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66
65화
한 번의 충돌에 현석과 아이젠, 두 사람이 뒤로 쭉 밀려났다.
차이가 있다면, 현석은 선박 끝까지 밀려난 반면, 아이젠은 다섯 발자국 정도밖에 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허….”
아이젠의 입에서 그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현석의 공격이 생각보다 훨씬 약했기 때문.
그렇다고 조금 전의 공격이 객관적으로 약하냐? 그건 또 아니었다.
‘위력만큼은 충분히 S급 정도는 된다.’
단지 자신의 불을 뚫지 못할 정도인 것이었다.
아마 과거의 힘을 되찾지 못해 그럴 것일 터였다.
‘놈을 죽이며 우리끼리 심장을 나눠 가졌었으니까.’
태초의 불이 아닌 평범한 불을 사용한 것도 필시 그 이유 때문일 것이었다.
그리고 그 뜻은….
드디어 자신이 현석보다 우위에 있다는 의미였다.
“허허… 허허허….”
아이젠의 입에서 실없는 웃음이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크롬헬’이라는 벽을 마침내 뛰어넘을 수 있다니!
그렇다면 망설일 건 없었다.
그저….
눈앞에 있는 악연을 여기서 확실하게 끊어내기만 하면 될 뿐.
아이젠의 시선이 현석에게 고정됐다.
그의 입꼬리가 기형적으로 위로 말려 올라갔다.
“뭘 그렇게 웃어? 재밌는 거 있으면 나랑 같이 좀 보자.”
그가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석은 아직까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다.’
아이젠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콰앙!
엄청난 속도로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그리곤 그를 향해 저주의 팔을 휘둘렀다.
“…!”
현석은 눈을 크게 뜨더니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꽈아앙!
갑판에 큼지막한 금이 생겨났다.
하지만 아이젠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촤아아아-
주먹이 떨어진 자리에서부터 온갖 벌레들이 퍼져 나왔다.
하나 같이 즉사에 이르게 할 만한 역병을 품은 것들이었다.
“큿!”
현석은 창을 세로로 쥐곤 그곳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파이어 랜스가 붉게 물들더니 이내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화염이 파동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화르르르-
주변의 벌레들이 순식간에 불타 사라졌다.
“크롬헬 어딜 보는 거냐!”
하지만 그러기 무섭게 다시금 아이젠이 달려들었다.
콰콰콰콰쾅!
그는 쉴 새 없이 주먹이 쏟아졌다.
그럴 때마다 주먹의 충격파와 함께 벌레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나왔다.
조금의 빈틈도 없이 촘촘한 공격.
현석은 쉴 새 없이 막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아이젠을 도발했다.
“이젠 내가 알려준 대로 잘 공격하네? 그땐 하도 멍청해서 몇 년 동안 성장이 더뎠는데.”
“아무것도 못 하면서 입은 살아있구나!”
언제까지 그럴 수 있나 보자.
휘릭!
아이젠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허공에 저었다.
그러자 현석을 포위하듯 검은 불이 피어올랐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곳에서부터 저주의 손들이 현석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흡!”
화르르르르!
현석은 곧장 수백 개의 화염 화살을 만들어내 날렸다.
하지만.
“…뭔?”
당연히 소멸할 것이라 생각한 손들은 현석의 불에 맞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주의 손의 불이 현석의 불을 집어삼키는 모습.
“왜? 네 놈의 불이 항상 우위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
아이젠이 비웃음을 날렸다.
그리곤 당황한 현석을 향해 그대로 저주의 팔을 휘둘렀다.
현석은 다급히 파이어 랜스를 들었지만.
뻐어어억-!
무지막지한 크기의 주먹이 현석을 강타했다.
현석이 뒤로 날아가 벽면에 부딪혔다.
“하하하하하! 그래, 이거야!”
아이젠이 광소를 터뜨렸다.
크롬헬에게 한 방 먹였다는 사실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마어마한 고양감에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위다 크롬헬. 내가 위라고! 마침내 네놈을 넘었다!”
“미친놈인가….”
현석은 이마를 짚으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치이이익-!
이제 보니 끔찍한 작열통과 함께 현석의 팔이 검게 물들고 있었다.
저주의 불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이런….”
현석은 감염된 곳에 마나를 흘리려 했다.
저주의 진행 상태를 최대한 지연시킬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만한 여유는 없었다.
“어딜!”
아이젠이 다시금 접근해왔다.
현석은 일단 거리를 벌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쩌저적!
