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ibility RAW novel - Chapter 11
01. Sense & Sensibility
사실 그는 자신에게만 매력적인 남자는 아니었다.
그와 함께 대학 시절을 보낸 바 있었기에 누구보다 그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가까이로는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그를 2년 내내 좋아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쪽의 일방적인 구애로 끝이 났지만.
2년 내내 가슴앓이를 했던 친구를 곁에서 지켜보던 입장에서 그가 얼마나 단호한 사람인지 익히 알고 있었다. 결말 또한 잔인했다.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 차디찬 결말의 이유는 오로지 자신이었다.
을을 자처하는 그 때문에 꼭 자신이 천하의 요물이 된 기분이었지만,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저 때문에 대책 없이 발기하며 손써 볼 도리도 없이 달아오르는 그를 볼 때마다 천하의 요물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그를 그렇게 만드는 사람은 저 하나뿐이라는 것도 은근한 기분을 자극했다. 부인하진 않겠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호프집 앞에 나와 있는 이환에게 달려가 폭 안겨 애교를 부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그의 품이 딱 달라붙어 온다. 날이 많이 쌀쌀해졌는데도 그의 품 안은 눈물이 날 만큼 따뜻했다.
따스하게 데워 오는 체온에 감격할 틈도 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손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린다.
마주친 눈, 자기주장 뚜렷한 이목구비 중에 유독 사람을 사로잡는 뜨거운 시선, 이지적인 선비보다는 수컷 냄새 풀풀 풍기는 짐승 같은 남자. 그럼에도 외양답지 않게 한결같은 순정으로 자신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남자.
본격적인 연애의 시작은 사소했지만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그의 회사 근방 거리에서 이리 그를 안아도 아무렇지 않아질 만큼 조금 더 뻔뻔해지고 대담해졌다.
누군가에게 우리의 관계를 드러내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안심은 그로 인해 비롯되었고, 그가 이끄는 대로 더 과감해지는 건 자신 있었다.
연애 전부터 그랬지만 그는 입버릇처럼 그랬다. 자신에게는 솔직해도 된다고. 그러니, 너의 모든 모습을 숨기지 말고 다 보여 달라고.
어쩌면 그래서 더 그와의 섹스에서 자신을 풀어 던졌는지도 몰랐다. 본모습을 다 내보여도, 아니 어떤 모습을 보여도 그가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스레 보듬어 주리란 것을 알고 있으니까. 믿음이라는 건 한평생 살아온 그녀를 바꿔 놓을 만큼 대단한 힘을 가진 것이었다.
“일찍 오려고 했는데 처리할 일이 생겨서 좀 늦었어. 다들 있어?”
“벌써 들어가려고?”
“왜? 직원들한테 소개시켜 주고 싶어서 부른 거 아니었어?”
“그러니까. 뭘 벌써 들어가. 둘만 있기도 바빠 죽겠는데. 잠시 쉬다 들어갈까?”
“뭐야, 나 꼬시는 거야? 하여튼 수법 한번 진부해.”
“그래서 싫다고, 좋다고.”
둥그런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기, 차 어디 주차해 놨어?”
“둘만 있기 좋은 으슥한 곳.”
아무도 몰라. 그가 그렇게 덧붙이며 불씨를 던졌다. 가만 보면 이 남자도 참 저만큼이나 정상은 아니구나, 하고 새삼스러운 짧은 생각을 했다.
그래도 좋았다. 아니, 그래서 좋았다. 나만 미친 게 아니구나. 적어도 우린 같이 미쳤구나. 그와 진심으로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의미로 싱긋 웃어 보이니 그가 대번 손을 잡아 온다. 그러더니 ‘잘됐네, 안 그래도 노팬티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넣기 좋게.’ 하고 속닥거린다.
“뭐?”
“뭘 그렇게 놀라. 진짜이고 싶어지게.”
이번 건 좀 기발했다. 진심으로 놀랐어.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다니. 농담이라서 좀 아쉽나.
내가 진정으로 돌아 버렸구나.
오늘따라 이상했다. 아니, 사실 섹스할 땐 둘 다 누구 하나 탓할 것 없이 이성 따위는 다 집어던지고 서로에게만 매달리긴 하지만, 오늘따라 더 거세게 들이치는 느낌.
연은 뒷좌석에 누워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힘이 떨어져 다리가 후들후들 풀려 갔다. 작은 구멍 새를 빠르게 들락거리면서도 끊임없이 음핵을 퉁겨 주며 그녀가 받아 삼킬 쾌락에 열성을 쏟던 그가 만져 주던 손도 거둬 버리고 허릿짓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아! 아앙! 아흐응.”
야외라는 것도 잊고 이 녹아내릴 듯한 야릇함을 숨김없이 토해 냈다. 교성이 오늘따라 간드러졌다. 평소와 다름없이 강하고, 능수능란한 추삽질이 만족스러워 이대로 채신없이 시원하게 오줌이라도 싸고 싶었다.
그리하여 해갈될 욕정이라면 그리하고도 남겠건만 지금 제 몸을 휘감고 있는 이 열락의 소용돌이는 오줌 한 줄기 배뇨 따위로 쉽사리 꺼질 것 같지 않았다. 그와 여태 수없이 살을 섞어 오며 깨달은 육감과 직감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아랫배가 딴딴하게 땅기다가도 뱀이 기어가듯 간지럽고, 정신을 차릴 틈도 주지 않고 몰아치는 격랑과 같은 돌진에 구멍 주변이 다 뻐근했다. 부끄러운 것을 싸고 싶은 요의로 인해 벌겋게 익은 질구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럼에도 그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닫히려는 질 구멍을 벌리고 기어이 불알이 회음에 닿을 때까지 페니스를 밀어붙였다. 질 입구 살가죽이 성난 뿌리 기둥에 더욱 바짝 달라붙었다.
