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Life After Retirement RAW novel - Chapter 331
331화 (외전) 회귀자의 야심 찬 계획
“아무 데나 편하게 앉으세요.”
“아, 감사합니다.”
가게 안이 텅텅 비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소신한은 굳이 가장 구석진 자리로 가서 앉았다.
‘엄청 불편해 보이네.’
그 한 장면에서 상대의 성격을 대충 파악한 대인은 피식 웃었다.
피로에 찌든 얼굴을 한 직장인, 한쪽 다리를 절고, 개성을 지닌 능력자라···.
임식당에 오는 사람 중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드물지만, 이 남자도 사연이 꽤나 기구해 보였다.
“저녁 안 먹었다고 했죠? 잠깐 기다려요. 간단한 거라도 만들어 올 테니까.”
“괜찮습니다. 장사도 끝나셨는데 저 때문에 괜히···.”
“금방 되니까 기다려요.”
대인이 주방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자, 그제야 소신한은 긴장을 풀고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다.
바깥에서 본 대로 식당 안은 그리 넓지 않았다.
4개의 원형 테이블이 있고, 5명 정도가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바(Bar) 형태의 테이블이 주방과 연결돼 있었다.
‘가정집처럼 아늑한 느낌이네.’
인테리어에도 은근히 신경을 쓴 듯, 전체적으로 하얀 내부에 알록달록한 소품들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애들도 좋아하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대인이 양손에 접시를 하나씩 들고 나타났다.
“제일 자신 있는 메뉴니까. 한번 먹어 봐요.”
“감사합··· 음?”
걸쭉해 보이는 녹색 수프와 그 위에 둥둥 떠 있는 ‘무언가의 눈알이 확실한’ 건더기를 본 순간, 소신한은 자기도 모르게 식당 주인을 올려보며 눈빛으로 물었다.
‘이거 정말 먹어도 괜찮은 건가요?’
“보기엔 좀 위화감이 있어도 꽤 맛있는데.”
소신한은 뒤늦게 자신의 눈빛이 상대에게 실례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숙었다.
“죄, 죄송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는 스푼으로 수프를 가득 퍼서 입안에 넣었다.
그 순간, 그동안 안다고 믿었던 모든 맛의 기준이 바뀌었다.
“!!”
쿠르릉- 콰콰쾅!!
입안에서 천지가 개벽하는 것 같은 충격이 연달아 휘몰아쳤다.
‘이건···. 새로운 고문 수법 중 하나일까?’
“어때요?”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습니다만.
다행히도 소신한은 그럭저럭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어서-그리고 감히 초인 요리사에게 맛없다고 솔직하게 말할 배짱이 없어서- 어떻게든 수프를 삼킬 수 있었다.
꿀꺽.
“마, 맛있네요. 어디에서도 먹어 본 적 없는 아주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맛이라고 할까···.”
그 순간 식당 주인의 입꼬리가 불길하게 올라갔다.
“입맛에 맞으시다니 다행이네. 가끔 이 정도도 못 드시는 까다로운 손님들도 있거든.”
‘이 정도? 가끔? 까다로워?’
소신한은 떠오르는 의문들을 억누르며 필사적으로 표정관리를 했다.
“그럼 이것도 드셔 보세요. 원래 아무나 안 드리는 건데.”
“괘, 괜찮···!”
탕!
테이블에 또 다른 접시를 내려놓는 소리가 총성처럼 들렸다.
소신한은 자기도 모르게, 눈앞에 놓인 요리에 이름을 짓고 말았다.
“뒤틀린 황천의 기생촉수 튀김···.”
“뭐라고요?”
“저,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소신한은 까맣게 탄 ‘어떤 생물의 다리였을 것이 분명한’ 튀김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리고 잠시 기억을 잃었다.
“···아!”
“그렇게 맛있어요? 이런 반응은 또 처음이라 신선하네.”
그렇게 힘겨운 식사를 이어가던 중, 소신한은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청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제가 아직 생명의 은인이신 초인님의 성함을 몰라서 그러는데···.”
