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165
제2장 동아리 활동 (2)
결국 한성은 점심시간과 다음 시간까지 모두 날려 먹고 말았다.
검도부와 축구부에 지원하려 하였으나 워낙에 부원들이 허약하여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유설화는 동아리에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였으므로 어쩔 수 없이 수업이 모두 끝난 후에 찾아보기로 하였다.
아직 해가 지기까지는 몇 시간이 남아 있었으므로 충분히 이곳저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정말 하고 싶은 운동 없어요?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요.”
“이종격투기 같은 것은 없나?”
“사람 죽이고 싶나요?”
유설화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 세상에서 싸움으로 한성을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그것은 카렌대륙을 통틀어도 마찬가지였다.
한성은 운동장을 지나다가 야구부가 활동하는 것을 보았다.
카앙!
시원하게 스윙이 들어가고 공이 날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성은 터덜터덜 야구부를 향해 간다.
웅성웅성.
이미 한성에 대한 소문이 파다했다.
검도부는 박살이 났고 축구 골대가 찢어졌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그 때문에 부원들은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곳의 주장은 조금 특이했다.
“자네가 바로 소문의 히어로군!”
“그런 것 같군.”
“하하하! 선배에게도 거침없이 반말을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이한성이 맞나?”
“그렇다.”
“입부 테스트를 하러 온 것이고?”
“그렇다고 해 두지.”
“포지션은?”
“아무거나 시켜도 잘할 것이다.”
“그럼 타자로 시험을 하도록 하지. 괜찮나?”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투수가 준비된다. 투수는 한국대에서도 날고 긴다는 고청명이다. 놈의 얼굴은 결의에 차 있었다.
“고청명! 본때를 보여주자고!”
“걱정 마라. 저런 애송이 정도야.”
한성은 타자석에 선다.
무조건 홈런을 때려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고청명은 엄청난 속도로 공을 던졌다.
후우웅!
대략 시속 130킬로 정도는 되어 보이는 공이었으나 한성의 눈에는 슬로모션으로 비칠 뿐이었다.
한성은 가볍게 배트를 휘두른다.
콰아아아앙!
쩌저저저적!
야구 배트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고 공은 걸레짝이 되어 날아간다. 아예 70도 정도의 각도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날려 버린 것이다.
후두두두둑!
배트의 조각들이 부서져 내린다.
고청명을 비롯한 야구부원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한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힘을 조절한다고 하였으나 너무 허무하게 야구 배트가 날아갔던 것이다.
아무래도 배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배트가 약하군.”
“이런 무식한 놈!”
“하하하하! 타자에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 같군. 그럼 투수를 해 보겠나?”
“그러지.”
모든 사람들이 지탄을 쏟아 내었으나 야구부 주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글러브와 공을 주었다.
한성은 투수석에 섰다.
타자석에는 4번 타자 유필성이 선다.
포수 역시 베테랑이었는데 가능하면 스트라이크를 넣어야 할 것이었다.
한성은 공을 쥐고 가볍게 스냅을 주어 던졌다.
쐐애애애액!
삑삑삑!
속도를 재는 계기판이 고장 났다.
‘000000’으로 표시가 되었으며 공은 엄청난 속도로 포수의 글러브로 들어간다.
‘너무 강했나?’
한성은 순간적으로 글러브와 포수의 몸에 실드를 쳐 주었다.
콰아아아아앙!
“끄아아아악!”
쾅!
폭발음이 들렸고 포수는 그대로 몸이 붕 떠서 반대쪽의 벽에 부딪쳤다. 문제는 벽면이 박살이 나며 무너져 버렸다는 것이다.
“…….”
만약 한성이 실드를 치지 않았다면 포수는 죽어 버렸을 것이다.
“백상기! 괜찮나!”
사람들이 포수에게 뛰어간다.
포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기네스북이다!”
역시 포수의 몸은 멀쩡해 보인다.
야구부 주장이 한성에게 다가왔다.
“미안하군. 자네가 너무 강해 쓸 수가 없을 것 같군.”
“쯧쯧. 너희가 약한 것이 아니라?”
“강함과 약함은 상대적인 것이니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
한성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그들은 정처 없이 교내를 떠돌고 있었다.
곁에서 유설화는 수도 없이 잔소리를 쏟아 내었다.
“생각이 있는 건가요?”
“내가 뭘 잘못했나?”
“잘못했죠!”
