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157
158. 경매장 (1)
폭산하는 굉음 속에서, 보이지 않는 마력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더욱 정교하고, 더욱 강하고, 더욱 넓은 범위의 대상을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염동력 스탯.
그의 염동력은 SS였고, 나의 마력은 S+였다.
그리고 그 밑바탕이 되는 건 바로 체내에 보유 중인 마나의 밀도, 즉 헌터들 사이에서 ‘마나통’이라고 불리는 개념이었다.
“타이슨 씨. 지쳐 보이십니다만?”
“무슨 소리를……!”
“얼굴에 쓰여 있습니다. 힘들다고. 이만 포기하시는 게 어떠실지?”
“헛소리 마라!”
그는 국제 헌터 랭킹 1위의 거물급 헌터에, 보유중인 마나통의 사이즈를 추측할 수 있게 해주는 수치인 마력 스탯은 S+였다.
그러나 평소에 수련을 개을리 하지 않고, 단약 섭취까지 병행하며 성장시켰던 나의 마력 스탯에는 결코 함부로 비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단순한 힘의 차이까지 존재했기에, 나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지만, 그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자신보다 강대한 힘에 격렬히 저항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째, 누가 보면 내가 공격하는 측이고, 그가 방어하는 측으로 착각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보이기도 했다.
터벅. 터벅.
나는 짓눌러오는 염동력에 저항하며, 닐 타이슨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귓가를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이봐. 타이슨.”
“…….”
“포기하면 편해져.”
“이 자식!”
처음에 점차 거칠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던 그의 염동력은 어느 지점에 이르자 더 이상 커지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그가 보여주는 한계치의 힘일 것이다.
사실 평소에 그가 자주 하던 짓이, 몬스터를 축구공처럼 압축시켜 후지산 대폭발 킥을 날리는 것이었기에.
아마도 이 정도의 힘에 일반 헌터들이 노출된다면, 그대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짜부라져 죽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주변의 물건들은 일절 건드리지 않는군.’
물론 두 힘의 충돌에 의한 위력적인 파장이 주변을 흔들고 있긴 했으나, 이곳은 애초에 전 세계 헌터의 총본산이라 불리는 헌터 협회 본사였다.
분명 나와 그가 터뜨리는 힘은 강대했지만, 이 정도로 무너질 정도로 약하게 지어진 일반적인 건물은 아니었다.
그리고, 만약 닐 타이슨이 진짜로 나를 죽이려 들었으면, 이렇게 나만을 대상으로 염동력을 가해오는 식의 단순한 공격은 하지 않았을 터.
그는 처음 본 나를 향해 무례한 공격을 퍼부으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그는 이 정도의 힘을 보여준다면, 나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 자들이 쉽게 해버리는 착각과 실수.
그 덕분에, 그는 결코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려버리고 만 것이다.
누구든 작은 헌터를 건드리면 좋지 않게 되는 것이다.
“타이슨 씨. 어디 누구 마나통이 먼저 바닥나는지, 한 번 끝까지 가봅시다.”
“크윽!”
곧 있으면 벌어질 경매장 대강탈 사건.
어차피 이 사건에서 강대한 거물급 헌터, 닐 타이슨은 별다른 활약도 하지 못한 채로 허무하게 죽게 된다.
그랬기에 어찌 보면 지금 그의 마나를 쫙 빼놓고 집에 보내주는 것도, 썩 나쁜 판단은 아닐 거라 생각이 들었다.
말 안 듣고 밤에 잠도 안 자는 아이를 태권도장에 보내서 힘을 쫙 빼놓는 것과도 같은 원리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집에 와서 말썽을 피우며 부모를 힘들게 할 아이는 아무런 사고도 일으키지 않은 채 얌전히 잠이 들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잠시 그런 생각을 이어가던 때였다.
“이보게들, 왜들 그렇게 소란인가.”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나와 닐 타이슨의 뒤쪽으로 누군가 걸어왔다.
“응?”
백발에 중절모를 쓰고, 외인경과 깔끔한 정장차림.
그리고 한 손에는 구부러진 지팡이를 쥐고 있는 이 사람은 분명히…….
