잎이었다.
저 심정이 이해가 간다.
우리 아버지도 몇 번이나 아카데미에 ‘소환’ 당했다고 하셨는데.
아무튼 나는 맛난 것도 얻은 김에 큰누나의 연구실을 찾아갔다.
“세상에. 이거 디저트 세트를 어디서 구했어? 이거 서부에서 엄청 유명한 제과점에서만 구할 수 있는 건데.”
자초지종을 대강 설명하자 큰누나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렇지. 아카데미에 자식이 사고 쳐서 아버지들이 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지.”
옛날 일이 떠올라서 그런가.
참고로 제국 아카데미의 권위는 상당히 강한 편이다.
그래서 한 가문의 가주들을 오라 가라 할 수 있는 것. 물론 단순히 권위 문제만은 아니다만.
“그래도 좋은 일 했네. 잘했어. 베인울프 일곱 마리라니.”
“상대할 만하던데.”
“학부생 중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너뿐일걸?”
큰누나는 싱긋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마침 생각났다는 듯 손짓했다.
“참. 저번에 맡긴 마족의 정수 있지? 그거, 대략적인 결론이 나왔어. 안쪽으로 가자.”
안쪽으로 가보니 내 특제 마력석이 장착된 분석기 안에 마족의 정수가 들어 있었다.
“아예 새로운 구조라서 분석에 시간이 좀 많이 소요됐는데, 이제 거의 다 됐어.”
펄럭.
큰누나는 두꺼운 분석지를 내게 건네주었다.
“한 번 볼래?”
난 분석지를 받아들곤 꼼꼼하게 살폈다. 두껍긴 해도 살피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대단한데. 마족들의 마력은 이런 구조구나.”
“응. 응집성이 이곳 대륙의 마력 대비 훨씬 강하고, 변동성도 상당해. 아마 데인 네가 봤다던 그 검은 마력으로 무기들을 만들어내는 건, 그런 성질에서 기인한 특성일 거야. 어쩌면…… 이 마족만이 가진 특성일지도 모르고.”
큰누나는 눈을 빛냈다.
“그래서 고민해 봤는데, 이걸로 괜찮은 물건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예를 들면?”
“변동성을 활용하는 거지. 이런 구조라면…… 아마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무기 빼고.”
마지막 말엔 나도 동의한다.
마족의 힘이 서린 무기를 만든다는 건 조금 다른 문제니까.
“외부에 유통시킬 수는 없고, 그냥 참고용 프로토타입 정도.”
“좋은 생각이네.”
“요새 우리 막둥이 덕에 이 누나가 발명할 맛이 난다니까?”
큰누나의 말에 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참, 누나. 저번에 말한 어니스트 활은?”
“아, 그렇지. 완성됐는데 깜빡했다. 어니스트도 지금 부를까?”
잠시 후.
마침 강의가 끝난 어니스트가 연구실로 찾아왔고, 큰누나는 안쪽에서 활 한 자루를 들고 왔다.
“우와아!”
어니스트의 눈이 반짝거렸다.
검푸른색의 활은 상당히 멋있어 보였다.
“일단 접이식으로 휴대성을 강조했고, 최대한 가볍고 탄성 있게 만들었는데 활대는 내가 아니라 아는 장인이 만들었어.”
과연, 상당히 좋은 활 같았다.
접이식으로 만들었는데도 이음새가 탄탄해 보이고, 탄성이 상당하다.
“활줄을 거는 것도 그렇게 어렵진 않을 텐데, 이렇게 조여 주면 장력을 조절할 수도 있어.”
“진짜 대단한 활인데요……?”
그나저나 이런 수준의 기술이면, 아무리 봐도 이 제국의 기술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아는 장인이 드레니크 출신 장인이야?”
“응? 바로 알아보네? 맞아. 전쟁 때 이쪽으로 전향한 장인.”
역시나.
참고로 알테온과 드레니크의 무기 체계는 상당히 다르다.
물론 알테온이라 해서 죄다 마법 걸린 무기를 휘두르는 건 아니고, 드레니크라 해서 죄다 기계공학이 접목된 무기를 쓰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특성의 차이지, 일반 병사나 돈 없는 기사들이 그냥 평범한 장창과 장검 휘두르는 건 매한가지.
“대단한데.”
나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어니스트에게 딱 어울리는 무기다.