“자, 잠깐, 너무 강, 아! 자기, 아아!”
시시각각 이루어지는 몸의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터지는 신음에 아흐으, 목덜미까지 뒤로 젖히며 울다 결국 손을 아래로 내려 콱콱 들이쳐 와 지스폿을 연거푸 치받아 대는 페니스를 밀어 냈지만 그는 음란하게 골반을 놀리며 핏대가 우락부락 선 좆을 흔드는 데 집중했다.
손에 닿았다 미끄러지듯 구멍 안쪽으로 푹 들어가 박히는 기둥은 끝내 뿌리 한 줌 남기지 않고 구멍 안을 차지했다. 그렇게 거세게 불끈대던 핏줄이 횡포를 부리듯 안에서 비벼지고 있었다.
매일같이 하는 행위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그 큰 것이 제 좁은 아래에 몽땅 들어가 있다는 게. 이 부피를 품을 수 있다는 게. 감당키 힘든 열렬한 그의 사랑만큼이나 몸 안에 든 튼실한 살덩이의 위압도 커져 갔다.
연은 흡족함과 포만감에 끄집어 당긴 것처럼 허리가 위로 치솟아 올랐다.
“아, 아아!”
주룩, 떨리는 눈꺼풀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닦을 새도 없이 새로이 차오른 오르가즘의 눈물방울이 눈가를 적셨다.
“왜, 잠깐, 아앙!”
쑤욱, 하고 길고 굵은 것이 빠질 때마다 그 찰나에도 허전함을 토로하는 구멍이 그를 갈구하며 절로 오므라들었다. 마음과는 달리 공허한 안쪽을 한시바삐 채워 주었으면 하는 욕망까지 숨길 순 없었다. 너무 강해, 그렇지만 빠져나가진 않았으면 하는 배덕한 욕정.
이런 그녀를 모를 리 없는 그가 가장 깊은 지점에 페니스를 맞물려 두고 잠시 숨을 골랐다. 그가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고서 깊어진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지만 여전히 평정을 이루지 못하는 페니스 때문에 그것을 온전히 품고 있는 연은 제정신을 잃고 허덕거렸다.
차마 더 버티지 못해 툭, 낙하하는 그의 땀방울을 멍청히 바라보고 있는데 그가 열기에 붉어진 입술을 열었다.
“윤 순경인지 지랄인지, 그 새끼 뭐야. 어? 너 좋아해?”
윤 순경? 그의 입에서 나온 윤 순경의 존재에 연은 흩어져 있던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사방에 너부러져 있던 퍼즐 조각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음에 연은 거의 풀려 있던 눈꺼풀을 수습해 간신히 들어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날카로운 인상에 매서운 추궁까지 더해져 어쩐지 그의 눈매가 더욱 날이 선 기분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흥분에 겨워 떨고 있는 클리토리스를 문질러 대는 손끝은 사랑을 말하며 깊은 애정을 동반하고 있었다.
아흐, 또, 몰아닥치는 오르가즘, 쾌감은 시와 때도 마다 않고 찾아왔다. 연은 그의 것을 먹어 치우느라 좌우로 넓게 벌어져 부풀 대로 부푼 소음순을 만져 보았다. 마찰열로 뜨끈한 열감이 느껴졌다.
애달플 정도로 구멍을 넓힌다고 넓혔는데도 남자의 음경이 워낙 크다 보니 자지 밑동에 쩍쩍 달라붙어 있는 소음순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손 치우는 게 좋을 텐데. 자꾸 좆 만지지 마. 금방 싸는 거 싫어하잖아, 너.”
“맨날 내가 만져도, 하으, 잘 참았잖아.”
“하여튼 보지가 좁아서 매번 힘들어하면서 매번 유혹하시지. 끝까지 잘 버틴 적 몇 번이나 있었어.”
“화, 났어?”
윤 순경, 사실 꽤 된 일이었다. 예전, 명현을 만날 당시에 장난스럽게 호감을 표현해 오던 지구대 막내였다. 자신이 거절을 표한 이후 내색 없이 잘 지냈는데 얼마 전 회식을 하면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는데. 그는 어떤 대목에서 화가 난 것일까.
“근무 시간도 아닌 그 아침에 너한테 전화를 할 이유가 뭐야.”
그거였구나. 식만 올리지 않았지, 그의 집에서 거의 두 달째 동거 중인 연은 순간 자신의 안일함을 탓했다.
결혼식은 시간의 문제일 뿐, 데이트를 하고 헤어지는 게 아쉬워 합친 이후 사실혼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자칫 이런 오해를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간과했던 거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그래서 윤 순경이 아침 근무로 바빠 죽겠는데 죄송하다고 다 죽어 가는 얼굴로 영문 모를 소릴 했었다. 윤 순경 한 소릴 들었구나. 지금 이환의 눈매를 보면 욕을 안 퍼부었으면 다행인 얼굴이다.
“그래서 같이 살기 싫다고 했어?”
“시, 싫다곤 안 했어. 그건 혹시 나한테 정 떨어질까 봐 겁이 나서…. 나 자기가 생각하는 그렇게 완벽한 여자 아니란 말이야.”
“누가 너더러 완벽해서 좋대?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난 그냥 너 자체로 사랑하는 거야.”
고목나무처럼 질기고 억세다 못해 딱 죽을 것 같은 굵기의 페니스를 여린 치부 속 깊숙이 처박고 있으면서 이런 다정한 말을 살벌하게 하면 저더러 어쩌라는 거야, 정말.
