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sion | Lonelyheart RAW novel - Chapter 3
3화.
3화. Married or Nothing
시팔, 모니터를 신문처럼 구겨버릴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최소한의 기자 정신도 없는 싸구려들. 이름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온라인 신문사에서는 ‘중견 건설사 3세 훤칠한 미남형인 A씨는 최근……’ 으로 시작되는 루머를 아직도 끈질기게 싣고 있다. 인터넷 신문에서 이니셜 놀이의 대상은 연예인만이 아닌 모양이다. 증권가에서 돌기 시작한 가십거리를 귀띔하기에 기가 막혀 웃어주고 말았다. 그때, 증권가 자식들을 모아 룸살롱이라도 갔어야 했나. 미친놈들이라고 무시해 치운 것이 화근이었다.
메신저나 정보지를 통해 이니셜로 거론되던 이야기가 메이저 스포츠 신문에 실렸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소문이 확산됨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K건설 측의 반응 때문에 억측이 커지고 있다는 코멘트와 더불어 연예인부터 해외 재벌가까지 최근 몇 년 사이 결혼하고 이혼한 몇몇 커플이 비슷한 소문에 휩싸였었다는 덧붙임도 있었다.
성일 측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 손써볼 틈도 없이 회장실에 보고가 들어갔고 영감은 기사의 마지막 단어까지 읽은 후, 벗겨진 이마까지 시뻘게져서 뒤로 쓰러졌다 했다. 넘어가기 전 마지막 말이 ‘거, 건일이! 당장 오라…….’였다고.
*
다들 뭐하는 놈들이야! 죽고 싶어
평소에도 성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입사 이후 오늘처럼 소리를 질러본 적이 없었다. 홍보실이 발칵 뒤집혔다. 다들 미친 듯이 움직였다. 지면 기사로 실리기 전 데스크를 압박하고, 포털 사이트에 압력을 가하고 온라인에서 모조리 기사를 내리고 차후의 가능성까지 틀어막은 후 병원으로 갔더니, 괜찮으시냐는 인사도 하기 전에 이마에서 불이 번쩍 났다.
구두 근처에서 오렌지 주스 병이 나뒹굴었다. 눈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액체를 손으로 닦았지만 따가워서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대로 서서 가슴과 어깨, 얼굴 혹은 다리에 퍽퍽 부딪혔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들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왼 뺨에 정통으로 꽂힌 국 대접이 마지막이었다. 노친네가 팔 힘도 좋지. 영감이 저녁 식사로 받은 메뉴가 뭔지 한 접시도 빼놓지 않고 알 수 있었다.
“아이고, 회장님.”
부들부들 떨면서 옆에 서 있던 어머니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바닥에 엎어졌다. 작은어머니는 곤란한 듯 반쯤 돌아섰다. 어머니와 작은어머니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아무리 팔을 안쪽으로 굽어보아도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았다. 극과 극 대비가 목적이었다면 그럴싸한 그림인지도 모르겠지만. 자그마한 얼굴과 단정한 이목구비,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군살 없는 몸이나 주름 한 줄 없는 목선, 때와 장소에 맞춰 완벽하게 갖추는 차림새나 입으로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 다듬고 고르는 습관까지 완벽한 쪽은 당연히 작은어머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숙원인 훌륭한 집안과의 혼사의 결정체는 성일이었다. 일제강점기 민족자본에서 시작해 현재는 거미줄같이 얽힌 혼사들로 정재법조교육계의 핵심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는 김씨 집안 출신인 작은어머니는 사실 막돼먹은 우리 집안에 황송한 수준이기는 했다.
우아하신 성일의 어머니는 이 사태가 매우 민망하고 곤혹스러워 견디기 어렵다는 표현을 진즉부터 온몸으로 피력하고 있었다. 조카가 반찬 그릇을 뒤집어쓰고 형님이 바닥에 무릎을 꿇는 건 차마 못 볼꼴이라 모르는 척 해주는 것이 예의다 하는 자세로 돌아서기 직전, 나를 위해 안타까운 눈길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피식 웃어주니 턱을 팩하니 치켜들었다. 물론 순간이었다. 지금은 조신하게 아래로 처진 어깨만 보인다.
“아이고, 회장님. 잘못했습니다.”
이 여사가 난장판이 된 바닥에 머리를 짓찧었다.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쿵쿵 소리까지 내며 이마를 부딪는데 큰 체구 때문에 동작의 효과는 배가 되었다. 병실 안이 순식간에 연극무대만 같다. 회장이 비탄에 잠긴 독백을 하는 주인공처럼 액션에 들어갔다.
