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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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화 초열지옥(焦熱地獄)급 난이도 (2)
[‘역대급 불수능’에 한숨 가득한 고3 교실] [앵커]어제 치러진 20XX 수능이 난이도 조절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1994년 수능이 처음 도입된 이래,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불수능’이었다는 것이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인데요.
저희 기자가 실제 수험생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나가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기자]네. 이지은 기잡니다. 저는 지금, 어제 수능을 본 학생들이 있는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 나와 있습니다.
현재 교실에선 가채점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가채점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같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아마 길고 어려운 지문이 두 편 연속 출제된 언어 영역과 초고난도 문제들이 대거 출제된 수리 영역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비문학 풀다보니까 헛웃음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진짜 읽으면서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이거 출제한 사람 진짜··· 맨발에 레고나 좀 밟았으면 싶어요.”
그밖에 수리 영역과 영어 영역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도 불만으로 가득했습니다.
[송승우(진명고 3학년)]“수리 한 문제를 푸는 데 20분 걸렸어요. 그런데 다음 문제가 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뭐 풀다가 포기했죠.”
이번 수능 예상 1등급 컷은 언어 89점에서 92점. 수학은 85점, 영어는 87점으로 작년과 비교해도 평균 3~5점 정도 낮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수능이 높은 난이도로 이름 높았던 지난해 수능보다 더 어려웠던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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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가 났다.
인터넷 포탈의 인기 검색어 1위부터 10위까지 수능과 관련된 키워드로 도배가 된 건 기본이고, 정규 뉴스에서도 한 번씩 빠지지 않고 올해 수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매해 몇 명씩 배출되던 전 과목 만점자가 올해엔 한 명도 나오지 않을 거라는 부정적이 의견이 줄을 이었을까.
마우스를 움직여 포털 기사란을 찾아보자, 수능과 관련된 기사들이 몇 페이지에 걸쳐 나타났다.
[평가원 ‘쉬운 것보다는 어려운 것이 낫다’] [학부모가 뿔났다 ‘바른 학부모 협의회’에서 평가원에 항의서한 전달] [역대급 불수능, ‘수능 만점자’ 과연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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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평가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고, 덕분에 각종 수능 커뮤니티들은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커뮤니티, 교육부, 평가원 심지어 청와대에 항의를 해 봤자 바뀌는 건 없었다.
그렇기에 발 빠른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대입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뇌입어 지식인 포탈에 질문하는 귀여운 수준부터 고액 전문 컨설턴트에게 문의하는 사람들까지.
때문에 이들을 노리는 하이에나들도 신이 나서 날뛰고 있었다.
한마디로 개판.
오 분 전도 아니고 그냥 개판이다.
그러나 이번 수능으로 혼란에 빠진 사람들은 인터넷에만 있지 않았다.
오히려 오프라인에서의 혼란이 더 선명하고 더 자극적이었다.
[선생님! 우리 애 어떻게 하실 거예요!] [세상에! 애들 점수를! 책임지라고!] [우리가 믿고 맡긴 게 몇 년인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이렇게, 3학년을 담임하고 있는 학원의 강사들은 수시로 걸려오는 학부모들의 전화를 감당해야 했다.
에휴.
깊은 한숨이 들려왔고.
“때려 칠까······.”
그중 멘탈이 나간 강사 하나는 전화기까지 꺼 놓고 멍하니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문제라도 쉬웠다면 모를까 문제까지 대놓고 어려웠으니, 학원 안팎이 지금처럼 시끄러운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쌤 재수하면 힘들어요?”
강사들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저런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까지, 여러 요인들이 학원 분위기를 빠르게 악화시키고 있었다.
“OO대 가면 나중에 뭐할 수 있어요?”
“지방대가면 진짜 감자 심고 고구마 캐는 알바해요?”
“시골에 가면 진짜 버스가 하루에 한 대 와요?”
눈가에 눈물자국이 선명한 학생들의 모습. 그들에게 잡힌 강사의 표정에는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일견 우스워 보이는 질문이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절대 웃음이 나오지 않는 상황.
12년 동안 여행도 여유도 모두 다 잊고 살았던 이들에게 저런 질문은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들의 부모들이야 자식에게 서울로 가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을 테니, 학생들에게 ‘지방’이라는 곳은 미지와 공포의 공간일 수밖에 없을 수밖에 없었다.
