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269)
270화 개박살 (3)
수호시티.
외성은 완전히 외부인에게 개방되어, 포탈을 이용하는 용병들이나 스텝들이 자주 들락거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쩐 일인지 수호시티 내의 모든 던전이 사라지고 없어, 외부 용병들 자체가 없다.
가장 인접한 도시인 서울에서 수호시티를 구경오는 관광객이 더 많다.
거기에 호텔에 투숙중인 외국인들이 다수.
우스갯소리로 지구가 멸망의 수순을 밟더라도 가장 최후에 남을 도시 1위로 뽑힌 수호시티다.
챔피언이자 가장 던전 공략 능력이 뛰어난 박수호가 머무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1위에 뽑힌 도시.
실제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으며, 수호 길드 공개채용을 기다리는 용병들과 인재들이 아직도 줄을 잇고 있었다.
“놀랍군.”
이성우는 순순히 감탄했다.
처음 박수호가 성남 일대에 자리 잡았을 때에는 그저 야만적인 숲이 전부였다.
그런데 의정부 일대의 넓은 땅으로 옮긴 수호시는 그야말로 도시와 자연 동물이 어우러진 곳으로 변모했다.
“대체 어떻게 얻은 능력이기에…….”
이 정도면 크래프트 게임급이지 않은가?
뚝딱 지형을 변모시키고, 숲을 이루고, 동물을 부리고.
사람 하나가 이뤄냈다기엔 너무나 놀라운 업적.
그 구성이 되는 사람들은 또 관리 능력이 뛰어난 김미소의 지휘아래 착착 자리잡아가고 있다.
인구는 적지만 세계를 쥐락펴락하기에 충분한 역량의 도시.
이성우가 언제나 바래왔던 꿈이자 궁극적 목적이 여기 전부 녹아있지 않은가?
뺏고 싶다.
이 모든 걸 자신의 것으로 취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
‘이번 생은 간만 보고 회귀하자.’
단번에 이룩할 수는 없지.
다음 생엔 모든 악연을 끊고 박수호의 최측근이 되어주마.
그래서 놈의 신뢰를 얻어 모든 걸 보고 들은 다음, 비밀을 밝혀내 자신의 것으로 뺏으리라.
이건 도둑질이 아니다.
‘놈도 회귀자가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미래의 정보를 이리 속속들이 아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겠는가?
분명 자신보다 더 정보가 많은 회귀자임이 틀림없다.
어쩌면 이 미쳐버린 세상을 종식시킬 정보까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어차피 놈도 남의 것을 탐해서 이룩한 것. 그것을 도로 뺏어 온들 어찌 죄가 되겠는가?
어차피 세상은 구원받을 것이다.
‘나로 인해서.’
당연히 그래야 한다.
내가 주인공이니까.
“미스터 리. 그것 들었습니까?”
같이 식사중이던 올리버가 조용히 물어왔다.
“뭐가요?”
“이 도시에 던전 발생을 억제하는 물건이 있답니다.”
“…….”
이성우의 눈이 반짝였다.
“어떤 물건이죠?”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올리버도 오며가며 들어서 아는 거다. 딱히 기밀은 아닌지, 수호시티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 이상 던전이 생기지 않는다.
던전 발생의 억제는 중요하다.
‘도시를 버리지 않아도 된다.’
도시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하면 도시 내에 발생하는 고랭크 던전의 출현이다.
브레이크를 막으려면 무조건 던전을 클리어해 내야 하고, 용병들의 위험을 강제한다.
그런데 던전 발생 자체를 억제시킨다면?
도시 외부의 위협만을 방어하면 된다.
‘이거다.’
박수호.
그는 대체 얼마나 먼 미래에서 회귀했단 말인가?
이성우는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질투심과 상실감, 그리고 패배감에 몸이 달아올랐다.
더 참을 수가 없다.
‘이건 무조건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회귀한다.
두 번, 혹은 세 번의 회귀 안에 이 빌어먹을 세상을 종식시키고, 영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반드시 그리 해낸다.
이성우는 더 참을 수 없어 탐색에 나섰다.
길거리를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들어가지 못하는 내성의 주변을 배회하기도 했다.
‘날 이리 푸대접해?’
자존심 상하는 것은, 무려 회귀자 이성우인 자신에 대한 경계가 옅어도 너무 옅다는 것이다.