“이, 이, 이, 이런 일이! 어찌해서 내가 이런 더러운 소릴 들어야 해!”
여든이 넘으면서 달라진 점은 눈물이다. 현 회장의 의안에도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말이야 바로 하랬다고 더럽든 아니든 억울한 소린 현진구 회장이 아니라 내가, 현건일이 들었다.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절대적으로 성적 다수자 취향인 내가, 실은 게이여서 입질에 올랐던 혼사마다 파투가 났으며 일본에 오래된 남자 애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본에서 단기 과정을 다니기도 했고 동하 녀석 외가가 일본이라 비교적 편하게 오가긴 했다. 최근 들어서 머리를 좀 쉬고 싶을 때면 건축박람회다 뭐다 해서 자주 가긴 했는데, 그렇다고 애인을 둘 만한 빈도수는 아니었다.
도대체가! 도대체! 이런 수치스런 일이, 조상님 낯도 못 뵐 일이. 회장의 비탄에 잠긴 독백이 길어지자 이 여사의 울음소리가 높아진다.
아이고, 아버님.
이쯤에서 내가 이 여사 옆에 무릎을 꿇고선 바닥에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데 도무지 억울해서 그럴 순 없었다.
어머니, 일어나십시오.
내게 팔이 잡혀 어정쩡하게 선 채로 이 여사는 구절구절 꺾어지는 곡소리를 길게 뻗었다.
“건일아, 이게 다 무슨 소리이냐, 이게 다 무슨 해괴한 소리야아. 어느 누가 너를, 우리 현 씨 집안을 이을 장손을, 감히 이렇게 저급하게 모함한다니.”
집안을 이을 장손, 이라는 부분은 애를 끊는 듯 절절했다. 샐쭉하게 우리 모자를 쳐다보던 작은어머니가 어맛, 아버니임! 비명을 질렀다. 바늘이 꽂힌 영감 손등에서부터 시뻘겋게 피가 역류했다. 열 번도 넘게 힘을 다해 잡히는 대로 집어던졌는데 그 와중에 바늘이 비뚤어지지 않았으면 용한 거지.
후다닥 달려 들어온 담당의와 간호사가 조치를 취하는 동안 나는 뺨에 붙은 무 조각 하나를 떼어냈다. 부어오른 손등 대신 다른 쪽에 바늘을 꽂고 나가던 간호사와 눈이 마주쳤다. 유달리 폭 파인 쌍꺼풀이 있는 눈이다. 아까부터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더니 손을 들어 턱 근처를 가리킨다. 더듬더듬 짚으니 고개를 저었다. 왼쪽으로 움직이자 끄덕했다.
파 조각이로군.
흐물거리는 반고체를 떼어냈다.
“고마워요, 간호사 선생님.”
큰소리로 말하자 얼굴이 발개져서 종종걸음으로 병실을 나갔다. 이 여사가 홱, 사납게 돌아봤다. 지금 제정신이야 라고 핏발선 눈동자가 묻고 있었다. 가만히 서있자니 제풀에 지친 영감이 어깻숨을 벌렁벌렁 쉬더니 물었다.
“건일이 너, 게이냐 ”
“아닙니다.”
“그럼! 시커먼 남자 놈들이랑 한 번씩 침대에서 뒹굴어야 되는 빌어먹을 정신병이라도 있어 ”
노친네 표현하고는.
“성적 소수자를 그런 식으로 비하하는 표현은 불편합니다만…….”
베개가 퍽 둔탁한 소리를 내며 가슴을 쳤다. 던질 게 아직 남았었구나. 고개를 드니 영감은 벌겋고 이 여사는 퍼렇다. 둘 다 뒤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제가 그런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구역질납니다.”
“정말이냐 ”
“네.”
흑흑, 긴장이 풀렸는지 이 여사가 털썩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찍어냈다.
“회장니임, 제가, 말도 안 된다고 터무니없는 모함이라고 그랬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제 아들이 아버님 손자가, 현 씨 집안 장손이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그럼요, 아버님. 건일이가 워낙 세련되고 눈에 띄는 외모라 그랬나 봅니다. 왜, 어딜 가도 모델 같단 소리 많이 들었지 않습니까.”
단어 끝마다 살짝 살짝 버선코처럼 올랐다 떨어지는 우아한 어투로 작은어머니가 살포시 끼어든다.
“모델 모오델 허 참. 기업 할 사내놈이 계집처럼 맨드롬하면 거 어디다가 써.”
