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54
253화 처남 구출(4)
전생에서 한창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을 당시, 기필코 여자친구를 만들겠다는 순수하기 짝이 없는 마음으로 놀이공원 면접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면접을 본 후 나는 세상이 내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저희 오버랜드에 지원한 동기가 어떻게 되십니까?’
‘이 한 몸 불살라 오버랜드를 세계 최고의 놀이동산으로 만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관리자에게 칭찬받은 경험이 있습니까?’
‘아르바이트를 해 본 적이 없는데요?’
‘…….’
이렇게나 성실하게 대답했음에도 면접에서 광탈을 했던 것이다.
그런 오버랜드의 저주 때문인지, 그 뒤로도 내 인생은 수없는 면접 탈락 통보로 점철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천하 어디에 가도 누구나 탐내는 인재가 된 것이다.
금군의 군권 절반을 손에 쥔 좌도독이 직접 찾아올 정도로 말이다.
“사마세가의 후예들이라……. 내 솔직히 말하지. 나는 자네들이 탐나네.”
이번 기회를 살려 반드시 입신양명…….
‘아니, 아니. 이게 아니지.’
뇌옥으로 잠입하여 묘산을 구출하리라 마음먹고 답했다.
“크흠, 저희의 사정은 들으셨는지요?”
“가문을 재건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고 들었네만…….”
“그렇습니다.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 얼마를 원하는가?”
“가치를 알아본 쪽이 금액을 제시하는 게 맞는다고 사료됩니다.”
“으핫핫핫! 나를 상대로 흥정을 걸다니. 젊은 친구가 대범하기 그지없군.”
좌도독 이무청이 호탕하게 웃으며 고갯짓을 했다.
옆에 있던 군관이 사람 머리만 한 궤짝을 들어 우리 앞에 올려놨다.
그 모양새가 어째, 무게감이 조금 떨어져 보였다. 서둘러 관심법을 발휘하여 살펴보니 약 일백 개의 은자가 들어 있었다.
“많아 보이지는 않는군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좌도독씩이나 되는 양반치고는 스케일이 조금 작았다.
‘혹시 월급제로 주는 건가?’
통상 매검의 보수는 선금과 잔금으로 두 번에 걸쳐 나눠 받는다.
하지만 이렇게나 적은 금액이라니, 혹시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월급제로 주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눈빛에 의문을 담아 쳐다보니 이무청이 작게 웃었다.
“내 무림의 일은 잘 모르지만, 무가를 만들려면 뭐가 필요한지는 잘 알고 있네.”
“……?”
“돈과 사람, 그리고 땅이지. 아니 그런가?”
“그렇습니다만…….”
“궤짝 안에 땅문서가 하나 있네. 외곽이긴 하지만 항주에 장원 하나 지을 정도의 크기는 될 걸세.”
솔직히 깜짝 놀랐다.
한중의 땅값이 천안 수준이라고 치면 구룡성과 성도는 서울 강북 정도고, 남경과 항주는 강남급이다.
더군다나 장원을 지을 정도의 땅이라면 적어도 오백 평은 넘는다는 소리였으니 그 값 역시 은자 이천 냥을 크게 상회할 것이다.
‘이건 통이 커도 너무 큰데?’
아무리 이무청이 정 1품 좌도독이라지만, 그리고 아무리 우리가 탐낼 만하다지만 이건 너무 과한 지출이다.
즉.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소리군.’
이곳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지라는 뜻이다.
차라리 잘됐다.
난장판일수록 묘산을 구출할 확률이 커질 테니 말이다.
‘팔아서 애들 집이나 사 줘야겠다. 남은 건 내가 먹고.’
생각을 마친 나는 궤짝을 슬그머니 가져오면서 말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 역시.”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이무청이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한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네.”
“말씀하십시오.”
“형제라고 하면서 어찌 하나도 닮지 않았나?”
아…….
이건 생각 못 했다.
하지만, 여기서 의심을 사게 되면 여태 해 온 모든 일이 수포가 된다.
머릿속 CPU를 고속으로 회전시켜 겨우겨우 답을 내놨다.
“그으……. 배다른 형제입니다.”
“……삼 형제가 전부?”
“예.”
