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habilitating the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3
악녀에게는 매가 필요하다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이냐?”
제스펜 공작이 나와 샤엘을 보며 물었다. 공작은 무척이나 놀라있었다.
하긴, 샤엘과 만날 때면, 항상 샤엘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으니까.
“샤엘에게 마법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괜찮겠지요?”
“샤엘이 마법을? 저 말이 사실이더냐, 샤엘?”
쉽사리 믿지 않는 제스펜 공작. 당연하다. 여태껏 마법을 거부하며 배우지 않은 샤엘이었다.
샤엘이 마법을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 공작은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마법을 배운다니?
“네, 맞아요.”
제스펜 공작은 샤엘의 답을 듣고는 활짝 웃었다. 아마, 샤엘이 내게 워낙 푹 빠져서 마법까지 배우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상한 알약으로 인해 벌어진 어제의 일 덕분이었다.
물론 샤엘 역시 이를 예상하고는 얼굴을 구겼지만. 어찌 되었건 내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자업자득인 일 아니던가? 이상한 약을 도대체 왜 먹었단 말인가.
제스펜 공작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내일이면 샤엘과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그 소문은 더욱 견고하게 굳어있지 않을까.
샤엘 역시 이를 예상한 것인지, 이마를 좁히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 더 걸으니, 아즈벨가의 마법 수련장에 도착한다. 가문의 마법사들이 수련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자 시선이 모인다.
나와 샤엘을 보며 수군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떠한 소문이 퍼졌을지는 예상해볼 수 있었다.
보나 마나, 샤엘이 드디어 내게 함락되었다는 소문이었다. 이제는 시녀들뿐만 아니라 가문의 마법사들에게도 소문이 퍼진 것이다.
악녀, 샤엘은 이들을 노려봄으로써 응징했다.
“이걸 보시지요.”
샤엘에게 종이 한 장을 내민다. 간단한 마법진이 그려져있는 종이였다. 샤엘이 사용할 마법이었다.
“뭐, 어떡하라고요.”
“머릿속에 생각하면서 마법을 사용해 보시지요.”
“⋯.”
반항하듯이 나를 째려보는 악녀.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행동은 하나뿐이었다.
-‘네, 좋아해요.’
-‘죽도록, 사랑해요.’
뱀의 구슬에서 난 소리였다. 그녀는 짜증 난다는 듯이 구슬을 쳐다보았다. 물론, 반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
샤엘은 이를 악물며 마법진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눈을 감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사용했는데요. 뭐가 달라진 거죠?”
“불과 관련된 마법을 쓰기 전에 사용해야 하는 화상을 막는 마법입니다.”
이번에도 아까랑 비슷한 수준의 마법진이 담긴 종이를 샤엘에게 주었다.
종이를 받은 샤엘이 곧바로 마법을 사용해낸다.
화르륵ㅡ
작은 불꽃이 샤엘의 손에 피어오른다. 샤엘은 더운 것이 싫은 건지 제 손을 멀리하고는 말했다.
“⋯이제 됐죠?”
물론,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확실히 샤엘은 마법에 재능이 있었다. 마법 명가인 아즈벨가의 핏줄이기도 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갑작스레 소설 속으로 빙의한 나조차도,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강해졌었다. 그것이 검술 명가인 바슬렛가의 피가 흐르는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마법을 싫어하고 거부했더라도, 보면서 자랐을 샤엘이라면 엄청나게 빠른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뭐 하십니까?”
“⋯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말과는 달리, 샤엘은 은근슬쩍 내게 불꽃을 향하고 있었다.
마법의 방향 설정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몸소 터득한 것이다.
“그것 가지고 제가 다치겠습니까?”
화르르륵ㅡ
샤엘의 손에 핀 작은 불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불꽃이 내 손에 맺혔다. 그러자 샤엘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보잘것없는 불꽃이군요.”
“⋯.”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칭찬을 가까이 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악녀에게는 아니었다.
악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질책을 가깝게 두어야만 한다.
“그것이 정녕 당신의 최선입니까?”
역시, 내가 샤엘을 도발하자마자 그녀는 제 손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화르륵ㅡ
그녀의 손에 핀 불꽃이 차츰 커졌다. 놀라운 솜씨였다. 마법 명가가 괜히 마법 명가인 것은 아니었다.
마법에도 꽤 재능이 있었던 나조차도 몇 주 걸렸던 것을 그녀는 고작 하루 만에 해냈다.
그러나 그녀는 만족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악녀는 언제나 나를 기준으로 맞추었다.
“그 정도면 됐습니다. 이제 그만하시지요.”
“더 할 수 있는데요.”
“저도 몇 주는 걸렸던 것이니, 충분합니다.”
그 말에도 악녀는 불을 꺼뜨리지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의 나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이기는 것이니까.
“그렇게 빨리 큰 불을 피우고 싶으십니까?”
“어차피 배워야할 거라면, 빨리 배우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확실한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빠르게 마법 실력을 늘리는 방법? 간단하다면 간단하다.