아침에 건네받은 명함에는 식당 이름과 주소만 적혀 있을 뿐, 상대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아침에도 말했지만 저 초인 아니에요. 은퇴한 지 좀 됐습니다.”
“은퇴···. 그러시군요. 그럼 지금은 식당 사장님이시네요.”
“사장님이라···. 제가 이런저런 호칭으로 많이 불려봤는데. 최근 들어본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드네요.”
씩 웃은 청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첫 통성명이었다.
“반가워요. 임대인입니다.”
“아, 저는 소신한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 이, 임대인이요?!”
한순간 놀라서 눈을 부릅뜬 소신한은, 이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임대인···. 그분하고 이름이 같으시네요! 임대인 님이 제 우상이시거든요!”
“크흠. 우상이라.”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임대인.
소신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분하고 닮으신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런 말 종종 들어요. 저희가 본가가 같기도 하고.”
“우와! 임씨 집안이 정말 비범한 모양입니다. 훌륭하신 초인을 두 분이나 배출하고···.”
“크흠흠!”
우주를 구한 대영웅 임대인을 칭찬하는 이야기에, 식당 주인 임대인의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갔다.
‘같은 집안 사람이라 그런지 자부심이 되게 크신가 보다.’
그것이 소신한이 생각할 수 있는 한계였다.
감히 상상할 수나 있겠는가?
죽었다고 알려진 영웅이 이런 곳에서 식당이나 하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거참 말씀 기분 좋게 잘하시네.”
기분이 좋아진 대인은 웃으며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왔다.
“이것도 인연인데. 술 한잔 할래요?”
“아, 네. 그럼 조금만···.”
밤이 점점 깊어지고,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 오가며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도 점점 편해졌다.
*
*
*
···너무 편해진 모양이다.
“싸장님! 저 아까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 순간 사장님이 딱! 안 나타나셨으면 저 진짜 꼼짝없이 이승 하직할 뻔했습니다!”
“낄낄. 내가 원래 좀. 예전부터 등장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혔거든요.”
“크! 타고난 주인공 체질이시네요! 한 잔 더 받으세요!”
“낄낄낄!”
불콰하게 취한 소신한은 대인에게 연신 술을 권했고, 대인은 그걸 또 좋다고 넙죽넙죽 받아 마셨다.
평소에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소신한.
그는 술에 취하면 주절주절 말이 많아지는 스타일이었다.
“사실 저도요···. 한때는 초인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제 우상인 임대인 님처럼 위대한 초인이 되고 싶었어요. 헤헤.”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옛꿈을 고백하는 남자에게, 대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변신 능력은 꽤 좋은 특성이죠. 아직 도전해 봐도 될 것 같은데?”
그 순간 소신한은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왼쪽 다리를 내려 봤다.
“이놈이 고장 나서요.”
한쪽 다리를 절뚝이는 초인.
근접 전투계 능력자에게는 치명적인 핸디캡이다.
그러나 대인은 조금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 기술이 좋아져서 마음만 먹으면 고칠 수 있을 텐데요?”
포션 기술이 지구로 넘어오기 전에 생긴 부상이라고 해도,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의료기술이라면 수술과 신성력, 포션 치료를 병행하면 완치할 수 있었다.
물론 누구나 그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완치하려면 3억쯤 든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맥없이 웃은 소신한은 고개를 숙였다. 손안에 든 술잔, 그 안에 든 액체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차피 저 같은 겁쟁이한테는 지금 하는 일이 딱 어울려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죠. 오늘 아침에도 주제도 모르고 까불다가 죽을 뻔했고, 직장에서도 잘릴 뻔했는데요···.”
대인은 뻔한 위로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그저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
그 눈빛이 자신의 모든 것을 꿰뚫는 것 같아서, 소신한은 움찔 몸을 떨었다.
순간 술이 확 깨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우중충한 얘기를 꺼내서···. 취했나 봅니다.”
곧 평소 표정으로 돌아온 대인이 피식 웃었다.
“술이야 취하려고 먹는 건데요.”
“시간도 많이 늦었네요. 그럼 전 슬슬···.”
