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78
277화 킹 메이커(6)
자신의 아들을 개 패듯이 패 버리고 추방한 금룡당주와 마찬가지로 청룡당주과 회룡당주의 대처 역시 빨랐다.
우선, 회룡당은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문제를 일으켰던 당사자를 보내는 한편, 상당한 액수의 보상금도 지급했다.
또한, 당시의 처벌이 약했던 이유를 밝혔는데 들어 보니 그럴싸했다.
골병이라는 결과는 바로 보이는 게 아니어서 얼마나 피해가 컸는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대였으면야 곧장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봤겠지만, 이곳은 CT는커녕 엑스레이도 없는 세계였으니 확인할 수 없을 법도 하다.
청룡당주는 자신의 사제인 두 장로에게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면벽형을 내렸다.
사실, 요건 조금 억울할 만했다.
도박장과 기루에 출입하는 것이 불법인 시대도 아니고 청룡당이 묵룡당처럼 도문도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터뜨린 이유는 간단했다. 탈탈 털어서 찾은 먼지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과연 구룡성 최고의 엘리트 집단다웠다.
여하튼, 이러한 빠른 처신은 상대 후보들의 지지율 하락을 조기에 틀어막았다.
‘그렇게 했는데도 압도적인 1등이 아니라니…….’
청룡당의 지지율이 28, 금룡당이 22, 회룡당이 20, 우리가 30.
이번에 들어온 하오 갤럽의 조사 결과였다.
아무래도 날아가 버린 금룡당의 지지율이 청룡당과 우리 쪽으로 반반씩 넘어온 듯 보였다.
‘세 명의 경쟁자가 하나로 줄었으니 나름 선방한 건가?’
하지만, 적룡당주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쾅.
“무, 무전아!”
다급한 표정으로 전룡당에 찾아온 것이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거리를 유지하라고 그렇게나 경고했는데도 말이다.
“……거참, 기다리고 있으면 어련히 찾아갈까. 뭐 하러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기다릴 정신이어야 기다리지!”
숨을 돌린 적룡당주가 다시 물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게냐? 그 난리를 피웠는데 효과가 왜 이리 미미해?!”
“왜긴요. 그만큼 세 당주의 움직임이 파격적이라는 뜻이죠. 금룡당주는 아들을 내쫓았고 청룡당주는 사형 두 명을 면벽동에 가둬 버렸습니다. 회룡당주는 피해자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까지 했고요. 하나하나가 쉬운 결정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뭐가 그렇게 걱정이십니까. 하던 대로만 하면 당선이 될 건데.”
“불안하니까 그렇지…….”
적룡당주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에휴…….”
천하제일 살검이라 불리는 인물이 이렇게 소심하다니.
대체 젊었을 적에 살행은 어떻게 나갔는지 모르겠다.
“그거는 준비해 놨습니까?”
“그거라면……?”
“공약 말입니다. 제가 미리 만들어 놓으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 준비해 놨다. 지필묵을 다오. 지금 써서 보여 주마.”
“말로 하셔도 되는데…….”
“어차피 벽보를 만들어 붙이거나 전단지를 나눠 줄 것이 아니냐? 써서 보는 게 확실할 거다.”
“그럼 그러시든지요.”
종이와 붓을 건네자 그가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름 진지해 보이는 게 생각을 좀 많이 한 것 같았다.
‘하긴…….’
최근에 인력을 충원해 인원이 삼백이 넘는 적룡당이다. 그중 똑똑한 사람이 하나도 없을 리가 없다.
당장 적일만 하더라도 냉철한 판단력이 돋보이는 인재가 아니던가.
“자, 읽어 보거라.”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리고 있자 적룡당주가 공약을 적은 종이를 내밀었고.
쫘악.
첫 줄만 읽은 나는 공약지를 찢어버렸다.
“아, 아니 대체 왜…….”
“지금 장난하십니까? 부성주가 되면 일 회 한정으로 사람을 죽여 준다고요? 미치셨어요?”
“대, 대신 악행을 저지른 자만 가능하다고 써 놨는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대답에 어이가 하늘 높이 승천하는 게 느껴졌다.