화르르르륵ㅡ
내 손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소리였다.
“많이 맞아보시면 됩니다.”
“⋯아.”
“아즈벨가의 자제라면, 당연히 아시는 사실일 텐데요.”
마법을 빠르게 습득하는 것. 그중에서도 특히 불과 관련된 마법을 빠르게 습득하는 것은 간단했다.
많이 당해보면 되는 것이다.
그녀는 땀을 흘리며 내 손에 핀 불꽃을 쳐다보았다.
“⋯그건, 조금⋯ 아닌 것 같아요.”
“왜 그러십니까? 다치시더라도 치유 마법을 써드릴 수 있습니다.”
“⋯.”
침묵하는 악녀. 물론 농담이었다.
빠르게 마법을 배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녀에게 불을 지졌다가는 제스펜 공작이 나를 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농담이었습니다.”
“농담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제가 아니라면 아닌 겁니다.”
그녀는 더 따질 수 없었다. 내가 품에 가지고 있는 구슬을 부각시켰기 때문이었다.
이 구슬, 평생 써먹을 수 있겠는데?
샤엘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손은 붉어져있었다. 기초적인 화상 예방 마법을 써놓고는, 너무 강한 불꽃을 낸 것이 그 이유였다.
“손, 이리 보여주시지요.”
“⋯싫거든요.”
“죽도록 좋아하는 약혼자에게 부끄러움을 느끼시고 계신 겁니까?”
“⋯.”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악녀. 앞으로 얼마나 이 눈빛을 느끼게 될지 모르겠다.
나는 그녀의 손에 치유 마법을 걸어주고는 말했다.
“이번에는 이걸 써보시지요.”
“⋯귀찮은데.”
물론 샤엘이 이를 거부하는 일은 없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땅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그 정도는 미세했다. 눈으로 유심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그것밖에 못하십니까?”
“⋯당신도 해보시던가요.”
쿵ㅡ
땅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솟아올랐다. 한 뼘 정도 높이로 보인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어떻습니까?”
“⋯저는 처음이고, 당신은 아니잖아요.”
“아닙니다. 저도 이 마법은 처음입니다.”
“⋯!”
그러자 놀라는 악녀였다. 아마, 내가 이 사람보다 마법에 재능이 없다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물론 샤엘도 처음치고는 대단한 재능이었다. 과연, 아즈벨가의 핏줄답다. 솔직히 그 누구라도 불가능할 속도의 시작이다.
그런데도 내가 그녀보다 확연한 차이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처음 써보는 마법이 아니거든.
바로 이 대지 계열 마법이 내가 제일 애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잘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악녀는 감쪽같이 속아, 이 악물고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는 것은 효과가 매우 컸다. 그녀의 앞에 있는 땅을 본다.
아까는 유심히 보아야 했다면, 이번에는 아니었다. 확연히 티가 날 정도로 땅은 솟아올라있었다.
그녀는 내가 사용한 마법과, 자신의 것을 비교해 보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마법이 내 마법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쿠우웅ㅡ
땅이 더욱 드높게 솟아올랐다. 내가 사용한 마법이었다.
“⋯진짜로, 처음 사용하시는 거라고요?”
“그렇습니다.”
“⋯.”
침묵하는 악녀. 그러나 악녀의 열정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녀를 압도해야만 한다.
쿠우우웅ㅡ
땅이 치솟았다. 이번에는 샤엘의 어깨에 올 정도의 높이였다.
“쉽군요.”
“⋯.”
악녀가 침묵한다. 그렇다면 어중간한 위로를 던져줄 차례였다.
“그래도 뭐,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재능이었습니다, 샤엘.”
“⋯.”
자기보다 잘한 사람한테 위로 받는 것. 어쩌면 샤엘에게는 그것이 채찍보다도 효과 있을 것이다.
아마, 이제부터 그녀는 매일매일을 대지 계열 마법에 열중할 것이다. 나를 이겨야만 하니까.
그러나 내 예상은 빗겨나갔다. 그녀는.. 괴팍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다.
“⋯검. 그렇다면 검술을 배울래요.”
“⋯예?”
“검술을 배우겠다고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굳이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마법을 놔두고는 검술을 배우겠다니.
“검술을 갑자기 왜 배웁니까? 마법에 엄청난 재능이 있는데.”
“아뇨, 저는 검술을 배워야겠어요.”
“이유가 뭡니까?”
내 질문에 그녀는 당당하게 답했다.
“검술을 배우는 것이, 당신을 괴롭힐 때 더욱 좋을 것 같네요.”
그런 살벌한 말을, 당사자의 앞에서 해도 되는 것인가? 그녀는 나를 괴롭힐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지, 실실 웃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나는 옆구리에 찬 검의 손잡이를 쓰다듬으면서 생각했다. 이 명검을 또다시 꺼낼 때가 온 것 같구나, 라고.
말 안 듣는 악녀에게는 매가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매운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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