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ad Demon RAW novel - Chapter 368
368화. 지옥행 마차
“교주님.”
한 사내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까지 숙이고 있었다. 사내는 자신의 발만 바라보고 있는 채로 교주의 말을 기다렸다.
“위 좌사.”
위 좌사라 불린 사내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예.”
“신교의 좌사라는 자가 그렇게 납작 엎드려 있으면 다른 교도들은 대체 어찌하란 말이냐? 바닥에 달라붙겠구나. 일어나라.”
“죄송합니다.”
위 좌사는 사과를 한 다음에야 일어나서, 두 손을 공손히 앞으로 모았다. 일어나서도 교주를 똑바로 쳐다보진 않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로 입을 다물었는데, 용모가 그리 뛰어난 사내는 아니었다.
무골처럼 느껴지는 분위기도 없으나 다만 신장이 제법 컸다. 눈매가 아래로 축 처진 것이 인상의 특징이었고, 귀가 보통사람보다 큼지막한데다가 청각이 발달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꺾여져 있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체형이 길쭉한 원숭이가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교주는 태사의에 앉아 한 손에 턱을 괸 채로 말했다.
“좌사가 됐으면 과한 예의는 삼가라.”
“예.”
“가솔은?”
위 좌사가 대답했다.
“두 차례에 걸쳐서 입교하고 있습니다. 선발대에 속한 자들이 이미 입교했고, 후발은 각지에 있는 사업체를 후임에게 인수인계를 한 다음에 입교할 예정입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교주가 말했다.
“후발까지 입교할 필요는 없다. 자네 사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가문 전체가 입교할 필요는 없으니.”
위 좌사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관대하신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위 좌사, 자네는 사업할 때도 그렇게 저자세였나? 굽신대는 꼬락서니가 역겹구나.”
위 좌사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실은 어디가서 저자세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교주님, 점차 익숙해지겠습니다.”
교주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네 가문인 명천위가(明天韋家)는 듣자하니 오대(五代)에 걸친 거상이라 하던데 중원의 부호들과 비교하면 위치가 어느 정도인가? 천하제일거상이라도 되는가?”
“천하제일까진 아니옵고 그래도 곳곳의 재물을 긁어 모이면 열손가락 안에는 꼽을 수 있습니다. 천하에 워낙 숨은 부호들이 많아서 정확하게 견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교도들 중에서는 가장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재산으로 따지면 교보다 많고, 돈으로 낭인만 고용해도 교의 병력과 견줄 수 있다는 소문은 누가 냈는가?”
위 좌사가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했다.
“교주님, 그것은 저희가 퍼뜨린 소문이 아닙니다.”
“알아보았나?”
“외당에서 퍼뜨린 소문으로 압니다.”
“누가?”
“외당 금호대주, 금호대주와 함께 일하는 중천상단에서 퍼뜨린 이야기로 압니다.”
“어떻게 대처했나?”
“서찰을 보내서 오해임을 말씀드리고. 소문 퍼뜨리는 것을 자중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뭐라든가?”
“답장은 따로 없었습니다.”
교주가 웃었다.
“자네가 광명좌사가 되었다는 소식은 그렇다면 금호대주와 중천상단이 가장 놀라겠군.”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새롭게 경고라도 보낼 참인가. 권력이 생겼는데.”
위 좌사가 바로 대답했다.
“가만히 있겠습니다.”
“이유는?”
“서찰을 보낸 이후로 오해를 살만한 소문이 더 퍼지진 않았습니다. 제가 과분하게도 교주님에게 좌사 일을 수행하도록 명령을 받았으니 금호대주 측도 조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 좌사의 말에 교주가 웃었다.
“우사가 자네를 왜 싫어했는지 알 것 같군.”
“예.”
“알고 있었나?”
“몇 차례 들었습니다.”
“이유도 알고 있나?”
위 좌사가 고개를 살짝 움직이더니 바닥을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돈에 미친놈들이라 하여 싫어하신 것으로 압니다.”