“곧 경매가 시작될 예정이야. 다들 그쯤하고 들어가서 착석하시게나.”
“영감,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갈 길이나 마저 가시지.”
“타이슨, 자네도 적당히 하게나. 자꾸 이런 식으로 품격 떨어지는 언동을 보이면 정말로 자네의 공식적인 지위가 박탈될 수도 있다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영감?”
“말이 되지, 안될 게 뭐가 있나.”
그때, 닐 타이슨은 황급히 나에게 가하던 염동력을 거두며, 노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마치, 나 정도는 쉽게 때려잡을 수 있었는데 저 노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힘을 거두었다는 듯.
혹은 대작 영화와 함께 개봉한 졸작 영화감독이 마치 저 대작 영화만 없었으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듯.
닐 타이슨은 이른바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해버린 것이다.
“이봐, 협회장. 지금까지 나 홀로 처리해온 던전이 몇 개나 되는지는 알고 있는지?”
“그럼 잘 알고 있지. 그 수치가 국제 헌터 랭킹에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는데, 모르고 있을 리가.”
“그렇다면 올해 말에 갱신될 내 헌터 랭킹 또한 여전히 1위를 유지할 거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겠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나 혼자 적지 않은 던전을 쓸고 다녔으니까.”
“글쎄. 그건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군.”
외안경을 쓴 노인은 끌끌 웃으며 자신의 지팡이 끝을 닐 타이슨을 향해 가리켰다.
“듣자하니 올해는 순위의 변동이 조금 있을 것 같다고 했거든.”
“쯧. 그럴 리가.”
거기까지 말한 닐 타이슨은 나를 한 번 노려보고는, 이내 흥이 짜게 식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다시 노인 쪽을 바라봤다.
짜식, 마지막 남은 자존심은 끝까지 지키겠다는 듯, 오기를 부리는 모습이 이제는 못내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런데, 헌터 랭킹의 순위에 변동이 있다고?
미래 기억 상 올해 든 내년이든 국제 헌터 랭킹의 1위는 언제나 염제, 닐 타이슨의 차지였는데…….
“그나저나 영감. 헌터 협회는 이제 그만 들락거리시고, 당신 길드나 잘 돌보시오. 요즘 그쪽 길드 내부에서 잡음이 상당히 많아졌다고 그러던데. 심지어 공략에 실패하는 던전도 속출하고 있다지?”
“끌끌. 그래야겠지.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죽은 동생이 그리워지는구먼……. 그런데 자네도 자네 길드를 한번 잘 돌보아 보는 것이 어떤가?”
“내 길드?”
“그래. 자네의 길드 언내추럴 인스팅트 말일세. 언제까지 일인 길드를 유지할 것인지 궁금하군. 그럴 거면 차라리 자네가 우리 헤게모니 길드에 들어와 준다면 모든 게 깔끔하게 끝날 텐데 말이지. 언제나 말했듯이 대우는 섭섭하지 않게 쳐줄 테니.”
“영감, 언제나 말했듯이 나는 다른 이가 이끄는 길드에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허허, 전 세계 모든 길드가 자네를 탐내고 있다네. 어디라도 들어가게 된다면 그렇게 프리랜서처럼 홀로 뛰어다니는 것보다도 훨씬 풍요롭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거늘.”
“지금도 충분해.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불편한 제안을 그만둬주었으면 좋겠군. 성질이 나기 전에 말이야. 아무리 영감이라도 참지 못하는 수가 있어.”
닐 타이슨은 그 말과 함께 터벅터벅 걸어 경매장의 입구로 들어갔다.
노인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그때 옆에 서 있던 붉은 머리의 여성이 말했다.
“길드장님, 어서 들어가시죠.”
“그러지.”
노인이 정문을 통해 지나가려던 중, 문득 내 앞에 우뚝 섰다.
“자네가 그 검색 길드의 길드장이로군.”
“반갑습니다, 캐롤 씨. 처음 뵙겠습니다.”
미래 기억에 따르면, 실제로 이 사람과 만났던 건 몇 차례 더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하면 처음 만나는 사이였다.
