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156
157. 염제 (3)
그와 동시에, 어색한 자세로 묶여버린 내 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향은 곧 경매가 진행될 옥션 홀의 내부였다.
둥둥 떠가는 동안 나는 이 상황에 대한 황당한 마음은 잠시 접어둔 채, 닐 타이슨을 향해 말했다.
“이건, 같은 헌터를 상대로 한 이유 없는 공격 행위라고 보아도 괜찮은 거겠지요?”
이곳은 국제 헌터 협회의 본사에 위치한 국제 아티팩트 경매장.
만약 닐 타이슨이 이러한 곳에서 싸움을 벌인다면 그것은 명백한 국제 헌터법 위반이며 불법 행위이다.
헌터 협회로부터 공식적으로 범죄자로 낙인이 찍히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 헌터 랭킹의 순위에서도 제명될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안하무인에 개차반 같은 성격을 지닌 그라 해도 부릴 수 있는 행패에는 정도가 있을 터.
그런데 설마 이런 일을 저지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럴 리가?”
“그러면?”
“앞서 말했듯, 이건 공격이 아니라 서비스다. 염동력은 사람을 극진히 대접해주기 위한 서비스의 용도로도 사용되지.”
“꼭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그것은 꼭 헌터법이 아니더라도 국제 인권법상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 범법행위입니다. 알고 계시는지요?”
“말이 많은 걸 보면, 속도를 올려달라는 의미로 보이는군.”
“허허, 이런 미친.”
아마도 닐 타이슨은, 염동력을 이용해 나를 옥션 홀 내부를 한 바퀴 돌려주면서 구경을 시켜주려는 듯 보였다.
아마도 그의 의도는 이대로 옥션 홀 상공을 날아다니게 하며 나를 경매 참가자들의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면 마치 이런 짓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듯 보였다.
잠시 후, 내 생각과 같이 옥션 홀 내부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두둥실 입구를 들어서던 나를 발견하고는 깔깔 웃기 시작했다.
“어머, 저 사람 좀 봐!”
“왜 저런 희한한 자세로?”
“하하, 염제가 또 엄한 사람한테 시비를 털고 있구먼.”
“아이고 불쌍해라, 잘못 걸렸네, 잘못 걸렸어~”
그런 상황에, 줄곧 내 뒤에서 묵묵히 지켜만 보고 있던 사라가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있는 힘껏 마나를 끌어 올렸다.
“이봐요. 한을 당장 내려놓으세요.”
“동행인분은 제가 잘 안내해주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 사이에, 사라 님께서는 제가 옥션 홀의 최고 좋은 VIP석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쪽이 저를 좋게 봐주시는 건 알겠는데, 한에게 이런 식으로 무례하게 구시는 건 결코 참을 수 없어요.”
그 말을 들은 닐 타이슨은 피식 웃으며 사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말을 이었다.
“하하. 이 정도의 고결한 마음까지 가지고 계시다니. 과연, 사라 님께서는 저런 건방진 애송이 놈에게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분이십니다.”
그렇게 말하는 닐 타이슨을, 사라는 차갑게 노려보았다.
“마지막 경고에요. 이 손도 놓으시고, 저에게 떨어지세요. 그리고 한을 내려놓으세요.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신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혹시 저자에게 어떤 약점이라도 잡히신 겁니까? 어째서 그대 같은 분이 저런 놈을 따라다니시는 것인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군요.”
닐 타이슨이 사라에게 보내는 눈빛은 마치 안타까운 사정을 가진 가녀린 여성을 보는듯했고, 그런 그녀를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라는 세간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사막 부족의 가장 강력한 S급 암살자였다.
스륵.
그녀는 드레스 소맷자락의 하늘거리는 레이스 밑에 숨겨진 리스트 블레이드를 펼치려 했다.
그리고 나는 급히 그 행동을 제지했다.
“사라, 전 괜찮으니까 물러나 계세요.”
염동력에 의해 끌려갔던 내가, 갑자기 옆에 와있을 줄은 몰랐다는 듯, 급히 고개를 돌린 사라는 깜짝 놀란 듯 말했다.
“한! 괜찮아요? 다치신 데는 없으시구요?”
“걱정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 정도의 여리여리한 염동력으로는 절 어떻게 할 수 없죠.”
닐 타이슨 또한 깜짝 놀란 듯한 시선을 보냈다.
“그걸 대체 어떻게 풀어낸 거지? 그리고…… 여리여리한 염동력? 이 새끼가?”
방금 그의 염동력에 의해 떠다니던 도중, 나는 여러 겹의 신성 버프를 캐스팅했다.
그리고 현재 내 마력 스탯은 SS+.
얼마 전에 A에서 A+로 올라간 마력에 신성 버프가 여러 겹 둘러져서 여섯 단계가 향상되어 만들어진 수치였다.