연은 순간 울컥하는 기분에 손등으로 두 눈을 가렸다. 그러자 말하기 싫어 그런 거라 생각했는지 다소 격한 감정을 담은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휙 거둬 치운다.
그러면서도 더 깊게 먹으라며 빠져나간 페니스 밑기둥을 쑤셔 넣어 치대 주는 그가 헐벗어 흔들리고 있는 연의 젖가슴을 콱 움켜잡았다. 엎은 사발처럼 솟은 가슴이 하릴없이 흔들리며 이 순간조차 남자를 유혹했다.
그는 불퉁한 젖꼭지를 꼬집었다 굴리며 언젠가 아이를 낳으면 젖이 샘솟을 유두 중앙부를 손끝으로 밀어 댔다. 질끈 좌우로 비틀고, 다시 꼬집었다 조금 거칠게 자분거렸다.
매섭게 추궁을 하면서도 그는 그녀가 자지러지던 성감대만을 속속 골라 귀신같이 만져 주는 행위에 정성을 쏟았다.
“혹시 너한테 실수한 게 있다면 죄송하다고 하던데. 대체 무슨 실수를 그렇게 하셨을까?”
“아, 흣, 회식하고 혹시 말실수한 거 있는지, 아! 무, 물으려고 그런 거겠, 아….”
“무슨 말실수? 사랑이라도 한다는 말실수?”
그답지 않게 날 선 음성으로 모진 추궁을 하면서도 애무만큼은 끝내주게 이어 가던 그가 질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실수 말고, 반말했는지 추태를 부렸는지 그런 실수. 아응, 아….”
“출근하면 충분히 물어도 될 말을 왜 그 아침에 굳이 전화까지 해 가며 묻는 건데.”
정말이지 날카로운 데가 있다니까.
“아주 예전에 나 좋아한다고 몇 번 호감 표시는 했는데 내가 거절했고, 그 이후론 끝이었어. 그게 다야.”
일그러지는 눈이 격분하고 있었다. 차분하지 못한 손이 가슴 애무를 그만두고 그녀의 허리를 홀쳐매 당겨 왔다. 박고 박히는 이 아찔한 행위에 가속도를 내기 위해 그는 전력으로 페니스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앙! 안, 안 돼! 앙! 나, 정말, 아!”
“가서 네 입으로 다시 똑바로 말해, 사랑하는 사람 있다고. 매일같이 떡 치고 붙어먹는 남자 있다고. 알았어?”
결국 그가 폭발했다.
경고와 동시에 애원이었다. 제발 자신을 버리지 말아 달라, 그러면서도 주체하지 못해 튀어나오는 협박, 아니 실은 협박을 가장한 애원.
그는 이성을 잃었다. 매번 섹스를 할 땐 이성을 잃지만 그때와는 다른 결이었다. 남자는 지금 또 그녀를 잃을까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제발 떠나지 말라며 있는 힘을 다해 그녀를 칭칭 옭아매는 것과 진배없는 행위였다.
이성을 잃고, 본성만이 지배하는 남자의 몸은 무섭도록 강했고, 뜨거웠으며 감히 그녀의 힘으로 조절할 수가 없었다.
“아, 흐아! 이환, 아!”
누가 두 손으로 잡아당기는 것도 아닌데 자꾸 가랑이 부근이 양옆으로 맞당기고 페니스에 비벼지고 있는 질구가 한계까지 늘어나 아귀가 있는 대로 벌어진 것이 느껴졌다.
충분히 애액으로 무르녹아 찢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걱정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앙앙거리다 못해 목이 쉰 것 같았다. 사실 누가 들어도 한참을 들었을 교성이었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유는 달랐지만 이성이 파괴된 건 이환만이 아니었다.
조압할 수 없는 귀두가 격렬한 파도처럼 질 점막 어딘가를 짓쳐 대며 밀려들어 오고, 어김없이 걸려 문대지는 지스폿에선 절정의 전기가 터졌다.
해일이 닥쳐오기 직전의 바닷물처럼 기둥이 속살 안을 가쁘게 빠져나갈 때마다 사정의 기운이 한층 더해진 페니스는 더욱 격하게 질 입구를 뚫었다.
강하게 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그녀였지만 오늘은 자신조차 그의 힘과 집념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밀어붙였다. 거의 매일 하다시피 했던 그와의 거친 섹스가 사실은 그가 나름의 힘 조절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어리석은 깨달음이었다. 그의 온전한 힘은 이겨 내지 못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했는데. 몸소 겪어 보고야 알다니. 버티지 못해 무너져 내린 자신을 대면해 보고야 알다니.
머리를 한 대 띵, 하고 맞은 것처럼 시야를 희끄무레하게 뒤덮은 것을 떨쳐 낸 것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이후였다. 하나 그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쉴 새 없이 휘몰아 닥치고, 정신 줄 한 자락 어딘가가 나가 있다시피 하게 느껴지는 그의 추삽질 때문이었다. 이 섹스 하나로 자신이 지구가 아닌 다른 세상에서 나뒹굴고 있는 착각까지 들었다. 공전이니, 중력이니 그따위 법칙이 무의미한 세상. 아흐응, 아앙. 교태로운 교성과 뒤섞인 그의 거친 신음만이 차체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그가 선사한 공간 안에선 오로지 차이환과 그녀 둘 뿐이었다. 둘만이 오롯이 남겨진 세상.
“나, 아! 앙! 아아! 어디, 흣! 안, 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라고, 다 갈라져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흐! 아! 윤 순경한테, 아, 안 가. 아! 기분, 좋…!”
그가 흔들리는 가슴 두 쪽을 양손에 그득 쥔 채 마지막 스퍼트에 박차를 가했다.
