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78)
건우는 저녁을 먹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물론 그냥 숨만 쉬면서 쉬지는 않았다. 드러누워서 뀽튜브 댓글 창을 관리하고 있었다.
댓글 – 198. 좋아요 – 1382.
[생방송을 해 달라!] [엘의 얼굴을 공개해 달라!] [왜 수익 창출 안 함?]······
[뀨뀽이 엉덩이 탐스러운 것 보소.] [나도 테이밍 몬스터 가지고 싶다.] [뀨뀽이는 사랑이라뀽!]중간중간에 아슬아슬한 댓글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아주 깨끗한 댓글 창이었다.
‘오늘은 딱히 숙청할 댓글들이 없네.’
건우는 숙청의 손맛(?)을 느낄 수 없다는 생각에 살짝 아쉬움을 느꼈다.
그때였다.
“하와~”
누워 있는 건우의 배 위로 하와가 올라타서 건우를 꽉 끌어안았다.
갸웅!
그리고 그런 하와의 등 뒤로 가온도 올라타서 하와가 하는 것처럼 따라 했다.
건우는 둘의 따뜻한 무게감을 느끼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과장되게 죽는 시늉을 했다.
“아이고. 하와하고 가온이 때문에 짜부되겠다!”
“하와!”
갸옹!
하와와 가온이 깜짝 놀라서 건우의 배 위에서 후다닥 내려왔다. 건우는 그것을 확인하고서 씨익 웃어 보였다.
“장난이지롱!”
“하와!”
갸웅!
유치했지만 하와와 가온이 좋아하니, 건우도 계속하게 되는 장난이었다.
‘덕분에 나도 자꾸 유치해지는 것 같아.’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와와 가온을 한꺼번에 안아 주었다. 하와와 가온이 건우의 품에 안겨 꼼지락거리면서 장난을 쳤다.
그렇게 셋이서 꽁냥꽁냥한 장난을 이어 나가고 있을 때, 아버지가 슬쩍 옆에 와서 앉았다.
“흠흠. 가온아. 할애비랑 놀자.”
갸웅?
가온이 아버지의 제안에 흥미를 보였다.
아버지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말했다.
“비행기 태워 줄게!”
갸옹.
흥미 없다는 듯이 고개를 홱! 하고 돌리는 가온.
아버지가 나라 잃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건우가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서 피식 웃었다.
‘아버지. 원래 날아다니는 애한테 비행기라뇨?’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잔뜩 실망한 아버지가 갑자기 건우를 째려봤다.
“아들놈만 없었어도······.”
건우가 이번에는 풋 하고 웃어 버렸다. 아버지가 어린아이처럼 질투하는 모습이 재밌었던 것이다.
그때, 쟁반에 과일을 내온 어머니가 아버지를 나무랐다.
“여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귀한 아들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어요?”
“귀하기는······ 전 세계에 사람 숫자만 수십 억이야. 하지만 우리 가온이는 하나밖에 없어.”
“아이고. 우리 꼬마 신랑, 철딱서니 없는 것 봐. 우리 건우도 하나밖에 없거든요?”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과일이나 먹으라고 말했다. 노랗게 잘 익은 참외였다.
그 모습을 본 건우는 잠시 하와와 가온을 옆에 내려 두고서 직접 참외를 깎았다. 예전이었으면 어머니가 깎아 주었겠지만, 가온이 온 이후부터는 건우가 직접 과일을 깎고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가온이 과일에 입도 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 후.
갸웅!
가온은 참외 껍질의 끝을 물고서 야금야금 뜯어 먹기 시작했다. 알맹이보다 껍질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식성이 참 독특해. 알맹이보다 껍질을 좋아하다니······.’
건우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인간과 몬스터라는 차이를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래. 음식물 쓰레기가 안 생기면 오히려 좋은 거지.’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참외를 깎아 갔다.
그 숫자만 15개. 식후 디저트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건우네 가족에게는 오히려 모자란 양이었다.
