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583
블레이즈클랜.
배수빈 그녀가 많고 많은 클랜 중 학생들이 기피하는 블레이즈클랜에 실습을 나온 이유는 하나였다.
“여기 클랜로드가 괴팍하기는 해도 불꽃을 다루는 마법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부른다니까….”
의 기프트를 사용하여 끝내 십이좌의 자리에 오른 인물.
강현철.
그러한 사람이 만든 클랜이었기에 클랜원들 대다수가 불꽃을 다루는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만큼 각양각색의 마법과 불꽃이 세상에 구현되는 현상을 볼 기회가 많다는 뜻일 터.
그녀가 성적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굳이 학생들이 지원하기를 꺼려하는 블레이즈클랜에 실습을 나온 이유였다.
“…끄윽…!” “수빈아, 느리다! 더, 더, 더! 지금 너는 네가 발휘할 수 있는 힘에서 30%도 꺼내지 않은 거야! 그러니 여기에서 포기하면 안 되지!”
“…으윽…!” “근육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씨….” “뇌도! 근육이! 있다! 어서! 더! 더! 너는 아직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고.
막상 블레이즈클랜에 실습을 나온 그녀는 욕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어진 임무는 완벽하게 수행하여 클랜원들의 칭찬을 받았으나.
그녀는 근무시간이 끝났는데에도 퇴근하지도 못하고 클랜원들과 함께 개인 단련을 해야 했다.
개인 단련 시간도 새로운 마법을 배우는 유익한 시간이었으면 내가 욕을 하지 않지…!
블레이즈 클랜원들은 말했다.
마법은 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따라서 정신을 단련시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근육을 단련해야 하는 것이라고.
정신에도 근육이 있다고.
“하나 더! 하나만 더 하자!”
“수빈아 넌 할 수 있어! 아자아자!”
“쓰이이바아아알…!!”
처음에는 클랜원들의 설명에 혹한 그녀는 뒤늦게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깨달았다.
뇌에 주름 하나를 더 만들기 위해 육체를 단련해야 한다니.
배수빈은 쌍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블레이즈 클랜원들은 워낙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들이라─.
“─하하! 그래! 욕이 나올 정도로 자신을 몰아붙여야지!”
“그게 무슨 욕이야? 여기 들어오면 그것보다 더 심한 욕을 배울 텐데.”
“…크흡…!!”
클랜원들은 껄껄 웃었더랬다.
그들은 교묘하게 클랜을 홍보하며 그녀를 영입하려고 했다.
당연히 배수빈은 양쪽 손가락으로 쌍욕을 날렸더랬다.
그럼에도 클랜원들은 오래간만에 독기가 가득한 신입이 들어왔다면서 좋아했다.
젠장, 분하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블레이즈 클랜원들의 PT를 받은 배수빈은 마법을 사출하는 속도가 비교적 빨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근육이 붙었다.
마법사의 약점은 체력이었기에.
간간히 체력 관리를 하던 그녀는 2주 사이에 일어난 변화에 깜짝 놀라했다.
“거봐! 우리 말을 들으니까 되지?”
“됐고, 얼른 마법이나 알려주세요. 그보다 클랜로드는 왜 맨날 얼굴도 안 비추는 건데요?”
“클랜로드는 지금…. 얼마 전에 또 선녀님한테 혼이 나서 지금 정신과 수련의 방에 들어가 계시거든.”
“정신과 수련의 방?”
“마나관리기구에 있는 대도서관. 선녀님이 툭하면 책이나 읽고 교양 좀 채우라고 혼내시거든.”
여전히 훈련이 끔찍하기는 했으나.
생각해보면 블레이즈클랜의 훈련은 은근히 체계적이었다.
은하에게 굴려지는 것보다 몇 배는 나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는 한편 그녀는 직접 눈으로 강현철의 마법을 보고 싶어 했다.
“─배수빈이라 했지? 그래, 좋아! 내가 왜 라 불리는지 똑똑히 보여주마!”