자지의 출입으로 푹 젖은 질 안쪽 깊은 살점을 귀두가 철꺼덕 박고 떨어지던 그 찰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액이 터졌다. 동시에 절정에 오른 연이 목덜미를 뒤로 꺾어 젖히며 본능적으로 그의 하반신에 붙여 놓은 질구 전체를 흔들어 비볐다.
절정의 물보라에 휩쓸리면서도 어찌하면 더욱 깊은 성감을 얻는지 아는 앙큼한 몸뚱어리는 파정 중인 페니스를 품은 음부를 색스럽게 돌리고 있었다. 연은 엉덩이 힘을 이용해 요사스레 음부를 돌리고 정액을 토하느라 껄떡거리고 있는 페니스 뿌리까지 쥐어짜 문댔다.
씨가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음문을 꽉 틀어막고서 깊은 곳에 정액을 흩뿌리는 페니스를 남김없이 담으려 바지런히 허리를 놀렸다.
덩달아 떨리느라 정신없는 두 손으로 탱글탱글하게 올라서 전율하고 있는 젖꼭지를 스스로 꼬집고 엉망으로 비틀었다.
“아앙… 아! 너무 좋, 하으, 미칠 것, 같….”
마다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정액을 뿌려 준 그는 연이 한참 동안 오르가즘의 유희를 즐긴 후에야 페니스를 느리게 빼냈다. 그 진동에도 자잘한 쾌감이 작용했는지 가녀린 허리가 떨렸다.
“정말, 흐, 이야. 난 자기뿐이야. 후으….”
“다시 한 번 더.”
“자기뿐….”
“그거 말고 전의 것까지 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차이환뿐이야. 내가 그랬잖아. 설사 윤 순경 마음이 아직 나라도 난 당신뿐이야.”
“…이리 와.”
이리 오라고 해 놓고서 그가 허리를 숙여 숨을 고르는 연을 안아 주었다.
‘질투 씨발 쪽팔리게 하기 싫었는데.’ 하고 중얼거리는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진심이라 연은 결국 그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 많이 힘들었냐 그녀 못지않게 쉰 음성으로 묻는데 연은 그의 목덜미에 입술을 붙이고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우 깊게 숨을 내쉬고 있는데 그가 던져 놓았던 그녀의 팬티를 건넸다. 그의 말뜻을 척하면 착 알아들은 그녀가 자세를 바꿨다.
힘겹게 엉덩이를 치켜세우고 상체를 시트에 붙여 정액이 미어터져라 들어찬 질 구멍을 그에게로 내밀어 보였다. 이환이 준 팬티를 꾸깃꾸깃 말아 입 안에 욱여넣다 말고 연이 다시 팬티를 그에게로 내밀었다.
“이거 말고 자기 팬티 줘.”
“하여튼 넌 정말,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나 때문에 화났으면 풀라고.”
“내 거 더럽잖아. 네 거로 해.”
“안 더러워. 괜찮아. 자기도 내 팬티 빨잖아.”
그가 잠시 망설이더니 겉옷 주머니 안쪽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머릿속엔 온통 정연뿐인 차이환.
연은 생긋 웃어 주고선 손수건을 거절하고 그의 드로어즈를 가져왔다. 검은색 그의 속옷을 돌돌 말아 입에 물고 고개를 시트로 묻었다.
사실 이미 지를 교성 다 질렀는데 이제 와 무슨 소용이겠나 싶었지만 그래도 후배위는 워낙 그녀가 즐기는 체위인지라 입에 뭐라도 물고 있는 게 좋을 거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한차례 마찰이 가해지며 한껏 정액이 들어차고 사나운 음경이 비벼졌던 구멍이라 사타구니 전체가 미끌미끌했다. 습한 음모에 덩어리져 엉킨 정액 뭉텅이가 만져졌지만 연은 개의치 않고 질구를 두 손으로 열어 주었다.
어차피 얌전하고 조신한 섹스는 두 사람과 어울리지 않았다. 한바탕 붙어먹은 교미의 흔적으로 너저분해진 밑구멍을 감상하는 건지, 페니스를 다시 세우는 건지 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짐짓 아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했다.
“지금 네 구멍이 얼마나 예쁜지는 알아? 하여튼 사람 돌게 만드는 데는 소질 있지. 날 얼마나 더 힘들게 하려고 그래, 너.”
싸 놓은 정액이 흐른다고 어서 넣으라 엉덩이를 흔들자 그가 더 지체치 않고 다시 한번 속살을 가르고 들어왔다. 귀두가 젖은 입구를 벌리고 점성 짙은 통로로 진입하는 그 생생한 감각에 연은 물고 있는 드로어즈를 꾹 깨물었다.
추삽질이 재시작됐다. 뒤에서 그를 받는 건 성기가 더 깊게 들어오는 것도 있었지만 그의 시야에 아랫구멍, 뒷구멍 전부 보여 줄 수 있다는 만족감이 있었다.
그녀라고 그게 부끄럽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환이 그녀의 치부 전부를 보며 하는 섹스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그녀를 모두 가졌다는 충족감에 더욱 페니스가 단단해지고 피스톤질이 격렬해진다는 것을, 그의 자극에 전신을 곤두세우고 있는 그녀가 왜 모르겠는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찌릿찌릿한 부위를 잇달아 치고 들자 쾌감을 버티다 못해 보지 살을 타고 물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미지근한 액이 허벅지를 타고 내려오는 감각이 선연했기 때문이다. 치덕치덕, 고인 물을 가르는 소리가 더욱 깊어졌다는 것만 봐도 그랬다.
