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67
66화
비단, 구울 군대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아이젠 또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
그의 시선이 저주의 팔로 향했다.
손가락이 사라지고, 손등이 마구 찢겨 완전히 넝마가 된 모습.
마나를 주입하면 금방 회복이야 되겠지만.
이번 방어 한 번으로 남아있던 마나의 절반이 그대로 증발하고 말았다.
“하하….”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입에서 흘렀다.
‘이렇게 해도 안 된다는 것이냐….’
크롬헬의 심장으로 성장하고, 나아가 산군의 힘까지 흡수했다.
부활하는 과정에서 많은 힘을 잃기는 했으나, 그건 메이린의 몸에 있던 구음절맥으로 어느 정도 해결한 상태였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
오히려 불리한 쪽은 현석이었다.
부활하는 과정에서 자신보다 더 많은 힘을 잃었으니.
용신과 마신의 권능을 쓰지 못하는 것만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대체 이 불은….’
자신을 포위하듯 타오르고 있는 불.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지의 불이었다.
아마, 대륙 최강의 대마법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또 새로운 마법을 만든 것이겠지.
“불공평하다.”
너무나도 불공평했다.
누구는 그렇게 개고생해도 안 되는데. 누구는 이렇게 쉽게….
“뭐가 그렇게 불공평해?”
파악!
현석이 연기를 뚫고 나타난 건 그때였다.
그의 손엔 또 다른 파이어 랜스가 들려 있었다.
“네놈…!”
아이젠이 미간을 좁혔다.
반사적으로 언월도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우리 아이젠, 근접전은 얼마나 잘하나 볼까?”
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파이어 랜스를 앞으로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폭발과 함께 아이젠이 뒤로 밀려났다.
언월도로 막은 덕분에 처음처럼 멀리 밀려나진 않았다.
아니, 막은 게 맞나?
“….”
아이젠이 식은땀을 흘리며 도면을 슬쩍 바라봤다.
막은 부위를 중심으로 도에 큼지막한 균열이 일어나 있었다.
그는 마나를 주입해 곧바로 균열을 메웠다.
“집중해야지 아이젠.”
현석이 다시금 창을 내지르며 접근해왔다.
카앙!
그의 창끝이 언월도의 도면에 막혔다.
현석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도면을 밀어냈다.
끼기기긱….
그럴 때마다 소름 끼치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당장이라도 도면이 깨질 것만 같은 모습.
아이젠이 도면을 옆으로 튼 건 그때였다.
틱!
“…!”
창끝이 닿아있던 면이 없어지자, 현석의 중심이 앞으로 확 쏠렸다.
화륵!
그 즉시 아이젠은 그런 현석을 향해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죽어라!”
정확히 명치를 노리고 들어가는 공격.
아이젠의 입장에서는 정확하게 빈틈을 파고드는 공격이었지만.
휘릭!
현석은 허공에서 몸을 회전하는 것만으로 주먹을 피해냈다.
그리곤 그 반동을 이용해 아이젠을 걷어찼다.
물론 메이린의 몸이었기에 어느 정도의 힘 조절은 있었다.
뻐억!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아이젠의 몸이 휘청였다.
현석은 그 모습을 보곤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오, 격투술까지 익혔어? 되게 미숙한데?”
“닥쳐라!”
후웅!
아이젠이 신경질적으로 언월도를 휘둘렀다.
현석은 어렵지 않게 공격을 피한 뒤 말했다.
“내가 너 운동 능력 최악이라고 마법에만 집중하라고 했지?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네.”
“….”
“사람이 가르쳐주면 좀 듣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예전에 고독도 그렇고 어떻게 넌 달라진 게 하나도 없냐?”
“닥치라고 했을 텐데!”
화아아악!
아이젠이 기습적으로 현석을 향해 저주의 불을 날렸다.
검은 빛줄기가 거미줄처럼 뻗어가, 순식간에 현석의 몸을 감쌌다.
“하하하하! 방심했구나 크롬헬!”
그 모습에 아이젠의 표정이 밝아졌다.
속박의 저주.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저주의 영향으로 빠르게 쇠약하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붙잡히는 순간 마법 능력은 물론 신체 능력까지 가파르게 저하되기 때문에.
빠져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끝이다!”
아이젠은 서둘러 언월도를 휘둘렀다.
이에 현석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내가 방금도 마법만 쓰라고 말했는데.”
그는 태양의 불로 단숨에 저주를 없애버렸다.
아이젠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히 드러났다.
“넌 어떻게 말을 쳐 듣지를 않냐.”
현석이 파이어 랜스로 언월도를 받아쳤다.
퍼어엉!
그대로 언월도가 부서지며 소멸했다.
“엇….”
설마 이렇게 쉽게 막힐 줄은 몰랐는지, 아이젠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현석은 그 틈을 타 바닥에서 화염 밧줄을 소환했다.
밧줄이 순식간에 아이젠의 몸을 옭아맸다.
“이익…! 풀어라. 크롬헬!”
