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 the talent Explosively RAW novel - Chapter 14
방출되고 재능폭발 14화
경기장으로 한 대의 버스가 들어오자 촬영팀이 분주해졌다.
“도착했네요.”
“잘 찍고 있죠? 이거 이번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예. 잘 찍고 있습니다.]“역시 선배도 신경 쓰이나 보네요.”
“당연하지. 이번 시즌 2를 일부러 미국 일정으로 잡은 이유가 저들 때문인데.”
“하긴, 트리플A팀이 한국방송에 나와 경기를 하는 건 최초의 일이죠.”
LA가디언즈 산하 트리플A팀인 마이어스 샤크스.
올 시즌 트리플A에서 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또한 명실상부 메이저리그 최고의 팜 중 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는 곳이다.
이런 곳과 경기를 잡을 수 있었던 건 두 가지 이유였다.
“가디언즈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LA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인이 거주하고 있고 또 가디언즈는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구단이니까.”
“그리고 백승진 선수의 역할도 컸죠.”
“아직까지 가디언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백승진은 가디언즈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었다.
은퇴 이후에도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고 그가 징검다리 역할을 해서 이렇게 출연까지 결정됐다.
“그런데 구경꾼이 너무 많은데요?”
임 작가의 말에 양 PD의 시선이 경기장 주위로 향했다.
오늘은 특별히 지역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야구장을 섭외했다.
나름 관중석도 있을 정도로 설비가 괜찮았다.
500석이 채 되지 않았지만, 거기에는 제법 사람이 차 있었다.
지나가다 구경 온 사람들과 샤크스가 온다는 소식을 인터넷에서 듣고 찾아온 현지인들.
마지막으로 정우와 계약을 위해 현지까지 날아든 프로구단 관계자들까지.
“내가 뭐랬어?”
양 PD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 한정우가 사고 친다 그랬지?”
“후……. 인정.”
벌써 몇 년을 일하는데, 매번 놀란다.
양 PD, 이 사람의 안목에.
“자, 그럼 준비 들어가자고.”
미국원정의 피날레를 준비할 시간이었다.
* * *
정우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나 : 그래서 오늘 프로구단 관계자도 많이 왔어.
-소연 : 오빠 진짜 다시 프로 가는 거야?-이모티콘
강아지가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는 이모티콘이 마치 소연이의 모습을 연상케 해서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 : 내가 결정만 내리면 될 거 같아.
-소연 : 최고! 그럼 다시 파이어스 갈 거야?
-나 : 글쎄. 그건 아직 모르겠어. 조건을 다 듣지도 않았고. 한국에 돌아가면 구단들과 미팅을 가져보려고.
-소연 : 응응! 오빠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어떤 결정을 내리건 오빠가 가장 마음이 가는 걸로 결정해!
-나 : 고마워. 이제 경기 준비해야겠다.
-소연 : 오늘도 파이팅!! 절대 다치면 안 돼요!!-이모티콘
-나 : 응! 사랑해.
-소연 : 나두~
두 마리의 강아지가 서로 포옹하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옆에 앉아 있던 백승진이 물었다.
“누구랑 톡 하는데.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질 않아? 여자친구?”
“네.”
“좋을 때다~ 언제부터 만났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만났어요.”
“이야~ 그럼 벌써 10년쯤 된 건가?”
“내년이 10주년입니다.”
“올~ 프로 복귀해서 10주년 축하파티 하면 그것도 의미 있겠네.”
“안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년 9월 1일이 사귀기 시작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전에 프로 입단을 확정 지으면 내년에는 1군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오래 만났으면 방출됐을 때 실망도 많이 했겠네.”
“오히려 응원해 주었습니다. 절 믿는다고 해주면서요.”
백승진의 눈이 커졌다.
설마 저런 여자가 있을 줄이야.
“결혼해야겠다야.”
“흐흐, 그렇죠?”
“응. 놓치면 너 평생 후회한다?”
“동감입니다.”
소연만큼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정우였다.
그때 양 PD가 들어와 오늘 경기에 대해 간략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오늘 경기는 9이닝으로 진행됩니다. 콜드게임은 딱히 없을 예정이며 투수분들은 1이닝이나 2이닝만 던지면서 대부분의 투수가 모두 올라갈 예정이에요. 선발투수는 백승진 선수가 올라갑니다.”
“어? 정우 아니었습니까?”
“계획이 변경됐어요. 백승진 선수가 첫 번째 그리고 한정우 선수가 마지막 투수로 등판할 예정입니다.”
양 PD의 의도는 명확했다.
화제성이 높은 투수를 가장 마지막에 등판시켜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 정우를 마지막으로 배치했다.
