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46
145화
화멸지옥이 오롯이 태양 신의 힘으로 만든 영역이라면.
명월은 오롯이 달의 신의 힘으로 만들어진 장소였다.
그리고 현석은 유일무이하게 두 가지의 힘을 모두 보유한 존재였다.
달리 말하자면….
“‘명월’ 또한 사실상 내게 유리한 영역이라는 사실이지.”
그럼에도 현석이 지금까지 루아라에게 받은 힘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에게 화염 계열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루아라에게도 냉기의 힘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장 루아라만 보더라도 전혀 추워하는 기색이 없지 않은가?
물론 그녀의 영역이니 당연히 추워하지 않는 게 정상이긴 하나.
반대로 현석은 상당한 추위를 느끼는 중이었다.
이는 곧 루아라의 냉기가 자신의 것과 궤를 달리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만약 현석이 루아라의 영역을 자신의 것으로 바꾼다면?
거기서 더 나아가 화멸지옥과 융합해 태양의 힘마저 강화한다면?
그렇게 되면 당연히 얘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현석의 능력치는 상승하는 반면, 루아라의 힘은 약화되는 셈이었으니까 말이다.
‘제대로 된 태양의 힘이라면 당연히 타격이 크겠지.’
실제로 그녀의 몸 곳곳엔 불에 그을린 흔적이 엿보였다.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이는 필시 디에손에게 당한 것일 터…
루아라가 있다면 디에손 또한 탑에 있다는 뜻이고.
둘 다 어느 정도 신격이 높은 신인 이상 만날 수 있겠다 싶은 것이었다.
‘사이가 안 좋으니 분명 크게 싸웠을 것이고.’
그리고 지금이야 루아라의 영역 탓에 태양의 힘이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태양의 불에 당한 부위를 공략하면 충분히 루아라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영역 ‘명월’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방법은 간단했다.
‘영역 전부를 내 마나로 뒤덮는 것.’
물론 어디까지나 방법이 간단하다는 거지, 어렵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모든 마법 중에서 영역 마법은 시전자의 가장 높은 집중력이 할애되는 마법.
그렇기에 외부 간섭에 대한 영역 마법의 견고함은 말해 봐야 입만 아팠다.
괜히 어지간해서는 영역을 역이용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지구에서 현석이 아이젠의 영역을 통째로 날려버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힘들게 영역을 역이용할 바에 그냥 부숴버리는 게 훨씬 빠르고 확실하니.
‘하지만 루아라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
자신에겐 그녀에게 받은 힘이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서리여왕이 준 힘 또한 있었으니까.
완전히 다른 힘이면 몰라도, 비슷한 힘이면 영역에 간섭하기가 쉬워지는 게 그 이유였다.
비록 선천지기를 사용한 루아라만큼의 위력은 아니지만.
기존에 받은 루아라의 힘과 서리여왕의 힘을 적절히 잘 사용한다면 영역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도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솨아아아-!
현석의 몸에서 냉기가 흐르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생각을 끝낸 이상 망설일 건 없었다.
현석이 바닥에 손을 짚은 채 그대로 루아라의 힘이 담긴 마나를 영역에 흘려보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별들은 현석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서두르자.’
현석이 이를 악물었다.
루아라의 공격이 닿기 전에 끝내야 했다.
우우우웅-!
현석의 마나가 퍼지자, 영역이 크게 흔들렸다.
본능적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힘에 저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상함을 감지한 루아라 또한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디에손 네가 어찌 이런 힘을 쓰는 것이냐!”
그렇겠지.
그녀의 눈에는 사실상 디에손이 달의 힘을 다루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설마 했는데 내 힘을 흡수해 가져간 것이 너였느냐?”
힘을 뺏기고 있던 건가.
현석은 그녀의 말에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있나 했더니.
아무래도 게일 쪽 관리자들에게 힘을 뺏기고 있던 모양이었다.
더불어 디에손이 게일과 손을 잡았다는 게 확실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루아라가 태양 힘의 흔적이 남은 흉터를 가진 채 게일 쪽 관리자와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현석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역겨운 녀석. 그래도 난 진심으로 네가 나와 같은 신으로서 자존심은 있을 줄 알았다!”
루아라는 깊은 오해를 한 채 분노하기 시작했다.
우주와도 같은 영역에서 추위가 더욱 거세졌다.
더불어 현석의 목적을 눈치챈 그녀가 마나를 끌어올렸다.
사아악!
그녀가 붓으로 허공을 그리듯 지팡이를 휘저었다.
별이 폭발하듯 루아라의 마나가 허공에서 폭죽처럼 퍼졌다.
이내 위성이 회전하듯 푸른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나를 뿌림으로써 현석이 자신의 영역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비유하자면 일종의 방화벽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물론 영역에 만연한 루아라의 마나가 알아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현석의 힘을 막겠지만.
현재 현석이 사용하는 힘은 원래 루아라의 것.
비슷한 힘이기에, 그의 마나는 영역에 퍼지기 더욱 용이할 수밖에 없었고.
루아라는 그러한 현석을 막으려고 하고 있었다.
“흐읍!”
그러면서 그녀는 현석에게 날린 별의 속도를 높였다.
쿠구구구구-!
고고하게만 날아오던 별들이 점차 속도가 빨라지더니 운석과도 같은 기세로 날아왔다.
“하여간 빈틈을 안 줘요.”
현석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루아라의 영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작전은 얼핏 보기에 괜찮아 보이나, 상당히 리스크가 큰 작전이었다.
영역의 주도권을 가지고 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니, 집중하는 동안 방어가 거의 안 되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방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긴 한데….
온전히 집중해도 막기 어려울 판에 영역을 신경 쓰면서 하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영역을 확보하면 문제될 일은 없지만….
