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430
종평의 날이 밝았다.
대강당에 집합한 학생들은 제각기 굳은 얼굴로 단상 위를 응시했다.
단상 위에 선 1학년 총괄교관은 그들을 한 번 슥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다들 너무 긴장한 것 같은데요? 우리가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모두 긴장 푸세요.”
허허 웃으며 긴장을 풀어주려 하는 1학년 총괄교관.
몇몇 학생들이 그를 따라 웃었다.
하지만 은하는 알고 있었다.
1학년 총괄교관이 겉으로 인자하게 웃고 있으면서 속으로는 사악하게 웃고 있다는 것을.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됐다.
경계심을 풀었다가 결국 교관들의 흐름에 말려들고 마리라.
“어디까지나 이번 종평의 목적은 아카데미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여러분이 즐겁고, 재미있게 실력을 향상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여러분들이 종평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즐겁고, 재미있게.
교관들의 입장에서야 나올 수 있는 말이었다.
운에 의지해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으로서는 짜증나고, 황당하기만 할 뿐이다.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는 말은 맞을지 몰랐지만.
은하는 비웃음을 삼키며 이야기를 경청했다.
“여러분 모두 아침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플 겁니다. 자고로 언제든 위험을 곁에 두고 있는 플레이어는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야 합니다. 그러니─!!”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학생들은 1학년 총괄교관의 설명에 푹 빠진 듯했지만.
은하는 이 말 뒤에 나오는 대사가 종평의 시작임을 알 수 있었다.
“─먼저 배를 채우고 시작합시다. 밥을 먹어야 힘이 나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맛있는 점심을 준비했으니 여러분은 화면에 보이는 메뉴 중의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
그 말을 끝으로.
배신감을 느낀 학생들이 황당해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제 교관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저희들끼리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짜장면과 짬뽕.
학생들은 선택지가 떠오른 곳으로 자리를 이동해야 했다.
음식 하나 가지고 자신의 성적을 결정해야 하는 판국이었다.
“이게 뭐야…. 아무 힌트도 없는데 이러면 뭘 골라야 하냐고….”
“짜장면? 짬뽕? 장난하자는 거야?”
나름 정보를 찾아보았겠으나.
방심하고 있던 차에 느닷없이 덜컥 뜬금없는 질문을 받게 된 학생들은 일제히 패닉에 휩싸였다.
은하의 친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은혁은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한편, 민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어조로 성을 냈다.
“얘들아! 나 정답을 알 것 같아!”
그때 머리가 아닌 몸으로 생각하는 진파랑이 폴짝 뛰어올랐으니.
친구들의 시선이 향하자 진파랑이 신이 나서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내가 옛날에 할머니 집에 있을 때 지금 상황하고 비슷한 추리만화를 본 적이 있어. 결론을 먼저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게 정답이야! 짬뽕이랑 짜장면 그룹이 이동하고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그룹은 자동으로 제3의 선….” “선택지는 두 개밖에 없거든.”
사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민호가 불쑥 자른 말에 시무룩하게 꼬리를 내린 파랑에게서 관심을 돌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선택지를 고르는 제한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좋아. 나 결정했어. 난 짜장면을 먹을래. 단무지랑 어울리는 음식은 짬뽕이 아니라 짜장면이잖아.”
그리고 마침내.
학생들이 서서히 이동하는 가운데 친구들 중에서 최은혁이 제일 먼저 선택지를 골랐다.
이윽고 그가 미련을 보이지 않고 짜장면이라는 선택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은혁아, 고생하고.
한동안 너를 보지 못할 거야.
은하는 멀어지는 은혁을 애잔하게 쳐다보았다.
예정되어 있는 지옥이다.
그 지옥으로 걸어
가는 이의 모습은 참으로 훌륭하게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은하는 그 길을 갈 생각이 한 치도 없었다.
다만 은혁이 강해져서 돌아오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나도 짜장면으로 가련다.”
“난 지금 짜장면 먹고 싶어.”
“저기가 더 사람들이 많아 보이니 나도 짜장면으로 갈게!”
시간은 여지없이 흘러가고.
친구들도 차츰 선택지를 골랐다. 심도 있게 고민한 민호가 떠나가고, 배수빈이 즉흥적으로 결정했으며, 진파랑이 다수에 휩쓸려서는 고민을 포기했다.
역시 온태양은 이번에도 짜장면을 고르는 구나.
이천서, 유도준도 걸어가는 그때.
