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ad Demon RAW novel - Chapter 374
374화. 이봐, 검마.
나는 주로 도끼로 장작을 패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간 소군평과 남가락도 소식을 듣고 찾아왔으나 함께 술이나 퍼마시다가 돌려보냈다. 대신에 두 사람에게도 어떻게든 깃발을 모아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어차피 사대악인 정도의 실력을 지닌 강호인이 아니라면 이곳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
내가 정한 제한 자격이다.
적이 사대악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세력이라서 그렇다.
운향문의 깃발과 자금 지원도 도착하긴 했지만, 정작 귀마는 아직 소식이 없었다.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귀마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장작을 패는 와중에 주로 금구소요공을 고민했다.
자하객잔 공사는 인부를 고용해서 진행 중이었으나 나는 개입하지 않았다. 나는 건축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렇다. 대신에 장작을 마련해두면 어떻게든 쓸 곳이 많아서 단순한 일에 집중했다.
맏형은 주로 명상에 빠져 있거나 수련에 집중하고.
나는 방문했던 지인들을 애써 돌려보낸 다음에 장작 패는 것에만 하루하루 집중했다. 주로 목계의 공력과 외공을 조합해서 장작을 반듯하게 갈랐다. 그러니까 강철의 산장에서 배운 내공과 외공을 조합을 겨우 장작 패는 것에 활용하는 중이라는 뜻이다.
아직 천하제일고수는 되지 못했지만.
장작의 완성도만 보면 천하제일 나무꾼 정도는 된 것 같았다.
장작이 너무 일정하고 반듯하게 쪼개지자, 가끔 인부들이 쉬는 시간에 몰려와서 나를 구경하기도 했다.
“…….”
정작 나는 장작 패는 일에 집중하느라 인부들과 잡담할 시간이 없었다.
배가 고프면 인부들과 함께 밥을 먹고, 도끼날을 다듬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장작을 팼다.
이렇게 일하는 이유는 자하객잔이 무너질 것을 알고 있어서다. 그 사실을 인부들은 모르고 있다. 다들 꽤 넉넉한 보수를 받아서 건축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얼마 안 가서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는 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인부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택했다.
인부들 사이에서 내 별명이 새로 생겼는데…….
부문주(斧門主, 도끼 문주)가 대표적이었다.
내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정확하게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가끔 넉살이 좋은 인부들은 나를 셋째라 불렀다. 다들 맏형은 무서워하면서도 나는 셋째 동생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놀랍게도 색마는 무림맹의 깃발을 가지고 복귀했다가 다시 경공 수련을 한답시고 떠났다. 물어보진 않았는데 다른 백도 세력을 찾아가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뭔가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맏형과 나는 굳이 묻지 않았다. 우리는 사실 독립적인 인간들이지, 명령을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목계의 공력을 사용하면서 기성자의 말을 매일 곱씹다가…….
다른 무공과 금구소요공의 차이점을 새삼스럽게 다시 인지했다. 보통 대다수의 무공은 입문 과정에서 기초적인 것을 강론하고 경지가 깊어질수록 어려운 것을 설명하기 마련인데…….
금구소요공이 목계에서 강조하는 것은 주로 마음가짐이다.
그러니까 목계란 단순하게 나무 닭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싸움닭의 거친 마음가짐이 나무로 된 닭처럼 평온해진 상태를 말한다. 즉 잘 싸우려면 먼저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마교의 병력을 기다리고 있는 내 마음 상태는 지금 목계인 것일까?
그럴 리가 없지.
싸움닭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장작을 패면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말 그대로 나무 닭이 되기 위해서 수행했다.
이 시점에서 교주가 나보다 강하다는 것도 안다. 이는 불안 요소라서 내 마음을 괴롭게 했다. 하지만 싸우기 위해서는 이를 무시하거나 받아들여야 했다.
전면전이 벌어지면 많은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죽는다. 하지만 그것 또한 강호인의 숙명이라서 나는 받아들였다.
금구소요공은 특이하게도…….
무공을 익히는 자의 마음가짐이 어때야 하는지를 가장 강조한다. 실력이 어떻고, 높은 수준의 기예가 어떻고 하는 문제는 다음 차례인 셈이다.
그러니까 염계, 투계, 초계는 기술적인 영역이다.
반복적으로 장작을 패면서 금구소요공의 핵심은 오히려 목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전생에도 심마를 자주 겪은 상태로 수련했기 때문에 염계, 투계, 초계의 단계마다 주화입마를 겪었다.
내가 익혔던 무공의 본질도 모른 채로 수련해서 그런 것일까?
기성자는 이미 내게 정답을 알려줬는데도, 그 정답을 무시한 채로 잘못된 길에 빠져든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장작을 패면서 나는 목계를 수련하고, 수행했다.
내가 생각에 빠져 있어서 그런지 맏형도 밥을 먹을 때를 제외하곤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러나 목계에 빠진 채로 장작에 패던 어느 날 인부들은 종종 내게 찾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셋째 문주님, 조금 떨어진 곳에 막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끼 문주와 셋째가 합쳐져서 이제는 셋째 문주가 된 모양이다.