아무리 저라도 차에서만큼은 신경이 쓰여 다리를 오므리자 괜찮다고 열어 주는 그가 너 하고픈 대로 다 하라 어깨춤에 입을 맞추었다. 입맞춤은 다정했지만 아랫도리는 여전히 난폭한 소유욕을 주장하며 교합에 전념하고 있었다.
“다른 새끼들한테, 이젠, 절대, 너, 안 뺏겨. 알아?”
경고와 같은 다짐을 하며 그녀에게 못이라도 박듯 턱, 턱 음절마다 박아 오는 그의 페니스엔 귀두부터 뿌리까지 힘이 실려 있었다. 그마저도 차마 어찌하지 못해 자제를 잃어버린 힘과 정욕이 한데 함축되어 남성의 맛을 제대로 아는 음부, 가장 깊숙한 곳으로 꽂혀 들었다.
“이 구멍에, 딴 새끼 정액 허락하면, 하, 씨발, 그 새낀 그대로, 대가리부터, 씹, 딸 줄 알아. 감히 누굴. 후.”
“으응… 응.”
다급하게 숨을 삼켜 마실 때마다 드로어즈에 밴 그의 짙은 섬유 유연제 향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젖 빠는 아이처럼 드로어즈를 혀에 감아 쪽쪽 빨며 깊게 들어오는 그의 성기를 느끼는 데 집중했다.
그가 자극을 주는 곳마다 성감대가 되고, 몸속 신경계까지 온통 그에게 지배당한 느낌에 결국 차 안이라는 걸 알면서도 주체하지 못하고 흥분액을 지리고 연이어 싸 대기까지 했다.
아아, 기분 좋아. 기분 좋게 쑤셔지는 구멍에선 이젠 막아 볼 수도 없이 분비액이 쏟아져 질구 주위며 다리, 그의 음모까지 축이고 있었다.
멈추지 말고 더, 더.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끝없이 쳐 대는 페니스의 가속에 흐응, 으응, 음탕한 비음이 흥얼거리듯 흘러나왔다.
그의 자지를 대신해 빤다는 생각으로 물고 있는 드로어즈를 쪽쪽 빨아 혀를 놀리며 아쉬운 대로 요갈을 했다. 묵직한 섬유 유연제 향과 옅은 살 내음까지, 그의 체향이 나는 드로어즈, 정말로 차이환의 성기를 빨고 있는 듯한 기분에 급속도로 솟구쳐 오른 흥분이 격렬히 맞물리고 있는 접합부를 향해 몰려들었다.
“흐응, 흐….”
엉덩이를 한껏 치든 채 질 구멍을 꾹꾹 조이며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그의 박자를 타려 애쓰고 있는데 뜨겁게 쏟아지는 그의 열기보다 더욱 뜨거운 것이 귓가를 휘감았다. 신음이 깃들어서 더없이 음란한 음성이었다.
“결혼해, 나랑. 거절은 허락 안 해.”
이성도 뭣도 다 집어치운 채 악에 받쳐 뇌까리는 그가 어쩐지 그답지 않았지만 또 한편으론 너무도 차이환다운 청혼이라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너는 답할 필요도 없다 말하기라도 하듯 그는 전에 없는 속력으로 골반을 쳐 대고 대강 걸치고 있던 흰 셔츠까지 앞좌석으로 휙 던져 버렸다.
결국 그날의 목적이었던 술자리에 그녀는 부재해야 했고, 아파서 차마 오지 못했다는 변명을 해 달라 그에게 부탁을 해야 했다. 뭘 새삼스레 그런 것을 신경 쓰냐, 그는 한낱 사석 술자리일 뿐이라고 심드렁해했지만 연의 입장은 달랐다.
그래도 약속을 했던 자리였는데 나가지 못하게 된 일에 대한 일말의 양심이란 것이 존재했고, 그의 입장이 난처해질까 그 또한 걱정이 됐다. 하긴 그것을 앞서 고민했더라면 카섹스도 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다시 돌아간대도 그녀의 결정은 같았다. 망설임 없이 그를 택할 것이고, 유리창에 습기가 희뿌옇게 찰 때까지 했던 섹스를 다시 원할 것이다. 어쩌면 허울뿐인 이성을 앞세워 솔직하지 못한 건 그녀 자신일지도 몰랐다.
“정신 좀 차려 보세요. 도대체 술을 얼마나 드신 거예요. 예? 윤 순경, 이분 핸드폰은 찾았어?”
이 경사가 커피가 든 종이컵을 잇새에 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구대 의자에 드러누운 남자는 취한 와중에도 정체 모를 누군가를 향해 알 수 없는 욕을 웅얼대며 이 경사의 한숨에 반박했다.
연은 느리게 흘러가는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 윤 순경을 보자니 며칠 전 밤의 이환이 생각났다.
그녀는 둘의 관계가 사실혼이나 다름없다 생각했는데 그는 모종의 불안함을 여전히 떠안고 있는 듯했다. 그래, 다 자신이 과거가 있기 때문이지.
“경장님도 커피 한 잔 드실래요?”
“난 괜찮아. 이 경사님 한 잔 더 드려야 할 거 같은데?”
“아, 그럴까요?”
“이 경사님은 커피가 보약이시잖니.”
조심스레 묻는 윤 순경의 호의를 거절하고 대자로 뻗어 있는 남자에게 의미 없는 시선을 두었다. 요 며칠 소화가 잘되지 않는지 속이 더부룩했다. 그래서 일부러 저녁은 건너뛰는데도 그런다. 피임약 부작용은 아닐 텐… 잠깐.