“살면서 죽이고 싶은 놈 하나씩은 있기 마련일 테고…… 억울한 일도 당할 테고…….”
“아니.”
정정하겠다. 적룡당을 믿은 내가 병신이다.
“죽이는 게 과하다면 어디 한 군데 잘라 병신을 만들어 주는 건 어떻겠느냐.”
“에휴.”
끔찍한 결과물과 한심한 생각에 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이런 공약집을 배포할 수는 없다. 자칫하면 그 난리를 피워서 겨우 만든 인자한 이미지도 허공에 날아갈 테니까.
“아무래도 공약을 다시 만들어야겠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내가 직접 만들어야지.
“다 하면 연락드릴 테니 댁에서 쉬고 계십시오.”
“고맙구나.”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양반이다.
* * *
전생에서 면동초등학교 6학년 11반에 재학 중이던 시절.
구라와 벨튀로 유명했던 나는 친구 한 명을 떡볶이로 꼬셔 반장 후보로 추천을 받았다.
“호준이를 반장으로 추천합니다! 이유는 말을 잘하고 달리기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반장이 되면 플스를 사 준다고 했거든.
이에 선생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내 이름을 칠판에 적으며 말했다.
“반장은 공부 좀 하고 얌전한 놈이 해야지, 얘가 하면 되겠냐?”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어이없는 아저씨다.
아니, 공부로 차별을 하는 게 어디 있단 말인가.
반에서 1등 하는 철수도 제자고 45명 중에 30등을 하던 나도 제자인 것을.
하지만, 당시는 정글이라 불리는 90년대 후반.
선생님께 따지다간 귀싸대기를 올려 맞을 수도 있는 노릇이라 나는 속으로 울분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반장 후보들이 정리되고 연설이 시작되었다.
경쟁자는 두 명이었다.
“제에가. 반장이. 되면은. 학급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애들은 하나같이 연설 학원에서 배워 온 듯한 어투로 학우들에게 자신을 뽑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나는 달랐다.
“제가 반장이 되면! 정수기에서 콜라가 나오게 하겠습니다!”
밤새 생각한 파격적인 공약을 내건 것이다.
물론.
“아악! 악! 왜 때리세요?!”
“아이 정신 나간 놈의 새끼야! 그게 말이나 되냐?!”
폭력적인 선생님의 응징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강렬한 화제성을 만든 덕분에 반장이 되는 데 성공했다.
공약을 약간이라도 지키기 위해 그동안 모은 돈을 탈탈 털어 반 아이들에게 햄버거와 콜라를 돌렸다. 혹시 나올지 모르는 뒷말까지 차단한 것이다.
문제는, 플스 가격을 알아본 엄마가 너무 비싸다고 안 사 줬다는 거지.
심지어, 왜 안 사 주냐고 따지다가 나무 빗자루로 얻어맞고 쫓겨나기까지 했다.
정말 정글의 시대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선거란 화제성’이란 교훈을 확실히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그 교훈을 써먹을 시간이었다.
“미치셨소?”
“허어, 손녀사위가 정신병자였다니…… 이런 통탄할 노릇이 있나.”
공약이 적힌 포스터를 확인한 용마산과 적룡당주의 물음에 나는 곧장 대답했다.
“이게 바로 이번 선거의 클라이막스가 될 것입니다.”
“크, 클라이막스?”
“그런 게 있습니다. 대충 넘어가십시오.”
“그래도 이건 너무 과하다고 생각지 않소?”
용마산이 눈살을 찌푸리며 공약지를 확인했다.
사실,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
공약이 워낙 잘 빠졌으니까 말이다.
‘다시 봐도 훌륭하군.’
[새로운 구룡, 깨끗한 구룡, 기호 2번 적사중이 만들어 갑니다.]공약.
1, 빈민 세금 감면.
2, 묵룡무관 등록 시 관비 절반 감면 (추후 구룡성에 취직하거나 예비 무사로 편성될 시).
3, 강력범은 구룡성 직할 광산과 농장에서 강제 노동형(지위 고하와 관계없이 최하 1년, 최장 10년).
