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451
451화
* * *
레볼루쑝!
쉽게 말해 민중 봉기.
더 쉽게 말해, 귀족 때려죽이기!
“어… 이게, 이게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고요?”
다두는 원초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을 보고는 혼란에 빠졌다.
‘아니, 저번에 나한테 말할 때는 무슨 인류의 대통합을 선도할 것처럼 온갖 잘난 척을 다 하더니만…….’
그러더니만 이게 뭐람? 총 쏘고, 때려 부수고, 피 흩날리고. 이건 말이 좋아서 레볼루션이지 솔직히 말하면 반란 아닌가?
다두의 표정이 의도하는 바를 짐작했는지 젤 포이만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산 밑의, 피가 난무하는 도시를 가리키며 변명하듯이 말했다.
“이종족 연합지역은 인류 계몽의 개입 정도를 1단계에서 7단계까지 분류했습니다. 사실 8단계도 있지만, 거기까지 가면 두 번째 빛의 수호자의 재림이기에 심각하게 논의되지 않았죠.”
“들어보면 1단계가 가장 온건하고 7단계가 가장 격한 개입인 것 같은데요.”
“맞아요. 1단계는 기초적인 수준에서 평민을 교육하는 겁니다. 7단계는, 음… 조금 지저분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말씀드리기 그렇군요.”
“1단계라도 예를 들어주시죠. 어떤 개입이 있죠?”
“1단계의 경우는 치료원의 설립, 읽고 쓰기를 가르쳐주는 기초적인 교육소, 최하급 수준의 마나 운용법과 무학을 가르쳐주는 검술원, 마법의 재능을 타고난 이에게 최저한도로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 등등이 있죠.”
“침묵의 시절, 알테어가 겪은 사회적 변화를 벤치마킹하는 거군요.”
“예. 2단계는 더욱 더 광범위한 스케일로 일을 벌입니다. 이건 일종의… 그래요. 일종의 ‘세계화.’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 겁니다.”
다두는 젤 포이만이 내비친 단어에 경이로움마저 느꼈다. 그는 설마 여기서 세계화를 들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세계화라니……. 설마 대륙간 순환 비행정이 2단계에 속한 계획입니까? 아! 혹시 알테어에서 통일 제국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사업도……!”
다두가 알테어를 여행하다가 본, 영지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다양한 사업. 그중에서 릴리라는 영지가 알테어 북부에서 통일 제국까지 거진 수천 킬로미터에 다다르는 지하철 관통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엔 ‘신기한 짓거리를 하는구나.’라는 감상만 하고 끝냈었지. 하지만 지금, 젤 포이만이 세계화를 입에 담자 지하철 관통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달은 다두였다.
“아, 세계화가 어떤 의미인지 알아들으신 겁니까? 놀랍군요.”
기습과도 같은 말에 다두는 침묵했다. 젤 포이만은 이 이상 캐묻지 않고 2단계 계획을 설명했다.
“이 넒은 세상에선 당신들과 다른 방식으로 대중을 이끄는 국가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각국의 역사, 문화가 적힌 책, 특히나 알테어와 게리소님의 근현대사를 각지에 퍼트리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다두의 고향, 시골 촌락 중의 촌락인 쏠트리먼에서 ‘신화검. 탄생부터 사망까지 그 격동의 생애’와 ‘동방기행록’을 마호프 오먼이 구한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언젠가 일어날 일에 불과했죠. 저희는 그저 그 ‘언젠가’의 시점을 이종족 연합지역의 개입 또는 선진기술의 전파 등을 이용해서 좀 더 빨리 이룬 것에 불과합니다.”
이종족 연합지역은 그들의 본격적인 개입을 3단계부터로 보았고, 앞서 말했듯이 본격적인 개입은 여러 논란만 불러일으킬 뿐 단 한 발자국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흐음…….”
다두는 콧잔등을 긁으며 생각에 잠겼다.
여기까지 들으니 뭔가 올 듯 말 듯하다. 몇 가지 단서로 생각을 정리한 그가 젤 포이만을 쏘아붙이듯이 물었다.
