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454
454화
* * *
“정신이 딴 데 팔려있군.”
나세르 2세의 말과 함께 빠른 찌르기가 다두의 명치를 노리고 들어왔다.
꽈아앙-!
“끅!”
묵직한 타격! 오러 블레이드의 전진에 손바닥 피부가 쓸린다. 다두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자세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찌르기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굴착기 또는 착암기라 부르는 건설 기계에 달린 거대 쇠말뚝이 땅을 때리는 것처럼. 한 번이 아니라 연이어서 찌르고, 찌르고, 또 찌르고!
꿍꿍꿍! 꽈앙!
주와악!
다두의 발이 땅에 질질 끌렸다. 그가 찌르기의 힘을 버티지 못해 뒤로 밀려나며, 땅에 깊이 수십 센티미터의 고랑 두 줄기가 길게 파였다.
“덮쳐!”
다두의 몸이 훤히 드러나자 원거리에서 다두를 포위한 기사들이 일제히 철퇴를 휘둘렀다.
둘 사이의 거리는 20미터 이상. 반면에 철퇴의 사정거리는 팔 길이를 더해도 2미터 남짓. 죽었다 깨어나도 닿을 수 없는 거리였지만, 이 세상에는 마법이라는 기묘한 힘이 있었다.
촤르르륵!
내장된 마법이 발현되자 철퇴의 손잡이와 철퇴 머리를 잇는 쇠사슬이 길게 늘어나며 채찍처럼 휘어졌다.
기사들은 단지 철퇴를 휘두르기만 하지 않았다. 채찍이라고 예시를 들지 않았나. 그들의, 이종족 특유의 날카로운 감각은 철퇴 머리가 다두의 몸에 접촉하기 전의 미세한 틈을 포착했다.
타격 전, 손목에 스냅을 주어 철퇴 머리에 변화를 준다. 채찍이 끄트머리로 갈수록 가속되는 것처럼, 쇠사슬을 타고 전달된 가속도가 철퇴의 말단부, 철퇴 머리에 집중된다.
이윽고 마나의 강화*무게*가속도라는 환상적인 데미지 증가 공식을 적용한 철퇴 머리가 다두의 전신을 두들겼다.
퉁! 투웅!
양쪽 어깨, 등, 허벅지, 옆구리, 발목!
퍼벅! 빠악!
마찬가지로 양쪽 관자놀이, 쇄골, 팔꿈치, 갈비뼈 옆 면 그리고 정수리!
“끄윽……! 너, 이 새끼!”
찌르기를 막다가 허용한 스무 발의 철퇴! 다두가 눈을 부라리며 기사들을 노려보았다.
기사들이 ‘서서’ ‘말’을 하는 다두를 보고는 경악에 잠겼다.
“…허?”
원래 철퇴 채찍은 인간이 아닌 중형 이상의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한 무기다. 오함마로 때려도 뼈에 금조차 가지 않는 괴물의 살과 근육을 찢는 데 쓰이는 녀석.
스칼러 수준만 되어도 타격점이 쉽게 읽히기에 고수를 상대로는 거의 의미가 없다. 그래도 전투 교리에 들어가 있고, 기회가 생겨서 득달같이 휘둘렀는데…….
“머, 멀쩡하다고?”
철퇴를 휘두른 기사의 말 대로다. 전신에 스무 개의 철퇴 머리가 직격한 다두의 몸은 부러진 곳이 하나 없었다.
피부가 살짝 까져서 방울지는 피가 부풀어 오른 피부를 타고 흐르지만, 그것은 그들이 예상한 철퇴의 데미지와 너무나도 크나큰 괴리감을 보여주었다.
‘봐주지 말라고 해서 썼는데 정말로 아무런 타격이 없어?’
아니, 그렇다 쳐도 관자놀이하고 정수리에 직격했는데 피부가 까지는 게 전부라고?
“멍하니 있지 마! 지금이다!”