어느새 어머니가 회장 옆에 다정하게 붙어서면서 맞장구를 쳤다.
“당연히 그렇지요, 아버님. 성일이가 그래서 어릴 적부터 아버님 염려도 듣고 또 자네도 걱정이 많았지 않은가, 요즘 보니 성격은 어릴 적 소꿉놀이 좋아할 때처럼 여전히 조용하고 차분한데 외모는 많이 강해졌어. 응, 그래, 강퍅해 보이더라구.”
쉬이익, 까만 새 한 마리가 사선으로 창을 비켰다. 배가 하얀 걸 보니 까치인가, 제비도 배가 하얗던가 널따랗게 뚫린 창 너머로 봄이 보인다. 공원처럼 꾸민 병원 앞마당에 철쭉이 무더기무더기 가꾸어져 있다. 질긴 초록에 짙은 분홍, 스러지는 햇살 한 줌까지 기를 쓰고 빨아들이는 싱싱한 생명력이 문득 환멸스러웠다. 더러워진 셔츠에서 텁텁하고 시큼한 반찬냄새가 올라왔다.
네에, 네. 그럼요. 시키겠습니다. 회장님.
왕왕 울리던 사람들 목소리가 일시에 죽었다. 시선이 모이는 걸 보니 뭔가 결론이 난 모양이다. 이제 셔츠를 갈아입을 수 있다.
“너 이 놈, 대답을 해. 이 자리에서!”
무슨 눈이 마주치자 어머니가 재빠르게 나선다.
“다음 달까지도 필요 없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건일이만 하겠다 하면 됩니다. 제가 이번 달 들어서만 거절한 선 자리가 다섯 개는 넘습니다. 회장님.”
판돈 수천억 원이 걸린 경마에 가까스로 선두를 유지하던 말이 막 자빠지려는 순간이다. 한 번씩 경련이 일 듯 떨리는 어머니의 손, 반들반들 빛나는 작은어머니의 눈동자, 반대편에 꽂은 바늘마저 튕겨나가도록 꾹 움켜쥔 노친네의 주먹이 삼각 구도로 잡혀있다. 눈알이 쓰라렸다. 일단은 세수를 좀 하고 싶었다.
*
그러니까 화두는 married or nothing, 즉 결혼 혹은 빈손이다. 다음 달까지, 회장이 못 박았다.
80 평생 하면 된다는 정신 하나로 무엇이든 되게 만든 사람이었다. 도저히 불가능하다 누구나 고개를 저었던 일도 현진구의 손끝 아래에선 경이로운 업적이 되고 전설이 되었다. 땅끝에서 바다를 메울 수도, 사막 끝에서 물길을 뚫을 수도 있었다.
막걸리 리더십. 어깨에 지게를 메고는 공사판을 휘젓고 인부와 막걸리를 사발로 들이키면서 으싸으싸, 하면 된다 하면 된다, 외쳤던 그 구호가 그룹의 주춧돌이다.
그가 결정을 쉽게 번복하리라 기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삼 주 남짓 지난 지금, 일명 중견 건설사 게이설을 깨끗하게 종식시킬 필요성은 오히려 내가 더 절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질 수 있는 성적 취향에 대한 편견 정도가 아니었다.
막걸리 리더십으로 완성되는 남성 중심적 회사 문화가 무거운 도끼날처럼 휙휙, 귓등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났다. 칼로 베듯 일시에 멈추는 수군거림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묘하게 얼굴이 붉어지는 여직원들하며 성별 직위 불문하고 은근슬쩍 아랫도리를 훑어보는 경우까지 못 본 척 넘긴다 하더라도 비아냥거림이 섞인 노골적인 시선을 마주할 때면 화를 참느라 눈에 경련이 일 지경이었다.
툭, 툭. 무딘 도끼질은 십 년 가까이 악을 쓰고 쌓아올린 현건일이라는 물건에 자잘한 금을 만들고 있었다. 이러다가 언제 도끼날에 목이 댕강 베어질지 모를 일이다. 역시 가장 간단한 방법은 결혼, 인가
모니터를 꺼버리고 눈을 감은 채 수세에 몰린 짐승처럼 웅크리고는 화두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married or nothing.
거 참, 우스운 일이지. 결혼생활이 어떤 것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니.