아이젠이 분개하는 목소리로 저주의 불을 내뿜었다.
하지만 밧줄에서 흐르는 태양의 불에, 제대로 사용되지도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학습성이 없나? 안 된다는 건 진작에 증명됐을 텐데?”
“웃기는 소리!”
녀석의 눈이 검은빛에 물들었다.
구울과 손들이 바닥에서 마구 올라왔다.
하지만.
따악-!
현석은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그것들을 전부 태워버렸다.
아무런 공격도 통하지 않자, 아이젠이 다급히 외쳤다.
“젠장! 너… 이 아이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는 거냐?”
하지만 현석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무슨 소리야 힘 조절 잘하고 있는데.”
메이린의 신체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 공격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녀의 몸에서 봤을 때, 아이젠의 영혼은 사실상 불순물에 해당했다.
그리고 현석은 태양의 불의 속성을 이용해 그러한 불순물을 ‘정화’할 생각인 것이었다.
‘쉽게 비유하자면 일종의 성불이지.’
그렇게만 한다면 아무리 화염을 날려도 메이린의 몸엔 직접적인 피해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었다.
그저 아이젠만 끔찍하게 괴로울 뿐.
“그렇게 말하는 너는 어린 애 몸에 숨어서 쪽팔리지도 않냐?”
“….”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본모습으로… 아, 멍청하게 승천제 하다가 지 몸 다 날려 먹었지?”
“…럽다.”
“하긴. 내가 그렇게 고독 수정하라 해도 더럽게 고집부릴 때부터 알아봤어. 뭘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어야지.”
“…끄럽다.”
“뭐라는 거야. 이젠 말도 할 줄 모르냐?”
“시끄럽다 크롬헬!”
참다못한 아이젠이 분개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화르르르르!
“끄아아아아!”
밧줄의 불이 맹렬하게 타오른 탓이었다.
“이게 어디서 목소릴 키워, 죽을려고. …어차피 죽일 거긴 하지만.”
현석은 아이젠에게 다가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아이젠. 죽이기 전에 하나만 좀 묻자.”
사뭇 진지한 표정.
“날 배신한 이유가 뭐지? 네 뜻이냐? 아니면 모든 동료의 뜻이냐.”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의문이었다.
‘대체 왜 동료들이 자신을 배신했는가’.
물론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그 이유는 뻔했다.
‘내 힘이 탐났던 거겠지.’
신의 힘에 대한 열망.
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
그럼에도 그들의 입에서 직접 듣고 싶었다.
대체 왜 생사를 함께하며 싸운 자신을 죽인 것인지.
혹여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지.
직접 눈을 마주하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크흐흐… 건방지기 짝이 없군.”
“…뭐?”
아이젠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지금껏 본 적 없는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크롬헬. 설마 내가 네 심장 조각으로 태초의 불만 얻었다고 생각한 건가?”
그의 주변으로 검은 기운이 일렁였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콰아아아아아!
아이젠이 말을 마치자 어마어마한 기운이 바닥에서 터져 나왔다.
그 파동이 퍼져 순식간에 바다를 훑었다.
파도가 잠잠해지며 모든 먹구름을 몰아냈다.
오직 달빛과 별빛만이 이곳을 은은하게 비췄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기운은 이내 용처럼 하늘을 향해 치솟더니.
픽, 픽, 픽픽픽픽-!
전등이 꺼지듯, 별들의 빛을 하나둘 뺏기 시작한 탓이었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져 어느덧 하늘에선 어떠한 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젠이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잘 봐라 크롬헬. 이게 내가 창조한 영역이다.”
따악!
그는 말을 마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주변의 빛이란 빛은 전부 사라지며.
화악!
세상이 꺼진 듯.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완연한 암흑이 찾아왔다.
오직 일정 경지 이상에 도달한 대마도사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위 마법으로.
공간을 자신의 마법으로 뒤덮어버리는 아이젠의 영역 마법.
‘밤(Night)’이었다.
* * *
영역 마법은 단순히 공간을 바꾸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영역은 시전자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공간으로써.
신체 능력과 같은 기본적인 능력치가 증폭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전자가 사용하는 마법의 장점이 더욱 부각된다.
‘가령 지금과 같이 어두운 장소에서는….’
검은빛을 가진 아이젠의 저주의 불이 어떤 불보다 효과적일 수밖에 없었다.
적들의 눈엔 아예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러면서도 시전자는 대낮처럼 상대를 볼 수 있고 말이지.’
현석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군.’
눈을 아무리 굴려봐도 사방이 온통 검은색이다 보니, 공간에 대한 개념이 희미해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이젠의 주요 능력 중 하나가 저주인 만큼, 영역엔 상대방의 마력을 감소시키는 효과 또한 있는 듯했다.
“….”
시간이 흐를수록 마나가 몸에서 빠져나가고 무기력해지는 것을 보면.
다시 승기를 가져왔다고 생각했는지, 아이젠이 크게 웃으며 물었다.