“그럼 마지막 경기이니만큼 다들 부상 입지 마시고 유종의 미를 거두어주시기 바랍니다.”
“예!!”
* * *
마이어스 샤크스의 훈련이 시작됐다.
마운드에는 오늘 선발투수인 에릭 필의 연습투구가 이어지고 있었다.
뻐어억-!!
그의 강속구가 미트에 꽂히자 경기를 지켜보던 구단 관계자들의 눈이 커졌다.
“와……. 굉장히 빠른데?”
“구위도 좋고. 저 정도 레벨이 왜 트리플A에 있는 거야?”
오늘 경기장은 설비가 좋아 전광판과 스피드건 역시 준비되어 있었다.
전광판에 기록된 구속은 91마일.
하지만 구위 덕분에 그것보다 더 빠르게 느껴졌다.
“체크해 둬. 내년 외국인 구성할 때 후보군에 넣고.”
“예. 그럼 지금부터 바로 에이전트와 접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발 빠른 구단들은 일찌감치 에릭 필을 후보군에 넣었다.
“이거 수준 차이가 너무 나는 거 아니야?”
“그러게. 아무리 팀 야신 선수들이 현역 시절에 날아다녔다지만, 은퇴한 지 최소 2-3년은 된 사람들이라 몸이 많이 굳었어.”
야구를 물론 모든 엘리트 스포츠가 은퇴하는 순간부터 기량이 하락한다.
매일같이 반복하던 훈련을 멈추기 때문이다.
물론 하던 게 있으니 일반인보다는 월등히 잘하지만, 현역 선수와는 비교할 수 없게 된다.
하물며 상대가 트리플A의 현역 선수라면 더더욱 상대가 되지 않았다.
“뭐, 우리가 은퇴선수들을 보러 온 건 아니니까.”
“중요한 건 한정우인데. 그런데 왜 백승진이 몸을 풀고 있는 거야?”
구단 관계자들의 눈에 몸을 풀고 있는 백승진이 보였다.
반면 선발로 나올 거라던 한정우는 더그아웃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선발로 나올 선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김 과장, 한정우가 선발 맞아?”
“그렇게 듣긴 했습니다만, 아마 바뀐 거 같습니다.”
“쯧, 경기를 끝까지 봐야 된다는 소리네.”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반면 샤크스 쪽 진영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 백인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백승진의 등판을 기다렸다.
“오랜만에 미스터 백의 피칭을 보겠군.”
그 남자의 곁에 있던 중년인이 물었다.
“저 사람이 한때는 가디언즈에서 촉망받던 유망주였다면서요?”
“유망주를 넘어서 1선발을 책임질 때도 있었지. 부상만 아니었으면 메이저리그에 한 획을 남겼을 거야.”
“그 정도입니까?”
“전성기 시절에는 환상적이었지.”
샤크스의 총괄 디렉터인 레이 먼시가 과거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 회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딱!!
“빠졌다!!”
“달려! 달려!!”
첫 타자부터 안타.
퍽!!
“볼, 베이스 온 볼!”
두 번째 타자는 볼넷을 내주며 주자를 연속으로 내보냈다.
그 모습을 보던 부하직원이 말했다.
“한때는 전설이었어도 이제는 아저씨에 불과하네요.”
“크흠…….”
한때 자신의 눈을 사로잡았던 선수를 깎아내리는 부하직원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백승진이 던지는 공의 기세가 바뀌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그렇지!”
레이 먼시가 주먹을 불끈 쥐며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보면 저쪽의 디렉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크흐흠……!”
백승진은 LA의 희망이었다.
그가 보여주었던 투구는 낭만이 있었으니까.
비록 먹튀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화려했던 스타트와 달리 저니맨으로 이팀 저팀을 오갔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레이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존경스러웠다.
‘그런 상황에서 결국 아시아인 최다승을 거두었고 여전히 깨지지 않은 기록이 됐지.’
조만간 깨질 수도 있었지만, 여전히 기록은 그의 것이었다.
그리고 백승진은 은퇴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딱!!
“먹혔다!!”
“세컨!!”
먹힌 타구를 2루수가 잡았다.
가볍게 토스해 유격수에게 넘겼다.
퍽!
“아웃.”
1루에서 2루로 달리던 주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유격수가 곧장 1루로 공을 던졌다.
퍽!
“아웃!!”
“그렇지!!”
레이 먼시가 다시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 모습에 부하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거면 저쪽 유니폼 입으시죠.”
“흐흐, 그럴까?”
“어휴…….”
더블플레이로 어깨가 가벼워진 백승진이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은퇴했어도 백은 여전하군.”