은하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온태양과 조아라가 짜장면 그룹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부디 이번 삶에도 그가 눈에 띄는 성장을 거두기를 바랐다.
그럼 나도 이제 슬슬 골라볼까.
어느덧 은하의 주변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이제 몇 명 없었다.
은하는 남아 있는 친구들 중에서 마라도에 갈 필요가 없는 친구들을 데려가기로 했다.
정하양, 진서나, 김민지.
아무래도 다른 학생들 사이에 있는 카에데를 데려가기는 힘들 듯했다. 게다가 그녀는 필시 자신의 조언을 불쾌하게 여길 가능성이 컸다.
은하는 카에데는 버리기로 하며, 바로 옆에 있던 정하양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하양아. 어디로 갈지 생각했어?”
“음…, 나는 아직. 솔직히 어디를 선택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그럼 나랑 같이 가자.” “너랑?”
동그란 눈을 크게 뜨는 정하양.
그녀에게 속삭이듯이 말한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십이좌 의 로서 교육을 받는 그녀가 굳이 마라도로 갈 필요는 없었다.
“음…. 은하 너는 뭘 고를 건데?”
“나? 짬뽕.”
“혹시 서영 언니한테 뭔가 들은 게 있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내 감이 짬뽕을 골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너 나 믿지? 나만 믿고 따라와.”
“…음….”
하양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수상하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샅샅이 찾아보려는 것처럼.
그러나 은하는 꺼릴 것 하나 없이 당당했다.
“나만 따라오면 고생할 거 하나도 없을 거야. 내가 손에 물 안 묻히게 해줄게.”
“치, 그게 뭐야. 알았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둔 정하양.
그녀가 은하를 믿는다고 말하면서 짬뽕 그룹으로 향했다.
그때 차은우도 따라나섰다.
아무래도 그녀는 정하양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던 듯했다.
“서나 너도 나랑 같이 가자.”
“흠…, 너는 뭘 먹을 건데?” “짬뽕을 먹을 생각이야.” “그으래?”
한편 은하는 주변 학생들을 살피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던 서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살갑게 되물은 여우는 이윽고─.
“─그럼 나는 짜장면 먹을게.”
“아니, 왜? 내 말 못 들었어?”
진서나는 은하와 정반대되는 길을 선택했다.
은하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그가 이유를 묻자.
“그야 은하 너를 따라가면 100% 고생할 게 뻔하니까. 그래서 사실, 네가 뭘 선택할지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면 나는 짜장면 먹으러 갈게! 안녕! 나중에 봐!”
환한 미소를 짓는 진서나.
여우는 은하가 뭐라 말하든 말든 손을 흔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짜장면 그룹으로 뛰어갔다.
“그래…, 서나 네 팔자지.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라고.”
은하는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면서 학생들 사이로 들어간 그녀를 보며 혀를 쯧쯧 찼다.
여우가 제 꾀에 넘어갔다.
은하는 어리석은 여우를 생각하며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나는 핫한 걸 좋아하니까 짬뽕 먹으러 갈래.” “음…, 나는 굴짬뽕을 좋아하니까 짬뽕으로 갈게.”
“아! 생각해보니 짬뽕은 먹고 나서 밥도 말아먹을 수 있었네? 짬뽕을 먹어야지~”
봉구래와 강시형도 선택을 끝냈다.
아리엘은 짜장면 그룹으로 가려다 도중에 방향을 우회했다.
저 멀리서 카에데도 긴 고민 끝에 짬뽕 그룹으로 이동하는 게 보였다.
“먹민지. 넌 뭐 먹을지 정했어?”
“…짬짜면을 먹을 수는 없겠지?” “포기해.”
“나도 알아. 그냥 해본 소리야.”
이제 자리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김민지와 윤이별밖에 없었다.
김민지는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뜨고 각 그룹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가 툭 내뱉었다.
“어쩌면 점심으로 뭘 먹을지 그건 중요하지 않은지 몰라. 상식적으로 메뉴 하나로 프로그램을 정하는 건 말도 안 돼.”
“그래서?”
“어쩌면 인원수에 따라 프로그램 난이도를 조절하려는 건지도 몰라. 사람 수가 더 많은 그룹은 난이도를 어렵게 한다든가.”
“네 말대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느 그룹이나 비등하게 보이는데? 직접 세보지 않고서는 어느 그룹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를 텐데….”
“아니야. 알 수 있을 것 같아.” “어떻게?”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인 사람이 왼손잡이보다 더 많다고 해. 그리고 오른손잡이인 사람은 오른쪽을 더 선호한다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오른쪽 그룹이 더 많다는 거지. 그러니까 나는 왼쪽으로 갈래.”