번쩍! 저 멀리, 스무 명의 마법사의 양손에 하나씩 든 스무 개의 스태프와 스무 개의 완드가 불을 뿜었다. 타격 시에 오러를 집중하여 방어한 틈을 노려 마법사의 마나 억제 마법이 작렬한다.
하지만 겨우 하위 수준의 마법사가 마법 도구의 힘을 빌린 마법으로 다두의 기량을 극적으로 내리기란 불가능! 다두는 번쩍이는 빛에 감싸인 채, 아까와 별다를 바 없는 능력을 보여주며 오러 블레이드를 막았다.
차작! 발을 놀려 나세르 2세와 자리를 바꾼다. 기사에게서 멀어진 다두를 보고는 나세르 2세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무 얌전한데? 끄나풀에 불과한가?”
“무슨 소리입니까?”
“나는 네가…….”
까각!
대화하는 척하면서 공격! 나세르 2세의 검이 팽이처럼 회전했다. 이대로 가다간 검을 붙잡은 다두의 팔도 회전에 휘말려 비틀어진다.
검신을 감싼 오러 블레이드가 회전을 타고 빙글빙글 돈다. 드릴과도 같은 그것이 다두의 손을 갈아버릴 기세로 묵직하고 날카로운 힘을 외부로 토했다.
검의 회전에 휘말려 팔이 부서지느냐, 오러 블레이드의 회전에 팔이 갈리느냐. 어느 쪽이든 계속 검을 붙잡고 있으면 팔이 영영 사라진다.
“흠!”
다두가 급히 칼날 잡기를 풀었다. 드디어 검이 자유를 얻고, 나세르 2세의 검술이 다두의 급소를 파고들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녀의 검술은 다른 것에 막혀 여전히 다두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영원유속 (永遠流速).
느릿느릿. 끈적끈적. 이라는 두 묘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기운이 다두의 양손에서 흘러나왔다. 끈적한 오러가 다두의 손과 나세르 2세의 검을 하나로 이었다.
나세르 2세는 저 느리고 끈적한 기운이 검을 붙잡고 놔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본디 강맹한 기운에 속한 오러를 끈적하고 유하게 변화하다니.
“허허……. 오러 변환이 극에 올랐구나. 대체 어디서 이런 놈이 나온 건지.”
이런 녀석하고 정면에서 기술 대결을 하면 불리하다. 나세르 2세는 수백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자신의 오러 운용술이 다두에게 밀림을 인정했다.
인정하면 다른 대책을 세울 때다. 그녀도 마주 검을 잡은 손을 놓았다. 다두의 백색 오러가 검을 삼키기 전, 그녀가 오색영롱한 빛깔의 오러를 다섯 색으로 분리했다.
다섯 색 중 검은색이 손에서 뻗어나와 검을 감싼다. 검을 사이에 두고 다두와 나세르 2세의 기운이 교미하는 뱀처럼 얽혀들었다.
나머지 적(赤), 청(靑), 백(白), 황(黃)의 사색 오러는 오러로 만들어진 팔인 양 자아를 가지고 외부로 쭈욱-! 늘어난다. 늘어난 오러의 팔이 오러 염동을 발휘하여 기사들의 허리춤에서 검을 한 자루씩 빼 왔다.
그리하여 완성된, 사색검(四色劍)! 네 색의 오러에 감싸인 검이 허공에 둥둥 떠서 다두를 겨누었다. 다두는 네 기운이 그의 미간, 목젖, 심장, 명치를 따끔따끔 찌르는 것을 느꼈다.
“어이구. 이건 알테어의 파동검 아닙니까?”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왜냐하면 제가 에일이니까요. 션의 기억을 이어받은.”
“…….”
더 대화하면 나만 머리가 아파진다. 나세르 2세는 양손에서 뻗은 흑색 오러로 검을 감싸 다두와 힘 싸움을 벌였고, 나머지 네 개의 검을 조종하여 다두를 베어왔다.
스걱!