“…?”
갑자기 그가 짚고 있는 바닥이 얼어붙었다.
아이젠이 구음절맥의 냉기를 활용해 그 부분만 얼린 것이었다.
“젠장….”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앙!
아이젠의 주먹이 떨어졌다.
공격은 한 번에서 그치지 않았다.
쾅쾅쾅쾅쾅쾅쾅!!
“크윽!”
현석은 파이어 랜스를 들어 주먹을 막아냈다.
그럼에도 충격은 고스란히 현석에게 전해졌다.
어마어마한 반동에 팔이 부러지는 것 같고, 팔에 물든 저주 또한 가속되어 팔의 감각이 사라져갔다.
더군다나.
신물인 판옥선조차 슬슬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쾅쾅쾅쾅쾅!!
아이젠의 주먹이 현석을 내려칠 때마다 바닥이 빠르게 부서지기 시작했다.
“왜 그러고만 있는 거냐 크롬헬!”
쾅쾅쾅쾅!
“어서 일어나서 반격해라!”
쾅쾅쾅쾅!
“마력을 끌어올려라!”
쾅쾅쾅쾅!
“예전처럼 나를 제압해라! 네 잘난 용신의 권능은 어디 갔지? 응?”
아이젠이 이를 악물고 일격을 날렸다.
꽈아아앙!
그 탓에 바닥이 그대로 무너지며 현석은 아래층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이젠은 여유로이 그곳으로 내려갔다.
“후우… 이제야 그동안 쌓인 분이 좀 풀리는 것 같군.”
그리곤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기를 반복했다.
다소 진정이 되자,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
“나에게 처맞은 기분이 어떤가 크롬헬?”
그가 손을 휘젓자, 아래층을 가득 메우고 있던 먼지들이 단숨에 사라지고 현석의 모습이 드러났다.
온갖 나무 파편을 아무렇게나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
“왜 말을 안 하지? 누구보다 내게 잔소리하기 좋아하던 네가 아니냐? 아까처럼 떠들어보란 말이다!”
“….”
“아카르덴 역사상 전무후무할 대마법사님! 만물의 이치를 깨달은 대마법사님! 무슨 말이라도 해보시란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외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뚝.
“쯧… 말도 못 하는군.”
흥미가 식었는지 아이젠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아이젠은 그렇게 읊조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현석의 주변으로 수십 개의 ‘손’들이 나타났다.
손들은 제 손가락을 이용해 벌레처럼 현석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네놈의 최후는 끔찍했으면 좋겠군. 그대로 손들에게 찢기며 천천히 죽어라 크롬헬.”
그 말을 끝으로 아이젠은 몸을 돌렸다.
“배신자와 용왕, 그리고 네놈의 애완동물까지 처참하게 죽여주지.”
그리고 그가 위로 올라가려는 순간이었다.
화르르르르르륵!
“…!”
뒤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불길이 느껴졌다.
아이젠이 놀란 눈을 한 채 바로 현석을 돌아볼 정도로.
“무슨…?”
그리고 그땐 이미 불은 사라지고 없어다. 자신이 소환한 손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다른 것보다 아이젠이 놀란 건 다름이 아니었다.
바로 조금 전에 타올란던 불.
그것은 태초의 불… 아니, 분명 그것보다 훨씬 더 높은 격의 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젠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야, 뭘 그렇게 벙쪄있어.”
그리고 현석이 멀쩡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을 때.
그는 자신의 앞에….
거대한 벽이 일어선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 * *
“너… 방금 뭐였지?”
아이젠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현석은 듣는 둥 마는 둥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툭툭 털며 답했다.
“뭐가?”
“방금 그 불 말이다.”
“말하면 알긴 하고?”
자세히 보니 조금 전에 저주의 영향을 받았던 팔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힘을 숨겼군.”
“숨기다니. 옛 동료 오랜만에 만났는데 좀 놀아줘야지. 안 그래?”
현석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도 덕분에 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았어.”
“뭐라?”
“딱 원래 수준에서 ‘태초의 불’의 힘을 조금 가미한 정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현석이 평범한 불만 사용해 일방적으로 당하는 ‘척’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아이젠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함.
‘녀석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게 늘 단점이었으니까.’
때문에, 조금만 기회를 주면 분명 혼자 신나서 공격할 게 분명했고.
현석은 그것을 직접 몸으로 받으며 아이젠의 강함을 판단하려 한 것이었다.
물론, 위기가 아닌 만큼 전력은 아닐 테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감은 잡을 수 있지.’