아직 현석은 영역의 절반 정도밖에 마나를 퍼뜨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대로라면 현석이 맞이할 결과는 하나뿐이었다.
영역의 주도권을 뺏지도 못한 채 루아라의 공격에 맞고 죽는 것.
“조금만 더…!”
덕분에 현석은 오랜만에 긴장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우우우웅!
현석은 계속해서 마나를 영역에 주입했다.
하지만.
슈우우우우우-!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루아라가 본격적으로 영역을 지키기 시작한 탓에 현석의 마나가 영역으로 밀고 들어가지를 못했다.
더군다나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별들은 어느덧 몇백 미터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나.’
현석이 눈을 감았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작전은 완전한 실패였다.
물론 영역을 포기하고 방어하면 즉사는 면하겠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기세를 잡은 루아라는 분명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을 것이고.
공격당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선 그것을 전부 막아내긴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장 눈앞에 날아오는 별들만 봐도 전력을 다해야 막을 수 있을 정도인데.
‘가급적이면 좋은 상황에서 꺼내주고 싶었는데 미안하다.’
현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품에서 어떠한 기운을 꺼냈다.
서리여왕의 사념이었다.
웬만하면 루아라가 정신을 차린 상태에서 꺼내고 싶었다.
그래도 서리여왕의 어머니인데 지금처럼 이성을 잃은 모습을 보여주기엔 좀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후우우웅!
현석이 사념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서리여왕의 기운이 영역 내부에 만연하게 퍼졌다.
흠칫!
“이 힘은…!”
아니나 다를까.
현석의 예상대로 루아라가 순간적으로 몸을 떨었다.
이성을 잃었어도 본능적으로 서리여왕의 기운을 느낀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기회였다.
아주 잠깐이지만 루아라의 정신이 서리여왕의 기운에 팔린 순간.
영역의 방화벽 역할을 하던 루아라의 마나가 약해졌다.
“어서…!”
쿠구구구구!
그리고 루아라의 별이 현석에게 닿기 바로 직전.
현석은 루아라가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고 마나를 터뜨렸다.
삽시간에 현석의 마나가 영역을 장악했다.
화아아아악!
영역이 순간적으로 강한 빛을 내뿜었다.
“됐다!”
꽈악!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 무섭게 현석은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드디어 영역이 그의 손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아주 천천히 우주를 유영하던 행성들이 일제히 멈췄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당연히 현석을 향해 쏘아지던 별 또한 아무런 미동 없이 멈춘 상태였다.
“후우….”
현석은 바로 자신의 앞에 있는 별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멀리서 봤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별에 응축된 에너지는 상상 이상이었다.
‘과연 선천지기를 사용한 힘인가.’
나름대로 힘을 많이 회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신천지기를 사용한 루아라의 힘은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현석을 압도하는 중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영역을 확보해서 망정이지.
자칫하면 이쪽이 그대로 소멸해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순 없지.’
영역을 자신의 것으로 바꾸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직 루아라가 영역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건 아니었으니까.
때문에 현석이 하고자 하는 건, 달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으면서도 태양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을 새로이 창조하는 것.
화르르르르르륵!
현석은 이번엔 태양의 불의 힘을 발동했다.
“디에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루아라가 외쳤다.
그녀는 순간 집중력을 잃고 제자리에서 휘청거리긴 했지만, 곧바로 중심을 잡고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촤르르르르!
수많은 별이 루아라의 몸을 감싸더니, 그녀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별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루아라의 몸 전체를 덮는 것도 모자라 이윽고 어떠한 형태를 갖추었다.
달.
거대한 달이 우주 한복판에 떠올랐다
“….”
현석은 그곳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을 느꼈다.
무형의 힘에 어깨가 짓눌리고, 입김이 새어 나왔다.
동시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저것이….
루아라가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만든 마법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이 이상 현석이 영역에 무슨 짓을 하기 전에 완전히 끝을 볼 생각인 것이었다.
후우우우우!
달에서 엄청난 광채가 뿜어지며 영역 전체를 하얗게 물들었다.
쩌적, 쩌저적!
빛이 닿는 모든 곳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현석의 시선이 바닥을 짚은 손으로 향했다.
손끝부터 서서히 손이 얼어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당할 현석이 아니었다.
“흡!”
그가 이를 악문 채 기운을 터뜨렸다.
화염이 그의 몸을 감싸고 현석의 눈에서 짙은 주황색의 불길이 타올랐다.
그러면서 하얀 광채가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루아라가 달이 되어 우주 전체를 집어삼키려 했다면.
현석은… 이곳에 태양을 띄움으로써 영역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것이었다.
그러기 무섭게.
영역의 저 너머에서 어마어마한 열기와 함께 거대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태양은 이곳이 자신의 공간임을 선포하듯 제 존재감을 풍겼다.
냉기는 어느덧 사라지고 영역을 구성하던 별들은 태양의 빛에 파묻혀 모습을 감추었다.
그건 루아라의 달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화악!
태양의 열기가 루아라가 달로 변함으로써 만들어낸 빛을 전부 몰아내자.
루아라를 감싸던 별들이 힘을 잃고 사라졌다.
“아아…!”
본래의 모습이 역력히 드러난 루아라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얼굴에서 다양한 감정이 엿보였다.
감탄, 절망, 실망, 후회 등등.
뒤이어 그녀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듯 눈을 감으며 말했다.
“역시 나는 너에게 안 되는 건가….”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르르르르르륵!
태양은 스스로를 태워 더욱 강한 열기와 빛을 내뿜었고.
빛은 우주를 완전히 집어삼키며 루아라가 만들어낸 모든 흔적을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