“저희가 기지에 숨은 한 달여 간, 이종족 연합지역은 개입 수준을 몇 단계까지 올렸습니까?”
이거였다. 다두는 귀족들 말 잘 듣던 얌전한 양이 한 달 만에 눈이 뒤집혀서 마법총을 빵빵 쏘아대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혹시 이종족 연합지역이 7단계의, 젤 포이만도 언급을 꺼리는 지저분한 수를 쓴 게 아닌지 의심했다.
“그게 말입니다. 이거 참…….”
다두의 추궁에 젤 포이만이 말하기 곤란한 듯 배시시 웃었다.
“아직 3단계는 시작도 안 했습니다.”
타앙! 타다당!
젤 포이만의 난처한 말과 함께, 산 밑에서 콩 볶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법총이 일제 포화를 퍼붓는 소리였다.
다두는 수십 정이 넘는 마법총의 포화에 외벽이 바스러지는 영주성을 보았다. 그가 얼떨떨해하며 영주성을 가리켰다.
“예?”
그럼 저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왜 저 치들은 저렇게 열을 올려? 라는 뜻이었다. 그의 손짓, 몸짓을 해석한 젤 포이만이 면목없다는 듯 뒷목을 긁적였다.
“원래는 이게 아니었습니다.”
3단계는 봉기를 일으킬 적절한 인선, 툭 까놓고 말해서 만들어진 영웅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에게 선동꾼과 호위자를 붙이고, 그들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할 광기에 휩싸여 시위가 대량 학살로 번지지 않게 측근에 식자 계층을 지원한다.
그 외에 인류 성명서 발표, 명분 확립을 위해 대규모 방화나 살육 금지, 단순 반란으로 처리하지 않게 전세계 동시다발적인 혁명 진행 등등이 3단계의 시작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게 겨우 3단계 시작이라고?! 이거 완전 미친 새끼들 아냐?’
젤 포이만의 수줍은 고백을 들은 다두는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려는 것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겨우 참았다. 그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어, 그… 그게 가능하기나 합니까? 아니, 다른 건 몰라도 측근에 이종족 연합지역의 요원을 붙인다니? 그, 그리고 전세계요?!”
“치료원, 교육소, 검술원 등의 선생님이 누구를 가르쳤고, 누구에게 신뢰를 얻었을까요? 그리고… 그들이 과연 어디에서 온 능력자인지 아십니까?”
“하이고…….”
거기까지만 들어도 답이 나온다.
100년을 10년처럼 보는 이종족. 르암인 입장에선 한 세대가, 세간의 상식이 바뀔 정도의 시간도 그들에겐 한 때의 투자에 지나지 않다.
‘이들이 두 번째 빛의 수호자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군.’
백 년 단위의 작전도 우습게 벌이는 장수종들이 암중에서 세상을 뒤흔들 마음을 먹으면 다두도 당할 수밖에 없다.
다두는 이종족 연합지역이 진심을 발휘한 암중의 계략이 이러한 ‘사소한’ 것임에 감사했다.
“어쨌든. 그들이 영웅 후보자들에게 헛바람을 불어넣고 등을 떠미는 게 본격적인 혁명의 시작이라 이 말이죠?”
“예. 그를 위해 ‘만들어진 영웅 예비군들’에게 살짝, 아주 사알짝만 불씨를 뿌렸는데요. 아니, 뿌렸다고 하덥니다. 저는 보고만 받은 지라…….”
헤헤. 하며 입술을 쏙 내미는 젤 포이만. 첫 만남의 800살 여고생이 다시 튀어나왔다.
‘저 혓바닥을 뽑아버려?’
다두는 젤 포이만의 혀를 잡아 뽑을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그가 지친 기색으로 계속 말하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저 불씨만 뿌렸을 뿐입니다만, 평민들은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일어났답니다. 저희가 미처 개입할 새도 없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저건…….”
젤 포이만이 영주성 문을 때려 부수고 안으로 뛰쳐 들어가는 이들을 가리켰다.
“저희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저희의 개입이 일절 들어가지 않은 대중의 뜻이라는 겁니다.”
“…이상하군요. 정말로 개입을 못 한 겁니까? 아니면 안 한 겁니까?”
