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157
156화
“감사의 권한으로 이번 면접을 참관토록 하겠습니다.”
사마룡은 아미를 찌푸렸다. 그리고 사마길을 봤다. 외부감사가 전장의 운영에 관여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지금까지 송죽엔 감사의 자리가 없었기에 사마룡도 생각해본 적 없는 상황이었다. 대강 듣기로 외부감사는 회계상 감사만 담당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처럼 경영권에 관여할 줄 알았으면 괜히 수긍을 한 건가 생각이 들었다.
“감사란 본디 조직 운영의 건전성을 위해 조직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만금이 저리 말하니 신빙성이 없지 않았는데, 꺼림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듣자니 남궁의 여식께서 지원했다고요. 당연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닐진대, 사마와 남궁은 보통 사이가 아닌 마당에야 어떤 부정이 있을지 알 수 있겠습니까?”
사마룡은 탄식을 뱉었다.
“여긴 몰라도 장강지점은 송죽의 것만이 아닙니다. 구파를 비롯한 여러 세력이 주시하고 있는 만큼, 투명한 운영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이건 억지다. 사마룡이 참지 못하고 나설 순간이었다.
“좋소.”
사마조는 수긍했다.
“면접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드리겠소.”
“가주?”
사마룡이 발끈했다.
“다만, 차후에도 이런 식으로 협의 안 된 진행은 용납할 수 없소이다. 사마는 어디까지나 당신들께 협조하고 있을 뿐이외다.”
사마조는 어떤 연유로 저들의 억지를 수용하되 비굴하지 않았다.
“송구하옵니다.”
유가양도 이에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
사마룡은 만금의 태도에 여전히 언짢았지만, 가주께서 저 정도로 말하니 옆에서 분만 삭일 뿐이었다.
면접은 송죽의 장주실 운학전에서 치러졌다. 운학전의 회의실에는 기다란 단상을 두고 사마룡, 사마길, 사마조, 유가양 순으로 앉아 있었고, 지원자들은 옆에 딸린 객당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지원자 왔습니다.”
전장 일에 만능인 소소가 면접의 도우미를 자처했다.
첫 지원자라. 사마룡은 벼락치기 마냥 지원서를 살폈다. 스무 살의 나이에 호북 삼대 상단 중 하나인 대륭상단(大隆商團)의 차남이란 문구가 눈에 띄었다.
드륵-
문이 열리고 우람한 덩치가 무색한 순박한 외모의 사내가 들어왔다.
“첫 번째 면접자, 대륭장의 차손 육대주(陸大柱)이옵니다.”
그는 부끄러움이 많은지 모기같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크흡.”
사마룡은 자칫 소릴 내 웃을 뻔했다. 상대를 비하하기보다 그가 너무나도 귀엽다고 여긴 탓이다. 취향이 조금 독특했다. 그러나 그의 자신감 없는 모습은 어르신들께는 흠이 될 뿐이었다. 사마조와 사마길은 일다경간 사내를 마구 물어뜯었고, 사내는 땀을 줄줄 흘리다 울음을 참는 얼굴로 면접장을 나갔다. 사마룡은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두 번째 면접자입니다.”
두 번째 면접자는 가까이 강한이가에 참한 인상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이호명에게 육촌뻘 됐고, 학문에 두루 기본적 소양이 잘 갖춰져 있는 듯했지만, 이렇다 할 장점은 없어 안타까웠다.
“고생했소.”
얼굴을 알던 사마룡은 그녀에게 작은 위로를 건넸다.
세 번째 면접자는 단정한 용모에 밝은 인상, 호북서 가장 큰 전장인 무양전장(武良錢莊)에서 삼 년간 수신 업무를 본 경력이 있는 여인이었다.
“세 번째 지원자, 두수련(斗睡蓮)이라 하옵니다.”
사람을 많이 상대해 본 탓일까, 별로 긴장도 않고 태가 남달랐다. 사마길이 관심을 가졌다.
“다니던 전장은 그만두었소?”
“양해를 구하고 그만뒀나이다.”
두수련은 답했다.
“무양전장이라면 중원에서도 알아주는 전장일진대, 그곳을 그만둔 이유가 있소?”
사마조가 물었다.
“송죽에 지원하기 위해섭니다.”
그녀의 당찬 대답에 모두 관심을 가졌다.
“소녀를 기억하실는지요? 소녀는 형문(荊門)에 적을 두고 있는 두정문(斗鼎門)의 손으로, 관마혈겁(棺魔血劫) 당시 멸문에 가까이 입었으나 송죽 덕분에 가문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나이다.”
“호오, 그리 말하니 기억나는군.”
사마길은 그날 다른 눈의 두 소녀를 기억해냈다.
두정문은 호북 삼대 도문으로도 꼽히는 명망 있는 무가로, 십오 년 전, 마교의 관마가 일으킨 혈겁 때문에 문주와 그의 동생이 죽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두정문은 명성에 비해 규모가 작았고, 사람들은 또 하나의 호북의 명문이 사라지는데 안타까웠다. 그러나 두정문의 장녀 두견화(斗肩花)는 무공을 담보로 재건의 돈을 꾸어준다는 송죽의 문을 두드렸고, 장차 자신이 죽은 아비를 뛰어넘을 테니 몇 년간만 가문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을 빌려달라 요구했다. 무척이나 당찬 눈빛이었다.
사마길은 금 한 냥을 바로 내줬다.
