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7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78화
179. 비전의 이름(3)
자, 정리해 보자.
저 녀석이 마법사라면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
아니, 따지고 보면 제안이라 하기도 민망하다. 지금까지 말 한마디만 꺼내도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하인을 자처하던 마법사가 몇 명이었던가.
설마 모르는 사이에 사울 행스턴이라는 이름이 어디 뒷방 늙은이 취급은 받고 있을 린 없을 테고.
이놈은 대체 뭐지?
‘데인 소그레스.’
그 이름이야 몇 번 들었다.
수도에서 이름난 천재 소년이라고.
안 그래도 뛰어난 소그레스 백작가에 제국 역사에 길이 남을지도 모를 천재가 나타났다고.
심지어 황제와 독대도 하고, 저 나이에 이교도들을 잡아내는 등, 엄청난 활약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사울 행스턴의 ‘제안’을 거절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내가 누구던가.
제국 역사에 영원토록 남을 마법사이자 수많은 마법과 마도구, 건축물들을 구현한 전설 중의 전설이니까.
때문에-
“이해할 수 없구나.”
사울 행스턴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고, 상상해서도 안 되며…….
그렇기에 절망적인 말이기도 했다.
“수백 년을 쫓았다. 너 같은 인재를.”
“10년은 너무 깁니다.”
“내 비전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비전 마법이라고! 고작 10년이 아깝다는 것이냐? 그 시간만 지나면 역사에 남을 마법사가 될 수 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제가 그걸 위해 삶을 살아가진 않습니다.”
“…….”
누가 보면 수백 년을 산 리치는 저쪽인 줄 알겠다.
14살이었던가, 15살이었던가?
여하튼 성년도 안 된 녀석이 세상 다 산 철학자처럼 이야기하는 꼴을 보고 있으니 혈압이 치솟았다.
리치라 치솟을 혈압은 없지만서도.
“당신의 비전 마법은 탐나지만 10년이란 시간 동안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고 아카데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워서요.”
“고작 그깟 거 때문에…….”
“제 친구가 아니었다면 전 이곳에 올 일도, 당신을 만날 일도 아마 없었을 겁니다.”
“…….”
기가 막히는데 사울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설마 자신의 비전 마법 전수를 거부하는 ‘마법사’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기 때문.
그리고 그때 데인이 어처구니없는 말을 또 덧붙였다.
“거기에…… 저는 소환술사이고, 검사이며, 창술사입니다.”
“그게 무슨…….”
“마법사로서 인생 하나만 살아가지 않을 거란 이야기죠.”
사울은 생각했다.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수백 년을 리치로 산 자신도 극의에 다다르지 못하고 진리를 찾지도 못했는데.
‘나보다 욕심 많은 녀석이군.’
사실 자신은 욕심보다는 한(恨)에 가까웠다.
끝내 자신의 비전 마법을 이을 만한 인재를 찾지 못한 빌어먹을 한.
그런데 이 녀석은 그 정도 수준을 넘어, 자신이 재능을 지닌 모든 것들을 이루겠다 이건가?
차라리 그럴 바에…….
얌전히 자신의 비전을 잇고 역사에 남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
사울 행스턴은 허탈함을 느꼈다.
어쭙잖게 으스대며 자신과 딜을 하려는 녀석이었다면 차라리 제압한 뒤 납치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다르다.
뭔가 다르다.
어지간해서는 수락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던 그때였다.
“물론, 저도 흥미가 있는 만큼 마냥 거절하는 건 아닙니다.”
사울의 가슴이 다급해졌다.
리치라 다급해질 가슴은 이제 없었지만, 인간 시절의 감정은 그대로다.
“말해라. 뭘 원하느냐? 엄청난 규모의 연구실? 당연히 있다. 온갖 실험도구? 다 있다. 내가 평생 동안 그린 온갖 설계도? 내 비전을 잇기만 하면 다 네 것이다.”
사울의 다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이 수백 년 묵은 마법사이며, 전설적인 마법사로서 지켜야 할 자존심은 온데간데없었다.
“한 달.”
“뭐?”
“한 달 정도면 고려해 보겠습니다. 다음 방학에요.”
“…….”
“보시다시피 곧 방학이 끝나고, 학기 중에는 학업에 집중해야 해서요.”
“……하.”
아카데미 마법학부 학생을 하나 붙잡고 물어보자.
어느 위대한 마법사가 비전 마법을 전수한다고 한다.
