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professional farmer RAW novel - Chapter (33)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심지어 피해 기간도 엄청나게 단기간이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었다.
이는 중국의 대응력이 떨어졌다는 증거니까.
이런 것 외에도 건물의 부실 건설이 문제다, 건물 배치도가 문제다, 대피소 문제다 등등 수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결국 이번 일로 인한 피해는 추정 불가.
경제적 손실도 엄청 났지만 인명 피해도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났다.
4개의 도시를 합해서 500만이 넘어가는 인명 피해가 추산되고 있었다.
대격변 이후, 몬스터에게 입은 피해로는 최대 피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번 일은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서도 최악의 사건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이상한 제보가 있었다.
하급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기 전에, 재해급 규모의 검은빛의 회오리바람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는 4개의 도시에서 전부 같은 목격 증언이었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정체불명의 회오리바람과 몬스터 웨이브의 상관관계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중국이 한바탕 난리로 소란스러울 때, 상혁은 자신의 농장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있었다.
* * *
상혁이 중국 출장을 끝마치고 농장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먹은 저녁 메뉴는 족발과 보쌈이었다.
‘족발 좋지.’
그는 족발 한 조각을 들어 올려서 이리저리 틀어 보였다.
윤기가 반드르르한 껍데기가 그를 유혹하는 듯했다.
그에 그는 참지 못하고 족발을 입에 넣었다.
쯔압. 쯔압.
껍데기의 쫀득쫀득함과 돼지고기의 진한 맛이 제대로 어우러진 족발은 한 번 씹는 맛에 중독되면 계속 먹게 되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상혁은 족발 다음으로 보쌈 한 조각을 들어 올렸다.
껍데기와 고기의 조화가 으뜸인 족발과는 달리 부들부들한 비계와 고기의 조화가 일품인 보쌈.
입에 넣어 몇 번 씹지 않았는데도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 법.
둘 다 상당히 진한 돼지고기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어서 느끼하게 다가올 수도 있었다.
그런 둘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쟁반국수와 보쌈김치.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와서 한 저녁은 환상의 컬래버레이션이었다.
“역시 사람은 한국 음식을 먹어 줘야 해.”
상혁은 지난 일주일 동안 중국 음식만 먹어서 내심 힘들어하고 있었다.
워낙 입맛에 안 맞았던 것이다.
거기에 이상한 음식일지도 모른다는 중국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
그에 반해서 애슐리는 가리지 않고 신나게 먹었다.
고무로 만든 버블 티까지 씹어 먹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물론 농장에 돌아와서도 잘 먹고 있었다.
지금 당장만 봐도 족발을 뼈째로 들어서 뜯고 있었다.
“제대로 먹을 줄 아네.”
상혁은 그 모습을 보면서 간단히 감상평을 남기고 다시 족발 한 조각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문득 부족한 것이 하나 떠올랐다.
‘소주 한잔 하면 딱일 것 같은데…….’
그는 오랜만에 술이 확 땡기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오랫동안 술을 멀리한 그였기에 술에 대한 유혹은 금방 떨쳐 낼 수 있었다.
‘술은 농사에 전혀 도움이 안 되니까.’
농사 좀 지어 본 사람이라면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뛸 생각일 것이다.
힘든 농사일을 버티게 해 주는 유일한 활력소가 바로 술이었기 때문이다.
새참으로 막걸리 한 잔을 정신없이 벌컥벌컥 들이켜고 파전을 쭉 찢어서 간장에 콕 찍어 입으로 가져가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물론 그에 대해선 상혁도 의심할 여지 없는 술의 순작용이라고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과했을 때가 문제였다.
농사를 짓다가 일어나는 사고는 과한 음주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는 애초에 술을 멀리하고자 했던 것이다.
‘술이라는 게 한 잔만 하자고 해서 한 잔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까.’
그것이 그의 확고한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허다했다.
“아무튼 맛있네.”
상혁은 술 생각을 완전히 털어 내고 족발, 보쌈에 집중했다.
그런 그에게 연희가 다가왔다.
“입에 맞아요?”
“음. 아주 좋은데요? 누가 했대요?”
“예전에 치킨집 했다던 분 있죠? 그분이 했어요.”
그 말에 상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원래 음식을 잘하시나? 치킨만큼 이것도 맛있네.”
그 말에 연희가 난감한 듯이 웃었다.
“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예전에 족발집, 보쌈집도 했다가 망했다고 하네요.”
“그 양반도 참 기구하네. 이렇게 맛있게 잘하면 망하기도 힘들 텐데…….”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보쌈 하나를 새우젓에 찍어서 보쌈김치에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정말 맛있는데…….”
상혁이 투자하고 싶을 정도의 맛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연희가 살짝 웃다가 물었다.
“그런데 출장은 어디로 다녀오신 거예요?”
“중국에 갔다 왔어요.”
“흐음. 그래요? 이번에 중국에 큰일이 있었던데…….”
상혁은 그 말에 움찔하면서 놀랐다.
농장에서는 밖의 소식을 거의 듣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워낙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연희가 중국 소식을 알고 있으니 놀란 것이다.
