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91)
“말, 말도 안 돼!”
하와가 가져온 S급 고추를 보고서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예상대로 초인 쉐프 정수찬이었다.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소리칠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본 나이트와 비숍이 반사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는 해프닝이 일어났지만, 그 외의 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정수찬이 잔뜩 흥분해서 건우에게 물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된 겁니까? 특수 식재료가 아닌, 일반 식재료의 등급이 S급이라니요? 이건 너무 대단하지 않습니까?”
정수찬의 과도한 칭찬에 건우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단 진정하세요. 저도 처음으로 재배한 거니까요. 그리고 S급 고추에 대한 이야기는 식사 후에 하는 게 어떨까요? 일단 식사는 해야죠.”
그 말을 들은 정수찬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것이다.
그가 얼굴을 붉은 홍시처럼 물들였다.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너무 흥분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일단 식사부터 즐기시죠. 정수찬 씨하고 거래할 S급 고추는 많으니까요.”
“S급 고추가 그렇게 많습니까?”
“네. 하와가 가져온 것보다 훨씬 많아요. 훠얼씬!”
그 말을 들은 정수찬은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인터넷에서 아내 몰래 고가의 게임기를 산 남편의 표정 같았다.
건우는 정수찬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일단 삼겹살이랑 해서 맛있게 먹자고요. 맛은 보셔야죠.”
건우의 그 말을 끝으로, 정수찬은 완전히 진정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시선은 S급 고추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신화그룹의 안주인 강지현이 물었다.
“이건우 님. 하와 양이 들고 온 고추가 S급인가요?”
“네. 이번에 처음으로 수확했습니다.”
“그래요? 대단하네요. 특수작물에 이어서 일반 작물까지 S급이라니······ 맛은 어떤가요?”
강지현은 잔뜩 들뜬 고등학생처럼 발랄하게 물었다.
S급 고추를 보고도 다른 욕심은 보이지 않았다. S급 고추를 재배했다는 것이 대단하긴 했지만, 신화그룹에서 취급하는 물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건우가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대답을 회피했다.
“직접 맛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제 몫도 있는 건가요? 불청객인데요?”
그 말에 건우가 깜짝 놀라서 부정했다.
“에이, 불청객이라뇨? 윤아네 어머님이신데요. 많으니까, 마음껏 드셔도 돼요. 아, 꽤 매울 수도 있어요. 매운 거 좋아하세요?”
그 물음에 강지현이 미소를 지었다.
“네. 좋아해요. 비숍이 너무 자극적인 건 안 좋다고, 거의 먹지 못하게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비숍을 흘겨보았다.
비숍이 그 시선을 당당하게 받아 내면서 입을 열었다.
“전부 사모님을 위한 일입니다.”
“하고 싶은 걸 못 하고 100년을 사느니, 나는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고 빨리 죽는 게 좋은데?”
“조윤아 아가씨를 그만큼 못 보는 건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생각지도 못한 비수 같은 질문이었다.
강지현이 흠칫 놀라면서 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읏! 비숍은 나를 너무 잘 알아. 완전 여우야, 여우.”
“과찬이십니다.”
강지현은 그런 비숍을 보면서 너무 철저하다고 투덜거렸다.
건우가 슬쩍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제대로 식사 시작하시죠? 고기 올리겠습니다.”
“하와!”
갸웅!
건우의 말에 하와와 가온이 크게 환호했다.
치이이익!
달궈진 불판에 올라가자마자, 맛있는 소리를 내는 삼겹살. 절로 군침이 돌았다.
그때였다.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던 워블랑 돌쇠가 도도한 몸짓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냐아~
그러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하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가온도 그런 돌쇠를 따라서 하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얼떨결에 가온과 돌쇠를 전부 안게 된 하와.
하와는 당황하지 않고 둘을 전부 포근하게 감싸 안아 주었다.
조윤아가 그 모습을 보면서 눈을 반짝였다. 여차하면 그녀도 하와를 귀엽다고 껴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그 충동을 참아 냈다. 갑자기 그러면 하와가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이트가 손수건을 꺼내서 눈가를 슬쩍 닦아 냈다.
‘아가씨, 훌륭하십니다. 이 나이트, 집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그가 그러고 있을 때, 비숍이 나이트에게 물었다.
“총괄집사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어디 불편하십니까?”
그 물음에 나이트가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지 마라, 비숍. 네 임무는 사모님께 신경을 쓰는 거지, 나한테 신경 쓰는 게 아니다.” “그래도 갑자기 우시는데, 어떻게 그럽니까? 혹시 갱년기십니까? 갱년기시면 제가 좋은 병원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갱, 갱년기?”
갱년기라는 말에 나이트의 이마에 힘줄이 불거졌다.
그가 바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네가 요즘 해이해지긴 했구나. 곧 정신교육 시간이 통보될 테니, 그렇게 알아라.”
“네? 저는 단지 총괄집사님을 생각해서······.”
“그래. 나도 너를 생각해서다. 그러니 각오하도록.”
“총, 총괄집사님······.”
두 집사는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이 자리를 즐겼다.
조금 시끌시끌한, 아주 평범한 저녁 식사였다.
그러는 사이, 고기가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익었다.