그럼 당장에라도 휴학, 아니 자퇴하고서라도 나설 녀석이 수두룩할 것이다.
아카데미야 다시 입학하면 그만이니.
아니, 그런 일이 있다면 교수에 따라 아예 무기한 휴학을 허용하기도 할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다 인지하고 있는 거니까.
그런데 이 녀석은…….
학기 중이라는 이유로.
“제가 마법학부가 아니라 자율전공학부라서요.”
아무리 들어도 개소리 같은데, 달리 반박할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해도 안 먹힐 것 같은 상대는 실로 오랜만이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한 달? 나의 비전 마법을 고작 한 달 만에 이어받겠다고?”
“정 안 되면 한 달 전수받고 다음 방학에 또 한 달을 할애하면 될 일입니다.”
그러면서 충격적인 이야기도 덧붙였다.
“시간도 많을 텐데, 안 그래요?”
리치라서 그렇다는 의미다.
“너, 너…….”
폭언 중의 폭언.
레일라와 어니스트가 그 말에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데인 너 잔인하다…….”
“우와…….”
둘의 반응에도 데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내 알 바 아니라는 듯이.
하지만 둘은 그런 데인의 반응을 이해했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하나를 위해 다른 모든 걸 내팽개치는 데인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
또한, 그 모든 일을 지금까지 다 완벽하게 해낸 사람이 바로 데인이기도 했다.
“데인이면 한 달 만에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레일라?”
“그래도 사울 행스턴인데. 한 달은 좀 그렇고 두 달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난 한 달.”
“난 두 달.”
“좋아. 지는 사람이 크라운 금화 10개?”
“10개로 되겠어? 어니스트? 겁먹었어?”
“겁먹긴! 20개!”
내기나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울은 그저 어이가 없다 못해 털썩 주저앉고 싶은 심경이다.
“이런 망할 경우가 있나…….”
수백 년을 헤매다 간신히 찾은 녀석이 10년은 너무 길다며 한 달을 이야기할 줄이야.
무슨 이런 터무니없는 상황이 다 있는가.
하지만 사울 입장에서는 별다른 수가 없다.
‘이놈, 강하다.’
사울은 데인이 다른 녀석들과 다르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있었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경험 덕이라 해야 할까.
강제로 데려가 비전 마법을 주입한다 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녀석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마법이라는 건 결국 받아들일 의지가 있어야 하는 법.
설마하니 이런 녀석일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당연히 염두에 두지 않은 사실이었는데…….
‘정말 돌겠군.’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
이대로 포기한다.
당연히 안 될 일이다.
두 번째.
어떻게든 자신의 연구실로 데려가 죽든 살든 비전 마법을 주입시킨다.
이것도 잘 안 될 것 같다.
세 번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나마, 이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왜냐하면 사울은 지금 난생처음 경험하는 ‘약자’ 입장에 있기 때문.
결국 사울은 리치가 된 이후 처음으로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감각 속에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좋다.”
꽉 쥔 주먹이 부들거렸다.
“제안…… 받아들이마.”
* * *
사울은 생각보다 경우가 있는 양반이었다.
전설적인 마법사이며, 역사서에 따르면 꽤나 괴팍했다더니 그런 것도 아닌 모양.
물론 지금 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여하튼 내가 아는 리치라는 존재는 비정상적인 열망과 악한 마음을 가졌다던데, 사울은 얌전하게 말을 이어갔다.
“다음 방학. 그래. 2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이곳으로 갈 거다.”
사울 행스턴이 알려 준 곳은 서부 끝자락, 해안 너머 있는 작은 섬이었다.
“여긴…… ‘알테라’ 섬이네요?”
막상 반응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어니스트.
“여길 안다고?”
“네. 저희 가문에서 최초로 탐사한 곳이죠.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역시 탐험명가답군. 그래, 너 같이 협조적일 것 같은 녀석이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었어야 하는데!”
칭찬을 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이 묘하게 슬퍼 보였지만, 그렇다고 내가 10년이나 인생을 날려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후우. 그래. 여기 내 연구실을 마련했지. 사람이 거의 안 오는 곳이니까.”
“들어가면 못 나올 만큼 외진 곳 같은데요.”
“그렇다고 네가 못 나올 녀석이 아니라는 거, 나도 잘 안다.”
그야 뭐, 방법은 찾아보면 있겠지.