“…….”
어찌 잘 넘어간 것 같다.
* * *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한 우리는 좌도독 이무청의 개인 경호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는 우리가 도독부의 식객으로 머물며 자신의 검이 되길 원했으나, 내가 경호를 맡고 싶다고 우겼다.
‘아무리 몰락했어도 사마세가의 검을 남을 죽이는 데 쓸 수는 없습니다.’
‘하면?’
‘대신 좌도독의 안전을 책임지고 싶습니다.’
딱 붙어 있어야 경사에 들어갈 수 있고, 그래야 뇌옥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머? 새로운 사람들이 왔네요?”
“도독부도 다되었군. 저런 애송이들까지 호위로 삼다니 말이야.”
“호위는 우리로도 충분할 터인데…….”
“흥, 거슬리게 하면 모가지를 따버리겠다.”
이무청이 고용한 호위가 우리만이 아니라는 거다.
“……에휴.”
사파 냄새를 물씬 풍기는 네 놈을 보니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하지만, 첫날부터 말썽을 일으킬 수는 없는바. 우제준과 사마흔에게 적당히 무시하자는 눈치를 줬다.
그놈들 중 한 명이 사마흔에게 시비를 걸기 전까지 말이다.
“어이! 거기 네놈!”
“…….”
“그래,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네놈 말이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바지 한번 내려 보거라.”
“깔깔깔, 오라버니도 참 짓궂으셔요. 덕분에 좋은 구경하게 생겼네요.”
잠시 생각했다.
“…….”
참는 게 나은지 참지 않는 게 나을지를.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내 고민은 의미가 없게 되었다.
탁탁탁.
뭐라 하기도 전에 사마흔이 자신의 검을 빼 들고 냅다 달렸기 때문이다.
“제법 강단이 있는 놈이구나!”
시비를 건 놈이 대번에 손을 뻗었다.
“지랄 났네…….”
저놈 손속, 엄청나게 매서운데.
아니나 다를까.
사마흔의 검격이 공간을 파고들며 사정없이 그어졌다.
그리고.
촤악!
단 세 수만에 사마흔에게 시비를 건 대머리의 손목이 떨어져 나갔다.
“끄아악!”
명색이 좌도독의 개인 호위다. 실력이 형편없을 리가 없다.
객관적으로 봐도 대머리와 사마흔의 무공 차이는 두어 걸음밖에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쉽게 결판이 난 이유는 간단했다.
마음가짐의 차이.
처음부터 상대를 얕봐 무기도 뽑지 않은 대머리와 아예 죽이려고 칼을 뽑은 사마흔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한중에서 겪은 압축된 실전 경험도 한몫했을 테고.
이래서 무림에서 절대라는 단어가 없는 거다.
방심하다가 한순간에 죽을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사마흔이 살벌한 기세로 나머지를 노려봤다.
“또 하고 싶은 놈 있나?”
“흥! 겨우 요행으로……. 헉!”
놈들 중 대장 격으로 보이는 놈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차.
슈우욱.
우제준의 칼날에서 뻗어 나온 검기가 바닥을 길게 갈랐다.
“황천으로 가고 싶은 놈이 있으면 말해라. 내가 직접 보내 주마.”
“…….”
그걸로 끝이었다.
놈들은 눈알을 굴리며 각을 쟀을지언정 차마 무기를 뽑지는 못했다.
복수해 줄 의리도 없으면서 괜히 깝죽대다 다치면 자신만 손해니까.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고 조용히 숙소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야밤을 틈타 몰래 장원을 빠져나가 양옥선과 접선하는 데 성공했다.
“역시, 성공하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어렵지는 않더라고.”
“다행입니다.”
“일단, 이거 받으십시오. 외우고 태워 버리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그가 작은 쪽지를 내밀었다.
쪽지엔 묘산을 구출한 뒤 남경을 빠져나갈 퇴로가 그려져 있었다.
“지점마다 형제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시면 됩니다.”
“고마워.”
종이를 품에 넣자 양옥선이 짐짓 걱정된다는 투로 말했다.
“금영대가 둘로 나뉘어 경사 가장 깊숙한 곳에 쉰 명, 외성 바깥에 쉰 명이 대기하고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많긴 하네.”