후방 지원이라는 주제 아래 접이식으로 휴대성을 강조해 움직임에 걸리적거림이 없다.
그리고 가볍고, 적당한 장력이다. 최대로 조절하면 장궁처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
거기에 또 있었다.
“마법도 걸어 놨어. 일단 무게를 조금 더 가볍게 했고, 오염을 방지하는 마법도 걸어 놨어.”
“감사합니다, 누나…….”
“감사는 무슨. 네가 항상 많이 활약한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막내 많이 도와주렴.”
그 말에 어니스트가 약간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왜?”
“어, 음. 누가 널 이렇게 친근하고 어린애 부르듯이 ‘막내’라고 하는 게 적응이 안 돼서.”
그 말에 큰누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데인이 백발 할아버지가 돼도 똑같을걸?”
저 말이 맞다.
아버지에게나 어머니에게나, 그리고 누나들에게나 나는 언제나 ‘막둥이’일 것이다.
“참, 화살도. 일단 특수 화살이라 총 50개만 있는데, 쓰면서 회수하고 관리하다 보면 한동안 쓸 거야. 부족하면 더 말하고.”
“감사합니다!”
어니스트는 연신 감사를 표하는 한편, 흥분을 주체할 수 없는지 활을 이리저리 쉴 새 없이 살폈다.
“데인, 이제 나 더 열심히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돕기는. 함께하는 거지.”
나는 씩 웃으며 어니스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럴 게 아니라 바로 연습하러 가야겠어! 데인, 같이 갈래?”
“난 조금 이따가. 먼저 가 있어.”
“응!”
그렇게 어니스트가 연구실을 나서고, 큰누나는 날 보며 미소 지었다.
“기뻐하니 다행이네. 다른 친구들 무기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
“응. 고마워, 누나.”
“고맙긴. 음. 그리고 저번에 말한 그 마력석을 이용한 발명품 있지? 그건 조만간 기획서가 나올 것 같아.”
“좋아. 그때 같이 이야기하자.”
안 그래도 마력석과 관련하여 시드레인과 할 이야기가 있는데.
이참에 같이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럼 난 가볼게.”
“응. 디저트 잘 먹을게.”
아 참, 찻잎은 내일 작은누나 줘야겠다.
그렇게 나는 연구실을 나와 지금쯤 친구들이 있을 보니아의 숲으로 향했다.
“데인 왔어?”
“오늘 좀 늦었네?”
역시나 다들 수련에 매진 중이다.
레일라는 검술을, 도리안은 무투술을, 알투르는 마법을 연마 중이고 프리실라는 기도를 드리는 것 같았다.
근데 한 명이 안 보인다.
“어니스트는? 안 왔어?”
“응? 같이 있던 거 아니었어?”
“먼저 간다고 했는데.”
얘가 중간에 어디로 샜나.
그때 도리안이 말했다.
“어니스트 선생님 아까 친구분들이랑 어디 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
“네, 같은 학부 학생들…… 아니, 그런 것치고는 덩치들이 꽤 크고 검을 차고 있었는데.”
어니스트의 친구.
그리고 검을 찬 녀석들.
이거…….
어니스트 예전부터 괴롭혔다던 브론 패거리 그놈들 아니야?
“거기가 어디지?”
“네? 중앙광장 서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지금 바로 갈게. 프리실라. 날 따라와.”
브론 패거리.
아카데미 입학 초기부터 어니스트를 괴롭히던 서부 귀족가 출신 자제 놈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괴롭혀 왔던 것 같은데, 그때 손을 덜 봐 줬군.
“무슨 일이야, 데인.”
“어니스트가 지금 곤경에 처했을 수도 있어.”
“……설마 어니스트가 말했던 자기 괴롭히던 녀석들?”
프리실라한테도 말했었구나.
프리실라를 데려가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급한 경우,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해야 하기 때문.
“결국 그놈들이 다시 어니스트를 노리게 됐구나.”
“아마도.”
그놈들은 나에게 당한 후 아마 벼르고 있었을 것이다.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어니스트를 다시 이전처럼 만들기 위해서.
어쩌면, 나한테 복수하려는 걸 수도 있고.
그런데 왜일까.
뭔가…… 어니스트가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
“일단 가자.”
그래도 혹시 모를 일.
“데인, 나도 같이 가.”
그때 레일라도 따라붙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속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