목을 노리는 적색 오러를 고개 숙여 피하고, 몸을 대각선으로 베어오는 청색 오러를 무용(無用)의 보법으로 흘린다.
백색의 찌르기를 무릎 찍기로 튕겨내고 황색의 올려 베기를 몸을 돌려 회피! 뒤이은 적색의 내려치기를 몸을 회전하여 검면에 어깨 치기를 날린다.
휭! 휘이잉!
사색의 폭풍에 갇힌 다두. 그의 양손은 검을 향해 손을 뻗고 오러를 내뿜느라 묶여있다. 그럼에도 그의 회피는 일말의 틈도 없었다.
저 기가 막힌 회피에 빈틈을 만들어야 한다. 그의 정신을 흩트리는 게 급선무라 생각했는지 나세르 2세가 입을 열었다.
“아까 했던 끄나풀 발언을 계속하자면…….”
“안 통합니다. 또 말하는 척하면서 공격하려고요?”
“그러면 듣기만 해라. 나는 너를 의심하고 있다.”
“…….”
“이 모든 일의 중심에 네가 있다. 쉘리 반데스를 데리고 온 건 너, 트라칸을 설득한 것도 너, 서기관과 만난 것도 너. 심지어 일 개월 전, 신 성자단 수십 명이 중앙 감옥 지하로 내려와 너와 은근한 만남을 가졌지.”
파앙!
또 다시 대화하는 척하면서 공격. 이번에는 300명의 병사가 다두를 노리고 마법총을 마구잡이로 쏘았다. 빛 억제, 빛 마비가 담긴 섬광탄이 그의 전신을 두들겼다.
빛 폭발, 빛 파멸 등이 담긴 섬광탄이 다두가 딛고 선 땅을 파괴한다. 빛 억제와 빛 포박의 기운은 다두를 쫓기 위해 어두운 밤을 반딧불이처럼 빙빙! 맴돌았다.
번쩍! 번쩍!
번쩍이는 사색의 선이 세상을 수천 조각으로 가르고, 마법총의 직선적인 공격이 다두가 있는 곳을 가로로 내리는 소낙비처럼 때리고 지나간다.
다두의 몸은 흐릿해져서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그는 제자리에 선 채로 사색의 오러를 피하고, 흘리며 그에게 쏟아지는 300발의 섬광탄을 튕기고, 분쇄했다.
나세르 2세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일은 이상하구나. 어째서 서기관은 너를 내버려두고 갔을까?”
그녀가 입술을 비죽였다. 혓바닥이 칼처럼 다두의 가슴을 베었다.
“너 설마… 버려진 건가? 서기관이 네게서 얻을 건 다 얻고, 이제 쓸모가 없다 생각해서 그럴듯한 변명을 하곤 너를 미끼로 내던지고 도망쳤다고 생각하는 게 적절하지 않나?”
“…….”
“응? 다두, 어떻게 생각하지? 상식적으로 트라칸 대공이나 르데앙 성자님의 지원조차 받지 않고 너 혼자만 내버려두고 떠난 것은… 버림받았다는 것 말고는 그럴듯한 설명이 되지 않는데.”
“흥!”
다두의 정신은 나세르 2세의 수작질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신기(神技)와도 같은 몸놀림으로 사색 오러를 쳐내고, 검을 매개로 들어오는 흑색 오러의 침식을 흘리고, 300발의 섬광탄과 마법사의 억제 마법을 파훼했다.
어차피 나세르 2세도 거기까진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노리는 것은 빈틈 이전의, 전투법 그 자체였다.
‘걸렸다.’ 나세르 2세의 눈이 빛났다.
다두의 방어가 눈에 익다. 대각선 반 보, 옆으로 회전하며 어깨와 무릎, 엉덩어로 검을 치고, ‘스…!’하는 음성 언어로 주술을 써서 억제 마법을 방어, 파동을 흘려 섬광탄 흘리기.