“…저거 위험한 거 아니야? 저러다 또 집 한 채 태워먹을 것 같은데.” “남의 집을 태워먹어서 라고 불린다는 걸 보여주려는 건가?”
“소방당국에는 연락했지? 그리고 누가 행정관 좀 안으로 데려가라. 저러다 또 혈압 올라 쓰러지겠다.”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마나관리기구로부터 근신을 받은 강현철이 풀려났고.
강현철은 노은하 사단의 배수빈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그러고는 그녀가 그간 원했던 대로 손가락을 딱딱 튕기며 주변 일대를 불태워버렸다.
산신령의 눈
배수빈은 새로 맞춘 안경에 부여한 마법을 사용했다.
마나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마법.
그녀는 강현철이 어떠한 방식으로 마법을 쓰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윽고 배수빈은 강현철이 마법을 터뜨리는 모습을 살피고는─.
“─파랑 오빠만큼 바보네. 어떻게 저렇게 무식하게 마법을 쓰고서도 아직까지 살아 있는 거지?”
배수빈은 황당해했다.
강현철이 마법을 사용하는 방식은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즉, 그녀가 강현철로부터 배울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하나 있었다면 오래 살고 싶다면 강현철처럼 마법을 사용하지 말자는 반면교사적인 면모뿐.
“왜 저 사람이 의 기프트의 주인인 건지….”
수빈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는 한편 강현철은 오래간만에 클랜회관 밖으로 나선 기념이란 듯 고삐 풀린 듯 방화를 저질렀다.
당연히 미리 신고를 했다지만.
불은 번지기 십상이었고.
결국 지정된 구역에서 활활 타던 불이 옆에 있는 건물로 옮겨붙었다.
그러자 클랜원들이 즉각 달려나가 소화 작업에 착수했고─.
“─가, 강현철 이 개자식…! 내가, 내가 얼마나 말해야 알아듣겠냐!!” “행정관님! 서포터! 여기 서포터 없어!? 행정관님 또 쓰러지셨다!” “그러게 우리가 회관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을 했더니….”
정말 답이 없는 클랜이었다.
배수빈은 블레이즈클랜을 선택한 과거의 자신
을 후회했다고 한다.
☆
변지성의 대련 신청.
그리고 “한 수 가르쳐드릴까요?”란 노은하의 도발에.
자리에 있던 레귤러스 클랜원들은 저희들끼리 웅성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예의가 좀 없는 거 아니야?”
“예의는 무슨. 시비는 변지성 놈이 먼저 와서 걸었구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선배한테 이건 아니지.”
“왜? 꼬우면 붙어야지 어쩌겠어. 솔직히 너희도 싫어하고 있었잖아. 칠사자가 돼서는 으스대기만 하고, 연화한테 지고 나서부터는 걸핏하면 화만 내기나 하고 말이야.”
레귤러스 클랜원들의 의견은 대개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노은하가 건방지다는 것. 레귤러스 클랜원들이 언젠가 은하가 자신의 클랜에 입단할 것을 전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플레이어는 실력이 전부라지만.
같은 클랜에 소속되면 집단 내에 따라야 할 규칙이 있기 마련이었고,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집단의 기강을 무너뜨릴 여지가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은하의 태도에 속시원해했다는 것이다.
그들 대다수가 변지성의 횡포에 당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나저나 누가 말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지성이 쟤, 지금 아무것도 못 본 것 같은데.”
“내버려둬. 지가 알아서 쪽팔림을 고수하겠다는데.”
그러는 한편 그들의 태도는 대부분 한결 같았으니.
조금 전 연화와 은하의 대전을 본 그들은 어느 정도 변지성의 패배를 예측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반신반의하는 사람들 또한 있기는 했다.
“그래도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아니냐? 마법도 사용하지 않는다며. 그럼 지성이한테 유리하지.”