“보고서에는 그럴듯하게 변명을 썼지만,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장 요원 대부분은 어째서인지 저들의 행동을 방관하고, 제게 거짓말까지 했죠.”
다두는 리마 증후군을 떠올렸다. 현장 요원의 변심을 리마 증후군에 빗대는 건 정확한 해석이 아니지만, 대강 그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다두가 물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텐데요? 어째서 현장 요원의 독단을 묵인한 겁니까?”
“…….”
다두의 질문에 젤 포이만은 진지한 표정으로 정원의 조각상을 박살 내고 영주성으로 기세등등하게 쳐들어가는 성난 민중을 바라보았다.
“인류의 90%는 죽을 때까지 참고 살 수밖에 없는 불평등한 구조에 갇혀있죠. 과거에는 불평등한 일을 겪어도 못 배워서 몰랐고, 힘이 없어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들은 힘이 있고, 지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저희는 힘과 지식을 갖춘, 억압되어 살아야 했던 하위계층의 울분을 과소평가했습니다. 그들과 부대껴 살았던 현장 요원이기에 그들에게 감화된 것이겠죠.”
저희의 실수이니 누구를 질책하겠습니까. 라며, 젤 포이만은 이종족 연합지역의 오산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어디 누구 앞에서 그런 표정을 지어?
“저기요. 잘난 척 말씀하시는데, 결국은 민중 봉기가 당신들의 손을 떠났다는 것 아닙니까?”
“헤헤.”
또 혓바닥 내민다. 다두는 800살 이세계 1세대 정령족 무성(無性) 여고생에게 경고했다.
“한 번만 더 혓바닥 내밀면, 그거 뽑아버립니다?”
“흠…….”
젤 포이만이 새초롬하니 입술을 오므렸다. 그가 품에서 지도를 꺼냈다.
“어쨌든, 요원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자 당신에게 부탁해서 기지를 나온 겁니다. 추가로 몇 군데 더 확인할 곳도 있고요.”
부스럭!
넓은 지도. 이종족 연합지역 동쪽 국경과 마주하는 수십 개의 영지마다 붉은색, 푸른색, 검은색 등등의 다색으로 엑스(X), 동그라미(O), 세모(△) 등등과 복잡한 숫자, 기호가 두세 줄씩 그려져 있었다.
다두는 모르는, 현장 요원들의 보고를 토대로 작성한 레볼루쑝!의 진행 상황을 요약한 암호였다. 암호를 해석한 젤 포이만이 몇 개의 영지를 가리켰다.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를 확인하고 싶군요. 다른 데보다 더 격하다는 소식이 들려와서요.”
“저건… 이대로 가도 됩니까?”
다두는 영주성으로 들어가서 창문이고 뭐고 다 때려 부수기 시작하는 평민들을 불편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혁명이고 평등이고 뭐고 간에, 그의 부탁이 불러일으킨 대규모 유혈사태이기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안 그래도 전생, 쟈기 때 저지른 게 있어서 양심에 찔리는 일이 많다. 다두는 의도가 좋든 나쁘든 더는 일반인의 세상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저희’의 손을 떠났을 뿐이지 현장 요원의 손을 떠나진 않았으니까요. 그들도 프로이니, 자신이 맡은 일은 할 겁니다.”
“…….” 그래. 젤 포이만이 그렇게 말하는데 믿어야지. 그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을까.
‘아니, 애초에 믿어서 일이 이렇게 혼란으로 흘러간 거 아닌가?’
다두는 알쏭달쏭해하며 초장거리 비행 마법으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의 뒤로, 영주성에 쳐들어간 민중이 어린아이부터 노년까지, 부티나는 옷을 입은 이들의 머리채를 쥐고 끌고 나오는 장면이 펼쳐졌다.
그렇게 양지의 이종족 노예 산업과 음지의 평민 노예 산업으로 두 세기 넘게 자본을 축적한 이름 모를 귀족의 혈통이 마법총과 창칼에 영원히 끊겼다.
슈웅-!