아까에 이어 두 번째로 반복된 방어 패턴이다. 아무리 다두의 동작이 효율적이고 신기에 다다라 있어도, 이간질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새로운 패턴을 짜내지 못하고 아까와 동일한 방어 동작을 답습한 것이다.
나세르 2세 수준의 고수를 앞에 두고 똑같은 방어를 보여주는 건 죽여달라는 것과 같다. 그녀는 다두의 다음 방어 동작을 예측하고, 선(先)을 제압했다.
타압!
엇박자로 들이닥친 사색의 오러가 다두의 양팔, 양다리를 붙잡고 조인다. 개미나 벌 등의 곤충이 양턱을 조여 먹잇감을 붙잡듯이 꽈악!
“흡!” 다두는 검을 감싼 오러를 외부로 방출해 몸을 잡은 사색의 오러 검을 방어했다. 그가 사색 오러 검의 압박에서 탈출하기 전, 이 한때의 멈춤을 노린 스무 명이 기사들이 반응했다.
“찔러!”
기회를 노리던 기사들이 창날을 3번 날로 바꾸고 다두에게 접근한다.
일반 전투형 1번 날, 찌르기형 2번 날. 그리고 관통 특화형 3번 날. 날이라기보다는 대형 주삿바늘에 더 가까운 형태의 그것.
날 끝에 발린 독은 세포 용해 계열의 뱀독! 뱀독과 저주가 담긴 날촉이 다두를 향해 용서 없이 찔러왔다.
척추에 달린 증폭기에서 순간 증폭이 더해지며 속도와 파괴력마저 증가! 흐릿한 오러의 빛이 독이 발린 창날 끝에 머물렀다.
차라락!
이걸로 끝이 아니다. 타격 전, 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창대 중간이 부풀어 오르며, 창날의 길이가 20퍼센트 가량 길어졌다.
일명, 창대 마디 순간 가속!
기사들의 창은 대나무처럼, 일정한 길이마다 마디가 그어져 있다. 이것은 미관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다. 특정한 순간에 무구에 내장된 마법을 발동시키면, 마디가 급격하게 팽창하는 것이다.
팽창은 곧 속도가 되고, 속도는 관통력이 된다. 창대 마디의 팽창 타이밍을 맞추기가 지극히 까다롭지만, 일단 성공하면 창대 마디의 순차 가속만으로도 음속을 넘는 찌르기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마법에 의해 감각과 정신력이 가속된 스칼러급 실력자인 기사들은, 창대 마디 순차 가속을 훌륭하게 성공했다.
창대 마디 순간 가속+기사들의 돌진 속도+찌르기 동작에서 발생하는 속도의 삼중 가속! 스무 정의 독 발린 불완전한 오러 날이 다두의 몸 곳곳을 찌른다!
푸악!
“끄악! 아프잖아!”
원래는 아프다는 말로 끝날 공격이 아니다. 삼중 가속 찌르기는 금속 괴도 찰흙처럼 관통하는 관통력을 지녔다. 기사들은 다두의 괴물 같은 내구력에 혀를 내두르며 자세를 잡았다.
한 타이밍 늦게 사색 오러 검의 포위에서 빠져나온 다두! 그가 전신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다음 찌르기를 날리려는 기사들에게서 뒷걸음질쳤다.
“어딜!”
하지만 양손에서 검을 매개로 오러 대결을 벌이는 것이 실수! 나세르 2세가 검을 잡은 흑색 오러를 뒤로 잡아당겼다.
다두의 힘이 어찌나 센지 전력을 다해 당겨도 그녀의 몸이 앞으로 죽죽! 밀린다. 그래도 덕분에 먼 거리까지 도망치지 못한 다두!
기사들이 그 틈을 노려 다시 접근! 창대 마디 순간 가속을 이용해 찌르고 또 찌른다! 사색 오러 검도 기사들의 움직임이 보여주는 빈틈을 실로 적절하게 파고 들어 포위망을 완성한다.
타다당!