나름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은하는 자신이 조언을 하기도 전에 짬뽕 그룹으로 움직이는 민지에게 적잖이 감탄했다.
“노은하 너는 어디로 갈 건데?” “나는 짬뽕으로.”
“흠, 같은 방향이네. 혹시 날 따라 그런 건 아니지? 치사하게시리.”
“아니거든.”
대강당 중앙이 텅텅 비었다.
제한시간도 이제 1분 남짓.
은하도 이제 발을 떼기로 했다.
그런데 윤이별이 아직도 갈팡질팡 고민하고 있는 듯했다.
정확히 말하면 화면을 바라보는 척 조금 전부터 그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꼭 자신에게도 말이라도 걸어달란 시선으로.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별이 너는 결정했어?” “뭘 고르면 좋을지 잘 모르겠어…. 은하 너는 결정했니?”
“난 짬뽕.”
“아, 그렇구나.”
그간 대화를 통해 들었을 테면서.
윤이별이 모르는 척 말한다.
그러고는 자연스런 흐름을 노리듯 불쑥 말을 꺼내는 것이다.
“나도 짬뽕으로 할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윤이별.
꼭 응답해달라는 듯이 그의 눈치를 살핀다.
은하는 문득 장난기가 샘솟았다.
“아니야. 너는 짜장면 해.”
“…어? 그래…. 나는 짜장면 할게.”
렌즈를 낀 윤이별의 얼굴이 마치 세상을 잃은 것처럼 울상을 짓는다.
이윽고 고개를 푹 숙인 윤이별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짜장면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은하는 그녀를 보며 키득거렸다.
“장난이야. 시간도 얼마 없으니까 얼른 이동하자. 짬뽕 먹으러 가자.”
“…어? 응!”
윤이별의 얼굴이 환하게 펴진다.
은하는 그런 그녀와 걸음을 맞춰 짬뽕그룹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제한시간이 지나갔다.
1학년 총괄교관이 짜장면을 선택한 학생들을 향하여 감춰왔던 속내를 드러냈다.
“─그럼 짜장면을 선택한 학생들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여 선택 질문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참고로 짜장면을 선택한 학생들은 제주도 마라도에서 짜장면을 먹어야 종평을 끝낼 수 있습니다.” “”””네에에에에─!!?””””
그야말로 패닉의 도가니였다.
그에 비해 짬뽕을 선택한 학생들은 지옥을 구르게 될 학생들을 보면서 배꼽이 빠지도록 깔깔거렸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은하 또한 그동안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확신했으니─.
─역시 미래는 내 손 안에 있어.
은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짜장면을 선택한 학생들이 떠났다.
은하는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울상을 지으며 바닥을 보는 최은혁, 제 꾀에 넘어간 여우, 꽝을 뽑게 된 유도준을 배웅했다.
“아, 어떡해. 나 눈물 날 것 같아.”
민지는 더 했다.
눈물을 훔치면서 웃고 있다.
그러나 짬뽕을 고른 이들은 대체로 그녀와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아카데미는 실력지상주의의 세계고 다시 말해, 자신을 우선하는 곳이다.
결국 나만 아니면 되는 것이다.
“거 봐. 너 내 말 듣기를 잘했지?”
“그러게. 은하 네 말이 맞았어.”
“이번 종평 동안에는 오빠만 믿고 따라오라니까?”
“치이. 네, 오빠.”
은하와 하양은 너무 기쁜 나머지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녀의 눈에는 신뢰가 듬뿍 담겨 있는 듯했다.
은하는 자신감이 솟구쳤다.
“너희도 이제 내 말만 들어. 내가 비행기 태워줄 테니까.”
이제 짬뽕을 선택한 학생들끼리는 모종의 전우애가 감돌고 있었다.
은하는 같은 선택을 한 친구들에게 가슴을 치며 호언장담했다.
이번 종평 기간에는 친구들과 함께 편안히 여행이나 즐기기로 했다.
그때, 1학년 총괄교관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던 학생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면 짬뽕을 선택한 학생들은 장소를 이동하지 않고 선택 질문을 계속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한쪽은 빨간색, 한쪽은 하얀색.
학생들은 다시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은하야, 뭘 고르면 되니?”
학생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러나 차은우를 비롯한 친구들은 은하를 믿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응, 그러게. 잠시만….”