초장거리 비행 마법으로 하늘을 나는 와중. (억지를 부려) 다두에게 안긴 젤 포이만이 지도를 들어 검은색 마킹에 검은색 엑스자 일색으로 표시된 영지를 짚었다.
“지금 방문할 곳은 다두 아와 훔의 힘이 필요합니다. 다른 곳보다 음… 좀 더 격한 방식으로 혁명이 진행되어서요. 기세를 꺾지 않으면 피가 많이 흐를 게 불 보듯이 뻔하기에 가서 말려주셔야 합니다.”
“저기요? 바로 몇 분 전에 현장 요원의 손을 떠나진 않았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아하하! 그렇군요.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일반적으로요.”
“…닥치고 가서 뭐 하면 되는지나 말하세요.”
일 개월 동안 기지에서 동고동락하며 제법 말을 험하게 할 정도로 친해진 두 사람이었다.
젤 포이만이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손가락을 하나 세웠다.
“가서 가장 목소리가 크고 험하게 말을 하는 사람 몇몇만 콕 짚어서 엉망으로 두들겨 패 주시면 됩니다.”
젤 포이만의 명쾌한 부탁에 다두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거면 된다고요? 가서 사람들을 다루고 어쩌고 이러는 것 필요 없이? 그냥 두들겨 패기만 하면 끝??”
“예.”
“…….”
‘에라 모르겠다.’
안 되면 하늘을 날다가 몇 번 떨어뜨리면 다음부터는 더 정확하게 부탁하겠지. 다두는 젤 포이만을 성층권에서 떨어뜨리는 망상을 하며 그가 말한 영지로 도착했다.
“아…….”
영지에 도착하자마자 다두는 젤 포이만이 한 말이 더할 나위 없는 적절한 명령임을 눈앞의 중년 남성을 보자마자 알았다.
“너 이 쌨낐! 이 씼빨놈의 귀족쌨낐!!”
한 손에는 전방위 화염 방사 마법이 걸린 마법 무구, 한 손에는 마법총을 든 우람한 체구의 남성이 영주성에 불을 지르며 광소를 내지르다가 하늘에서 내려온 다두와 젤 포이만을 보자마자 한 말이었다.
저런 놈이 집단을 이끄는데 당연히 팔다리 몇 개를 부러뜨려서 기세를 꺾어야지. 그는 젤 포이만을 성층권에서 떨구려는 욕심이 헛된 것임을 깨달았다.
다두는 젤 포이만을 뒤로 밀고는 앞으로 나갔다.
“야, 말에 강세 좀 그만 넣어. 그리고 초면에 욕하지 마. 뒤지게 처 맞고 싶냐?”
“닥쳐! 너도 죽어!”
타다당!
망설임 없는 한 손 람보 사격!
대각선을 긋는 연발 섬광탄이 다두의 옆구리와 복부, 어깨를 노리고 쏘아 들어온다.
“마법총이 보편화되니까 이놈이고 저놈이고 쏴 갈기기부터 하네…….”
아! 그리운 검과 마법의 시대여! 다두는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갔다.
그의 손이 위로 들리며 유려한 곡선을 그렸고, 음속 이상으로 쏘아진 섬광탄은 이파리에 앉아 쉬려는 나비의 그것처럼 부드럽기 그지없게 그의 손안에 들어왔다.
“어……?”
섬광탄 세 발이 다두의 손아귀에 잡히자 남성이 입을 헤 벌렸다. 그가 자신이 보고 있는 게 꿈인지 현실인지 몰라 눈을 끔뻑끔뻑 떴다.
타앙! 이유를 몰라 하면서도 두 번째 마법총 발사!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다. 첫발은 흥분해서 그렇다 쳐도 두 발은 명백한 고의다. 다두는 남성의 처분 수위를 한 단계 올렸다.
“이 새끼가. 마법총 안 내려?”
슈왁! 퍼엉!
활짝 펼친 손바닥에서 세 발의 섬광탄이 되돌아간다. 한 발은 그에게 쏘아진 섬광탄과 공멸! 한 발은 마법총을 든 남성의 오른손을, 또 한 발은 오른 발목을 때렸다.