나머지 실낱같은 틈은 300발의 섬광탄이 채웠다. 아군 오사 따위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는 태도. 다두는 섬광탄과 기사들 사이에서 흐르는 영적인 반발력을 감지했다.
전자기 유도와 같다. 다두는 -극, 섬광탄과 기사들은 +극. 섬광탄은 같은 극인 기사들에게서 멀어지고, 다두에게 가까워진다.
단순하고도 기막힌 한 수에 아군 오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다두만 노리는 상황.
‘미치겠네.’
찌르기, 마법총, 마법사의 견제, 결정적으로 나세르 2세의 오러 검! 기막힌 합공이 이어지자 다두의 몸에 상처가 누적된다. 잔비에 몸이 물씬 젖듯이, 그의 몸이 피로 흠뻑 젖었다.
‘끝이다.’
나세르 2세는 다두의 상처를 보고는 끝이 왔음을 짐작했다. 이대로 가면 독에 중독되든, 오러에 어디 하나가 잘리든, 아니면 과다출혈로 쓰러지든 다두는 침몰한다.
더 없이 유리한 상황임에도 나세르 2세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녀가 사색 오러 검을 현란하게 조종하며 압박의 순위를 한 층 올렸다.
“아니야.” 포위망 속. 잔잔한 다두의 말이 그녀와 기사들의 귓가에 들려왔다.
상처 따위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듯한 평온한 말투. 다두가 지극히 평온하게, 어린아이를 설득하듯이 말을 이었다.
“젤 포이만은 나를 시험한 거야. 무혈(無血). 소드 마스터를 앞뒀음에도 이 거지 같고, 병신 같고, 개 같은 부탁을 내가 정말로 이룰 능력이 있는지.”
푹! 찔리고, 베인다. 섬광탄이 상처를 지진다. 흑색 오러가 검을 타고 다두의 손바닥 피부를 가른다. 그럼에도 다두의 말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그가 나를 믿고 악신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전 대륙에 사상적 세계대전을 일으킬 가치가 있는지 시험하려고 일부러 무혈이라는 달성하기 힘든 조건을 이루라고 한 거라고. 한참 늦긴 했지만.”
“확신하나?” 나세르 2세가 물었다.
“당연. 왜냐하면 그는 뮤온 보트라와 같은 1세대 정령족이니까.”
“…….” 나세르 2세의 눈이 가늘어졌다.
“인간에게 흥미를 느끼고 불멸의 삶조차 포기한 초월적인 원시 고대 정령. 논리 따윈 통하지 않는, 수백 년의 삶을 자신이 원하는 것에만 때려 붓는 싸이코 새끼.”
다두가 눈을 빛냈다.
“그런 자가 나를 속이려고 했으면 좀 더 스마트한 방법을 썼지 지금처럼 무식한 짓거리를 하진 않았겠지.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고집스럽게 무혈을 지키겠다? 어디 한 번 해보거라. 성공할진 모르겠다만.”
“한다뇨. 무슨 그런 말씀을. 이미 끝났습니다.”
“……?”
또 무슨 짓을? 나세르 2세가 공격의 강도를 줄이고 감각으로 자원을 돌렸다. 다두가 어떤 수를 쓸지 경계하며, 사색 오러 검을 날카롭게 벼렸다.
그러나 다두의 말처럼 무혈은 이미 끝나있었다. 그녀가 뒤로 슬쩍 물러선 그 순간.
“억?!”
나세르 2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다두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다두에게 정면으로 다가가 그의 측면에서 멀어지는……?
“허?” 잠깐, 시야가 겹친다? 다두의 정면, 측면, 후면이 모두 다 보인다. 아니, 단 세 개가 아니다. 수백 개가 넘는 겹쳐진 시야에 그녀의 정신이 혼란에 빠졌다.
씨익 웃는 다두의 옆얼굴이, 들썩이는 다두의 등이, 멀리서 보이는 다두와 비틀거리는 ‘나’의 모습이!
“너, 너… 이게 무슨……?”