머릿속을 스쳐 가는 설마 하는 의심은 아닐 거라는 부정과 함께 혹시나 하는 마음이 확신으로 번갈아 이어졌다. 먹던 피임약을 한동안 먹지 않고 휴식기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임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었다. 왜 그랬는지, 이환과의 잠자리에선 거짓말처럼 그 어떤 잡념도 벗어던지고 섹스에만 집중하게 된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몸을 섞고 숨을 섞고, 있는 대로 되는대로 온통 섞는 것에만 매달리게 된다. 콘돔 없이 그의 맨살이 들어오는 느낌을 좋아하지만 그건 부차적인 이점일 뿐이었다. 그것을 모를 그녀가 아니었다.
은연중 그라면 그의 아이를 가져도 괜찮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자신을, 아니 우리 아이까지도 모조리 지켜 줄 거라는 믿음. 그리고 그의 아이라면 가져도 좋을 것 같다는 무언의 안심.
그는 그저 함께 손을 맞잡는 것만으로 그녀를 안도로 이끄는 남자니까.
“저 반차 좀 쓸게요. 대장 어디 계세요?”
자리에서 일어나 의아해하는 이 경사와 윤 순경을 지나쳤다. 진한 커피 말고 은은한 차를 마시고 싶었다.
자주 가던 지구대 건너 약국이 아닌 지구대에서 조금 떨어진 약국으로 들어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편의점에 들러 사도 됐지만 약국을 택했다. 편의점 제품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약국을 고집한 자신의 선택이 어쩌면 고지식한 편견일지도 몰랐지만 그냥 마음이 편한 대로 하고 싶었다.
임신 테스트기를 사고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티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두 줄이 선명하게 찍힌 테스트기를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사실 자신에게 있어 혼전 임신이란 생각도 못 해 본 일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늘 이중 피임까지 했었기에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 예외 안에 차이환이 있었으니 지금의 상황까지 온 것이겠지만.
전화가 왔다. 이환이었다. 받아서 뭐라고 하나, 고민을 하는 사이 전화가 끊겼다. 두 번째 전화가 왔다. 전화일 뿐인데 불안해하는 그가 느껴졌다.
“응, 나야.”
– 많이 바빠?
“아니, 나 반차 냈어. 좀 속이 안 좋아서. 지금은 괜찮아. 자기 오늘 늦는다 그랬지. 천천히 와.”
혹시 또 걱정을 할까 연은 서둘러 지금은 괜찮다고 덧붙였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일이고 뭐고 마다하고 달려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라면 충분히 짐작 가능한 추측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괜찮은 거 맞냐 재차 물어 온다. 걱정이 가득한 어조였다. 연은 그를 안심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그 차가운 눈의 남자가 그녀의 걱정으로 안절부절못하는 얼굴이 그려져서 은근한 쾌감까지 돌았다.
– 회사로 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나 가도 돼?”
– 와. 혼자 있어.
하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으니 퇴근들 했겠구나.
– 아니다. 어딘데? 데리러 갈게.
“아냐. 나 지금 나가. 택시 타면 금방이니까 잠시만 기다려.”
연은 테스트기를 가방 안에 넣고 남은 차를 마저 마시고선 카페를 나왔다. 아직 뭐라 말해 임신 소식을 전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청혼에 대한 답을 이것으로 대신할까. 그를 만나기 전까진 결혼조차 생각해 본 적 없던 자신이라 사실은 아직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웠지만 적어도 불안한 마음이 들진 않았다.
택시를 타고 그의 회사로 향하면서 연은 어두워진 밖을 바라봤다. 한번 그를 생각하니 보고 싶은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치밀었다. 이 혼란스러운 마음도 그의 곁에서 잠재울 생각으로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10층. 목적지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건 훌륭한 마스크로 만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남자. 차이환. 그였다.
“기다렸어?”
자연스레 그에게 안기고 그의 익숙한 체향을 들이켜 마셨다. 내내 그와 함께 살을 비볐던 셔츠에서 그의 향기가 났다. 차이환의 냄새.
“안정제.”
“어?”
“아니. 많이 바빠? 오늘 늦는다고 그랬으면서 나 불러도 돼?”
“안 되면 갈 생각?”
“선배 일하는 데 방해하고 싶진 않은데. 나 그럼 집에 먼저 가 있을 테니까 일 마저 하고 와. 정말 괜찮아.”
진심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를 유혹한답시고 흘린 말이었겠지만 오늘은 진심이었다.
그의 마음을 그만 애달프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중요한 소식을 전해야 하니 농담이 나오지 않는 것도 있었다.
아직 내려가지 않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데 탁, 손목이 잡혔다. 무서운 힘으로 끌어당기는 데 반해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부드럽게 몸을 돌려놓는 그가 가늘어진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토록 강한 남자인데도 꼭 이럴 때 보면 자신 없이는 살 수 없는, 그녀 없이는 온전하지 못한 사람인 것만 같아 가슴 한쪽이 뭉클해진다. 꼭 이대로 자신이 사라지면 그가 망가질 것만 같았다.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겁이 나기도 했다. 사실은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없다면 지금의 정연은….
“두고 가기만 해 봐. 질척이는 게 뭔지 제대로 보게 될 거야.”
“…어차피 이젠 정말 두고 가지도 못해. 나도 마찬가지거든.”
나도 당신 없인 이제….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아 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맞추고 혀를 섞었다. 번쩍 들어 올려진 몸을 그에게로 기대고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당겨 안았다.
기장이 발목 위까지 오던 롱 니트 원피스가 말려 올라가 허벅지가 드러났다. 툭, 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입술을 붙인 채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자동적으로 그의 손이 엉덩이 살을 움켜잡았다. 입술이 떨어지기만 해도 불덩이처럼 불어난 열기가 잇새로 터졌다.