소신한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드르륵!
주방 안쪽에 있는 문이 열리고, 노란색 파자마 차림의 소녀가 하품을 하며 졸린 눈으로 걸어왔다.
“아저씨 안 자? 나 이거 어려워서 못 풀겠···. 어? 아까 아침에 봤던 멍멍이다!”
한 손에는 문제집을, 한 손에 연필을 든 소녀가 소신한을 발견하더니 그들이 있는 테이블로 쪼르르 달려왔다.
‘몇 번을 봐도 정말 인형처럼 귀여운 애네.’
소신한 앞에 도착한 소녀가 양손을 배 앞에 공손히 모으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전 릴리예요.”
“안녕. 난 소신한이야. 삼촌···. 아니 아저씨라고 불러도 돼.”
릴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럼 소아저씨?”
“하하하.”
어찌나 붙임성이 좋은지, 릴리는 어느새 테이블의 빈 의자에 앉아 소신한을 빤히 올려봤다.
“멍멍이로 변신하는 거 다시 보여주세요!”
···붙임성이 좀 과하게 좋은 것 같다.
“어? 그게 여기서는 좀···.”
대인이 끼어들어 잔소리를 했다.
“꼬맹이. 손님이 불편해하니까 들어가서 공부나 더 해. 너 입학시험도 얼마 안 남았잖아.”
대인의 잔소리에 릴리가 불만스레 눈썹을 일자로 모으고 입술을 삐죽였다.
“수학 너무 어렵단 말이야.”
릴리는 들고 온 「초등수학」 문제집을 대인에게 내밀었다. 문제집 대부분에 빗금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이거랑 이거랑 이것도 다 모르겠어.”
대인은 릴리가 손가락으로 짚은 문제를 힐끗 보더니···.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목소리는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잘 들어 꼬맹이. 이런 건 혼자 깨달아가면서 풀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는 거야.”
‘그냥 풀 줄 모르는 것 같은데···.’
소신한은 합리적인 의심을 속으로 삼키며 남은 술잔을 홀짝였다.
그러자 릴리가 이번에는 소신한에게 문제집을 보여주며 물었다.
“소아저씨는 이거 풀 줄 알아요?”
결국 나는 소아저씨로 확정된 거니?
“음? 아 이건···. 이런 식으로 풀면 쉬워.”
소신한이 어렵지 않게 수학 문제 푸는 방법을 알려주자, 릴리가 “와아!” 하고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대인은 그 모습이 못마땅한지 혀를 쯧쯧 차며 작게 중얼거렸다.
“쳇. 이과 나왔다고 잘난 척은···.”
저기요? 이거 초등수학인데요?
“소아저씨 엄청 똑똑하다! 우리 아저씨는 이런 거 하나도 못 푸는데.”
“뭐? 못 풀긴 왜 못 풀어. 너 스스로 하라고 안 푼 거거든?”
릴리는 흥, 하고 코웃음을 날렸다.
“아저씨는 음식값 계산도 만날 틀려서 손님들이 맨날 더 내고 가잖아. 이러다 가게 망하겠다면서.”
큼큼, 헛기침을 한 대인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건 내가 인심이 후해서 서비스를 많이 주는 거고.”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릴리는 베에- 하고 혀를 내밀었다.
“아저씨는 수학 바보래요!”
···빠직.
대인이 손을 뻗어 릴리의 머리를 확 휘어 감았다.
“이게 꼬맹이 주제에 어른의 지성을 의심해? 그것도 똑똑한 꼬맹이도 아니고 네가?!”
“아앗! 이거 놔!”
헤드락을 건 대인이 릴리의 정수리를 꽁꽁꽁 쥐어박았다. 그러자 릴리도 지지 않고 대인의 팔뚝을 있는 이빨로 앙! 하고 물었다.
“어쭈? 놔! 이거 안 놔?”
“아저시가 머저 나!(아저씨가 먼저 놔!)”
톰과 제리처럼 둘이 아웅다웅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소신한이 갑자기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흐···. 푸하하하!”