“예. 자칫 앞뒤로 포위라도 당하면 큰 낭패가 될 것이니 최대한 조용히 빠져나오셔야 합니다.”
“음…….”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자칫 도망치는 와중에 금영대를 마주칠 수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어쩔 수 없지. 최대한 조심해 보는 수밖에.”
고개를 끄덕이니 양옥선이 허리를 깊게 숙였다.
“그럼, 저희는 이만 철수하겠습니다.”
“그래, 이 노고는 절대 잊지 않으마.”
작게 치하하자 그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당주님이 하오문에 베푸신 은혜에 비하면 작디작은 일입니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예의가 밝단 말이야.’
근묵자흑이라더니, 내 영향을 받아서 애들이 점점 착해지는 게 보였다.
* * *
다음 날.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도독부 정문으로 향하니 어제 본 사파 놈들이 손을 흔들었다.
“잠자리는 어째 편하셨소? 불편한 게 있으면 말씀하시오. 내 아는 시비들에게 말해 시정하라 전해 드리리다.”
“어머, 여기 대협께선 팔뚝이 참으로 우람하시네요.”
“오늘은 첫날이니 적응도 할 겸, 나서지 마시고 뒤에서 따라오시지요.”
“아니.”
너무 비굴한 거 아니냐고.
“…….”
어이가 없어 쳐다보고 있으니 안쪽에서 이무청이 나왔다.
담대한 기도와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 그가 살아 온 삶을 알려주는 것 같다.
말에 올라타던 그가 뒤에 있던 우리를 돌아봤다.
“첫날부터 사고를 쳤더군.”
“혈기를 참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참기면 하면 어디 무인일까. 나야 내 목숨만 잘 지켜 주면 되니 신경 쓰지 않네.”
경고였다. 호위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라는.
“……예.”
“그럼 가지.”
이무청이 무덤덤하게 몸을 돌렸다.
사파 무리가 그의 바로 뒤를 따랐고 그다음이 우리, 다시 우리 뒤로 일백의 금군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서 행렬을 뒤따랐다.
그렇게 남경의 풍경을 구경하며 걷기를 반 시진.
우리는 구룡성을 나선 지 십 일 만에 경사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 * *
경사 내에서의 호위 업무는 별거 없었다.
그저 도독부 바깥에서 대기하며 이무청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사실, 이럴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세상 어느 미친놈이 오천의 금군이 도사리는 경사에서 칼질을 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육군참모총장급인 좌도독을 향해서.
‘아니다, 사부라면 진짜 할 수도…….’
다만, 이런 한가한 일상과는 별개로 우리는 굉장히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묘산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움직였고, 우제준과 사마흔은 퇴로를 지키는 경비의 위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적당히 눈치를 보며 이곳저곳을 살피고 다니면 가끔 무관들이 앞을 가로막았는데, 그럴 때마다 미리 준비한 멘트로 위기를 벗어났다.
“거기! 누군데 이곳에 있는 건가? 이곳은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저는 새로이 좌도독님의 호위단에 합류한 사마후라고 합니다.”
“아…… 도독님의 새로운 호위셨군요. 한데 이곳은 왜……?”
“(호위 업무를 더 확실히 수행하기 위해 길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만에 하나 적이 습격해 온다면 놈들이 가장 우선시할 게 바로 안전한 탈출 경로 아니겠습니까.”
“그, 그렇죠. 알겠습니다. 본래는 안 되지만, 이번만큼은 특별히 안쪽을 확인하실 수 있도록 허가를 내어 드리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그렇게 한참을 뒤지고 나서야 나는 중죄인들이 잡혀 있다는 뇌옥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문을 지키는 문지기는 다섯, 순찰은…… 일각 간격으로 이루어지는군.’
경사 내라서 그런지 몰라도 다행히 경비가 빡세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았다.
‘어디.’
샤아아.
좀 더 확실히 확인해 보기 위해 뇌옥 안쪽으로 칠감도를 쏘아 냈다.
최근 극사경에 관해 깨달음을 얻으면서 칠감도의 범위가 더욱 늘어났던 터라 뇌옥 안의 상황을 대략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한 명도 없다?’
일이 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