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professional farmer RAW novel - Chapter (151)
하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의 용어는 아니었다.
오히려 상혁이 선택한 단어가 더 황당했다.
“아니. 사료로 사용할까 생각 중인데?”
“어? 뭐? 사료?”
“그래. 인간 사료.”
그 말에 속박되어 있던 재웅의 눈동자가 더 이상 커지지 못할 만큼 커졌다.
그리고 뭐라고 계속 소리를 쳤지만 소리는 차단되어 들려오지 않았다.
재한도 꽤나 놀랐다.
“너, 잔인한 놈이었구나?”
그에 상혁이 피식 웃었다.
“농담이다.”
“무슨 농담을 그렇게 살벌하게 하냐?”
내심 정말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재한은 그 말에 살짝 안심한 표정이었다.
상혁은 그런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사료는 아니더라고 수틀리면 죽일 수는 있지.’
과거 그는 도둑놈들에게 보일 본보기로 많은 이들을 죽였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상혁이 사람을 죽이면 몬스터들의 사료로 쓴다는 소문이 퍼졌었다.
그로 인해 도둑놈들의 숫자는 줄었지만 그의 이미지가 더없을 정도로 추락해 버렸다.
뭐, 그 전에도 최악의 이미지이긴 매한가지였지만 말이다.
결국 호수에 물 한 바가지 더 부은 느낌이었달까?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줘야지.”
“와, 살 떨리네. 상혁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팔뚝을 쓰다듬었다.
“아무튼 너도 잘한 거 없어. 반성해라.”
“뭐? 내가 왜?”
“이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하면 되지. 네가 해 쳐 놓은 것 좀 둘러봐라.”
상혁의 말에 재한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재웅과 한바탕하면서 엉망이 되어 있었다.
“하, 하하하. 미안.”
“미안하면 경찰이 괜히 있게? 너는 기물파손죄다. 일해서 갚아.”
“뭐? 야. 이미 더 일해 주기로 했잖아. 그걸로 퉁 치자, 그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왜, 싫어? 싫으면 다른 걸로 갚아도 된다.”
상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위협적인 기세를 뿜어냈다.
그에 재한이 한 발 빼면서 말했다.
“하, 하하하. 그냥 몸으로 때울게.”
상혁은 그 말에 슬쩍 웃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친구야.”
“썅. 이럴 때만 친구지.”
그는 툴툴거렸지만 크게 기분 나빠하지는 않았다.
친구라고 인정받은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상혁에게 친구라는 건 조금 다른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 친구 좋지. 앞으로도 밭매기 잘 부탁한다. 유재한.’
그에게 친구란 훌륭한 일꾼과 동의어였다.
* * *
그날 저녁.
상혁은 죽는 게 낫다고 생각될 만한 벌이라는 것을 재웅에게 실천했다.
그런데 막상 그 벌을 받은 재웅은 의아해했다.
그것은 바로 그의 포스를 봉인하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상혁의 수준에 오른 실력자가 아니면 풀기 어려울 정도의 견고한 봉인이었다.
‘나중에 깨달을 거다. 왜 죽는 게 낫다고 하는지는……. 아니지. 여기는 릿츠가 아니니까 어쩌면 죽는 것보다는 괜찮을 수도 있겠군.’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상혁은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임시로 집을 하나 지어서 거기서 따로 생활하게 했고 그 집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인간 사료로 만들어 버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운신의 제재와 협박 등등.
법적으로 치면 꽤나 오래 살고 나와야 할 정도였지만 이곳에서 그를 옥죌 수 있는 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그가 곧 법이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대우해 주는 건 제대로 된 인간뿐이다.’
상혁은 그렇게 자신의 잣대를 다시 한번 떠올리면서 등을 돌렸다.
재웅은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를 갈았다.
뿌드득.
‘이상혁. 용서하지 않겠다. 나를 죽이지 않은 걸 후회하게 해 줄 테다.’