“노은하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마법도 환수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선배님을 이길 수는 없지.” “이 그냥 검을 잘 휘두르면 얻을 수 있는 이명이던가? 변지성이 저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1초에 검을 8번이나 휘두를 수 있다니까?”
하지만 그들은 소수에 불과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는 반박을 하지 못했으니─.
“─변지성이 류연화하고 대련하고 명확한 차이로 깨진 거 못 들었어? 아니, 못 봤나?”
“그때, 변지성이 걔가 연화 태도가 너무 기고만장하다고 지가 콧대를 꺾어버리겠다고 했다가 도리어 크게 당해버렸지? 클랜원들 다 불러놓고 망신살이나 당하고….”
“너희들도 아까 봤을 거 아니야. 변지성이를 개박살냈던 류연화한테 노은하가 이긴 것.”
“적어도 류연화랑 맞붙는 놈인데 변지성이가 상대가 되겠어?” “”””…….””””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그 말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노은하의 실력을 보았고.
노은하가 과연 소문만 무성할 뿐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터였다.
그렇기에─.
“─선배 진짜 어떡하냐….”
“조금 불쌍하다…. 저번에 보니까 연화한테 재도전했다가 크게 발리고 구석에 처박혀 우는 것 같더니….”
“한 1분만 빨리 올 것이지. 그럼 노은하한테 대련을 신청한다는 말은 하지도 않았을 텐데….”
지금 이 순간.
레귤러스 클랜원들은 변지성에게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변지성은 대련장에 올라 은하와 대련 규칙을 논하고 있었다.
그러던 바로 그때─.
“─클랜로드다.”
“클랜로드 떴네.”
“여기는 어떻게 왔대?”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
어쩐 일인지 그가 지하 수련장을 찾은 것이다.
그러다 그들은 발견했다.
구연수의 옆에 그림자처럼 서 있는 한창진을.
그제야 클랜원들은 상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창진이 놈이 꼰질렀네.”
“한창진이 일러바쳤구만.”
“어허, 저거… 쟤는 여기에 있지도 않았을 텐데…. 어떻게 알았대.”
이래서는 어디 가서 비밀 이야기도 하지 못하겠다.
클랜원들은 혀를 쯧쯧 차며 그대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클랜로드를 반겼다.
“크, 클랜로드. 어서 오세요.”
“뭐 재미있는 일 터졌다며?”
“”””…….””””
구연수가 낄낄거렸다.
클랜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겉으로는 익살맞아 보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클랜로드가 사실 그리 익살맞은 사람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왜 아무도 말 안 하지? 내가 다 알고 왔구만.”
“”””…….””””
레귤러스클랜에는 구연수도 모르는 그런 말이 있었다.
구연수가 실눈인 이유는 속이 아주 시꺼멓기 때문이라고.
또한 사자는 웃어도 사자라고.
구연수는 익살맞은 가면 너머에서 클랜의 기강을 엄격히 잡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클랜원들은 구연수의 속내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변지성 저거 죽었구만….
클랜원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고.
아니나 다를까.
클랜원들에게 들려오는 대답이 영 신통치 않자.
구연수는 흥미가 떨어졌는지 이내 변지성에게 시선을 향했다.
“흠….”
그가 실눈을 떴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가늠하는 듯한 신음을 흘렸다.
“─내가 너희들에게 당부한 걸로 알고 있는데. 노은하랑 연관돼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노은하한테 절대 손대지 말라고. 못 들었나?”
“”””들었습니다!!””””
“그걸 들은 놈들이 변지성 저놈이 은하에게 시비를 거는 것도 가만히 지켜봤나 보지?”
“”””…….””””
“아주 내 말을 우습게 아나 보다.”
“”””아닙니다!!””””
구연수가 나직이 말하자.
어느새 열중쉬어 자세를 하고 있던 클랜원들이 큰소리로 답했다.
그들은 클랜원들을 방임하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하는 구연수가 이따금 자신들을 잡으려 할 때에는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후…, 그래, 뭐, 좋아. 잘못이라면 구경한 것밖에 잘못이 있겠냐. 진짜 잘못은 너희가 아니라 저기에 있는 변지성이 저질렀지.” “”””…….””””