은하는 여유롭게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짬뽕을 선택한 순간, 학생들은 교동으로 가는 것이 결정이 난 것과 다름없었다.
남은 질문은 학생들을 세분화하여 어떤 방식으로 교동에 가게 하고, 어떤 미션을 수행하게 할 것인지에 있었다.
이상하게도 짜장면을 선택했을 때 마라도로 갈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던 교관이 짬뽕을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기는 했지만.
교관님이 깜빡한 거겠지.
사람이 깜빡할 수도 있잖아?
은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제는 무엇을 골라도 마라도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양이가 있으니까 하얀색으로 가자.”
“그게 뭐야. 장난치지 말고….”
“아니야. 하양이한테 감이 왔어. 너희들, 나 믿지?”
짬뽕하면 떠오르는 건 빨간색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 중 대다수가 붉은색을 가리키는 그룹을 골랐다.
따라서 은하는 인원수가 더 적은 하얀색을 고르기로 했다.
다시금 제한시간이 지나고.
“붉은색을 선택한 학생들은 이제 자리를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얀색을 선택한 학생들은 이대로 계속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붉은색 그룹을 선택한 학생들이 떠났다.
1학년 총괄교관이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는 게 이상하기는 했다.
그럼에도 은하는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뭘 하든 강릉으로 가게 될 테니까. 당황할 필요 없어.
은하는 자신의 운을 믿었다.
그것이 얼마나 오만한지도 모르고.
그는 이후로도 양자택일 질문에서 사람 수가 적은 그룹을 선택했다.
그때마다 계속 자리에 남았다.
이윽고 대강당에 얼추 100여명이 남게 되었을 때─.
“─여기까지 오신 걸 축하합니다. 저는 이쯤에서 물러나고, 나머지는 이국종 교관이 여러분을 담당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즐거운 종평이 되기를 바랍니다.”
1학년 총괄교관이 무대에서 내려갔다.
뒤이어 그에게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국종 교관이 무대 앞으로 나섰다.
그의 뒤에는 해당 그룹을 관리하는 보조교관들이 서 있었다.
은하는 거기서 신서영을 발견했다.
반가움은 잠시였다.
저 누나가 왜 저러지?
신서영이 인상을 쓰고 있었으니까.
바로 노은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을 이끌게 된 이국종 교관이다. 우리 모두 재미나고! 즐거운! 종평을 만들도록 하자! 너희들 얼른 짬뽕이 먹고 싶지!?”
“”””네─!!””””
그러는 사이.
이국종 교관이 호응을 유도했다.
학생들이 큰소리로 응답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파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국종 교관은 강의내용을 차치하고 유쾌한 성격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우리가 어디로 갈지 아는 사람? 짬뽕으로 유명한 지역은 어디─!?”
“”””─교동이요!!””””
제법 눈치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은하의 친구들 중에서도 중간부터 눈치를 챈 이들도 있었고.
그들이 목소리를 모아서 외치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국종 교관도 기분이 좋다는 듯이 씩 웃었다.
평소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은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소음이 즐거울 따름이었다.
“─땡! 틀렸어!”
“”””…….””””
이국종이 그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달아오른 분위기가 급격히 식었다.
웃음소리를 뚝 그친 학생들은 이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국종 교관이 설명을 계속한다.
“쯧쯧…, 짬뽕으로 유명한 지역이 교동 하나만은 아니지.”
피가 식는 기분이다.
은하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이국종 교관을 바라보았다.
이전 삶을 통틀어, 플레이어로서 살아온 감이 말해오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어.
낭패감.
하지만 그것을 돌이키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은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이국종 교관이 유쾌하게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미래가 바뀌었다.
“─우리는 나가사키 짬뽕을 먹으러 일본으로 갈 겁니다!!”
“”””…….””””
“물론, 나가사키로 가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사정상 나가사키 대신에 요코하마로 가기로 했습니다!”
말도 안 된다.
현실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다.
학생들은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멍청히 서 있었다.
“─그럼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 맛있게 짬뽕을 먹으러, 고고고!”
어찌어찌 이야기가 흘러.
나가사키에서 도쿄 인근에 위치한 요코하마를 가게 되었다.
모든 설명을 들은 은하는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사람 미친 거 아니야?”
저 교관이 머리가 돈 게 분명하다.
은하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을 찾으러 뒤를 돌아보았다.
친구들은─.
“”””─네가 진짜 미쳤구나?””””
마치 고위계 몬스터를 상대하듯.
어느새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오만하면, 자멸하는 법이다.
은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