“나 사울 행스턴. 마법사의 맹약을 걸 것도 없이 널 감금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일은 없을 거라 맹세하지.”
“기왕이면 계약서를 하나 쓰시죠.”
“…….”
나도 확실한 게 좋다.
어머니가 그러시길, 사람 함부로 믿지 말라 말씀하셨거든.
그런 의미에서 사울 행스턴이라 할지라도 확실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울 행스턴의 성이라 할 수 있는 이런 외딴섬으로 가는 거라면 더더욱.
“하나 묻자. 너 정말…… 한 달 만에 자신 있는 거냐?”
“해보기 전까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자신 없는 건 아닙니다.”
“허. 내 비전을…… 내가 평생에 걸쳐 완성한 마법을…….”
사울은 한숨을 내쉬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계약하지.”
계약은 간단했다.
사울 행스턴이 계약조항을 어길 시, 자신이 지닌 모든 것들을 나에게 넘기고 리치로서 생을 마감하겠다는 조항.
“어차피 난 네가 아니면 앞으로 더 기다릴 자신도 없고 살 이유도 없다.”
상당히 센 조항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이 정도로 했는데, 넌 뭘 걸겠느냐?”
난 잠시 고민한 끝에 계약서에 조항을 적어 넣었다.
사울은 그 조항을 보더니 멍하니 중얼거렸다.
“……진정 미쳤구나. 네가.”
내가 적은 조항은 이러했다.
[섬에 머무르는 한 달의 기간 안에 사울 행스턴의 비전 마법을 전수받아 구사할 수 있을 것.]“정말 한 달 안에…… 가능하다고?”
“해봐야죠.”
비전 마법은 일반적인 논체인, 체인급 마법과 조금 다르다.
체인급 마법에는 체인별로 요구하는 재배열 수준이 달라진다.
1체인의 경우 단순히 직선 몇 개를 긋는 수준의 재배열이며 2체인은 격자무늬를 그리는 수준이고, 그 이상은 그보다 더 복잡해지는 것.
하지만 비전 마법은 그게 조금 다르다.
독자적인 재배열을 통해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낸 셈이니까.
물론 복잡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무척이나 단순한 배열만으로도 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력의 질과 순환의 속도.
난 이 제국에 유례없던, 심지어 사울 행스턴조차 지니지 못한 고대 마력을 지닌 유일한 사람.
“실패 시, 얼마나 걸리든 당신의 비전 마법을 전수받을 때까지 섬에서 나가지 않겠습니다.”
“……그 말 진짜냐?”
“계약서에도 적었잖습니까.”
“좋다.”
사울은 그제야 만족하며 마음을 놓는 것 같았다.
“돌아가는 대로 비전 마법에 대한 자료를 간단하게 보내주마. 미리 익혀두고 있거라. 계약을 했으니, 유출할 일도 없겠지.”
심지어 만면에 미소를 띠기까지.
그러면서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네 마력,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냐? 제자 안 한다는 소리에 정신이 나가서 아까부터 못 물어봤는데.”
“비밀이 좀 있죠. 당신 비전 마법처럼.”
“……이 지경이 돼서 궁금한 게 또 생길 줄이야. 정말 숨길 거냐? 이제 스승과 제자가 되었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사실 내 품에 숨어 있는 카르나스를 포함하면 나에게 궁금한 게 무척 많을 텐데.
이런 가운데 어니스트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저…… 사울 행스턴 님?”
“왜 그러느냐. 예의 바르고 경우 있는 아이야.”
사울은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날 힐끗 바라보고 저렇게 대답했다.
“혹시요, 데인이 갈 때 저희도 따라가도 될까요? 폐가 안 된다면…….”
“그야 물론이지. 친구들 다들 오면 된단다. 입이 무거운 녀석들이라면.”
“정말요? 감사합니다!”
어니스트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근데 괜찮겠느냐? 볼 게 없을 텐데. 중앙에 산이 하나 있긴 한데, 별 볼 일 없을 텐데.”
“상관없어요. 수련하면 되거든요. 그보다 그 산이 더 중요해요. 아버지는 다녀오셨는데, 저는 못 다녀와서.”
“신기하지만 여전히 이 녀석보다는 예의 바르구나.”
난 그러거나 말거나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이번 동부행에서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얻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전설적인 마법사, 사울 행스턴을 만난 데다…….
그의 비전 마법을 전수받을 기회까지.
물론 한 달 안이지만, 그건 걱정 없다.
자신 있거든.
무척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