4, 외당 무사를 2배로 늘려 안전한 치안을 확보.
5,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상급식소 운영.
……
20, 구룡성 외성의 넓이 2배로 확장.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20개의 공약.
하지만, 적룡당주는 다르게 생각했다.
“이걸 지킬 수가 있을지가 문제지…….”
소심하기 그지없는 발언에 절로 핀잔이 날아간다.
“부성주 임기가 몇 년입니까?”
“임기가 어디 있느냐? 내가 내려놓고 싶으면 내려놓는 거지.”
“그럼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는 말 아닙니까?”
“그, 그렇기야 하지.”
“당주님께선 몇 년을 더 사실 예정이신데요?”
“늙으면 빨리 죽어야…….”
“거, 거짓말하지 마시고 솔직하게 답해 주십시오.”
“스, 스무 해는 더 살지 않을까 한다만……”
“그러면 일 년에 하나씩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당주님 같은 고수가 앞으로 이십 년밖에 못 사시다니요. 저는 못 해도 삼십 년은 봅니다. 칠순도 안되셨으면서 무슨…….”
“크흠…….”
“그리고 못 하면 못 하는 겁니다.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되면 사기를 친 것이 아니더냐.”
“대신 시도는 해 보십시오. 그러면 아무도 뭐라 못 할 겁니다. 현실적으로 안 되는 걸 어떡합니까.”
그리고 솔직히 임기 끝까지 공약을 기억할 사람도 없을 거다.
당장 먹고살기도 바쁜데 공약에 신경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더군다나 평균 수명이 오십도 안되는 세상에서.
“으음…… 하긴, 백성들은 빨리 잊는 습성이 있긴 하오.”
용마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적룡당주는 의지를 불태웠다.
“……아니다. 해 보겠다.”
“예?”
“나를 부성주로 만들어 준 손녀사위가 정해 준 길인데 걸어는 봐야 하지 않겠느냐.”
“아니.”
끝까지 손녀사위냐고.
제발 좀 포기해 줬으면 하는 심정이다.
“크흠, 전부 하기엔 문상에게 예산을 타기가 쉽지는 않으실 텐데요?”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성의 재원이 부족하다면 내 개인 재산을 쓰면 되니까. 그 정도 돈은 있다. 모두 네 덕에 번 것이지.”
“…….”
확신에 찬 그를 보며 생각했다.
‘뭐, 알아서 하겠지.’
* * *
다음 날 새벽부터 적룡당의 무사들은 구룡성 곳곳을 누볐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
적룡당에서 만든 공약이 적힌 벽보를 붙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엄청났다.
웅성웅성.
“저 많은 걸 진짜 한다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노동교화형을 내리겠다니…….”
“허어! 빈민들을 이리도 생각해 주신다니…… 이렇게나 마음이 따스한 분이신지 미처 몰랐구나.”
“다들 뭐 하는가! 이 소식을 빨리 알리세!”
“그럼, 그럼!”
백성들이 너도나도 공약에 관한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덕에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적룡당주의 지지율은 압도적인 속도로 상승했다.
그야말로 광풍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경쟁 후보들이 너도나도 비슷한 공약을 내걸기 시작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후발주자여서가 아니다.
‘크흐흐. 잘해 주고 있군.’
하오문 애들이 돌아다니면서 그들이 붙인 벽보를 뜯어 버렸기 때문이다.
현대였으면야 선거 벽보를 훼손하는 일이 불법이지만 여기는 아니었거든.
심지어 다들 백성들로 위장하고 있어 걸리지도 않는다. 만약 뜯는 게 발각되었다 해도 동네 사람들 보여 준다고 하면 넘어갈 수밖에 없다.
약간은 치사했지만……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치사한 일도 아니다.
누가 중국인 아니랄까 봐 내가 만든 공약을 홀라당 베껴 간 상대 후보들이 먼저 잘못하지 않았는가.
이 정도면 저작권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오 일 후.
와글와글.
“줄을 서시오!”
“새치기를 하면 가장 뒤로 보낼 것이오!”
마침내, 투표 당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