안내로 붙여둔 감시자는 각성자도 아닌 일반인이고, 어딜 가든 딱히 통제하지도 않았다.
‘나 따위는 언제든 막을 수 있다는 것인가?’
이번 생에서 박수호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래도 몇 해나 챔피언으로 군림했던 그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이 정도로 푸대접 받을 수가 있나?
어차피 극진한 환대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 반대로 잔뜩 경계 정도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이건 무시나 다름없다.
너 같은 것 정도는 내버려둬도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빌어먹을.’
이성우는 쌓이고 쌓인 감정이 폭발했다.
어차피 회귀하면 된다는 든든한 보험이 그의 용기를 부추겼는지도 모른다.
‘좋아.’
이성우가 온전히 결정을 내렸다.
박수호에 대한 온전한 파악은 다음 생으로 미뤘다.
이성우가 노리는 건 던전 억제 아이템.
‘이왕 이렇게 된 것, 화풀이나 하고 가자.’
이성우는 이번 생에서 억눌러 온 모든 분노와 화를 쏟아내고 갈 작정이다.
다음 생에서는 그의 친구가 될 생각이니까.
파팟!
삶을 포기한 사람이 두려울 게 무엇이 있을까?
법? 양심? 타인의 시선?
모든 게 리셋되고, 자신 외의 모든 사람들이 제 자리를 찾아 가는데 무엇이 두려울까?
파악!
“꺄아아악!”
갑자기 밥 먹던 이성우가 테이블을 쪼개고 일어섰다.
“뭘 봐?”
“미, 미스터 리. 왜 그러십니까?”
올리버가 깜짝 놀라 물었으나 이성우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벌레같은 놈.”
자신으로 인해 이 세상은 얼마나 큰 은혜를 입었나?
그간의 시련, 노력, 어려움.
모든 걸 몰라 주는 세상에 환멸까지 들었다.
“좆같은 세상!”
이성우가 폭주했다.
파지지직!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전기가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그때 저 멀리서 개가 달려왔다.
“왈, 왈!”
식당가 족발 가게에서 앞다리 뼈를 물고 놀던 개다.
“으르릉.”
새하얀 털에 목에 죽통을 하나 메단 개다.
“크헝!”
개가 뛰어 올랐다.
“시발, 개새끼가!”
이성우가 주먹을 내질렀고, 개는 그 주먹을 피하며 되레 물었다.
콰직!
“끄아!”
이성우가 팔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크르르.”
손목을 꽉 깨문 개의 입은 벌어질 생각을 안 했고, 이성우가 몸을 크게 활처럼 굽혔다가 바닥에 패대기치려 하자 떨어져나갔다.
아니, 개가 일부러 놓아 준 거다.
“으르르, 와.”
“하, 개새끼 따위가.”
이빨이 얼마나 깊게 박혔는지 손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넌 뒈졌다.”
일단 옷을 찢어 손목에 감…….
“커헝, 컹!”
상처를 지혈할 시간 따위는 허락하지 않았다.
‘시발, 이게 무슨!’
어차피 개의 공격 따위야 이빨만 조심하면 되지 않는가?
대가리를 피해 배에 강력한 킥을!
콱!
개의 뒷다리가 이성우의 킥을 막았다.
파팟, 콱 퍽, 카각!
이성우의 양손과 발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개를 노렸다.
개의 앞발과 뒷발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그 움직임을 막았다.
이성우는 잠깐 뒤로 물러나 개를 보았다.
“으르르.”
두 발로 오연히 선 저 하얀 털의 생물이 개가 맞긴 맞는가?
“시발, 개 따위가.”
개같은 경우지만 개같이 잘 싸운다.
이성우는 주인공들에게 으레 주어지는 그 특유의 관찰로 상대의 차원에너지 양을 가늠했다.
‘무슨 개가 L등급이야.’
이거 싸움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조금 난장 피우다가 도망쳐 회귀할 생각이었는데, 개 한 마리에 가로막히다니.
“넌 뒈졌다.”
이성우는 아공간에서 약을 꺼내 먹었다.
변신으로 인한 후유증이 조금 남겠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회귀하면 전부 리셋되니까.
그그그그.
이성우의 몸이 푸르게 변하며 덩치를 키웠다.
뿔이 돋아나고 날개가 생겼다.
