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1988 RAW novel - Chapter 69
제69화 뉴욕에서 정적을 만나다 (3)
박수진이 외출하면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하여 팬이라고 하면서 접근하여 인사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윤현식 상무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박수진이 일체 외출을 하지 않았기에 만나려고 해도 만날 수가 없었다.
탐정 칸트로 하여금 스페이스 타워 앞에 대기시켜놓고 박수진이 외출하면 알려주기로 했었다.
대신에 윤현식 상무와 김 대리는 렌트한 포츠 사의 은색 세단 타르몬을 타고 뉴욕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관광을 했다.
언제든 탐정 칸트의 연락이 오면 바로 달려갈 수 있게 마음의 준비는 해놓았지만 모든 것이 허사였다.
박수진이 외출하지 않으니 만나려고 해도 만날 수가 없었다.
“젠장, 되는 일이 없어.”
“갑자기 외출을 일체 하지 않다니 뭔가 좀 이상합니다.”
“으음, 듣고 보니 정말 이상하군. 무슨 일이 있나?”
윤현식 상무와 김 대리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때 박수진이 경호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검은색 벤츠 3대가 줄지어 대기했는데 차 트렁크에 여행용 하드 케이스 가방 7개를 나누어 넣었다.
그것을 탐정 칸트가 보고는 재빨리 핸드폰으로 김 대리에게 전화해서 알려주었다.
“뭐,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스페이스 타워로 달려가겠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잘 지켜보세요.”
-알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맨해튼의 소호거리에서 쇼핑을 하던 중이었는데 중지하고 스페이스 타워를 향해 달려갔다.
이때에는 출발 준비를 마쳤기에 박수진은 동수와 함께 검은색 벤츠에 타고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탐정 칸트가 지켜보다가 김 대리에게 연락했다.
박수진이 동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뉴욕이 정들었는데 귀국하려고 하니 아쉬워요.”
“그럴 거야. 하지만 앞으로는 자주 뉴욕을 왕래하면 돼.”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아쉬워요.”
“3개월 정도 후에 내가 귀국할 테니 그동안 잘 지내고 있어.”
“알았어요. 자기와 연말과 새해를 함께 보내지 못하니 그것도 아쉬워요.”
“나도 그건 정말 아쉬워. 그래도 이곳 뉴욕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어서 어쩔 수가 없어.”
“그래서 자기를 이해는 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경호원들이 먼저 벤츠에서 내리더니 주위를 한차례 살펴보고는 차문을 열어주었다.
차 트렁크도 열어서 여행용 하드 케이스 가방 7개를 꺼내었다.
박수진이 뉴욕에 왔을 때에는 2개였는데 귀국할 때에는 7개로 늘어난 이유는 그만큼 쇼핑을 많이 해서 선물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퍼스트 클래스 석으로 예약을 해놓았기에 귀국하는 데 편할 거였다.
예약해 놓은 비행기 표를 먼저 발급받았지만 출국장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아직 출발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기에 좀 더 동수가 같이 있고 싶어서였다.
다만 여행용 하드 케이스 가방 7개는 수화물로 먼저 보내었다.
탐정 칸트의 도움으로 윤현식 상무와 김 대리는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만나려고 기회를 노려도 외출을 하지 않더니 갑자기 공항에 도착한 것을 보니 귀국하려는 모양이었다.
전혀 예측을 하지 못하였기에 살짝 당황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귀국 전에 박수진을 만나보려는 생각으로 공항으로 달려온 거였다.
“흐흐흐, 저기에 있군.”
“상무님, 드디어 박수진씨를 만나는군요.”
“그래. 나의 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매력을 가진 미녀지.”
다른 미녀들은 윤현식 상무가 손을 내밀기만 해도 손쉽게 정복했었다.
그렇지만 박수진은 이상하게 자꾸만 일이 꼬이고 빗나가서 만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하지 못하고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한기가 동수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윤현식 상무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으음, 역시 집착이 대단한 자야.”
아쉽지만 박수진을 만나게 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좀 더 박수진과 같이 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출국장으로 들여보내야 할 거 같았다.
“자기, 무슨 일이에요?”
