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182
제11장 드래곤 로드 (1)
한성은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지금쯤 하경옥은 한성이 드디어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유설화와는 친구 사이로 지내겠다고 말할 것이라 기대할지도 몰랐다.
예상대로 그녀는 순순히 문을 열어 주었다.
“어머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해 보거라.”
“다음 제안에도 어머님이 요지부동이라면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로구나.”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 좀 들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말해 보아라.”
“저와 함께 카렌대륙에 가 주십시오. 그곳에서 제가 이룬 업적을 보시고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해 주십시오. 그러고 나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에게 선택권은 없는 것이로구나.”
“제가 언제 부탁드린 적 있습니까?”
하경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성이 다소 무리한 결혼을 요구하였지만 그 외의 것이라면 충분히 들어줄 용의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한성은 은인이었던 것이다.
한성은 유설화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가자.”
“어디를요?”
“카렌대륙에서 어머님이 거절하신다면 그때에는 포기하도록 하자.”
“그래요.”
유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다지 기대를 걸지 않는 것 같았다.
모든 준비를 마친 한성과 유설화, 유설희는 카렌대륙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였다. 물론 여기에 샤렐이 포함된다.
그녀는 원래부터 대륙의 사람이었으므로 갈 때마다 함께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럼 가볼까요?”
“차원 여행을 가는 것인데 짐이 이렇게 단출해서 쓰겠느냐?”
“가면 다 있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워프!”
쿨렁!
한성은 그대로 공국 입구로 워프를 하였다.
평소에도 잘 찾지 않는 곳이었으나 이곳에서 한성의 인기는 절정이었다. 그야말로 신격화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제국 서쪽은 바로 발렌시아 공국이었고 아론의 것이기도 하였다.
웬만한 중소형 왕국에 비견할 만하였으며 마도공학이 극도로 발달했다. 어떻게 보면 제도 브란보다 더 발달한 도시가 바로 발렌시아였던 것이다.
“우욱!”
역시나 그녀들은 가벼운 구토 증상을 보인다.
속이 진정되자 눈앞에 세워진 거대한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한성도 민망한 일이었으나 누가 보아도 천상의 기사임을 알 수 있었다. 무려 10미터에 이르는 동상이었는데, 순백의 페너플리와 거대한 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 동상이 오빠야?”
유설희가 묻자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카렌대륙에서는 유명하구나.”
“나보다 유명한 사람은 없을걸?”
공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철저하게 검문하였으며 불순분자를 색출한다.
공국의 입구는 거대한 루마티아 성채였다.
루마티아 공작이 다스리고 있었으며 한성과는 공국 초창기부터 함께해 온 남자이기도 했다.
루마티아 성채는 순백이었는데, 이는 한성의 상징과 같은 것이었다. 건축물들이 대개 하얗고 아름다웠다.
한성은 슬렁슬렁 사람들을 지나친다.
“수고한다.”
“줄을 서시오!”
“나다.”
“내가 누구……. 헉! 대공 전하!”
병사들이 급하게 무릎을 꿇는다.
지금 제국은 안정기에 접어들어 가고 있었다. 물론 아직 제국 외의 영토를 수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었지만, 곧 정복 전쟁이 시작된다는 사실은 제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한창 제국이 분열될 때에도 공국만큼은 누구도 건들지 않았다. 그 자체로 완벽한 요새였고 버티기만 한다면 백만 대군이 쳐들어와도 막아 낼 수 있었다.
“공작은 있나?”
“곧 호출하겠습니다!”
“그러든지.”
연락이 되자마자 팔두마차가 공작령 내에서 달려왔다.
루마티아 공작이 마차에서 내렸다.
“공왕 전하!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나?”
“어찌 그리 무심하십니까? 공국에도 종종 들르셔야지요.”
“알지 않나? 워낙에 바쁘니까.”
“묵고 가실 겁니까?”
“아니, 바렌으로 갈 것이다.”
발렌시아 공국의 수도는 바렌이었다.
바렌이야말로 공국의 꽃이라 할 만하였으며 한성이 과학적으로 설계하여 웬만한 지구의 도시 못지않은 웅장함과 아름다움, 편의까지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성은 하경옥에게 그곳을 보여주고 싶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차후에 제도에서 보도록 하자. 전국에서 소집령을 내릴 것이다.”
“알겠습니다.”
한성은 공작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백성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그야말로 광적으로 한성을 환호하고 있었는데 하경옥은 그 장면을 바라보며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광신도 집단인가? 인기가 절정이로군.’
아름다운 공국의 도시가 눈앞에 펼쳐진다.
대리석으로 다져 놓은 관도와 정면에는 순백의 성채가 보였다. 영주성 역시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한성은 영주성 앞에서 루마티아 공작과 헤어지기로 한다.
“벌써 가십니까?”
“기왕 들렀으니 왕궁에 가야 하지 않겠나. 밀린 공무도 있고.”
“그건 그렇지만요.”
“그럼 간다.”
한성이 이곳에 들른 것은 마차를 얻기 위해서다.