유설화는 소리를 빽 질렀다.
한성과 샤렐은 동시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무슨 잘못이지?”
“멋있기만 하던데?”
“내가 정말 못 살아.”
한숨을 내쉬는 유설화.
동아리 가산점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웬만한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했다.
그렇다면 아무 동아리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운동으로는 힘들 것 같았다. 피구나 농구를 한다면 사람을 죽이거나 골대를 부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설화는 우연히 독서 동아리의 플래카드를 본다.
매주 독서를 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무식하게 힘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매일 나갈 필요도 없었다.
모이는 시간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5시였다.
“이곳으로 가죠.”
“독서 동아리라?”
“고차원적인 토론을 한다고 하니, 한번 가 보도록 하지요.”
“그러든지.”
결국 그들은 독서 동아리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독서 동아리라는 타이틀답게 도서관 전체가 부실이었다.
도서관 한쪽에 모임을 갖는 장소가 있었고 전통적으로 도서관은 독서 동아리가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이다.
부원은 대략 20명가량으로, 머리가 뛰어난 사람만 부원으로 뽑았기에 그 숫자가 많지 않았다.
“계세요?”
인상 좋은 유설화가 앞장선다.
사람들은 독서 토론을 하고 있었고 그들은 일순 고개를 돌려 한성 일행을 바라본다.
“무슨 일인가?”
상석에 앉은 여학생이 물었다.
머리는 깔끔하게 묶어 올렸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날카롭지만 지적으로 보이는 미인이었다.
“저희는 독서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어 온 신입생입니다.”
“앉도록 하지. 지금은 토의를 하고 있는 중이니 차후에 테스트를 하도록 하겠다.”
“테스트도 해야 하나요?”
“물론이지.”
한성은 반강제로 끌려와 자리에 앉혀졌다.
그들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해 토의하고 있었다.
물론 한성은 그 책이 괴테가 썼다는 것만 알고 있지, 그 이상은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에 대해 열심히 의견을 교환하였던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책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가 나오자 눈이 감기기 시작하였다.
눈꺼풀이 매우 무거워진다.
유설화가 한성의 허벅지를 꼬집는다.
“그러면 안 돼요.”
“끄으윽.”
한성은 살짝 신음했다.
독서라는 것은 그야말로 수면제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결국 한성의 고개는 뒤로 꺾이고 말았다.
토론은 계속되고 있었는데, 한성은 깊은 숙면에 들어갔다.
“드르렁!”
“저거 웃긴 놈이군.”
동아리 회장 하지은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보았다. 감히 신입부원으로 지원하겠다는 주제에 잠들어 버린 것이다.
“그냥 두시죠? 지금은 토의가 중요합니다.”
“그러지.”
한성은 깊게 잠들었고 유설화는 낭패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내가 못 살아.’
이래서야 동아리에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토론은 거의 한 시간 동안 진행되고 나서야 끝났다.
유설화는 한성을 깨운다.
“다 끝났어요.”
“후우. 지루하군.”
“너희는 불합격이다.”
“왜지?”
한성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몰라서 묻나? 그렇게 잠이나 자려면 뭐 하러 왔나?”
“잠을 자지 않았다.”
“웃기는 소리.”
“너희가 한 말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흥. 그걸 핑계라고 대는 거냐?”
“만약 모두 기억하고 있다면?”
“입부시켜 주도록 하지.”
동아리 부원들은 한성을 비웃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설화는 고개를 흔들었다.
“또 꼼수를…….”
“오늘의 주제는 뭐였지?”
“일종의 금기와 고정관념을 깬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더군.”
“어떤 금기와 고정관념인가?”
“인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찾으려는 새로운 움직임이다.”
“미리 공부를 한 것은 아닌가?”
“아예 다 읊어줄까?”
“…….”
“책이 발간된 1774년 당시에는 독일의 계몽주의가 이미 근간을 이루고 있었다. 교회의 권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던 때지.”
한성은 오늘 토론하였던 이야기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읊어내고 있었다.
이것은 한성이 전공 교수를 엿 먹였던 방법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은은 그런 한성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어쨌거나 한성은 모든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천재인가?’
자면서 모든 이야기를 듣는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하였으나 이렇게 되었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었다.
‘연구 대상이군.’
물론 하지은에게는 다른 꿍꿍이가 있기는 했다.
“입부해라.”
“당연히 그래야지.”
한성은 끝까지 오만함을 잃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