그리고 미리 닐 타이슨의 정보창과 고유 스킬을 확인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
물체를 자유자재로 띄워 올릴 수 있는 염동력 계열의 기초 스킬, ‘텔레키네시스’.
그것은 대상의 무게나 근력. 혹은 마력에 의한 저항에 따라 시전자에게도 그만큼 부담이 가는 스킬이었다.
그의 고유 스킬, ‘역학의 예술’ 또한 그러한 ‘텔레키네시스’를 더욱 자유롭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스킬일 뿐 원리는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넘치는 마나를 일시에 끌어 올리는 것만으로, 그의 염동력에 저항할 수 있었다.
“힘을 조금 주니까, 풀리더군요. 그런데…… 이게 답니까?”
“이 새끼가?”
나를 옥죄던 염동력은 내 몸에서 터져 나오는 마나에 의해 상쇄되어 그 힘을 잃었다.
그러나 그 염동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닐 타이슨의 완드에는 더욱 짙은 마력이 모여들고 있었고, 그에 따라 내 주위의 염동력은 더욱더 강하게 나를 짓눌러오기 시작했다.
“아, 몸이 너무 자유롭군요. 지금 ‘염동력’’이라는 게 제 주위에 존재하는 겁니까? 존나 별거 아닌데?”
“감히 이 몸을 앞두고 그딴 여유로운 소리를 지껄이다니?”
“실제로 여유로워서 그렇습니다만?”
“죽인다, 이 개 같은 새끼!”
처음 그가 나를 부르는 호칭은 ‘자’였고, 그다음에는 ‘놈’,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새끼’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개에 비유를 했다는 것은 그 칭찬의 정도가 ‘극찬’의 영역에 도달했다는 의미일 터.
게다가 그동안 ‘명상’ 뿐만 아니라, ‘마석 흡수’까지 사용하며 단련을 거듭해온 나의 마나통 또한 그의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투과과과곽!
나에게 가해지는 염동력을 조금 더 끌어올리던 닐 타이슨은, 곧이어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네까짓 게…… 도대체 어떻게?”
내 주위로 몰려드는 염동력의 밀도가 더욱 높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그것에 밀리지 않았다.
단순한 힘의 강도를 의미하는 ‘마력’ 스탯도 꿇리지 않는데다, 내 몸에 축적되어있는 마나의 밀도. 즉, 마나통의 사이즈 또한 부족하지 않았다.
지금껏 ‘명상’ 뿐만 아니라, ‘마석 흡수’까지 사용하며 단련을 거듭해왔기에.
단순한 마나량 대결을 펼칠 경우, 분명히 나는 닐 타이슨을 충분히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염제라는 게 고작 이 정도였군?”
“뭐, 뭐라?”
지금껏 저자세를 유지했던 E급 헌터 나부랭이가, 갑자기 고자세로 나와서 그런지, 아니면 여유롭게 자신의 염력에 의한 구속을 버텨내며 걸어 다니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닐 타이슨은 지금 꽤나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정도면 염제가 아니라 염병이 아닐까 싶은데.”
동시통역기가 과연 이걸 어떻게 해석해서 전달해줬을까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말 때문인지, 닐 타이슨의 표정에서 격한 분노가 느껴져 왔다.
“네놈…… 지금 이 몸에게 기어오르려 한 것을 평생토록 후회하게 해주마.”
끼익─ 우지끈─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내력과 외력의 충돌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네놈이 평범한 E급 헌터라는 건 잘 알겠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몸이 만만하게 보이는가?!”
쿠과과과곽!
분노한 닐 타이슨은 자신의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나 또한 지지 않고 마나의 순환에 박차를 가했다.
파아아아아아앗─!
“유감이지만, 그렇게 보이는군.”
싸움은 닐 타이슨이 먼저 시작했다.
이곳에는 CCTV도 있었고, 내가 그에게 맞서는 것은 결국 정당방위로써 인정이 될 것이다.
그 말은 즉, 저 새끼는 이제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의미였다.
콰과과과과곽! 파아아아아아아악!
양쪽에서 터져 나오는 염동력과 마나의 충돌이 경매장 입구 앞을 혼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경매국 관계자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뒤 제지하기 위해 뛰쳐나왔지만, 이미 나와 그의 사이에 터져 나오는 힘과 살기는 이미 섣불리 다가갈 수 없을 만큼 커져 있었다.
“애송이, 이 몸이 친히 참교육을 시전해주게 된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닐 타이슨의 염동력이 점점 더 강해지며 쉴 새 없이 내 몸을 옥죄여왔다.
그때였다.
[염동력 스탯이 발현되었습니다. F]‘염동력이 생겼다고?’
문득 생각지도 못한 스탯이 생겨버렸다.
염동력 스탯이란 선택받은 극소수의 각성자들만 얻을 수 있는 스탯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나는 곧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건 염제라고 불리는 전 세계 최고의 염동술사가 내 몸을 두드려주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는데.