예전처럼 다이나믹한 투구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투구를 보니 예전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 경기를 받아들이길 잘했어.’
그의 투구를 본 것만으로도 경기를 받아들이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레이였다.
* * *
경기는 의외로 박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균형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딱!!
“이건 넘어갔다.”
4회 선두타자 브리드의 타구가 중앙 펜스를 넘어갔다.
홈런으로 선취득점을 올린 샤크스가 페이스를 올렸다.
딱!!
딱!!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넘어갔다.
팀 야신의 더그아웃이 조용해졌다.
“끝났네.”
“그러게.”
구단 관계자들은 경기가 끝났다고 판단했다.
그때 백승진이 펜스에 서서 외쳤다.
“야야! 이제 시작이야! 점수가 내줬으면 바로 뺏어오면 돼!! 우일아, 일단 네가 출루부터 하자! 딱 보고 쌔려! 그리고 그 큰 궁딩이 흔들면서 부리나케 달려라!”
“아따, 성님! 갑자기 왜 내 히프를 이야기합니까? 안 그래도 허벌나게 신경 쓰이는데!”
흥분하면 나오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더그아웃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크흐흐! 저거 흥분했다.”
“인마! 그럼 궁딩이 살 좀 빼지 그랬냐!”
“마! 제대로 안 하면 확 마 다리몽둥이 분지른다!”
“넌 시끄럽다 시키야!”
전성기 시절 라이벌이었던 친구 영준의 타박에 더그아웃을 향해 한소리한 우일이 배터박스로 들어갔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딱!!
“우와!!”
투수가 던진 초구가 몸쪽으로 들어왔고 우일은 그걸 놓치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제대로 맞은 타구는 단숨에 우측펜스를 향해 날아가 그대로 펜스를 직격했다.
“뛰어! 뛰어!!”
“야! 2루까지는 무조건 들어가라!!”
“오리궁딩이 제대로 흔들어라!!”
동료들의 응원 아닌 응원과 함께 2루에 들어간 우일이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봤냐?!!”
“봤다!!”
과거 주먹다짐까지 했던 두 라이벌의 세리머니가 카메라에 담겼고 양 PD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아주 좋아.’
* * *
샤크스가 단숨에 팀 야신을 제압할 거란 예상은 틀렸다.
“잘하네.”
“계속 물고 늘어지네요.”
“과거 한가락 했던 승부욕이 사라진 건 아니네.”
은퇴해서 기량은 쇠퇴했다.
배는 나오고 관절은 예전 같지 않았다.
하지만 승부욕만큼은 여전했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것만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팀 야신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즌 1을 흥행시켰다.
그리고 그건 상대가 트리플A팀이라 해도 다르지 않았다.
“9회만 잘 막아내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김태성의 말에 두 상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3점 차이니까. 충분히 뒤집을 수 있지.”
스코어 7 대 4.
언제든지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스코어였다.
9회 초가 더 중요한 이유였다.
이 순간에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바로 한정우였다.
“드디어 나오셨네.”
“가장 어려운 순간에 등판하는군.”
“그만큼 공이 좋다는 의미겠죠.”
마운드에 오른 정우가 연습투구를 하기 시작했다.
뻐억-!!
뻐억-!!
그의 공이 미트에 꽂힐 때마다 굉장한 소리를 토해냈다.
그 모습에 디렉터 레이 먼시의 눈이 그에게 향했다.
그때 부하직원이 말했다.
“공이 상당히 좋은데요?”
“음. 지금까지 나온 투수 중 가장 좋네. 특히 공의 무브먼트가 훌륭해.”
“이러다가 역전이라도 당하면 난감해집니다.”
상대는 예능프로그램의 팀이었다.
지더라도 그들이 손해 보는 건 없다.
반대로 샤크스는 지면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레이 먼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질 수도 있지. 전력으로 승리와 패배가 결정되어 있다면 우리가 언제나 오클랜드 피플스를 상대로 매번 이기겠지.”
“그건 그렇습니다만…….”
“뭐, 그래도 자네 말이 전적으로 틀린 게 아니니까. 내려가서 존 감독에게 빌리를 준비시키라고 해.”
“알겠습니다.”
레이 먼시가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이.
연습투구를 끝낸 정우의 곁으로 성 감독이 다가갔다.
“오늘도 컨디션이 좋군.”
“감사합니다.”
“자네가 첫날 나한테 보여주었던 배짱을 이번에도 보여주길 바라지.”
그 말에 정우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보여드리겠습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성 감독이 정우의 어깨를 두드리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뒤이어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오고 구심의 목소리가 그라운드를 울렸다.
“플레이볼!!”
9회 초.
정우의 피칭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