그는 그렇게 각오를 다지며 나중을 기약했다.
* * *
재웅의 일이 있고 한동안 농장의 분위기는 좀 가라앉았다.
그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던 재한을 제외하고는 전부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러면서 상혁이 취한 조치에 조금 감탄했다.
생각보다 솜방망이 처벌이었으니까 말이다.
산삼이 어떤 물건인지 알게 된 그들이 생각했을 때, 그걸 노린 재웅은 강원도 오지 한가운데로 쫓겨나도 할 말이 없는 놈이었다.
그런데 상혁은 지금 당장은 재웅을 제재하고 있지만 원주 수복만 되면 바로 풀어 준다고 했다.
어떤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고 말이다.
‘무슨 해탈하신 분인가?’
이런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순간 그의 이미지가 좋은 쪽으로 높아졌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용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혁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그가 조치한 일이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녀석은 받을 만한 벌을 적당하게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초범이기도 하고, 미수에 그치기도 했고. 그리고 생각보다 가벼운 벌도 아니고.’
에스퍼에게 힘을 봉인한다는 것.
그건 절대로 가볍지 않았다.
분명 상황에 따라서 그는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그는 홀가분할 수 있었다.
“자, 오늘도 열심히 하자.”
상혁은 아침을 먹고 각자의 일터로 일행을 보냈다.
그러면서 자신은 원주로 향했다.
모자란 레서 드래곤의 알을 더 채워 넣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는 원주에서 재밌는 구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싸움 구경.
그것도 대규모 싸움 구경이었다.
* * *
2차 원주 수복 원정대는 1,500명으로 구성되었다.
정부군 1천 명과 500명의 헌터들로 구성된 이번 원정대는 상당히 힘이 들어간 구성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두 가지.
연희와 최상급 몬스터.
최상급 몬스터의 경우, 원주를 넘어서 꽤 가야만 만날 수 있다는 정보 때문에 원주 수복 원정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 했지만 혹시 모르기 때문에 예상 구성보다 탄탄하게 인원들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연희의 경우에는 여론이 희한하게 맞아떨어진 경우였다.
원주 수복을 확실히 하는 것이야말로 그녀에 대한 최상의 추모라는 여론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물론 두 가지 중에 원정대에 힘을 준 실질적인 이유를 대자면 역시 최상급 몬스터 때문이었다.
“30분 후에 원주 시내로 진입한다. 그리고 작전대로 선봉은 헌터들이 선다.”
이종선 대령의 명령에 부대가 술렁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원정대를 휘감았다.
‘선봉은 정부군이 가져갔어야 하는 건데.’
이는 어쩔 수 없었다.
이준형 대표가 헌터들을 선봉으로 세우지 않으면 절대로 자신의 자리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헌터들이 지리멸렬하면 좋겠지만, 그러진 않겠지.’
이번에 온 헌터들은 단순히 베테랑 수준의 헌터들이 아니었다.
헌터스에서 꽤 고심해서 뽑은 나름 정예 헌터들인 것이다.
10명이 상급 몬스터를 사냥할 정도의 헌터라고 하면 이들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심지어 헌터스에서 이들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중간 지휘 체계로 파견 나온 이들도 있었다.
작정하고 인원들을 구성한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도 준비를 마쳤다.
직접 싸울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일에는 대비해야 하니 말이다.
* * *
전투는 생각 이상으로 치열했다.
레서 드래곤들이 생각보다 더 흉포하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마치 화가 잔뜩 나 있는 것만 같았다.
원정대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상혁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어제 알들을 잃었으니까.’
원정대가 마침 경계심이 가득한 때에 맞춰서 공격을 해 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레서 드래곤을 염두에 두고 온 것이기에 차분하게 녀석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피어와 브레스에 대한 대비도 나름 철저하게 해 왔고 말이다.
피어에 대한 대비는 바로 신성력 이용자들의 마법이었다.