염동력 스탯이 생기자, 한결 그의 힘에 대항하는 게 수월해졌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천천히 어깨를 돌리며, 그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이건…… 내 지금껏 살면서 받아본 건강 마사지 중 최악이로군.”
“건강 마사지?”
“조금 더 세 개 할 수는 없는가? 그렇게 맥아리가 없어서야, 대체 어디에 쓰려는지?”
그 순간. 분노가 끝까지 차올랐다는 듯, 닐 타이슨은 마치 이게 최대 출력이라는 듯 염동력을 끌어올렸다.
“이 새끼! 기필코 죽인다!!”
그리고 푸른 마력과 투명한 염동력의 충돌은 결국 경매장 입구를 무너뜨릴 듯 위험하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어두운 공동.
벽면의 은은한 랜턴 하나만이 유일한 조명이었다.
중앙에 있는 등받이가 긴 왕좌.
그 위에 앉아있는 남자의 실루엣 외에, 공동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음…… 개판이로군.”
여섯 명의 간부는, 그가 한때 이 세계의 상태를 확인해보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모아온 수하들이었다.
처음으로 던전이 생기고 몬스터가 튀어나왔을 때는, 전 세계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각성자라는 이들이 생기고, 그들이 모여 헌터협회와 길드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그들은 사실상 이 세계를 지배하는 군주들이 되었다.
“알데바란은 그 체계를 뒤엎고자 했지.”
단순히 기존의 체계에 반발했던, 철저하고 이성적이었지만 싸이코 같은 자였다.
그랬기에 부리기에도 가장 편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죽었다.
“시리우스는 단순히 겁 많은 꼬맹이였고.”
머릿속에 공포를 심어주는 것만으로, 그녀를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배신했다.
“프로키온은 정신병자였지. 모든 간부 중, 가장 진정한 악(惡)에 가까운 녀석이었어.”
가장 손쉽게 세상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진 녀석이었다.
그런데 죽었다.
“이 모든 게, 개구리 가면의 헌터가 벌인 짓이라는 건가.”
그는 누구지?
어째서 처음 이 세계를 유랑(流浪)할 때, 그자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지?
“크큭……·.”
이런 느낌은 오랜만이었다.
“분명 놈은 나를 알고 있어.”
간부 여섯 중 셋이 모두 한 사람에게 당했다.
이 모든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한 사람의 의지가 담긴 행보.
그 집념의 일보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등골을 타고 서늘하게 흘렀다.
“이전 세계에서도 비슷한 자들이 존재했었지.”
어쩐지 일이 너무 싱겁게 진행된다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존재했다.
입맛을 매콤하게 만들어줄 자가.
“어차피, ‘농장’의 완성은 거의 다 진행이 되었으니.”
잃어버린 세 명의 간부는 이미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었다.
끝까지 잘 해주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그들이 관리하던 아시아, 호주, 남미에 상당한 혼란이 찾아오게 되었으니, 이 정도만으로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남은 간부는 이제 세 명인가.”
유럽에서는 이미 기존의 국가들끼리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된 지 오래였고, 그에 따라 관리가 되지 않는 던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아프리카는 단일국가가 되어갔고, 곧 있으면 통째로 손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미국은 이 세계를 주름 잡는 두 개의 집단을 속에서부터 천천히 장악해나가고 있었다.
아직 그 일의 진척도는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 절반이면 충분하겠지.”
이 세계에 원래부터 거주하던, 거의 80억에 가까운 엄청난 숫자의 원주민들을 적당히 지르밟았기에.
그리고 삶과 죽음의 순환이 계속될 수 있는 ‘농장’이라 불리기에 적합한 문명으로 만들어내기에.
분명 이 정도의 작업이면 충분하리라.
“나만의 비밀 농장을 만든다는 건…… 정말로 즐거운 일이군.”
그때였다
어두운 공동으로, 남아있는 세 간부 중 한명, 폴룩스가 들어섰다.
“왕이시여.”
폴룩스는 바닥에 바짝 부복하며 입을 열었다.
“말해라.”
“신세계의 건국을 시작할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신세계라…….”
“예상치 못하게 몇몇 간부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만, 대계(大計)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 조금 늦긴 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해”
“오늘 오후, 카펠라를 통해 대계의 시작이 선포될 것입니다. 그 자리에 함께 하시겠습니까?”
“내가 꼭 함께 해야 하겠는가?”
“아닙니다. 고작해야 구인류를 향해 신인류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 왕께서 나서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좋다. 그렇게 하도록 해라.”
실루엣의 남자가 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폴룩스는 허리를 숙인 채 뒷걸음질을 치며 자리를 벗어났다.
“신세계… 기존 체계의 전복… 혹은 단순한 재미로…….”
뭐든 상관없겠지.
이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세계.
이 비옥한 세계를 홀로 독점할 수 있다면, 상상만 했었던 그 일도 어쩌면 상상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으리라.
망상 속에서 살아가는 건 이제 질렸다.
“이제는 그것을 실제로 이루어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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