“으음, 태양전자의 윤현식 상무가 다가오고 있어.”
“예? 또 미행한 건가요?”
“그런 모양이야. 아쉽지만 먼저 출국장으로 들어가.”
“알겠어요.”
박수진이 동수를 바라보다가 뒤돌아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윤현식 상무는 불과 30미터의 거리를 남겨두고 박수진을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먼저 출국장으로 박수진이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윤현식 상무가 귀국한다면 박수진을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당장 출국을 하지 못하기에 만남이 불발되었다.
윤현식 상무가 출국장으로 다가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주먹을 쥐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런 젠장!”
박수진을 만나 인사라도 나누려고 했었는데 그것까지 어긋나자 동수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동수는 무심한 눈빛으로 경호원들과 함께 다가오더니 윤현식 상무를 지나쳤다.
그때, 윤현식 상무가 말했다.
“김동수 사장님이시죠?”
“누구시죠?”
동수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윤현식 상무를 쳐다보았다.
동수는 윤현식 상무를 전생부터 잘 알고 있었다.
윤현식 상무는 박수진을 TV에서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접근하려고 하다가 계속 실패했다.
다만 은하수 기획사 사장인 동수의 뒷조사를 하였기에 기본적인 것들은 알고 있었다.
동수는 내심을 숨기면서 윤현식 상무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고 했다.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반갑습니다. 태양전자의 상무를 맡고 있는 윤현식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시죠?”
“박수진씨를 태양전자의 광고 모델로 하려고 하다 보니 은하수 기획사를 약간 조사했었습니다.”
“아, 이제야 생각이 나는군요. 광고 제의가 들어왔다는 보고는 받았습니다만 박수진씨의 이미지와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태양전자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니 이상하군요.”
“이미 은하수 스크린과 은하수 유통의 전속 모델이라서 말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겹치지 않으면 얼마든지 태양전자의 광고에도 출연할 수 있었을 텐데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너무 많은 광고에 한꺼번에 출연하면 소비자들이 싫증날 수도 있어서 거절했습니다.”
“흐음, 그랬었군요.”
윤현식 상무는 동수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신을 경계하고 멀리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는 없는데 이상했다.
태양전자의 윤현식 상무는 재벌 3세이기에 친해놓으면 유리하지 불리한 점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를 하고 멀리하려고 한다는 것이 이상한 거였다.
윤현식 상무와 곁에서 듣고만 있던 김 대리까지 동수의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동수는 윤현식 상무가 사랑의 정적이기에 거리를 두려는 것은 당연했다.
다만 윤현식 상무와 김 대리의 입장에서는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였다.
서로 첫 대면이었지만 상대방에 대하여 많은 것들을 느끼고 알게 되었다.
‘으음, 김동수 사장 때문에 더 박수진을 만나기 어려웠던 거였어.’
박수진이 소속되어 있는 은하수 기획사의 사장이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접근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막을 수 있었다.
김 사장이 윤현식 상무 자신의 뒷조사도 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렇기에 태양전자의 광고 계약을 거부한 것으로 보였다.
이제까지 윤현식 상무가 많은 시도를 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도 따지고 보면 뒤에 김 사장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었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많은 것들을 파악했기에 김 대리와 함께 공항을 걸어 나갔다.
동수는 입가에 미소를 보이면서 중얼거렸다.
“후후후, 아무리 까불어봐라 나의 상대는 아니다.”
갤럭시 투자회사 사장실.
소파에 앉은 동수가 머그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갤럭시 시큐리티가 자본금 1억 달러에 설립되었다.
사무실은 갤럭시 빌딩에 임대기간이 끝나서 나간 비어 있는 곳으로 했다.
5층에 4분의 1정도로 제법 넓은 공간이라서 사무실을 갖추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임대기간이 끝나 나가는 곳이 생기면 갤럭시 시큐리티가 확장하듯이 사용하게 될 예정이다.
어쨌든 지금의 넓은 공간만으로도 갤럭시 시큐리티 사무실로 사용하는 것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필요한 사무직원들은 경력자들로 10명을 영입하고 50명 정도를 신입사원으로 모집하기로 했다.