떨어진 입술을 그의 목덜미에 묻고 쪽쪽 귀 뒤까지 타고 올라가 그의 침이 잔뜩 섞인 혀로 할짝거렸다. 하아, 하. 흩어지는 숨 자락까지 아깝다는 듯 그가 그녀의 뒤통수를 꾹 내리눌렀다.
연은 아예 그의 살에 혀를 딱 붙인 채 어느새 브래지어 안으로 들어온 그의 손을 겹쳐 잡았다.
그가 어딘가에 앉아 몸을 기대는지 무게 중심을 잡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대표실 소파로 추정했지만 그게 어디든 중요치 않았다. 그에게 가슴을 허락하고 연은 본격적으로 자세를 고쳐 잡아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있는 남자의 중심부로 손을 내렸다.
만지기 쉽도록 바지춤을 열고 직접 드로어즈 안으로 손을 넣어 주는 그는 태연해 보였다. 자신은 애가 탈 만큼 정욕에 기름이 끼얹어졌는데 느긋하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손길에 연은 꼬랑지에 불이 붙은 망아지처럼 심술이 났다. 그렇지만 심통은 이내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키스의 열기가 고스란히 옮겨 붙은 성기가 금세 깊은 골짜기를 만들며 아랫배로 올라붙었다. 그녀를 향해 뭉쳐 커진 음욕이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없었다.
“팬티 젖히고 구멍 보여 줘 봐.”
쿠퍼액을 지려 미끈거리는 귀두를 직접 아래위로 훑고서 제 팬티를 옆으로 젖히던 연이 답답증에 완전히 팬티를 벗자 그의 손이 곧장 아래로 찾아왔다.
손으로 뻐끔거리는 질구를 지분거리던 그가 손가락 두 개를 구멍에 넣어 사이를 벌리며 그의 페니스가 들어갈 점막의 간격을 체크했다.
그러곤 젖어 너덜거리는 소음순까지 좌우로 쓸어 비비며 아랫구멍에 들어갈 채비를 했다. 이젠 안정감마저 느껴지는 손가락의 굵기와 굴곡에 연은 이곳에 온 이유도 잊고 그를 갈구했다.
“으응… 아…. 구멍 조금만 더….”
“쑤셔 줘?”
“으응. 손가락 더 넣어서. 손가락 하나 더.”
즉각 하나가 더 추가된 손가락이 세 개까지 들어가 푹푹 쑤석거리기 시작했다. 아아, 연은 두 손으로 원피스 자락을 모조리 움켜쥐고서 그의 시야 안에 아랫도리를 모조리 내보였다. 그리고 엉덩이를 돌려 흔들며 그의 손가락을 안까지 붙여 더욱 깊은 삽입을 유도했다.
“오늘따라 많이 젖었네.”
“후으, 구멍… 기분… 좋아.”
“보짓물 빨아 줘?”
“아흣, 일단 한 번… 하고, 나서. 아아.”
그는 그녀가 가장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남자였다. 현우도 명현 앞에서도 늘 정연, 자신 그대로이지 못했는데 차이환 앞에서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정연이라는 사람 그대로를 보여 주게 된다.
정연이라는 사람 그대로가 좋다고, 그러니 더 솔직하게 표현하고 말해 달라고, 그가 입버릇처럼 그리 말해 주어 그랬는지도 몰랐다.
가만히 기분 좋은 애무를 받고 있던 연은 순간 아차 했다. 이 쾌락에 취해 여기까지 온 진짜 목적을 잊어버릴 뻔했다. 아직 산부인과에 가 진단을 받은 건 아니지만 만약 정말 임신이라면 임신 초기 섹스가 위험한데.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 저기, 나 할 말이 있는데 일단 아무래도….”
욕망으로 똘똘 덩이져 침을 질질 흘리는 귀두를 질구에 대고 크게 문지르며 삽입의 기회를 엿보던 그가 말랑말랑한 보지 구멍을 탁탁 두들겼다. 삽입 전, 최대한 입구를 흥분시키겠단 뜻이었다. 이제 곧 삽입을 하겠단 뜻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먹 같은 귀두만 넣었다 빼고, 삽입시켰다 잡아 빼고 전초전을 반복해 벌이던 그가 다시 자지 선단으로 벌렁거리는 입구를 휘두들겼다.
탁탁, 칠 때마다 쩍쩍 달라붙는 쫀득한 귀두에 어서 깊은 곳까지 그의 음경을 받아들이고 싶은 아랫도리는 애액을 줄줄 뱉어 내며 스스로 길을 부드러이 열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야….
“자지가 잘 안 들어가네. 다리 조금만 더 벌려 봐, 연아.”
“아, 잠깐. 잠깐만.”
여기까지 왔는데 제재를 한 건 처음이었다. 서로 그래 본 적 없었다. 언제나 흥분의 척도는 같았고, 누군가가 먼저 흥분에 올랐을 때 인위적으로 그것을 거세시킨 적 없었다.
의도적이기보단 둘 다 한번 불이 붙으면 끝을 봐야 풀리는 성미였고, 그것이 섹스였을 땐 배로 격폭했기 때문이다.
거절당해 그렇다기보다 이런 적이 없던 그녀의 돌발 행동에 의아한 듯 그의 눈썹이 조금 꿈틀거렸다.
“나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 이 말부터 먼저 해야 해.”
“뭐?”
갈 곳을 잃은 페니스를 한 손으로 상하 운동시키며 연은 그의 입술에 쪽, 하고 가벼운 키스를 했다. 이 급한 일을 앞두고도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고 하니 그는 애써 성욕을 눌러 죽이고 자위시키는 연의 손을 잡았다.