“그걸 아줌마가 어떻게 알아요?”
“지수랑 휴가 다녀왔다가 들었어요.”
그녀의 말대로 마침 그가 출장을 떠나 있던 시기가 두 모녀의 휴가 기간이었다.
휴가를 받을 사람이 많다 보니, 밀리고 밀려서 늦게 휴가를 다녀온 것이다.
“혹시 상혁 씨랑 연관이 있나요?”
그녀는 어떤 확신 같은 것을 가지고 묻는 것이었다.
시기, 중국인과의 마찰, 무엇보다 지금까지 없었던 몬스터 웨이브 패턴까지.
모든 것이 한 사람과 상당히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상혁은 그에 담담하게 대답했다.
“맞아요. 아주 큰 연관이 있죠. 내 손으로 시작된 일이니까요.”
상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잠시 자신의 눈으로 직접 봤던 광경을 떠올렸다.
* * *
은밀한 곳에 숨어 있던 하급 몬스터들의 모습은 기괴하고 흉측했다.
그들은 몬스터라는 것에 그런대로 많이 익숙해진 사람들이지만 일반인들은 실제로 몬스터를 마주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녀석들을 마주하자마자 공황 상태에 빠져 버렸다.
녀석들의 입장에서는 정신이 돌아 버릴 정도로 식욕을 돋우는 먹잇감들이 멍 때리고 있으니, 그만큼 감사한 일도 없었다.
키하악!
순식간에 몬스터의 이빨이 사람의 목을 뚫고 나왔다.
그런 장면이 순식간에 여러 곳에서 벌어졌고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희생자들의 피로 바닥이 흥건해졌다.
그에 정신을 차린 인간들이 도망치기 시작하면서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도망치다가 넘어지면 몬스터가 아니라 같은 인간의 발에 짓밟혀 죽어야만 했다.
옆 사람을 일부러 쓰러뜨려서 몬스터의 시선을 돌려 도망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정말 수많은 일이 일어났다.
몬스터와 맞서기는커녕 인간이 인간을 폭행하고 강간했다.
금품을 갈취하는 것도 모자라 목숨까지 빼앗았다.
장애인, 노인, 여자, 아이들이 가장 만만한 사냥감이 되었다.
인간이 몬스터인지, 몬스터가 인간인지…….
어느 순간부터 분간이 가질 않았다.
인세의 지옥이 거기에 있었다.
* * *
상혁이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것은 그가 살육의 광경을 좋아하는 미치광이라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죄책감 때문에 속죄하고자 시선을 돌리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순전히 자신의 손에 의해 벌어진 일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인 것뿐이었다.
그렇게 그가 잠시 회상을 하고 있을 때, 연희가 물었다.
“……어째서 그런 건가요?”
그에 상혁이 회상에서 벗어나서 대답했다.
“기억나요? 갑자기 고양이가 엄청나게 죽어 나간 일?”
그에 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많이 놀랐었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초인이 벌인 일이에요. 몰래 농장 내부까지 들어왔더라고요.”
그 말에 그녀가 깜짝 놀랐다.
“뭐라고요?”
“전번에도 중국인들이 떼로 몰려와서 짜증 나게 했지만 피해도 크지 않고 해서 참았어요. 하지만 연달아 귀찮게 하는 것도 모자라서 피해까지 입혔죠.”
상혁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뜸을 들였다.
“……이번에 희생된 것은 고양이였어요. 하지만 만약 다른 마음을 먹었다면 고양이가 아닌, 인명 피해도 있었을 테죠. 뭘 주워 먹으려고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괘씸하지 않나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번에는 족발을 하나 쌈장에 찍어 먹었다.
“저는 그냥 당하고는 못 있겠더라고요.”
그의 담담한 고백에 연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결국 다시 입은 연 것은 상혁이었다.
“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그의 질문에 그녀는 조금 더 침묵했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해 놓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상혁 씨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거죠.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도 대단해요. 저라면…… 못 했을 거 같네요.”
그 말에 상혁이 가볍게 물었다.
“칭찬인가요? 욕인가요?”
“글쎄요. 모르겠어요. 그 무엇도 제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넘어선 일이니까요.”
초거대 국가의 4개의 직할시가 날아간 것도 모자라서 500만 명 이상의 인간이 죽거나 다친 사건이었다.
그것도 숫자를 추정할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몬스터들을 임의대로 움직여서 일주일 만에 이루어 낸 일이었다.
자신의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그녀가 만약 보통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잣대를 들어 상혁을 비난하기 바빴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보통의 인물들보다는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은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고,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일로 한 가지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은 딱 하나예요. 예전에 판단했던 대로 당신은 제가 품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거죠.”
상혁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었다.
“언제 적 얘기를……. 아무튼 암울한 얘기는 그만하자고요.”
“그래요……. 좌우지간 고생 많았어요, 상혁 씨.”
상혁은 그녀의 말 한마디에 큰 위로가 됨을 느꼈다.
‘나쁘지 않아.’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번 일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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