동수는 추천받은 인물들의 이력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있었다.
시아이에이 출신이거나 에프비아이, 군 특수부대, 경호원 출신을 우선 영입대상자로 생각했는데 제법 유능해 보이는 인물들이 있었다.
이력서에 붙은 사진들을 보면서 대충 이미지는 알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면접은 필수였다.
1차로 이렇게 서류심사로 분류하고 통과한 자들만 면접을 볼 거였다.
갤럭시 시큐리티는 경비와 보안, 경호업무를 전담할 회사이다.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하기에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는 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읽어보던 서류들을 티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차 서류심사에 통과하였다.
“11명이 탈락하고 117명이 서류심사를 통과했군. 예상보다 뛰어난 인물들이 많아서 다행이었어.”
동수가 결재서류 판 두 개에 탈락자와 통과자를 각각 담았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는 여비서 캐서린을 사장실로 불렀다.
여비서 캐서린이 사장실로 들어오자 결재서류 판 두 개를 주면서 말했다.
“통과자들에게 연락하여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해주세요.”
“예, 사장님.”
여비서 캐서린이 결재서류 판 두 개를 들고 사장실을 나갔다.
동수는 머그잔을 들어 커피를 느긋하게 마셨다.
갤럭시 시큐리티의 자본금 1억 달러 중에 일부라 할 수 있는 수백만 달러를 사용하였기에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그대로 두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에 5천만 달러를 어제 나스닥에 투자했다.
동수는 전생에서 판타지 소설에 빠져 자신도 회귀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고 나름 준비를 했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미국 나스닥에 관한 정보였다.
1950년부터 2032년까지의 모든 나스닥에 관한 종목들 내역을 검색하여 암기했었다.
그런다고 다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신기하게도 회귀를 하였더니 그 방대한 자료들이 전부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치 머릿속에 각인이 된 거처럼 잊지 않고 다 기억났다.
물론 2030년대에는 머리에 좋은 약과 특히 기억력에 탁월한 작용을 하는 약까지 개발이 되어 보급이 되기는 했었다.
그 당시에 동수는 늙어서 암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머리에 좋은 약과 기억력에 탁월한 작용을 하는 약을 구입하여 복용해 가면서까지 방대한 양을 암기했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어쨌든 그 덕분에 회귀를 해서 머릿속에 암기했었던 방대한 양의 정보들이 다 기억나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나스닥의 정보들로 인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거였다.
갤럭시 시큐리티의 5천만 달러도 나스닥에 투자를 하였으니 조만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였다.
동수가 어제 오후에 경호실장을 맡고 있는 한기에게 전화하여 3개월 정도 후에 귀국하면 은하수 시큐리티를 설립할 거라고 했다.
사무직원들을 모집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경비와 보안, 경호업무를 전담할 능력 있는 인물들이 대거 필요하다고 하면서 알아보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은하수 투자회사의 한 부서, 즉 경호실을 만들어 운용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은하수 시큐리티를 설립하여 독립적으로 운용을 하게 될 거였다.
“이제 갤럭시 시큐리티의 유능한 인물들을 면접을 통하여 영입하면 되고, 다음은 검은 수요일에 대한 준비 작업을 마쳐야 해.”
검은 수요일은 1992년 9월 16일을 말한다.
지금은 1991년 12월 2일이기에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박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아야 했다.
검은 수요일 같은 큰 사건이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불행과 재앙이겠지만 동수에게는 엄청난 기회였다.
“기회를 잘 살려서 대박을 터뜨려 큰 수익을 올리고 나중에 기회를 봐서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줘야겠어.”
동수는 자신의 재력 일부를 어려운 사람들이나 복지에 기부를 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머그잔의 커피를 다 마시고 티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창가로 가서 내려다보았다.
혼자만의 사색에 빠지는 것이 좋았다.
박수진은 한국에 잘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었다.
태양전자의 윤현식 상무와 김 대리는 이틀 후에 귀국했다는 것도 알았다.
귀국한 박수진이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여 에델바이스 오피스텔을 새로운 거처로 삼아서 안전하게 잘 지냈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