사실 말이 때린 거지, 마법총은 몇 번이나 말했듯이 아름드리나무도 뚫고 지나갈 관통력을 자랑한다. 그것과 인간의 손바닥이나 무릎 관절이 충돌하면…….
철퍽!
“끄하아악?!?!”
이렇게 된다. 오른손바닥 소실! 그리고 오른발은 무릎이 깔끔하게 잘려서 외발이 신세! 남자가 손목과 무릎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졌다.
“……?”
다두가 뒤를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남자를 살릴지 이대로 과다출혈로 죽게 내버려둘지 젤 포이만에게 묻는 것이다.
젤 포이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녀는 고뿔로 죽고, 애지중지 키운 차녀가 마법에 재능을 보여 영주성에 초대받았을 때 영주의 삼남에게… 음. 뭐, 그래서 집에 오고 다다음날 자살했다더군요. 미칠 만도 합니다.”
“예. 예. 살려주라는 거죠.”
다두가 어깨를 으쓱하며 남자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크왕! 앙! 와아악!”
남자가 짐승처럼 이빨을 딱딱거리며 다두의 손길을 거부한다.
퍽!
다두의 주먹에 침몰했다.
“아저씨. 아저씨도 한 번만 더 혀 내밀면 혓바닥 뽑아버릴 줄 알아.”
기절한 남자는 그의 경고를 듣지 못한다. 그가 슬퍼서인지 아파서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혀를 축 내밀고 다두의 치료를 받았다.
남자를 치료한 다두가 일어섰다. 그가 빈 공터 한구석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마법총이나 여러 조잡한 무기를 들고 있는 수십 명의 성인 남성들, 영주성 방화 협력범들을 향해 다가갔다.
“야, 이리 와. 너희도 몇 대 씩 맞자.”
“저, 저희는 왜요?”
기세등등하게 영주성에 불을 지른 것과 달리 오가는 말이 곱다. 하긴 다두가 맨손으로 섬광탄을 붙잡고, 튕겨낸 걸 봤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다두의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다. 그는 용감하게 말대꾸한 청년에게 다가가며 팔을 걷어붙였다.
“왜긴 왜야. 이 아저씨 따라서 영주성 불 지르…. 얼씨구? 저 새끼는 품 안에 뭐냐? 야, 너. 어, 너 뱃속에 뭐 숨겼어. 이 새끼는 이 틈을 타서 비싼 거나 훔쳐? 너흰 정신머리가 안 됐어. 어? 내가 혁명은 인정하는데 이러면 안 되지. 다들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몇 대 맞자.”
우수수!
“버, 버렸습니다! 정신 차렸어요!”
“어, 늦었어. 그리고 대장이 쓰러졌는데 바로 항복하는 거에서 가산점을 추가해주마. 정확히 두 배 더 맞고 끝내자.”
다두는 뒷걸음질치는 청년들을 향해 먹이를 덮치는 범처럼 달려들었다. 그의 몸이 흐릿해질 때마다 청년들은 어딘가가 부러진 채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퍼버벅!
“끄아악!”
단 몇 분 만에 소란을 정리한 다두는 젤 포이만을 안고 초장거리 비행 마법으로 날 준비를 했다. 그가 날아오르기 전에 청년들에게 경고했다.
“너희들. 내가 다 지켜보고 있다. 혁명이고 뭐고 한 번만 더 불 지르면… 그때는 안 봐줄 줄 알아.”
경고를 듣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그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다두는 끙끙대는 청년을 뒤로하고는 다음 영지를 향해 날았다.
그렇게 다두는 해질녘까지 다섯 개의 영지를 들려 필요 이상으로 격화되는 혁명을 말리고 적당한 수준으로 진화했다.
‘진짜로 혁명이 시작되었구나.’
다섯 개의 영지를 들린 다두는 악신 재제작이 불러일으킨 대변혁을 직접 확인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귀족들이 좋게 가자고 설득해도 말로 안 들어 처먹으니까 화난 평민들이 귀족의 아구창에 죽빵을 꽂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되려나.’
이제는 앞날이 예상이 가지 않는다. 다두는 다른 건 몰라도 악신의 묫자리의 일만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하늘을 날아 기지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