이렇게 해야 다른 배신자 녀석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굳이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한 이유였다.
‘덕분에 놈들이 과거의 내 힘 일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았군.’
그리고 아이젠의 경우 ‘태초의 불’의 힘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아마 강탈한 심장 조각으로 그 능력을 손에 넣었을 터.
일전에 화염 화살로 공격했을 때 손들이 멀쩡한 게 바로 그 증거였다.
‘힘이 비슷하다면 태초의 불이 우위에 있으니까.’
하지만 배신자 중에서 가장 떨어지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그것 말고 딱히 주의할 건 없었다.
저주도 뭐… 태양의 불이 가진 ‘정화’ 효과로 없애면 그만이었고.
화르르륵!
현석이 다시금 파이어 랜스를 소환해냈다.
이번엔 평범한 불이 아닌 태양의 불로.
“…!”
그것을 본 아이젠의 눈이 커질 대로 커졌다.
“대체 그 불은….”
“봐봐. 봐도 뭔지 모르겠지? 그럴 땐….”
현석이 당장이라도 돌진하려는 듯 자세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처맞으면서 배우는 거야. 오랜만에 교육 시작이다.”
그리고.
콰아앙!
처음 격돌했을 때처럼 현석이 앞으로 쏘아지듯 날아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엔 아이젠 혼자 저 멀리 날아갔다는 점이었다.
* * *
“…?”
벽에 처박힌 아이젠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과는 완전히 상반된 상황.
“이게 무슨….”
아무리 힘을 숨겼다고 한들, 이만큼이나 차이가 날 수 있나 싶은 것이었다.
“내가 언제 말했지. 너는 평생 날 넘을 수 없다고.”
뒤이어 현석의 비아냥이 들려왔다.
까득.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이젠이 이를 악물었다.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그의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 입 다물어라, 크롬헬.”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납득할 수 없었다.
분명 착오가 생긴 것일 터였다.
아무리 크롬헬이 강했다고 한들, 자신은 과거의 경지를 이미 아득히 뛰어넘은 상태였으니까.
“내가 언제까지고….”
화륵!
아이젠의 손에 검은 불로 이루어진 언월도가 쥐어졌다.
“네놈의 아래일 것 같느냐!”
콰앙!
아이젠이 자리를 박차고 현석에게 쇄도했다.
주변의 물건이 부서질 정도의 어마어마한 기세.
“뭐야? 네가 언제부터 무기를 썼다고 그걸 쥐어?”
하지만 현석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화르르르르륵!
그의 파이어 랜스가 맹렬히 타올랐다.
“아, 설마 나를 동경해서 따라 하는 거야?”
“미친놈!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아이젠이 미간을 좁히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구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어어어어!
크어어어어!
놈들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아이젠의 뒤를 따랐다.
대략 수백에 달하는 수.
아이젠이 자랑하는 군대였다.
신체 능력이 일반 구울보다 수십 배는 강한 개량종들.
“아니긴. 누가 봐도 뻔하구만.”
현석은 조소를 지으며 투창의 자세를 취했다.
그리곤 기운을 그곳에 응집한 뒤, 곧바로 파이어 랜스를 앞으로 던졌다.
“이까짓 것, 바로 쳐내주….”
아이젠은 비웃음을 날리며 언월도를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날아오던 파이어 랜스가 폭발하더니 무수히 많은 파편이 되어 쏘아졌다.
“무슨…!”
그 모습에 아이젠은 다급히 속도를 줄였다.
그리곤 등 뒤의 ‘저주의 팔’을 앞으로 세워 스스로를 보호했다.
콰콰콰콰콰콰콰!
곧바로 사방에서 터지는 소리가 작렬했다.
“커헉…!”
아이젠의 입에서 검은 피가 솟구쳤다.
공격의 위력이 강해 마나가 역류한 것이었다.
“끄으으으으…!”
아이젠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몸은 뒤로 서서히 밀려가고 있었다.
버티는 걸로는 답이 없었다.
“으아아악!”
결국 아이젠은 남은 마나를 순간적으로 터뜨리며 창의 파편을 날려버렸다.
쿠구구구궁!
선박 내부에 파편이 날아가며 폭발이 일었다.
뿌연 연기가 사방에 퍼졌다.
“미친….”
주변을 훑은 아이젠이 힘 빠지는 소리를 흘렸다.
수백에 가까운 구울이….
단 일격에 전멸해 있었다.
신을 죽인 대마도사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