아버지는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버렸었다. 그가 되찾은 것들에 아내와 자식을 덧붙여 모두 다시 버리기까지는, 사랑이 결혼이 되고 여덟 해도 걸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겨우 견뎌내면서 유지해야 하는 부부관계처럼 비인간적인 것은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남녀의 결합이란, 서로에게 매일매일 다사로운 햇살처럼 사랑을 뿌려주어야만 지속가능한 것이라고도. 정작 비인간적인 행위의 절정은 본인이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혼을 꺼리게 된 이유는 굳이 아버지 때문은 아니다. 그의 인생은 그의 몫이었고, 제 몫을 찾아간 정당한 결정에 대해 비난할 이윤 없다. 견뎌야만 하는 결혼생활은 나 역시 혐오하니까. 다만, 아버지는 결혼을 하기 전에 혹은 나를 싸지르기 전에 결정을 했어야 했다.
married, married, married, 결혼, 결혼, 결혼.
결혼이란 건, 켜켜이 내려앉는 피곤함과 지루함, 끈적대는 실망과 포기, 그리고 처절한 악다구니.
깨어진 무릎에 피딱지가 앉기 전에 다시 엎어지다 보면 견딜 수 없는 고통도 자지러지는 기쁨도 진자의 추처럼 종내에는 미미한 진폭으로, 그리하여 결국은 하나의 지점으로 회귀하게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단 한 번, 결혼하고 싶었고 꿈을 채 완성하기도 전에 박살났었다.
너도 결국 너네 부모님과 같아. 그분들은 푸른 날이 없었겠니 파란 꿈 꾼 날이 없었겠냐구.
군더더기 없이 싹둑 자르는 소리였다. 스물셋, 나는 다르지 않을까 뭉그적거리던 꿈이 싹둑 잘려나갔다. 이후로 한두 번쯤 원망했다. 나만 믿어, 그 말에 습지처럼 우묵한 눈을 하지만 않았어도……. 벌벌 떠는 네 속이 다 보인다는 말 대신 눈을 맞추고 뺨을 쓰다듬었다.
건일아, 친구하자. 아내 남편 하면 뭐해. 내가 옆에서 항상 응원해줄게.
똑똑똑, 군더더기 없이 힘찬 노크 소리다. 그녀다운 소리. 네, 나는 좁쌀만 한 의심도 없이 문이 열리고 박세경이 들어올 것을 예상한다.
“비서 퇴근했나 봐.”
또각또각 발소리가 유난해서 아래를 보니 초록색 구두의 아찔하게 높은 힐은 거울처럼 선명하게 비추는 차가운 메탈소재였다. 바닥 무늬가 좁은 힐 속에 기묘한 형태로 늘여져 있었다. 나는 소파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넌 구두에 쇠 징 박았어 골목길 뒤에서 걸어오면 따악따악 위협하는 것 같겠다 ”
아하하, 세경이 몸을 구부리며 웃었다.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소설 말하는 거지. 작가가 누구더라 아, 계용묵.”
“소설이 아니라 수필.”
“뭐든. 아저씨 낡은 구두랑 비교는 너무한 걸, 이거 백만 원도 넘는 거야.”
런어웨이 모델이 무대 끝까지 와서 턴 하듯 세경이 한 바퀴 돌아 보였다. 하긴, 패션쇼장에 모델이라 해도 좋을 법했다. 좁은 주름을 잡아 어깨부터 허벅지까지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에메랄드그린 색 원피스는 박세경이 아니라면 누구도 선뜻 선택하지 못할 디자인이었다.
“힙합소년 만나고 왔냐 왜 이렇게 무리했어 ”
“힙합소년이라니. 요즘 제일 뜨는 음반 프로듀서였거든 ”
“뭘 하든, 속옷 보이게 바지춤 내리고 있었던 거밖에 기억 안 나.”
이십 대 후반이라는 남자 친구는 십 대 후반 비행 청소년 같은 차림이었다. 잠시 인사하는 동안에도 호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로 꺼떡꺼떡 머리를 흔들고 있었는데 세경의 설명에 따르면 머리와 몸 온통, 머리끝과 발끝 그리고 다른 부위의 끝까지 기막힌 리듬이 차있어 그렇다 했다.
“그러게. 속옷도 내리라니까 말 안 듣더라. 걔가 치골이 예뻐서 살짝 드러내면 끝장인데. 근데, 나 걔랑 끝난 지 오래거든 ”
이제 좀 제대로 된 남자를 진지하게 만나라는 말은 작년부터 하지 않는다.
“……나 남자 없는지 무려 백일이 넘었어, 이제 난 웅녀에서 선녀로 거듭날지도 몰라.”
경쾌하게 말하지만 왼고개를 튼 모양이 그리 즐거워 보이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