“하으앙~”
참외 조각을 한꺼번에 다섯 조각이나 입에 넣는 하와 때문이다.
하와는 볼이 빵빵해져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면서 입가에 흐르는 즙을 닦아 주었다.
“하와야. 체하겠다. 천천히 먹어.”
“하와!”
하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번에는 네 조각만 입에 넣었다. 나름대로 조절을 하겠다고 하는 모양이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도 참외 조각 하나를 물고서 TV를 틀었다.
그렇게 가족들이 한가로운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드디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신비술사 조윤아와 집사인 나이트였다.
***
건우는 조윤아와 나이트를 안방으로 안내했다. 하와에게는 바위벌꿀차를 부탁했고, 가온은 아버지에게 맡겼다.
아버지가 헤벌쭉 웃으면서 가온을 소중하게 안아 들었다. 그리고 둥가둥가를 하면서 가온을 기분 좋게 해 주었다.
‘그렇게 좋으실까?’
건우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조윤아가 지체할 것 없이,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문자로 말씀드린 대로, 지난번에 맡겨 주신 마정석으로 아티팩트를 만들어 봤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나이트가 준비해 온 작은 상자를 꺼내 들었다. 반짝이는 보석이 잔뜩 박힌 보석함이었다.
‘진짜 보석은 아니겠지?’
건우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나이트가 보석함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오.”
건우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보석함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티아라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척 예쁜 왕관이네?”
“네. 주신 마정석을 전부 사용해서 만들어 봤어요.”
“그래? 이렇게 보니까 마정석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던 것 같네.”
건우의 말을 들은 조윤아가 움찔거렸다. 사실 마정석이 부족해서 다이아몬드를 잔뜩 박아 넣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 사실을 숨긴 채로 말을 이었다.
“네.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리고 생각보다 바위벌 마정석은 꽤 수익성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
“네. 기존의 마정석으로 만든 장신구 아티팩트는 별로 예쁘지 않았거든요. 이것 보세요. 바위벌 마정석 자체가 예뻐서 그런지, 아티팩트임에도 이렇게 작고 귀엽잖아요.”
조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티아라를 건우에게 가까이 보여 주었다.
건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확실히 그렇네. 보통 장신구 아티팩트는 이렇게 작게는 못 만들지?”
“네. 맞아요. 전면에는 보석을 박고, 후면에는 마정석을 박는 형식이라서 어쩔 수 없이 크기가 커지죠.”
예전에 선상 파티에서 조윤아와 나이트가 착용한 목걸이형 인식 저하 아티팩트 역시 그런 이유 때문에 과하게 화려했던 것이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런데, 바위벌 마정석에 대한 계약을 따로 맺었으면 해요.”
건우는 그 말을 듣고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위벌 마정석에는 별다른 수익을 기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약을 할 정도야?”
“네.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 같아요. 성능은 다른 아티팩트에 비해서 살짝 떨어질 수도 있긴 한데······ 일단 아름다우니까요.”
“흠,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좋아. 그렇게 하자.”
건우가 그렇게 말하자 조윤아가 기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때, 하와가 바위벌꿀차를 타서 안방으로 들어왔다.
하와가 방긋방긋 웃으면서 세 사람 앞에 찻잔을 놓아 주었다.
그때, 조윤아가 건우에게 아직 말하지 않은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이번에 가져온 티아라는 하와가 써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어요.”
“이 티아라를?”
“네. 그러니까 하와에게 선물했으면 해요. 물론 마정석 값은 치를게요.”
“어? 아냐. 하와한테 선물해 주는 거면 그럴 필요 없어. 하와한테 선물해 준다는데, 돈까지 받으면 좀 그렇잖아.”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티아라를 들어서 하와에게 보여 주었다.
“하와야. 이거 예쁘지?”
“하와!”
다행히도 하와도 티아라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건우가 하와에게 물었다.
“한번 써 볼래?”
“하와!”