옆에 따라온 두수련은 일찍부터 울음이 터져 눈이 탱탱 부어있었다.
“좋군, 좋아.”
두수련은 적지 않은 기간 전장 경험을 갖고 있었고, 훌륭한 지원 동기까지 갖고 있었다. 게다가 어느 수준의 무예까지 익히고 있었으니, 사마조와 사마길은 그녀에 마음이 동하는 듯했다.
“연락드리겠소.”
두수련은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세 번째 면접자 때문일까, 네 번째, 다 섯번째 면접자는 특별한 감흥이 없었다.
여섯 번째 면접자는 세 번째와 마찬가지로 어느 전장에서 사 년간 여신을 봤던 사내였다.
“다니던 전장을 그만둔 이유가 무엇이오?”
“조직이 바라던 규모에 미치지 못했고, 사내의 원대한 뜻을 펼치기 어려웠나이다.”
“원대한 뜻?”
사마길은 물었다.
“의천통일(蟻天統一).”
사내는 짧게 답했다.
미친, 의천마교의 종자였나. 사마룡은 그의 뻔뻔함에 소름이 돋았다.
“그만하면 됐소. 고생하셨소.”
사마길도 그를 아는 듯 축객령을 내렸다. 사내는 끝으로 사마룡을 일견했다. 사마룡은 아미를 찌푸렸다. 마지막에 기분을 잡쳤다.
“앗, 일곱 번째 지원자입니다.”
소소의 말이 아니었다면, 계속 상념에 빠졌을 테다.
“들어오시오.”
대망의 일곱 번째 면접자, 남궁설의 차례가 됐다. 유가양은 자세를 고쳐잡았다.
드륵-
문이 열렸다.
“아아.”
그녀는 참지 못하고 탄성을 뱉었다.
면접장은 해가 밝은 듯 환하게 변한 착각이 들었다. 남궁설은 면접장 가운데 섰다. 꽃향기가 났다. 사마룡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퍼뜩 제정신을 차렸다. 사마룡은 흘렸던 침을 닦았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
사마조는 굳이 모르는 척 안 했다.
“소녀, 사마의 어르신들을 뵐 생각에 힘들지도 않고 왔사옵니다.”
남궁설은 어른들께 참 말을 잘했다. 요망할 정도로.
“고맙구나. 그러나 여기 감사께서도 참석하셨고, 공과 사는 분명히 하여 면접을 진행할 것이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남궁설의 고운 인사에 사마조는 이미 폭 빠진 얼굴로 웃었다.
“소저께선 산학을 따로 공부하였더구려. 무예를 닦는 데도 힘들었을진대, 산학을 공부한 연유가 있겠소?”
마찬가지 흡족한 얼굴의 사마길이 나름 격식을 갖추고 물었다.
“지인 중에 일찍이 산학에 조예가 깊은 이가 있었나이다. 어찌나 으스대던지. 처음엔 시기 반 질투 반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엔 산학의 매력에 빠져 스스로가 찾게 되었나이다.”
지인, 사마룡은 머리를 긁적였다.
“오호. 참으로 바람직한 관계로다.”
그런가? 사마길은 사뭇 긍정적이었다.
“그래, 소저께선 어느 정도 수준까지 산학을 공부하였소?”
사마조가 더이 기꺼워 물었다.
“산학기문(算學技門)을 읽고 지금은 범산귀문(凡算貴文)을 수학 중이옵니다.”
“호오.”
산학기문은 범인들이 익힐 수 있는 산학의 절정이었고, 범산귀문은 범산학으로 일문을 이끌고 있는 산악(算岳) 조철홍(趙哲弘)의 학문이었다.
어른들께서 감탄한 소리를 냈다. 범산귀문은 여느 학자들도 쉽지 않다 포기하는 학문이었다.
“그래, 소저의 지원서에는 원하는 직무가 쓰여있지 않더군.”
보통의 지원자들은 수신과 여신, 원하는 직무를 기재했다. 남궁설은 그러지 않았다.
“어느 일인듯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두루 경험해보고 싶은 게 소녀의 생각이옵니다.”
“좋군, 좋아.”
어르신들 머리가 쉬지 않고 끄덕거렸다.
“잠깐, 그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유가양은 일이 진척되는 데 위기감을 느끼는 듯했다. 사마룡도 마찬가지였다.
남궁설은 한껏 우아한 눈빛을 그녀에게 보냈다.
“남궁가의 금지옥엽께서 굳이 송죽이란 작은 전장의 계원으로 지원한 연유가 있습니까?”
유가양은 서둘러 본론부터 물었다.
남궁설은 곱게 웃었다.
“송죽은 크기만으로 범접할 수 없는 역사와 전통, 가치가 있는 전장입니다. 남궁도, 여타 유서 깊은 문파들도 송죽을 존경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고요?”
사마룡이 대뜸 물었다.
“크흠.”
어르신들께서 불편한 눈치를 보냈다. 남궁설은 흔들리지 않았다.
“소녀는 송죽에 지원한 사실을 무척이나 기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송죽에서, 일할 수 있다. 이건 분명 흔치 않은 기회죠.”
여우는 요물이 되어 나타났고, 여기 누구도 저지할 수 없어 보였다.
“송죽에서의 앞으로는 제 평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들이 될 거예요.”
남궁설은 사마룡을 바라봤다. 묘했다. 사마룡은 어쩐지 그녀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아졌다.
그 후로 유가양이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지만, 어르신들의 마음만 더 확고하게 만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