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i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0
150편 – 친구
도사의 말에 장수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여벌의 수련복과 생활 용품들을 따로 구입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서 장수와 표길랑은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표길랑이 잔뜩 불만 섞인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내가 무당의 제자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마교의 무사에게 무당의 제자가 되라고 한 것이 애초부터 무리한 일이었구나.’ 장수는 오랜 시간 동안 유운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상가에서 십여 년 동안 지낸 것 덕분인지 무당에 대한 적대심이 많이 엷어진 것이다. 그러나 현역 마교 고수인 표길랑에게는 비록 표면적이라 할지라도 무당의 속가제자가 된다는 것은 영 내키지 않는 일인 듯 했다. “무당의 정식 제자가 아니라 속가제자입니다. 사실 무당의 속가제자는 도관인 무당파에서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증표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증표라고?” “그렇습니다. 무당파에 제자도 아닌 자들을 쉽게 들여보낼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만든 제도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 무당파와 연을 맺거나 기본적인 무술을 배우기 위해 속가제자가 되는 거지. 실제로 무당파에서도 속가제자를 진신제자와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가?” 장수가 그간 무당파의 속가제자로 직접 지내보면서 느낀 감상이었기에 표길랑으로서는 잘 알지 못하는 얘기였다. 그의 말을 들은 표길랑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럼 도사가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도사가 되는 일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막말로 누군지 신원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함부로 직전제자를 시켜 줄 리가 없지요.” “그럼 상관없지. 도사만 아니라면 문제없어.” 표길랑은 마치 스스로를 세뇌하듯이 여러 번 반복해서 말했다. 그 역시 아직 어색해서 그렇지 조금만 지나면 익숙해 질 것이다. “예. 이제 어쨌든 목표로 하셨던 저희 스승님께 가보셔야지요.” “그래. 그런데 속가제자가 되는 것이 이렇게 쉬울 줄은 생각도 못했네. 방비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닌가?” “정식제자도 아니고 속가제자입니다. 그리고 따로 안전장치도 마련해 둔 모양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런가? 하긴 고작 속가제자 뽑는데 그리 엄정한 심사를 할리도 없지.” 표길랑은 말을 하면서 주변 건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동안 적으로만 지내온 무당파에 들어오니 호기심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마교의 무사인 그가 공적인 임무 외에 적이라 할 수 있는 무당파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들어올 일은 거의 전무했다. 장수는 그런 표길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스승님을 뵈실 수 있습니다.” “그래?”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이미 이십여 년이 지난 일이었지만 번천장협은 장법을 익힌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목표가 되는 자였다. 더구나 장으로 화경에 오를 가능성을 가진 자로서 표길랑 역시 그와의 승부를 한번쯤은 꿈꾸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조금만 지나면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마음이 진정되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슬며시 표길랑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가 흥분한 것이 느껴졌다. ‘표길랑도 스승님을 만날 생각에 긴장되서 흥분한 모양이구나.’ 장법을 익힌 무인들의 우상인 번천장협을 만나는 것은 큰 영광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표길랑 역시 적이라는 것을 잊고 흥분부터 한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자 표길랑의 인상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무당파에서도 외곽으로 빠지는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아직도 다 오지 못했느냐?” “이제 조금만 가면 됩니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가야 된다는 것이냐?” “지금은 수련시간이 끝나서 스승님이 쉬시는 곳까지 직접 찾아가야 합니다.” “그래?” “예.” 외곽이라 근처에 도관도 없었고 군데군데 나무가 서있는 것이 황량하기까지 한 외지였다. 그런데도 더 들어가야 한다니 표길랑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장수의 말을 믿기로 한데다 초절정고수인 그는 언제든지 장수를 죽이고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를 좀 더 신용하기로 했다. “알겠다. 어서 가보자.” 그렇게 한참을 더 들어가자 두개의 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보자 표길랑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 설마 저곳에 사시느냐?” 말도 안 되는 일이였다. 천하의 번천장협이 문파 내에서 이런 외지에 있는 것도 믿을 수 없는 데 하물며 저렇게나 초라해 보이는 곳에 산다는 것은 더더욱 믿기지 않는 일이였다. “예. 그렇습니다.” 표길랑은 기가 차다는 듯이 멍하니 집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정말 믿을 수가 없구먼.” 표길랑이 먼저 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 뒤를 장수가 따랐다. 표길랑을 보면서 장수 역시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내 복수를 해주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것은 정말 고맙지만 만약 사부님에게 해가 가는 행동을 한다면 공격할 수밖에 없구나.’ 현재 표길랑은 장수의 실력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장수가 가진 내공 때문이었는데 전진심법과 선천기공은 현재의 상승무공이라 할 수 있는 내공심법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뛰어난 심법이었다. 더구나 현문의 심법이라는 특성상 장수의 무공에 대한 깊이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도 막강한 위력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초절정고수인 표길랑 역시 장수의 실력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때문에 기습을 한다면 아무리 초절정고수인 표길랑이라고 해도 장수의 일격을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길랑이 유운에게 해를 끼칠 경우였다. 표길랑은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에게는 전혀 손대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안내한 것이다. 만약 그런 성정이 아니었다면 이곳까지 데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장수와 만난 이후로 한 번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자기만의 고집을 피우지도 않았으며 속가제자가 되라는 다소 무리한 요구에도 순순히 따라주었던 것이다. 그런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표길랑이 유운에게 해를 끼칠 확률은 극히 적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표길랑은 급하게 집으로 들어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유운이 나타났다. “제자야 왔느냐? 아니 도우님은 누구십니까?” 유운은 기척을 느끼자마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외지에서 아무것도 볼게 없는 그를 찾아올 사람은 그의 제자인 장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장수 외에 다른 한사람이 더 있자 그는 깜짝 놀랐 것이다. 표길랑은 유운을 보자 급하게 물었다. “당신이 번천장협이 맞소이까?” 표길랑의 말에 유운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는 그렇게 불리웠을 때도 있었지요.” “대체 왜 이렇게 되신 겁니까?” 표길랑은 믿을 수 없었다. 장법으로 이름을 떨친 번천장협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유운은 표길랑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뭐가 말씀이십니까? 저는 예전에 헛된 명성에 휩쓸려 다닐 때보다 지금의 자신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오만했지만 지금은 하늘이 뭔지도 알겠고 땅이 무엇인지도 압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유운의 말에 표길랑은 잠시 생각을 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구나. 이자가 하늘도 부순다는 명호를 가진 번천장협이 맞단 말인가?’ 표길랑은 유운을 처음 보았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무위만 보더라도 번천장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약하기 짝이 없는 노인이었기에 무공을 시험해 볼 수도 없었다. 그때 표길랑의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깨달음은 변할 수 없는 것이야.’ 아무리 몸이 약해지고 늙더라도 단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깨달음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자가 정말 유운이라면 분명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는 깨달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만약 이자가 자신의 말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모든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