12년 동안 전력으로 달려왔는데, 결승선이 앞에서 80도짜리 경사로를 만난 꼴이니, 멘탈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
강사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학생들의 표정이 시무룩하게 변해 갔다.
아마 강사도 재수에 관련된 이야기는 조심스러울 테니,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던 거겠지.
“······.”
학생들이 떠나고 난 뒤 강사도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나까지도 착잡해지는 광경이었다.
* * *
[김준영님께서 은솔님을 에 초대하셨습니다.]게임을 삭제하려다가 잘못 눌러서 은솔에게 초대를 보내 버렸다.
사실 휴대폰에 깔려 있는 줄도 몰랐던 게임인데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찾아낸 거였다.
아마 김연아에게 온 카톡을 잘못 눌렀을 때 설치된 거겠지.
아무튼 잘못 보낸 카톡이니 은솔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아무래도 이런 게임 초대 카톡을 받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카톡-
[선생님도 이 게임 하세요? 요즘 학생들이 많이 하던데.Σ( ̄□ ̄;;)] [지금 막 설치했어요. ~(^0^~)]
내가 문장을 완성하기도 전에 은솔이 초대 카톡을 확인 해 버렸다.
그런데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저돌적으로 설치까지 다 해 버린 모양이다.
“···음. 뭐지.”
분위기만 봐선 게임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은 사람인데, 의외로 이런 취미가 있었나?
이렇게 된 이상 바로 게임을 삭제할 순 없을 것 같다.
‘지금은 학원이라서요. 나중에 한 게임 하죠.’
음 그냥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그러자 한참 뒤에 은솔에게 카톡이 온다.
[아 그렇네요. 네 그럼 다음에 해요. 꼭. (’∀ ’✿)]저런 이모티콘까지 붙이니 다음엔 거부할 수 없을 것 같다.
천천히 폰을 내려놓고 교무실을 둘러본다.
아직 학원 내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좀 소강상태.
아직도 학부모 전화를 받느라 정신없는 김원용을 제외하면, 대부분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다.
그중 멘탈에 여력이 있는 강사 두엇이 두런거리는 것이 들렸다.
“이번 수능에 만점자가 나올까요?”
초조한 표정으로 뉴스를 보던 강사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른 강사들이 하나같이 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에이 설마요. 올해가 재작년처럼 물수능도 아닌지라··· 불수능도 아니고, 헬수능인데. 나오겠어요?”
고개를 젓던 사람들 중 하나가 말을 받자, 처음 말을 뱉은 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연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그래도 한 명쯤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도 매년 한두 명씩은 나왔는데?”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이 긴가민가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때 열심히 폰을 두드리던 강사가 입을 열었다.
“들어보니까 다른 학원들도 난리던데요 뭐. 심심치 않게 만점 맞던 학생들도 이번엔 턱도 없는 것 같던데···”
그는 다른 학원의 상황도 이곳과 다를 것이 없다는 소문을 전했다.
그러자 강사들의 표정에 안도의 기색이 흐른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우리만 죽 쑨 게 아니니.”
그나마 학부모들에게 면피할 건수가 생겼다며 너스레를 떠는 강사들.
“······.”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저 웃을 뿐이다.
* * *
그렇게 시간은 어느덧 한 달이 지나 있었고, 대망의 날이 다가왔다.
교실 안.
일단의 학생들이 고요히 앉아 있다.
분명 오랜만에 보는 것일 텐데, 그들 사이엔 무거운 침묵만이 가득했다.
시계 초침이 째깍거리는 소리를 제외하면, 휴대폰을 두드리는 손가락 소리만 가끔 들릴 뿐.
서로 간의 안부를 묻는 소리나 웃음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말 한마디 잘못 꺼내면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
친한 친구에게 말을 걸려는 학생들도 분위기에 질려 입을 닫아 버릴 만한, 그런 적막함이었다.
그때.
드륵-
교실 문이 열렸다.
그 문으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담임이 들어서자, 학생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몰렸다.
정확하게는 그의 손에 들린 작은 서류봉투로.
“잘 지냈어?”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보려는지 담임이 가볍게 말을 건넸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그저 담임과 학생들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할 뿐.
학생들의 긴장이 손으로 잡히는 것 같아, 담임도 더 이상 흰소리를 할 수 없었다.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입이 여는 그의 표정이 왠지 슬퍼보였다.
“이름 부르는 순서대로 성적표 가져가.”
수능 성적표.
시험 한 달 뒤 배부되는 1g짜리 종이.
오늘은 그 종이가 학생들의 손에 닿는 날이다.