“오만. 그게 바로 네 패배의 원인이 될 것이다 크롬헬.”
어딘가에서 아이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또한 영역 전체에서 울리다 보니 위치를 특정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있나? 생각해보니 처음 죽었을 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죽었잖냐?”
“….”
“그래도 옛 동료인데 두 번째 죽음에서만큼은 유언을 들어주도록 하지.”
어떻게 보면 현석의 상처를 찌르는 비아냥이었지만, 현석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조차 없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반대로 묻지. 마지막인데 할 말은 없나?”
“…뭐?”
현석의 말에 아이젠의 얼굴이 와락 찌푸려졌다.
설마 역으로 물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아니, 나름 영역이라고 펼쳤는데 내 눈엔 빈틈이 보여서 말이야.”
“지랄도 정도껏 해라. 신의 힘에 취해 ‘영역’은 만들 생각도 하지 않던 네가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냐.”
“넌 꼭 똥인지 된장인지 처먹어 봐야 아냐? 내가 누군데 딱 보면 알지.”
하지만 아이젠은 이내 코웃음을 치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하! 어이가 없군. 아까 물었지? 할 말이 있냐고.”
그가 손가락을 아래에서 위로 까딱거렸다.
현석은 보지 못했지만, 바닥에서 여러 개의 검은 손아귀가 튀어나왔다.
턱, 턱, 터억!
그것들은 현석의 목이나 발목 그리고 어깨 등을 붙잡았다.
“부디. 제발 부디 괴롭게 죽어줬으면 좋겠군.”
아이젠이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손아귀가 어느새 현석의 전신을 뒤덮었다.
남은 것이라곤 얼굴 뿐.
그럼에도 현석의 얼굴은 여전히 자약한 얼굴이었다.
“그게 유언이라니 실망인데?”
“마지막까지 허세라니. 네 꼴을 봐라.”
뿌드드득!
손아귀가 서서히 현석의 얼굴마저 잠식해나가고 있었다.
‘밤’의 영향으로 현석의 마법의 위력은 절반가량 감소한 상태.
그리고 조금만 기다리면, 현석은 끝없는 심연에 빠져든 뒤, 그곳에서 질식해 죽을 것이었다.
“그 손아귀에 잡히는 순간 애초에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순간 현석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사아아-
분명 자신이 현석의 목숨을 쥐고 있음에도, 아이젠은 전신에서 소름이 확 돋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이젠, 너야말로 날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과거에 크롬헬에게 당한 학습인가, 아니면 본능이 외치는 경고인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뜸 들일 것 없이 바로 죽인다.’
아이젠이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손아귀가 부풀더니 더욱 빠른 속도로 현석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나 크롬헬이야. 대륙의 수호자이자, 아카르덴 역사상 최고의 대마법사. 그런데….”
쿠드드득!
손아귀가 현석을 어둠 속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힘을 잃었다고 고작 너 따위에게 죽을 것 같아?”
“시끄럽다! 어서 죽기나 해라!”
아이젠이 포효하듯 외쳤다.
스륵.
그 순간 어둠이 현석을 완전히 삼켰다.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에 그를 완전히 가둔 것이었다.
“….”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젠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확실하게 처리한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애매한 기분.
아무래도 직접 죽여야 할 듯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음?”
픽!
현석이 사라진 장소에서부터 강한 빛줄기가 새어 나왔다.
하나가 끝이 아니었다.
픽, 픽, 픽, 픽!
무수히 많은 빛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아이젠의 영역 정중앙에 구의 형태로 모이기 시작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공간이 순식간에 밝혀졌다.
“말도 안 돼….”
아이젠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 빛을 바라봤다.
설마 자신의 영역에서 이만한 마법을 시전할 수 있을 줄이야.
‘막아야 한다!’
곧바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화르르르륵!
마치 태양처럼 타오르는 구의 모습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압도된 것이었다.
‘내가? 내 영역에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분명 크롬헬을 넘었다고 생각했건만.
또다시 이렇게 굽힐 순 없었다.
“그럴 순 없다 크롬헬….”
까득!
아이젠은 이를 악물곤 마나를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붉은 피가 흘렀다.
“그럴 순 없어. 여긴 내 영역이란 말이다!”
아이젠이 외치자, 영역을 구성하는 모든 곳에서 저주의 팔이 튀어나와 현석의 ‘구’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크윽…!”
하지만 대체 무슨 불로 이루어진 것인지, 태초의 불을 머금은 자신의 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아이젠을 비웃듯 점차 몸집을 키우는 모습.
“안 돼… 안 된다!”
그럴수록 아이젠은 더욱 필사적으로 힘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르르르르륵!
“젠장! 안 된다고!!”
현석의 구는 쉴 새 없이 커졌고.
어느 정도 크기를 키웠을 때.
“으아아아아! 크롬헤에에에엘!!!”
????!!
어마어마한 화염 폭풍이 일어나며 순식간에 아이젠은 물론이고 그의 영역마저 날려버렸다.
신을 죽인 대마도사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