공국에서 루마티아 공작이 가장 아름다운 마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이곳을 경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성은 다시 한 번 워프 했다.
발렌시아 공국의 수도 바렌.
이곳은 오래전 한성이 대륙 정복 전쟁을 수행할 때 비옥하고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었던 중립 왕국 로이얀을 점령하며 받은 곳이었다.
도시 국가에 가까운 로이얀 왕국이었는데, 주변 영토를 병합하여 지금의 발렌시아 공국이 탄생하게 되었다.
처음 발렌시아 공국을 받았을 때, 한성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공국을 발전시키는 데 1년을 할애하였을 만큼이나 신경을 쏟아부었던 것이다.
엄청난 높이의 성채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이나 높고 웅장했다. 거기에 아름다움까지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한성은 팔두마차를 타고 바렌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한성이 손을 흔들자 입구에서부터 기사들이 내려왔다.
“공왕이시다!”
“와아아아!”
병사들과 기사들까지 환호한다.
한마디로 이곳에서 한성의 이름은 살아 있는 전설이나 마찬가지였다.
근위기사단장 로렌이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공왕 전하를 뵙습니다!”
“별일 없었나?”
“전하께서 제국을 평정하시어 무탈하였습니다.”
“하하하! 별일 아니었다.”
“물론 그러셨겠지요.”
어떤 심각한 일도 한성의 손을 거치면 간단한 일이 되었다. 하다못해 세계를 정복하는 것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와 함께한 기사들은 한성의 이런 반응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분들은?”
“이쪽이 2왕후 예정자이고 그분들의 가족이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충!”
기사들과 병사들이 한쪽 가슴을 내렸다.
수백의 병정들이 예를 표하는 광경은 전율이 일어날 만큼이나 절도가 있었다.
하경옥은 얼떨결에 고개를 숙인다.
“오늘 저녁에 성대한 연회를 준비하도록 하라.”
“옛, 공왕 전하!”
한성은 공국 안에서는 공왕으로 불렸고, 공국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대공으로 불렸다. 그렇게 호칭이 통일되어 있었다.
한성이 들어가자 백성들이 줄줄이 몰려나왔다.
“공왕 전하시다!”
“공왕 전하 만세!”
“만세!”
“와아아아아!”
한성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하경옥과 유설희는 그야말로 넋을 놓고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의 대통령 환영사와는 완전히 다른 광경이었던 것이다.
“오빠, 정말 대단하다.”
“그렇다고 했잖아.”
“이런 곳의 왕일 줄은 몰랐는데.”
“왕보다 대단하지.”
“와아.”
저 멀리에서 거대한 왕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순백으로 이루어져 있는 왕궁은 황궁보다도 더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곳에 들어간 대리석만 하여도 영지 하나를 세웠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정복 전쟁을 하며 한성은 엄청난 전리품을 챙겨 왔고 그 전리품의 3할을 받았다. 그 많은 부는 그대로 왕궁에 축적되어 있었다.
사실, 공국의 모든 백성들이 10년은 놀고먹어도 될 정도였다. 그만큼 부자였으나 한성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구로의 귀환을 택했던 것이다.
왕궁 앞에 이르자 거대한 성문이 열린다.
쿠구구구궁!
이미 연락을 받은 시녀들과 집사들이 나와 있었다.
왕궁의 광장에는 그들뿐만이 아니라 근위기사들과 병사들까지 도열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전하!”
“충성!”
수천에 이르는 병력이 도열하여 인사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하경옥의 가족들은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하다못해 유설화까지 놀랐다. 그가 절대 권력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제대로 각인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한성은 그런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한성은 무심하게 그들을 지나친다.
유설희가 호들갑을 떨었다.
“엄청 시크한데?”
“나는 원래 이렇다.”
“콘셉트라고 생각했지, 정말로 그런 성격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한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들은 아직까지도 한성이 공국의 왕이라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한성은 왕궁에 도착하자마자 시종장을 부른다.
“오랜만입니다, 전하.”
“잘 지냈나?”
“저야 할 일 없이 잘 지냈죠. 한데 이분들은?”
“2왕후 가족들이다.”
“지금까지 잔소리를 해도 결혼하지 않으시더니 두 명의 부인을 두셨군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최고의 귀빈으로 모시겠습니다.”
시종장 잔느는 그들을 귀빈관으로 데려갔다.
한성은 오랜만에 공국에 들렀다.
왕궁 대전에는 옥좌가 마련되어 있었고 한성은 오랜만에 그 자리에 앉는다.
“거참. 어색하기까지 하군.”
“전하, 귀족들을 모실까요?”
“됐다. 하던 대로 서류들은 제도로 보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한성이 이곳에 온 것은 정사를 보기 위함이 아니었다. 어차피 공국은 알아서 잘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은 자치권을 가지고 있는 공국이었으나 대부분의 일들은 한성이 있었던 제도로 올라가 처리되었다.
“그나저나 잘되어야 할 텐데.”
하경옥을 설득하기 위한 최후의 방책으로 데려온 것이었으나 잘될지는 한성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