그가 하나둘씩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자, 그에 맞춰 학생들이 일어섰다.
“그 동안 수고 많았다.”
선생의 손을 떠난 종이가 하나둘씩 학생들에 손에 잡힐 때마다, 학생들의 얼굴엔 희비가 엇갈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위치에 서 있던 친구들은 이제 각자의 사회적 계층을 찾아 자리한다.
누구는 위, 누구는 아래.
첫 ‘계급’이 생겨나는 순간이다.
예상보다 낮은 점수에 차마 말을 잊지 못하는 학생.
생각보다 등급이 잘 나온 것에 만족하는 학생.
두려움에 차마 성적표를 열어 보지 못하는 학생까지.
그렇게, 누군가에게 있어 그저 평범한 일상이던 오늘은.
전국 60만 명의 학생들의 기억 속에, 평생 잊지 못할 날로 남아 버렸다.
그리고.
김준영이 몸담고 있는 맥아스터디 역시도 다가올 폭풍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하며, 곧 들이닥칠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걸려오는 학생들의 전화를 받고 있는 강사들.
그리고 곳곳에서 들리는 한숨과 위로의 말들.
다시 한 번 올해 수능의 참담함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어? 이번에 만점자 나왔다는데요?”
휴대폰으로 이런 저런 뉴스를 찾아보던 강사 하나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그에게로 모였다.
다들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이다.
강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전 과목은 아니더라도 몇 과목 정도는 다들 풀어 봤을 테니, 그런 눈빛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진짜? 에이 설마. 이번 시험은 나올만한 사이즈가 아니던데? 솔직히 영어가 진짜 너무 헬이라서.”
경력이 제법 오래된 강사 하나가 말도 안 된다는 투로 말하자,
“수학도 진짜 미쳤어요. 으아, 진짜 이번 년도는 아니다. 진짜.”
“언어도 어지간했답니다. 하하하.”
“탐구도 과학이나 사회나 말이 무지 많던데요?”
모든 과목의 강사들이 입을 모아 이번 불 수능의 뜨거움에 학을 뗀다.
한데?
소식을 알린 사람이 다시 기사를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 아니에요. 벌써 인터뷰도 했대요. 전국에 딱 하나 나왔다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호기심이 드는 듯,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성적이 오늘 나왔는데 벌써? 이야 이번 수능 헬수능이라고 방송사에서 작정을 했고만.”
혀를 차며 기사를 읽어 내리는 사람들.
작은 액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제법 뜨거워 보였다.
하긴 지금 이 시점에 만점을 맞은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으니까.
“어, 그런데 뭐야? 현역이 아니라는데요?”
기사를 읽던 사람이 이야기 하자, 주변에 있던 이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하긴 요번 시험 현역이 만점은 힘들지. 그래서 몇 수야?”
다들 현역이 만점을 맞기엔 불가능한 난이도라는 것에 수긍하는 분위기.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폰을 들고 있는 사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다.
“아니. 재수생도 아니고 현직 학원 강사라는데요?”
그러자 듣던 이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이야. 뭐 하는 괴물이야 그건?”
“전 과목을 다 마스터한 거야? 세상에 그런 강사가 어디 있어!”
“대치동에서 학부모들 꽤나 끌고 다니겠네?”
“부럽다. 그 정도 실력이면 분명히 빌딩 몇 개는 세웠겠지?”
이어지는 부러움의 한숨들.
하지만.
이내 교무실의 분위기는 또 한 번 반전된다.
“에? 쌤들 이거 우리 학원 로고 같은데, 그쵸?”
기사를 읽던 이의 말을 듣자마자 사람들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본인들이 속한 곳의 강사 중에 만점자가 있다니.
블러 처리가 되어 있지만, 누가 봐도 저 로고는 맥아스터디였다.
“···본원?”
누군가 딱딱하게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기사를 읽던 사람이 대답은 않고, 슬쩍슬쩍 주위를 둘러본다.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아니··· 그건 아니고······.”
“답답하구만. 쌤 그냥 영상 틀어 봐요. 여기 시끄럽다고 뭐라 할 사람 없으니까. 어디 그 대단하신 분 얼굴 좀 봅시다.”
경력이 오래된 강사 하나가 손을 쑥 들이밀어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선 바로 영상을 터치해 버렸다.
그러자.
화면 속에는 익숙한 얼굴이 떠오른다.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교무실 구석을 향한다.
바로 내가 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