“우사가 복귀하면 잘 지낼 수 있겠나? 어쨌든 내가 없을 때는 두 사람이 교의 대소사를 협의해서 챙겨야 하네.”
“잘 협의하겠습니다.”
“우사가 하잔대로 끌려가라고 앉힌 자리는 아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이때, 바깥에서 수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주님, 부르셨던 대공자가 도착했습니다.”
“대기해.”
“예.”
교주가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
“좌사는 오대에 걸쳐 그렇게 많은 돈을 긁어모아서 뭘 하려고 했나. 소국(小國)이라도 하나 세우려고 했나?”
위 좌사가 대답했다.
“돈을 벌다보면 강물에 휩쓸리는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무슨 의미지?”
“처음에는 쪽배 하나로 만족을 했는데 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점차 넓은 강으로 나아가고. 어느새 멀미를 할 것 같아서 조금 더 큰배를 구입합니다.”
“다음에는?”
“사람이 늘어 배가 여러 척이 필요하고. 물줄기를 따라 돌아다니다 보면 제가 가진 배보다 더 좋은 남들의 배를 보게 됩니다. 어쩐지 돈은 그쪽으로 더 많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요. 그러면 저도 직접 더 큰 배를 만듭니다. 결국에는 좁은 강은 오가지도 못할 정도로 큰 배를 가지게 되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바다를 건너게 됩니다. 그제야 비로소 천하가 넓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같은 고생을 하는데도 저보다 훨씬 많은 부를 축적한 부호들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교주가 물었다.
“그 부호들을 바다에 빠뜨렸나?”
“필요하다 판단하면 그렇게 했습니다. 제 배가 침몰하면 함께 가라앉을 가솔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돈을 긁어모은다는 것은 끝이 있는 길인가?”
“끝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더 모으기 위해서 무공도 익혔겠군.”
위 좌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에는 그렇습니다.”
“좌사 자리도 돈으로 산 셈이고.”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손가락으로 태사의를 두드리던 교주가 말했다.
“위 좌사,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명하겠다.”
“경청하겠습니다.”
교주가 한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말했다.
“전권을 휘둘러라.”
“…….”
“교를 이용해서 돈을 더 벌고, 곳곳의 빈 자리는 좌사 사람으로 채워넣도록. 횡포를 부려라. 우사나 다른 대공들과 다퉈도 좋다. 사천왕 자리도 네 멋대로 채우고. 교도들의 반발을 얻어도 무관하다. 좌사라면, 좌사 자리에 어울리는 힘을 갖도록 해. 그리고.”
“예.”
“좌사에게 주어지는 증표는 광명검밖에 없는데 그것은 전 좌사가 지니고 있다. 그대가 사용하도록.”
위 좌사가 고개를 살짝 들더니 교주를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물러가라.”
“예.”
위 좌사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세 걸음을 물러나서 돌아섰다. 스스로 문을 열어서 나온 다음에 대기하고 있는 교주의 장남과 눈을 마주쳤다. 먼 길을 다녀온 모양인지 얼굴이 농부처럼 붉게 그을린 상태였다. 위 좌사는 대공자가 옆구리에 끼고 있는 작은 상자를 보면서 말했다.
“……대공자, 오랜만입니다.”
대공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좌사가 되셨다고?”
위 좌사가 문을 가리키면서 대답했다.
“예. 들어가시지요. 기다리고 계십니다.”
대공자가 지나치면서 말했다.
“돈벌레가 좌사 자리에 오르다니 출세했구나.”
위 좌사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일대공(一大公).”
대공자는 직접 문을 닫는 동안에 위 좌사를 노려봤다.
위 좌사는 문이 끝까지 닫힐 때까지 미소를 지었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위 좌사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움직였다. 위 좌사는 걷는 동안에도 커다란 귀가 버릇인 것처럼 꿈틀대고 있었다.