달뜬 얼굴로 그에게 고백을 하려는데 대표실 밖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있다는 인기척에 연은 거의 튕기듯 그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제아무리 낯짝 두껍다 해도 문밖에 있다면 적어도 이환과 공적으로 엮인 사람일 게 분명하니 몸을 사려야 했다.
소파 옆에 얹어 둔 팬티를 빠르게 주워 입고, 그게 뭐 어떠냐는 듯 여전히 떡 벌어진 다리 사이에 쿠퍼액을 뱉고 있는 성기를 그대로 방관하고 있는 그에게로 가 선 것을 수습하고 그의 바지를 정돈했다.
대충 수습만 해 흐트러진 바지춤은 누군가가 의심을 한다면 충분히 알아차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더구나 저렇게 발기해 바지춤이 치켜 들리듯 서 있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섹스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게 뻔했다.
“지금은 업무 중이니까 나중에 오라고 말해.”
“뭘 그렇게 당황하고 그래.”
이게 뭔 대수냐는 듯 외려 느긋하게 나오는 그는 당장이라도 다시 드로어즈를 내릴 기세였다.
똑똑, 노크와 함께 들리는 목소리에 이환의 표정이 전에 없이 일그러졌다.
“대표님.”
이환의 아버지, 차 의원을 모시는 비서실장의 목소리였다.
“의원님께서 밑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아버지와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고, 이환이 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는 음성이었다.
연은 창가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까만 세단 두 대가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거의 의절하듯 집안 쪽은 잘 들여다보지 않는 그가 가끔 집으로 들어갈 땐 몸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보러 갈 때뿐이었다.
그마저도 찾으면 갈 정도로 아주 드문드문. 그는 지난번 억지로 내몰리듯 간 유학과 이 모든 것을 타협 본 듯했다. 그 이후로 그가 행하는 모든 행동에 터치하지 않고, 정연에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기로. 더불어 그의 장래까지도. 연과 함께 그렸을 미래까지도.
당장엔 국회 의원직에 눈이 멀어 그의 제안을 승낙했으나 그의 아버지가 그를 포기하지 않을 거란 건, 차 의원을 잘 모르는 연의 짐작으로도 추론이 가능했다.
“바쁘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가라고 전해.”
“…도련님, 들어가겠습니다.”
“내가 떡 치다 말고 영감 얼굴을 봐야겠어?”
순간 문밖에 정적이 흘렀다. 굳은 건 문밖에 선 남자뿐만이 아니었다. 연은 꼼짝도 못 하고 여전히 소파에 앉아 미동 없이 말하는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딱딱하고 조금의 잔정도 없는 차가운 모습은 그녀의 앞에선 보여 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질릴 대로 질린 그의 안면엔 그 잠깐의 사이에도 피곤함이 스몄다.
얼음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무섭지 않았다. 겁이 나기보다 여태 그 혼자 벽을 만들고 외로웠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다.
“…의원님께 말씀 전하겠습니다.”
인기척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대표실 안은 고요한 침묵에 가라앉아 있었다.
연은 그의 뒤로 가만 다가가 이환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직 성기가 죽지 않아 바지 앞섶이 벌떡 서 있는 채로 그를 안고 있는 이상한 모양새였지만 연은 개의치 않았다. 그도 마찬가지일 게 분명했다.
“나 임신했어.”
고백했다. 당신 아이를 가졌다고.
이젠 혼자 외로워하지 말고 우리 아이까지 셋이서 함께하자고.
스륵, 옆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리 와서 다시 앉아 봐.”
연은 그가 시키는 대로 아까처럼 허벅지를 벌리고 그 사이에 그의 다리를 끼워 앉았다.
“뭐라고 그랬어, 너?”
“나 임신했어. 차이환 주니어 가졌다고. 사실 아직 병원은 안 갔고 테스트기만 해 봤는, 아!”
숨이 막히도록 그녀를 끌어안은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뜨거운 숨으로 그녀를 붙들고 그녀의 체온을 만끽할 뿐.
“프러포즈 답으로 충분해?”
“키스해 주면 답하고.”
이미 행복해 눈자위마저 촉촉해졌으면서 말은. 그렇지만 연은 모르는 척 그의 요구에 임했다.
“선 거 풀어 줄게. 자긴 한번 서면 꼭 내가 빨아 줘야 죽잖아.”
“…정연.”
조금은 들뜬 얼굴로 그의 하체를 만지작거리는데 순간 다시금 그의 품으로 확 안겼다.
행복해 죽을 것 같다는 그 숨소리에, 연은 덩달아 가슴 안이 뜨끈뜨끈했다.
“차고도 넘쳐. 넌 평생 내 거야. 아무 데도 못 가. 가기만 해.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까지 구질구질하게 굴 거니까. 내가 지금 자존심이 어디 있어. 씨발, 당장 안 보면 내가 뒈지겠는데.”
“박력 있어, 내 남자.”
“이게 농담처럼 들리지.”
“나도 농담 아닌데.”
연은 그의 페니스를 꺼내 흔들기 시작하며 한 손으론 원피스를 가슴까지 올리고 브래지어도 풀었다.
탱탱하게 올라선 유두에 사출액을 뿌리려 두 젖가슴을 내놓고서 기꺼이 소파 아래로 내려가 그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묻으려던 연은 가만히 페니스를 바라보다 말고 그에게로 고개를 들었다.
“있잖아, 선배. 이제 혼자서 힘들어하지 마. 내가 있잖아.”
이 말, 꼭 해 주고 싶었다. 당신은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말.
“나 무슨 일이 있어도 선배 옆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응?”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그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그는 여태 그의 방식으로 그녀를 지키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