클랜원들의 기를 죽인 구연수.
이윽고 그는 한숨을 쉬고는 다시 변지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갈수록 내 말을 거역하는 게 자꾸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주 정면으로 거역했네?”
“”””…….””””
“저걸 죽여, 말아?”
클랜원들은 침묵했고.
구연수는 고민에 잠긴 듯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네.”
구연수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마치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듯이 신속한 처사였다.
“변지성이 이기면 이번 일은 그냥 없던 일로 해주고.” “”””…….””””
“진다면 칠사자에서 박탈시키고, 간부 자리도 회수해야지 어쩌겠어.” “”””……!!””””
구연수는 클랜원들에게 들으란 듯 입을 열었고.
클랜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러는 한편─.
“─네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마.”
대련이 시작되었다.
☆
시간을 되돌려, 하루 전.
늦은 밤, 한창진은 퇴근하지 않고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와 독대했다.
“흠…. 그렇단 말이지?”
“네. 제 연줄로 확인을 해봤더니 베베라는 이름은 가명이더라고요.” “창진이 너한테 은아랑 연화말고 친구가 다 있었어? 웬 연줄?” “…….”
“미안, 농담이야. 너무 그러지 말고 기분 풀어. 어쨌든 베베의 신분이 위조된 거란 뜻인데…. 아카데미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면 꽤나 돈을 먹인 모양이네?”
“아카데미뿐만이 아니라─.”
“─나도 알아. 우리 쪽에서도 지금 돈을 먹은 사람들이 있다는 거잖아. 로비 하나는 대단하네.”
구연수가 실눈을 떴다.
가느다란 눈동자 속에서 서슬 퍼런 안광을 발견한 창진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네, 맞습니다. 문제는 베베뿐만이 아니에요.”
한창진은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클랜원들만 아는 일이었으나.
한창진은 이따금 레귤러스클랜의 첩보역할을 수행하고는 했다.
은 관여하지 말랬지만….
은하를 감시한다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베베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
한창진은 그녀가 은하에게 행여나 허튼수작을 하지 못하도록 그녀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클랜 내에서 허무맹랑한 소문이 불거지기는 했으나.
그는 은하를 지키기 위해서 과감히 자신에 대한 평판을 내던졌다.
그러다 더는 베베를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하겠다고 판단하고는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의 영향력을 생각해서는…, 그녀에게 정면으로 대항할 수 없어.
대신 다른 방면으로 공격해야 해.
창진이 그동안 고민하고 있던 것은 은하와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괜히 그녀의 임무를 방해했다가는 의 영향력에 피해를 입거나, 그녀를 고용한 고용주들에게 미움을 살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다른 방식을 통해 을 제재하기로 했다.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들은 조금만 풀어주면 지들이 사자 새끼들인지도 모르고 쥐새끼로 돌변한다는 말이야.”
창진은 구연수에게 베베의 신분이 위조되었다는 것을 알렸다.
동시에 창진은 모종의 방식으로든 그녀와 결탁했을 클랜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구연수는 불쾌하다는 투로 뇌까렸다.
“안 그래도 조만간에 날을 잡아서 쥐새끼들을 축출하려고 했는데…. 그런데 어둠 쪽 인사까지 끌어들여? 이것들이 해도 해도 너무했네.”
“…….”
그것은 사자의 눈이었다.
사냥을 시작하기 위한 눈.
한창진은 자신이 먹잇감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 정도로 눈빛이 흉흉했다.
이윽고 구연수가 책상을 두드리다 입을 열었다.
“─쥐새끼들은 죽여야지.”
“…….”
“물론, 뱃속에 든 것들은 전부 다 토하게 하고.”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
그는, 필요에 따라서는 숙청조차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비단 그뿐만 아니라.
클랜로드 모두가 그러하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그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을 리가 없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584(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