하지만 교주와 일대공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다. 전각을 빠져나오고 나서야 수하들이 좌사에게 다가왔다.
“가주님.”
위 좌사가 입교한 수하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광명검을 얻어야 진정한 좌사인 모양이야. 그렇게 알고 있도록.”
“예.”
“가주라는 호칭은 지금부터 쓰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좌사가 앞서 나가면서 말했다.
“바빠져서 좋구나. 할 일도 많고.”
* * *
마교주의 차남이 숲을 향해 오줌을 누고 있었다. 오른팔 전체와 어깨까지 하얀 헝겊으로 동여맨 상태라서 패잔병이 복귀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래 참은 터라 물줄기가 제법 길어졌다. 멈출만 하면 또 나오기를 서너 차례 반복하다가 바지춤을 끌어올린 차남은 쩔뚝거리면서 마차로 향했다.
마차에 들어와서 앉은 다음에 문을 닫으면서 말했다.
“출발하자.”
“예.”
잠시 기다리던 차남이 다시 말했다.
“출발하자고.”
차남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마차문을 바라봤다. 갑자기 마차문이 열리더니 보자기를 든 사내가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차남이 화들짝 놀란 상태로 바라보자…….
“…….”
피를 뒤집어 쓴 광명우사가 맞은편에 앉아서 차남을 바라봤다.
“너무 뻔한 길로 복귀하는 거 아니냐. 이 공자.”
차남은 왼손에 공력을 밀어넣으면서 광명우사의 모습을 살폈다. 손으로 피를 닦은 얼굴만 멀쩡하고 나머지 신체와 옷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광명우사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양 대공에게 너는 살려준다고 했다. 네 아비가 내게 예의를 갖췄으니 그 정도는 해줘야지.”
차남이 대답했다.
“그럼 왜 따라오셨소.”
광명우사가 보자기를 자신의 무릎에 올려놓은 다음에 풀렀다. 차남은 보자기 안에 양 대공의 머리가 들어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광명우사가 풀러낸 보자기 안에는 하얀 만두 여러 개와 죽통에 담긴 술이 들어 있었다.
차남은 하얀 만두를 보자, 이상하게도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광명우사가 만두를 붙잡자, 피가 묻었다. 그 피 묻은 만두를 먹으면서 광명우사가 말했다.
“……양 대공이 도망쳤어. 수하들이 죽어가는데도 어찌 그렇게 빨리 도망칠 수 있단 말이냐? 나는 너를 살려주겠다고 했지. 양 대공을 살려주겠다고 한 적은 없다.”
만두 하나를 게 눈 감추듯이 해치운 광명우사가 새로운 만두를 집어서 이 공자에게 내밀었다.
“먹을 테냐?”
“됐소.”
차남은 놀란 마음을 가까스로 가라앉힌 다음에 말했다.
“그래서 어쩌시려고.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 교주님께 무어라 말씀드리려고 양 대공의 수하들을 죽였소.”
광명우사가 만두를 씹다가 물었다.
“지금 책망하는 것이냐?”
“책망이 아니라 사정을 알아보는 거요.”
광명우사가 술을 마신 다음에 말했다.
“너는 살려주고, 양 대공은 죽이려 했다. 이게 조건이야. 양 대공이 도망쳤으니 다른 자들이 감당해야지. 심원곡으로 안내해라.”
“…….”
광명우사가 말했다.
“그곳에 양 대공이 있으면 죽이고. 없으면 심원곡의 강호인들이 죗값을 받아야지. 걱정말아라. 안가에서도 시비들은 살려뒀다. 그들은 죄가 없지.”
차남은 만두를 고르는 광명우사의 손을 바라봤다. 만두를 헤집을 때마다 만두가 붉게 변하고 있었다.
광명우사가 만두를 하나 집어서 차남을 향해 내밀었다.