‘이 노인은, 빌 캐롤.’
그는 미국의 최대 길드, 헤게모니의 길드장이자 헌터협회의 협회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최근에는 몇 달 전에 있었던 서울 헌터쇼에서 사무장으로 일하던 자신의 동생이 사망한 뒤, 너무 바빠진 일정 때문에 공식 석상에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오늘 있는 아티팩트 경매장에 아주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게 되었던 것.
미래 기억 상 그는 굉장한 대부호이기도 하며 전 세계에서 둘이라면 서러운 아티팩트 수집가 중 한 명이었다.
아무래도 바쁜 일정 속에서 자신의 아티팩트 수집이라는 취미를 차마 포기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잠시 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중 빌 캐롤의 입이 떨어졌다.
“내 자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지.”
“무슨 이야기를 말입니까?”
“쇄도 길드와 함께 한국과 중국의 불법 길드를 축출하고 일본을 구하는데 일조했다지. 최근 쇄도 길드의 검선과 통화할 일이 몇 번 있었는데, 자네에 대한 칭찬을 참 많이도 하더군.”
“그렇습니까.”
“그리고 말일세.”
잠시 내 눈을 직시하던 빌 캐롤의 입에서 귀를 의심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자네가 어째서 힘을 숨기고 다니는지는 내 잘 모르겠지만 말이지.”
“……!”
“너무 겸손을 떨 필요는 없다네.”
혹시 검선…… 자신이 목격했던 나의 전투 모습을, 여기저기에 떠벌리고 다니기라도 했던 것인가? 분명 그는 자신이 보고 들은 나에 관한 사실을 함구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분명히 입이 무거운 양반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빌 캐롤은 내가 힘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떠들었다.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빌 캐롤은 이어서 말해왔다.
“얼마 전에 대한민국 헌터청으로부터 자네의 던전 공략 기록을 모두 전달받아서 확인해보았네. 재각성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더군.”
다행히도 내 생각과는 다르게 검선의 입이 그리 방정맞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다만 빌 캐롤. 그는 아마도 헌터협회의 협회장으로서 알 수 있는 정보들을 토대로 이미 내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현재의 제 헌터 자격이 만료되기 전에, 그 변화에 대한 갱신 절차를 밟은 예정이었습니다.”
헌터 개인에게 능력의 변화가 있을 때에는 헌터 협회에 등록된 기록 사항을 갱신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갱신을 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그것은 단지 권장 사항일 뿐, 굳이 그것을 제때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법은 아니었기에, 나는 가능하면 나 자신에 대한 신고를 나중으로 미루고 있었다.
빌 캐롤은 앞을 지나치며 내 어깨를 툭툭 쳤다.
“편한 대로 하게나. 그러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 다만 이건 알아두었으면 좋겠군.”
“무엇을 말입니까?”
“연말에 있을 올해의 헌터 시상식에서 어쩌면 자네를 부를 지도 모르겠네.”
“올해의 헌터……?”
“지금까지처럼 성실하게 헌터 활동을 이어가보게나. 그러면 분명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걸세. 수년 만에 국제 헌터 랭킹 1위의 자리가 바뀌는 것도 어쩌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겠지.”
빌 캐롤은 그렇게 말하며 내 앞을 지나쳐갔다.
그는 잠시 끌끌 거리더니 내 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 먼저 들어가 보지. 그리고 말일세. 닐 타이슨, 그 친구가 부렸던 행패는 자네가 적당히 이해하여 주게나. 알고 보면 불쌍하고 외로운 친구이니.”
나는 경매장 안으로 들어서는 빌 캐롤의 뒷모습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
그를 노려본 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의 뒤를 따라가는 사제복을 입은 붉은 머리의 여성.
그녀가 신은 새하얀 힐이 또각 소리를 내며 빌 캐롤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잠시 후, 내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것인지.
카펠라는 문득 뒤로 고개를 돌리며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여기서 또 보게 되는 군요, 한세훈 씨.”
“그렇군요.”
“그런데 말이에요.”