삼안일체법(三眼一體法)!
세 개의 눈이 하나의 몸이 된다는 주술. 여러 명의 주술사가 힘을 합쳐 다중 정신 한계를 넘음으로써 몇 단계나 위의 주술을 행하는 고급 합체기술이다.
삼안일체법은 먼저 육체를 잇는다. 감각을 잇고, 생각을 이으며 최종적으로는 정신을 잇는다. 다두는 그 중 기초 단계인 감각 잇기를 그를 포함한 341명의 적들에게 사용했다.
강화용은 결단코 아니다. 341명의 시야가 하나로 합쳐지는 걸 이용한 것이다. 300개가 넘는 감각의 합체! 그것만으로도 인간은 ‘나’라는 기준점이 사라진다.
내가 서 있는 건지, 쪼그려 앉았는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다두의 뒤를 바라보는 게 나인지, 옆을 바라보는 게 나인지 분간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시각적 혼란! 341, 다두를 포함한 342개의 겹쳐진 시야에 기사들이, 마법사들이, 병사들이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더니 하나둘 쓰러졌다.
“어…? 어어?!”
풀썩!
“우웨엑!”
누군가는 토까지 한다. 342개의 시야에 어지럼증이 도진 것이다.
“으득!!”
나세르 2세는 사정이 조금 나았다. 그녀는 여러 개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구분하고, 시각과 육체를 분리하여 시각적 자극을 오로지 정보로만 받아들였다.
342개의 시선에서 ‘나’를 인식한다. 시각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토대로 몸을 올바르게 움직인다. 나세르 2세가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걸음을 옮겨 다두에게 다가왔다.
수융!
사색 오러 검이 다두를 노리고 들어온다. 아까하곤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흐느적거리는 일격! 자칫 잘못하다간 동료는 물론이고 자신도 벨 수 있으니 검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이다.
딱! 따닥!
이런 나약한 공격이 다두에게 통할 리가 없다. 그는 사색 오러 검을 붙잡고는 분질렀다.
분지른 검을 뒤로 날려보내곤, 흥얼거리듯이 말한다.
“힘이 넘치네요? 이건 어떠실련지? 자, 감각 잇기 2단계 갑니다.”
촉감과 청각, 체내 자극의 동화!
342개의 심장 박동이, 342쌍의 귓가로 들려오는 밤의 소리가, 342개의 피부에서 느껴지는 바람과 땀의 촉감이 하나의 육체에 몰아친다!
“흐아악?!”
그 기괴한 감각에 저항하기란 불가능! 340명의 전투 요원이 까무러쳤고, 나세르 2세도 그 자리에서 무릎 꿇었다.
원래 삼안일체법은 폐관수련을 하는 듯한, 극도로 감각이 제한된 환경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처럼 혼잡하게 휘몰아치는 감각에 휩싸여, 자칫 잘못하다간 자아를 잃는다.
부들부들!
나세르 2세가 고개를 들어 다두를 바라보았다. 342쌍의 눈동자 중에서 다두를 보는 것은 그녀의 시야, 단 하나뿐이었다.
그녀가 간신히 ‘나’라는 객체를 유지하며 다두에게 물었다.
“어, 어떻게……?”
다두가 양손을 들었다. 처음의 칼날 잡기에 왼손 새끼와 오른손 검지가 떨어져 나간 두 손. 그의 손을 보자 나세르 2세가 급히 고개를 돌려 그의 손가락을 찾았다.
오러 파동 덕분에 수풀이 모조리 가루가 되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나세르 2세는 떨어진 다두의 두 손가락이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것을 보았다.
“1급 주술사를 앞두고 흘린 피에 아무런 처치도 안 하다니. 제정신입니까?”
“아……!”
“어떻습니까? 무혈, 성공이죠?”
거리 탓에 0.2초의 차이를 두고 겹쳐 들리는 342개의 동일한 음성이 그녀와 병사들의 귀를 괴롭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