“……심원곡으로 안내하겠느냐? 아니면 네가 도망친 양 대공의 죗값을 대신 치를 테냐. 마교주의 차남이면 제법 똑똑한 선택을 하겠지. 네 아비는 이런 선택조차 주지 않았어. 모조리 죽였지. 하오문주 같은 놈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세상이 변했다. 여인과 아이는 건드리지 않으마. 네가 죽든가, 양 대공이 죽어야 해. 너, 어찌할래?”
차남은 광명우사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손가락에서 떨어지는 만두를 주시했다. 동시에 광명우사가 고개를 옆으로 젖히자, 마차의 벽면을 뚫고 장검이 불쑥 튀어나왔다. 광명우사는 손가락으로 장검의 날을 붙잡더니 그대로 힘을 실어서 장검을 뽑아냈다.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튀어나온 장검이 차남의 어깨에 푹 소리를 내면서 박혔다.
“끅…….”
차남이 장검을 바라보자, 광명우사가 말했다.
“봤느냐? 이게 너희 부자들의 운명이다.”
“…….”
“마부는 자중해라. 너까지 죽으면 마차 몰 사람을 또 구해야 한다.”
광명우사는 배를 채우자마자 남은 만두를 바닥에 던진 다음에 차남을 바라봤다.
“결정했나? 누가 죽을지.”
차남은 지옥에 빠진 것 같은 표정으로 광명우사를 바라봤다. 숨을 쉴 때마다 역한 피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광명우사는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차남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네게도 착한 구석이 있었구나. 이렇게 고민할 줄이야. 그럼 네가 죗값을 대신해서.”
차남이 마부에게 말했다.
“심원곡으로 출발해.”
“…….”
차남이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어서!”
“예.”
광명우사는 손을 내밀어서 차남의 어깨에 박혀 있는 장검을 뽑았다. 그 장검을 구멍에 도로 집어넣으면서 마부에게 말했다.
“네 장검이다. 무엄하게 이 공자를 찔렀구나. 교주가 알면 너는 사형이야.”
“…….”
광명우사는 자신의 말이 웃겼던 모양인지 홀로 웃음을 터트렸다. 한참을 웃다가 차남에게 물었다.
“양 대공이 심원곡에 있을까?”
차남은 헝겊을 풀러냈다가 다시 어깨 부위를 동여매면서 대답했다.
“모르겠소.”
“상관없다. 기다리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겠지. 양 대공이 눈치를 채고 도망가지 않도록 다들 협조해야 한다. 알겠느냐? 이 공자, 대답을 해야지.”
“알겠소.”
광명우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마교주 차남이라는 놈의 꼬락서니가 참. 네가 너라면 혀를 깨물고 자결했을 것이다. 부끄러우면 자결하도록 해라. 심원곡은 마부와 함께 찾아갈 테니.”
차남은 광명우사를 노려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만두를 하나 주워서 왼손으로 먹었다. 피 맛이 감칠나게 맴도는 만두였다.
“일단 갑시다.”
광명우사는 차남이 의지를 불태운 다음에 심원곡에서 덤빌 것 같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웃음이 흘러나오려는 것을 손으로 막았다.
차남은 궁지에 몰린 나머지 유치한 말을 입에 담았다.
“우사, 교주님의 분노를 감당하실 수 있겠소?”
광명우사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아직 네 아비를 잘 모르는구나. 너는 네 아비가 진정으로 분노하는 광경을 본 적 있느냐?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
“있느냐?”
“없소.”
광명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없어. 즐기는 자에겐 분노가 없어. 유희(遊戲)라고 하는 것이다. 자신의 목이 날아갈 때까지도 웃으면서 죽을 사내다. 마음을 많이 비웠기 때문이다. 우사였을 때는 몰랐는데 교주가 되고 나서야 네 아비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구나. 나중에 너와 네 아비가 살아 있으면 만나서 술이라도 한잔 해야지.”
“지금 교로 복귀해서 허심탄회하게 한잔 하시는 게 어떻겠소.”
광명우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오늘은 아니야. 너도 더 정진해라.”
차남은 광명우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정말 미친놈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