카펠라는 내 뒤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쪽이 메고 있는 활, 탐나네요. 제가 예전부터 노리고 있던 건데.”
“……!”
내 뒤에는 사라가 서 있었고…… 연미복으로써,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있던 사라는 내가 맡긴 검은색의 활, ‘죽음의 작품’을 메고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그녀가 나대신 여러 장비를 들고 다녀 주었는데, 지금은 ‘윈드 워크’를 쓰고 있지 않기에 그녀가 메고 있는 장비들 또한 겉으로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현재 내 수행원으로서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러한 무기를 들고 있는 것 또한 크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카펠라는 사라가 메고 있는 활을 가리키며 말을 해온 것이다.
“분명 호주의 길드가 보관 중이던 아티팩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도대체 언제 검색 길드에서 그 활을 인수한 걸까요?”
이어지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걸 어떻게 알아본 거지?
아무리 미래 기억 상, 저 활이 카펠라가 사용했던 물건이라고 할지라도…… 지금은 그게 그녀의 손에 넘어가기도 한참 전의 시기였다.
물론 그 활이 조금 특이하게 생기긴 했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아티팩트의 수는 수백 가지다.
아니? 활 형태의 아티팩트만 따져도 수십 가지는 된다.
그 중 하나의 모양을, 그것도 그 출처까지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저 여자는 그걸 정확하게 알고 있어.’
만약 여기에서 잘못 대답하게 된다면, 소문의 개구리 가면의 헌터가 곧 검색 길드의 한세훈이라고 판명되어 버린다.
얼마 전에 호주에서 활약했던 바로 헌터는 개구리 가면이었고, 그 뒤에 호주의 리코시데 길드에서 보관 중이었던 S급 아티팩트, ‘죽음의 작품’이 검색 길드의 한세훈에게 있다는 사실은…… 곧 그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는 반증이 될 것이기에.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 이름은 칼라미티의 살생부 첫 페이지 상단으로 순식간에 치고 올라가 버리겠지.’
차마 그렇게 되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수도 없었다.
일단 잡아 떼보기로 했다.
“잘못 보셨군요. 아무래도 다른 물건이랑 착각하신 모양입니다.”
“그럴 리가요. 그건 아무리 봐도 그 활, ‘죽음의 작품’과 비슷하게 생겼는데요?”
카펠라는 내 활이 S급 아티팩트, ‘죽음의 작품’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이런 경우를 위한 대비책을 아예 생각해놓지 않은 건 아니었다.
“글쎄요. 이건 ‘큰까마귀 발톱’이라는 D급 아티팩트입니다만?”
“큰까마귀 발톱?”
“그렇습니다. 일반 화살을 3티어 활스킬 ‘폭발 화살’로 바꾸어주는 아티팩트입니다.”
“…….”
카펠라의 눈초리가 일순 가늘어졌다.
저건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티팩트를 달라고 한 다음 정말로 폭발 화살이 나가는지 확인해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헌터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어있는 행동이었다.
아티팩트는 그 헌터의 보물이자 생명, 혹은 심장과도 같은 물건이었고, 그렇기에 상대 헌터의 아티팩트를 한 번 써보겠다고 달라고 하거나, 빌려달라고 하는 등의 행위는 상당한 비매너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러한 그녀를 바라보며 흉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혹시 못 믿으시겠다면, 등본 때 올까요?”
“등본?”
“아무래도 눈이 별로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서류를 보여 드리면 믿으실까 싶어서요.”
“아아. 보고는 싶지만, 당장 확인하려면 번거로우니…….”
등본을 떼려면 헌터협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공인 헌터인증서라든지 복잡하고 짜증나는 어려운 본인인증을 거친 뒤, 열람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면 다시 헌터 협회 직원으로부터 그 신청의 수리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때가 되어서야 간신히 열람이 가능해지는…… 조금은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게 필요가 없었다.
“별로 번거롭지는 않습니다.”
나는 한 번 본 서류는 눈앞에 메시지 창의 형태로 띄울 수 있고, 그 내용을 누구에게나 보여주고 공유할 수 있는 고유 스킬을 가진 헌터였기 때문이다.
“검토(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