마몬비족의 외형으로 변한 그가 포효했다.
“쿠오오오!”
“와르르.”
백구가 정체불명의 푸른 인간을 향해 달려들었다.
저 인간은 지금 굉장한 살기를 내뿜고 있으며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
제압할 필요성이 있는 인간.
“야오오옹.”
어느새 길거리를 배회하던 고양이들이 몰려들어 참전 의사를 밝혔으나, 백구가 거부했다.
저 정도는 혼자로 충분하다.
“왈, 왈!”
파파팟!
“크큭, 개새끼 따위.”
마몬비족으로 변해 힘이 월등해진 이성우가 자신있게 맞섰다.
콰직!
그리고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개, 개 따위가!”
퍼퍼퍼퍽.
백구의 현란한 발차기에 이성우가 속절없이 밀려나갔다.
이성우를 감시 따라다니던 비서실 직원이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
‘이건 현실이 아냐. 악몽이야.’
개에게 개 패듯 맞고 있던 이성우는 지금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박수호도 아니고 그 사역마에게 이렇게 무참히 당할 수가?
이건 그저 몬스터, 혹은 야수 정도로 볼 수 없는 전력이 아닌가?
‘도, 도망쳐야 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이미 개싸움 와중에 주변에 몰려든 고양이에 늑대, 호랑이, 기린……? 기린이 왜 있지?
온갖 야수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회, 회귀해야 해.’
이대로 가다간 회귀하기도 전에 죽을 판.
서둘러 몸을 빼내고 싶었지만, 개가 얼마나 개빠른지 쉴 새 없이 주먹질에 발길질을 날리고 있어 급소 방어를 하기에도 급급했다.
“으으으윽.”
바닥에 웅크린 채 맞고 있던 이성우는, 갑자기 타격이 사라지자 실눈을 뜨고 주변을 봤다.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뿐.
야수들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
마치 증발하듯이.
‘하, 하늘이 돕는구나.’
이성우가 벌떡 몸을 일으키자 주변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도망쳤다.
“히, 히익!”
“도망쳐!”
그래. 보통은 저런 반응이어야지.
사람들의 두려움이 이성우의 무너진 멘탈을 조금 회복시켰다.
엘릭서를 꺼내 몸을 회복한 이성우가 당장 날아올랐다.
후우우웅. 후우우우웅.
“뭔가 이상한데?”
수호시티 성내에 야수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회다.’
도망치려던 이성우가 저 멀리 우뚝 솟은 나무 하나를 보았다.
이끌리듯 그곳을 향해 날았다.
*박준호는 적잖게 당황했다.
그의 각성스킬 참수.
파팟!
구오오오오오오오.
낮은 울림과 뱃고동보다 더 큰 괴성만을 유발할 뿐, 두꺼운 목은 생채기만 남기고 전혀 잘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 통해.”
놀라운 건 그 뒤의 일이다.
벌어진 상처로 빛이 모이더니 금방 치료되어버렸다.
마치 신성력을 기반으로 한 치료스킬이라도 받은 듯…….
“껍질 까기도 안 돼요.”
일정 이상 껍질을 파고 들어가면 빛이 모여 금방 회복시켜 버렸다.
“미치겠네. 이 정도면 진짜 핵 맞아도 사는 거 아냐?”
상식을 뛰어넘는 덩치에 괴랄한 방어력이 문제인데, 거기에 더해 치료 능력까지 갖췄다.
다행이라면 이 거대한 거북이 군주가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
구오오오오오오.
귀를 간지럽히는 괴성만 지를 뿐이다.
“그래도 반격은 없으니까 공략법 계속 찾아보죠.”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착각이었다.
“그럼 각자 흩어져서…….”
“자, 잠깐만요.”
최수영이 홍세흥의 말을 잘랐다.
“피, 피해야 해요.”
일반 몬스터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차원에너지를 가진 존재들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왜 그래?”
“군주들 같아요. 모여들고 있어요.”
군주라면 최소 8성 보스급이다.
정예 용병대라 해도 하나 잡는 게 기껏이니, 둘 이상만 모여도 위험하다.
구오오오오오!
몸을 떨리게 하는 진동이 담긴 저 괴성.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가 아니다.
구원을 부르는 소리.
“피하자.”
홍세희를 위시한 용병들이 빠르게 몸을 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