나는 인부를 바라봤다.
“막사요?”
“예.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옆에 깃발까지 있더라고요. 뭐라고 적혀 있었지?”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상단이라고 하던데.”
나는 도끼를 어깨에 걸친 다음에 공사가 진행되는 구역을 빠져나와서 주변을 둘러봤다. 인부들 말대로 조금 떨어진 장소에 막사를 짓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게 보였다.
‘황당하네.’
도끼를 든 채로 접근해보니 인부들 말대로 깃발 하나가 펄럭이고 있었다.
“중천상단…….”
들어본 적이 없었던 상단이다. 그렇다는 것은 인근 세력은 아니라는 뜻이다. 내가 근처에 와서 구경하는 데도 크게 경계하는 사람이 없었다. 전부 자하객잔에서 일하고 있는 인부들과 다를 바가 없는 공인(工人)처럼 보였다. 다만 막사의 모양새는 어쩐지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야전 막사처럼 보였다.
내가 도끼를 어깨에 걸친 채로 구경하고 있자…….
그제야 한 인부가 내게 고개를 까닥하면서 말했다.
“문주님, 안녕하십니까?”
나는 인사를 받은 다음에 대답했다.
“어디서 오셨나?”
“저희는 중천상단에 고용된 일꾼들입니다.”
“날 알아보는 이유는?”
“그 막사를 지어달라고 한 위치가 이쯤인데 인근에 하오문주님이 객잔을 만드시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곳과 대치할 수 있는 지점에 만들어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희뿐만 아니라 곧 다른 일꾼들도 대거 몰려와서 이곳에 막사를 여러 개 지을 예정입니다.”
“막사 여러 개를 짓는다는 말인가?”
“예. 여러 상단에서 일꾼을 고용한 것으로 압니다.”
“상단에는 누가 의뢰했는지 아시는가?”
인부가 나를 쳐다봤다.
“그게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윗분들은 아실 텐데.”
나는 막사를 구경하면서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인부들 틈에 강호인이 있으면 당장에 알아봤을 터였는데 전부 평범한 사람들로 보였다.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대단한 전략이네. 수고들 하시고.”
“예, 문주님.”
나는 다시 자하객잔으로 복귀하다가 현장 입구에 서 있는 맏형과 눈을 마주쳤다.
맏형이 내게 물었다.
“뭐라더냐?”
“막사를 짓는 모양이야.”
“막사? 누가?”
“마교가…….”
“뭐?”
맏형이 막사 짓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강호인은 없어. 명령만 받은 모양이야. 그러니까 전부 일하는 사람들인 셈이지. 막사를 여러 개 지어서 자하객잔과 대치할 생각인 것 같아.”
“의도가 무엇이기에?”
나는 중천상단이라 적힌 깃발을 바라봤다.
“교에 속한 상단이나 무력을 쓰지 않는 단체들의 깃발을 꽂지 않을까?”
“막사가 아니라 군영(軍營)처럼 보이는구나.”
“맞아. 군영이겠네.”
나는 근처에 있는 평상에 맏형과 앉아서 건설되고 있는 군영을 바라봤다. 생각해보니까 저 짓거리의 의도를 바로 간파할 수 있는 사내는 임소백이나 백의서생 정도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맏형, 교주가 시킨 것인지 다른 놈이 시킨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장기판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 같아.”
“음.”
“상인들이 뒤섞여서 저렇게 상단 깃발을 세워버리면 일단 내가 진격해서 몰살하는 게 어려워.”
맏형도 그제야 의도를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자하객잔을 무너뜨리지도 않을 생각인가?”
“그렇겠지. 내가 너무 나댔나? 내 의도를 다 파악한 놈이 있다는 뜻인데. 우리 깃발을 보고 내 의도를 짐작한 모양이야.”
솔직히 한 방 먹은 심정이었는데 목계를 수련하고 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마음이 덤덤했다.
맏형과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 새로 등장한 마차와 수레 행렬이 개미 떼처럼 줄지은 채로 이동하더니 군영 주변에 멈춰서 다시 인부들과 자재들이 쏟아졌다. 군영을 짓는 것이라서 그런지 속도가 무척 빨라 보였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음.”
일전에 마교가 천리객잔 주변에서 했던 것처럼 줄을 하나 쥐면서 이동하더니 아주 크게 구획을 나누듯이 움직였다. 잠시 후에는 자하객잔과 군영이 사각형의 구획에 갇힌 꼴이 되었다. 정말 장기판을 만드는 모양새였다.
마교에게 고용된 인부들을 죽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뒀다.
그렇다면 대체 백도, 흑도, 마도의 구분은 무엇일까.
그 밑에서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자들은 저 구분을 신경 쓰지 않을 터였다.
나는 길쭉한 장작을 몇 개 가져와서 섬광비수로 목검을 깎았다. 그러자 맏형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줘봐라.”
맏형은 묵가비수로 손수 목검을 만드는 과정을 내게 보여줬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따라 했다. 우리는 목검을 만들면서 간간이 대화를 나눴다.