그들이 힘을 행사하자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상쾌한 향이 퍼졌고 그 향을 맡은 이들은 피어에도 경직되지 않을 수 있었다.
브레스의 경우에는 뚜렷한 대비책이 없었기 때문에 브레스를 막아 줄 탱커들에게 좋은 장비를 지급하고 버프를 몰아주는 것으로 대비했다.
그런데 이게 또 괜찮은 효과를 가져와서 레서 드래곤들을 하나씩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다른 놈들보다 월등하게 큰 보스 몬스터가 앞으로 나섰다.
“보스다!”
녀석이 앞으로 나서자 녀석을 전담하기로 한 20명이 나섰다.
헌터 열과 정부군 열로 이루어진 두 팀은 이번 원정대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에스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충분히 준비한 구성이긴 했지만 그들은 긴장감을 지우지 못했다.
보스 몬스터는 규격에 맞지 않은 강함을 지녔고, 얼마나 더 강한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탱커 앞으로!”
8명의 탱커 라인이 앞으로 나섰다.
전부 자신들의 몸을 완전히 덮을 정도의 방패를 앞세운 것이다.
이는 이번 원정을 위해서 특별히 제작된 방패였다.
“뒤쪽 원거리 사격 준비!”
그 말에 각자 소총류를 들어 올렸고 3명은 대전차무기로 제작된 알피지까지 꺼내 들었다.
“격발!”
순식간에 알피지 세 발이 먼저 날아들었다.
전차도 단숨에 날려 버릴 화력에 포스로 인해 강화까지 되어 녀석을 강타했다.
일반적으로 사냥할 때는, 부산물이나 아군의 피해까지 생각해서 잘 사용하지 않는 무기였지만 지금의 원정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콰과광!
크아아아아아!
순식간에 폭발이 일어나면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원정대는 거기에 멈추지 않고 소총 사격을 추가로 넣기 시작했다.
폭발로 인한 연기 사이로 총알이 빗발쳤지만 연기를 가르고 나온 녀석은 가볍게 그 공격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녀석은 알피지에 제대로 당했는지, 오른쪽 팔뚝과 어깨 쪽의 비늘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속살까지 터져 나가서 너덜너덜했다.
알피지로 인해서 입은 피해는 고스란히 보였지만 소총으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았다.
“소총 사격 먹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건 예상하고 있었다.
소총은 강화를 시켜도 근접 무기에 비하며 위력이 크게 강화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소총 집어넣고 근접 무기 준비!”
그 말에 빠르게 인원들이 움직였다.
그러는 사이 녀석이 숨을 들이마시는 게 보였다.
“브레스다!”
그와 동시에 탱커 라인들이 방패를 들어 올리고 뒤쪽에서 원거리를 사격하던 이들이 빠르게 그 뒤로 몸을 날렸다.
그중에는 방어 마법을 펼치는 이들도 보였다.
20명의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녀석의 브레스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불 속성의 강력한 브레스가 그들을 녹여 버리려고 했지만 단단한 방패 앞에서 브레스도 그 힘을 잃었다.
그렇게 브레스가 조금씩 멈추자 에스퍼들이 앞으로 나설 준비를 했다.
“브레스가 멈췄다! 근접 딜러들 공격!”
그와 동시에 열다섯의 에스퍼들이 달려들고 그 뒤에서 원거리 에스퍼들이 각자의 마법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임시 팀장이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지원을 부르기엔 적합하지 않다.’
분명 지금 지원을 부르면 전투는 더 쉬워질 것이고 짧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내지 않아도 될 피해가 날 것이 분명했다.
“녀석에게 이상 징후가 보이면 바로 방어 태세 준비하는 거 잊지 마!”
그는 그렇게 소리치면서 팀원들을 독려했다.
원래 자신의 팀원들도 아니었고 소속도 달랐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팀원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이야. 잘 싸우네.’
딱 여기까지 전투를 감상한 상혁은 주변 전장을 쭈욱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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