“좋아. 잠시만······.”
건우는 티아라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그리고 하와의 머리에 조심스럽게 씌워 주었다.
“됐다. 어디 보자. 얼마나 예쁜가?”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하와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그때, 하와가 자신의 검지를 볼에 콕 하고 찍으면서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하와?”
통칭 예쁜 짓이었다.
건우의 얼굴에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이야! 정말 예쁘다. 공주님 같아.” “하와!”
하와는 건우의 칭찬에 방긋 웃었다.
건우가 그런 하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윤아 언니한테 고맙다고 인사해. 윤아 언니가 선물해 준 거니까.”
그 말을 들은 하와는 곧바로 윤아를 바라보고 배꼽 인사를 꾸벅했다. 조윤아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받아 줘서 내가 더 고마워, 하와야. 너무너무 예뻐.”
조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하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하와!”
환하게 웃는 하와.
조윤아가 입술을 꽉 깨물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하와를 꽉 껴안았다.
“너무 귀여워! 사랑해!”
“하와왓!”
건우는 둘의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조용히 있던 나이트가 DSLR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이건우 님. 아가씨가 하와 님에게 티아라를 선물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촬영해도 되겠습니까?”
“네? 예. 그러세요. 하와도 사진 찍는 거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그럼 염치 불구하고 촬영하겠습니다.”
나이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하와에게 푹 빠진 조윤아와 그런 그녀에게 푹 안긴 하와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여러 각도에서 찍느라, 나이트가 묘한 포즈를 취하는 것이 꽤 우스웠다.
‘참 재밌는 사람들이야.’
건우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위벌꿀차를 홀짝일 때였다.
조윤아가 잔뜩 흥분한 채로 건우에게 물었다.
“혹시 몰라서 티아라에 어울리는 드레스도 준비해 왔는데, 하와한테 입혀 봐도 될까요?”
“드레스까지 챙겨 온 거야?”
“네! 하와한테 아주 잘 어울릴 거예요!”
“그래. 좋아. 하와만 좋다면.”
“고맙습니다.”
건우의 허락을 받은 조윤아가 곧바로 하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하와야. 나랑 드레스 같이 입으러 갈래?”
그 물음에 하와가 잠시 건우를 쳐다봤다.
건우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하와!”
건우의 허락이 떨어지자, 비로소 조윤아의 제안을 허락하는 하와.
조윤아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나이트에게 재빨리 말했다.
“나이트! 드레스 가져다주세요!”
나이트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겉옷 안쪽에서 작은 드레스를 하나 꺼내 들었다.
품 안에 넣고 있기에는 커 보이는 드레스였기 때문에, 마치 마술을 보는 것 같았다.
나이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역시 나이트예요. 저 주세요. 바로 하와한테 입혀 주고 올게요.”
조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드레스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하와를 데리고서 빈방으로 향했다.
건우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못 말리겠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바위벌꿀차를 홀짝이는 건우.
그가 문득 조윤아와 나이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떠올렸다.
“나이트 씨.”
“네. 말씀하시지요. 이건우 님.”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나이트가 당연히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불가능한 일만 아니면 무엇이든지 부탁하셔도 됩니다.”
건우는 그 말을 듣고서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럼 편하게 부탁드릴게요.”
“네. 그러시지요.”
“혹시 농작물 하나만 키워 주실 수 있을까요?”
“그야 당연히······ 네?”
나이트는 건우의 제안에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농사의 스페셜리스트에게 농사를 지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건우가 말을 이었다.
“부탁드릴게요. 제가 키우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놈이거든요.”
그가 그렇게 말하자, 나이트는 뭔가 사연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나이트가 고개를 가볍게 주억이면서 물었다.
“혹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건우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지옥초라는 특수작물인데요. 그놈이 어떤 놈이냐면······.”
그는 그렇게 지옥초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렇게 잠시 후, 건우네 집을 떠나는 나이트의 품 안에 지옥초 화분이 들려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