“……마교가 저렇게 나올 줄은 몰랐네.”
검마가 군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대장군 막사라도 지어지면 교주가 직접 등장할 수도 있겠다.”
황당해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왜 웃어?”
“인부들이 저렇게 섞여 있으면 나도 일월광천을 쓰지 못해.”
맏형이 나를 쳐다봤다.
“셋째야.”
“응?”
“일월광천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오랜만에 웃음을 터트렸다. 맏형이 뭔가 계획이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저 검마의 농담이랄까.
나는 군영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교주가 원래 저렇게 똑똑한 사람이었나?”
“교주가 멍청했다면 이미 후계자 다툼 때 죽었겠지. 마음이 물러터진 사내였다면 후계자 다툼이 시작되기도 전에 죽었을 테고. 그 전에 이미 멍청한 사내였다면 후계자 중의 한 명인 대공에도 임명되지 않았을 것이다. 형제들이 많았지만 전부 대공이라 불렸던 것은 아니야.”
“그래? 씁쓸하군.”
“무엇이?”
“결국에 강호 생활을 형제들부터 죽이면서 시작했다는 뜻이 아닌가. 아니면 형제들에게 위협을 받으면서 시작했을 수도 있고. 나는 피를 나눈 형제는 없지만, 도저히 형제는 내 손으로 끝장내지 못했을 것 같아. 차라리 내가 강호를 떠나고 말지.”
“멀쩡한 상태로 강호를 벗어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겠지. 마교니까.”
우리는 목검을 금세 완성한 다음에 서로를 바라봤다. 맏형은 내 목검을 가져가더니 한 번 더 다듬은 다음에 돌려줬다.
우리는 별말 없이 공터로 나갔다.
맏형이 먼저 멈춰 서고, 나는 조금 더 이동한 다음에 돌아섰다. 각자 지금 만든 목검을 오른손에 쥔 상태.
나는 맏형이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말로 공격했다.
“이봐, 검마.”
맏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오문주.”
나는 맏형을 노려보다가 말했다.
“목검으로 하면 내가 유리하지 않겠어?”
검마가 고개를 저었다.
“너는 본래 다양한 무공, 임기응변, 경공이 장점이다. 검으로만 싸우면 네가 불리하지.”
나는 코를 만지면서 대답했다.
“시건방진 소리를 하네. 나는 강호에 등장한 이후로 패배한 적이 없어.”
검마가 대답했다.
“운이 좋았구나.”
“운도 실력이야. 전 좌사께서는 패배의 경험이 있나?”
“몇 차례 있지.”
“용케 살아남았네?”
검마가 미소를 지었다.
“목숨을 건 싸움에서는 패배한 적이 없다는 뜻이지.”
“좋아. 서로 무패의 검객이로구나. 날 상대할 자격이 있다.”
상대가 연장자였기 때문에 나는 목검을 아래로 내린 상태로 먼저 예의를 갖췄다. 검마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선수를 양보할 생각인 것처럼 보였다. 언젠가는 붙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오늘이다. 물론 한 번만 붙진 않을 터였다.
나는 일부러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가 목검을 내밀었다. 직선으로 뻗어 나가던 내 목검이 퍽 소리를 내면서 방향을 잃는 와중에 검마의 목검이 내 목으로 들어왔다. 순간, 나는 땅을 밀어내면서 밀려났던 검을 회수했다. 이어서 검마는 독고중검을 펼치면서 내게 돌진했다.
저 기세를 흘려보낼 방법이 암향표 밖에 없었다. 거리를 순식간에 벌린 다음에 추격하듯이 따라온 검마의 목검을 향해 외공과 목계를 조합한 초식으로 대응했다.
목검 두 자루가 부딪치면서 쩍― 소리를 울렸다.
각자 공력을 주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박에 부러지진 않았으나, 먼저 부러지는 쪽이 패배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게 많았다. 나는 검마의 표정을 살피고, 보법에 먼저 반응하고, 검을 쳐내면서 반격을 준비했다. 그간 익혔던 검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태. 검마도 내 내공을 가늠하면서 서서히 목검에 주입하는 힘을 더하고 있는 모양인지 점점 검이 더 묵직해졌다.
어느 순간 눈앞에서 목검이 교차하듯이 부딪치자…….
옥수산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검마가 좌장을 내질렀다. 나는 목계의 공력만 담아서 검마의 장력을 받아쳤다.
퍽!
검마가 공력을 더 깊이 담았던 모양인지, 손에서 전달되는 충격 때문에 서너 걸음을 뒤로 물러나자…….
검마도 검을 잠시 거뒀다.
“……괜찮으냐? 장력을 너무 자제했구나.”
나는 밀려나서 검마를 쳐다봤다. 어느새 검마는 맏형의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맏형에게 물었다.
“내가 장력을 더 끌어올릴까?”
맏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라.”
나도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다시 검마를 도발했다.
“덤벼.”
검마가 실소를 내뱉더니 다시 내게 돌진했다. 맏형의 목검이 도착하기도 전에 내 머리카락들이 검마의 기세에 휘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