그가 미친놈처럼 웃어대자, 대인도 릴리도 투닥대던 것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푸하···. 아 죄송합니다. 두 사람이 너무 즐거워 보여서요.”
얼마나 웃었는지, 소신한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퍼스트 게이트 때 가족을 다 잃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껴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 너무 행복해 보여서 그만 웃어버렸네요.”
집처럼 아늑한 이 공간의 분위기.
이곳에서 술잔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소신한은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들이 조금은 녹아내린 기분이 들었다.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저같이 별 볼 일 없는 사람하고 술 상대도 해주시고, 재미없는 이야기도 들어주셔서요.”
소신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인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드워프의 말처럼 맛은 더럽게 없지만, 이 식당에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정말 더럽게 맛없는 식당이지만, 앞으로 단골이 될 것 같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괜찮겠어요? 많이 취한 것 같은데.”
“하하. 이 정도는 충분히···. 어?”
비틀.
소신한은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비틀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한바탕 웃느라 긴장이 탁 풀리면서 술기운이 확 올라왔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대인이 낄낄 웃었다.
“남는 방 많으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요.”
“아닙니다. 더 이상 폐를 끼칠 수는···.”
풀썩.
테이블 위에 엎어진 소신한은 그대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쿠울···.”
“꼬맹이. 가서 손님방에 이불 좀 펴 놔.”
“응!”
릴리가 먼저 손님 방으로 달려가고, 대인이 소신한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을 때였다.
-지이이잉!
식당 한가운데 게이트가 열리고, 사자의 갈기 같은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우람한 근육질의 청년이 그 안에서 걸어 나왔다.
“클클. 제자야. 스승님께서 오셨느니라.”
임식당의 정식 영업시간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가장 자주 오는 단골 중 한 명.
세상은 그를 천마대제(天魔大帝)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응? 그건 뭐 하는 놈이냐? 쯧쯧. 술이 떡이 돼서는···.”
천무극은 대인이 어깨에 둘러멘 소신한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대인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알게 된 친구예요. 처지가 옛날 저랑 좀 비슷하더라고요.”
퍼스트 게이트로 가족을 모두 잃고, 그 후 각성을 했지만 고질적인 부상 때문에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초인.
‘회귀 전의 나도 그랬지.’
그럼에도 하루하루 꾸역꾸역 버티며 살아가는 삶.
찾아보면 그런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느냐마는, 그중에서도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은 특별한 인연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대인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천무극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그 녀석을 제자로라도 거둘 생각이냐? 근골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이긴 한다만···.”
“에이. 무슨 제자예요. 귀찮게시리.”
“허면 어찌하려고?”
대인은 소신한을 손님방에 눕히고 몸을 살폈다.
다친 다리를 고치는 것쯤이야 대인에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없는 다리를 만들어내는 것 정도라면 모를까.
“일단 다리부터 고치고···.”
그보다 문제는 오랜 야근과 불규칙한 식사, 부족한 수면으로 망가진 몸이었다.
이건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인이 꽤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은 거 먹여서 몸부터 만들고, 운동도 좀 시켜야겠네요.”
“호오. 그다음엔?”
천무극은 호기심이 동한다는 듯 그다음 말을 재촉했다.
대인은 제자로 삼을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딱 제자로 삼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다음엔 당연히 일을 시켜야죠.”
“···일?”
대인의 입에서는 천무극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안 그래도 요즘 장사가 잘돼서 직원을 한 명 더 뽑을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뭐라···?”
대체 저 썩을 놈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란 말인가!
“지금 기세면 슬슬 사업을 확장해서 다른 세계에 체인점을 늘리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제자야. 한순간의 실수로 차원 간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명심하거라···.”
천무극은 진심으로 충고했으나, 그의 제자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나중엔 우주에 100개가 넘는 체인점을 갖는 거죠!”
“···난 이만 가보마.”
“네? 왜 벌써 가세요? 새로 개발한 요리가 있는데 그거라도 좀 드시고···. 스승님? 스승님!”
천무극은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게이트를 열고 사라졌다.
그리고 며칠 후, 임식당에 새로운 직원이 한 명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