“자, 고기 다 익었습니다.”
건우가 그렇게 말하면서 익은 고기를 접시에 담고 중앙에 놓았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거짓말같이 S급 고추부터 한 손에 들어 올렸다. 어떤 맛인지 궁금한 만큼 고기와 함께 맛보려는 셈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의 입으로 향하는 고기와 고추.
아삭.
귀를 즐겁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꺅! 매워!”
“물, 물!”
“후웁!”
모두가 물을 찾으면서 난리를 피웠다. 건우는 예상한 바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한 우유를 각자에게 나눠 주었다.
그런데 그런 정신없는 와중에 S급 고추를 온전히 즐기는 존재들이 있었다.
“하와~”
갸웅!
냥냥!
이미 S급 고추를 맛봤던 하와, 가온, 돌쇠였다. 셋은 다른 사람이 매운맛에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고기와 함께 열심히 고추를 씹어 삼켰다.
***
잠깐의 소동이 지나가고, 사람들은 온전하게 고추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S급 고추의 매력에 서서히 매료되기 시작했다.
특히 정수찬은 S급 고추의 맛을 분석까지 하고 있었다.
‘딱 한계까지의 매운맛이 느껴지는 건가? 절대로 버티지 못할 매운맛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매운맛이라는 것은 보통 먹을수록 중첩이 되는 맛이었다.
그런데 S급 고추의 매운맛은 중첩이 되지 않았다. 딱 한계치까지의 매운맛만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매운맛이 가시는 순간, S급 고추 특유의 알싸함이 다시 생각났다.
거기까지 S급 고추를 분석한 정수찬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 S급 고추는 마약이다. 몸을 망치지 않는 건강한 마약.’
적당한 매운맛은 건강에 좋다. 엔돌핀과 아드레날린이 돌면서 기분을 좋게 하고 호르몬 조절을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매운맛이라는 것에 빠르게 익숙해진다는 점이었다. 매운맛은 일종의 통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엔돌핀과 아드레날린으로 인한 기분 좋음을 느끼기 위해서 점점 더 강한 매운맛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 과도한 자극이 반복되어 사람의 건강을 나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S급 고추는 그런 부작용이 없었다. 그냥 하나만 딱 씹어 먹어도 엔돌핀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정도의 매운맛만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S급 고추는 정말 신기한 식재료다. 사람마다 매운맛의 한계치가 다를 텐데······ 어떻게 전부 필요한 정도의 매운맛만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거지?’
정수찬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S급 고추를 씹었다.
아삭아삭.
그와 동시에 화끈해지는 입안. 하지만 처음 먹었을 때처럼 놀라지 않았다. 참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이 느낌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었다.
‘완벽해. 특히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의 음식이야.’
그렇게 생각한 정수찬은 벌써부터 어떻게 해야 S급 고추를 제대로 활용한 요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는 사이, 슬슬 저녁 식사가 끝났다.
“잘 먹었습니다!”
모두가 만족한 저녁 식사. 사람들은 누구 하나 가만히 있지 않고 뒷정리를 도와주었다.
하지만 단 두 사람은 잠시 따로 빠져나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건우와 정수찬이었다.
“S급 고추는 어떠셨어요?”
건우의 물음에 정수찬이 대답했다.
“아주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신기한 맛이었습니다.”
“그렇죠? 사실, 제가 매운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계속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맞습니다. 그 누구도 싫어할 수 없는 매운맛일 겁니다. 정해진 매운맛을 내는 게 아니라, 먹는 사람에게 맞춰서 딱 필요한 수준의 매운맛만 내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건우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그럴 수가 있나요?”
“물론 그럴 수 없어야 정상인데······ S급 고추는 그게 가능하군요. 참 신기한 일입니다.”
정수찬의 말을 들은 건우는 문득 S급 고추의 정보가 떠올랐다.
‘신비한 알싸한 맛이라는 것이 이런 뜻이었나?’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럼 S급 고추 거래는 어떻게 하시는 거죠? A+급 농작물하고 비슷하게 진행할까요?”
그 물음에 정수찬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저야 감사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게 있습니다.”
“걱정스러운 거요?”
“네. 제가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그런가요? A급하고 A+급 고추도 엄청 많은데······.” 그 말은 들은 정수찬은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 능력 부족입니다. 지금 제가 제대로 요리할 수 있는 식재료는 A급까지입니다. A+급도 요리에 일부 이용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S급을 요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중간에 그 어떤 조리도 되지 않는 S급 고추를 그냥 내가는 게 끝이
겠죠.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정수찬은 그렇게 말하면서 비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최고의 식재료를 눈앞에 두고도 요리할 수 없다는 것은 요리사로서 치욕적인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소비할 수 있는 S급 고추는 한계가 있습니다. 차라리 따로 프리미엄을 붙여서 파는 것이 건우 씨에게 이득이 클 겁니다. S급 고추라면 프리미엄을 얼마를 붙여도 사 갈 사람들이 줄을 설 겁니다.”
정수찬은 그렇게 말하고서 입을 다물었다.
건우는 그런 정수찬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확실히 한 사람이 전부 소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수찬 씨네 레스토랑은 원테이블 레스토랑이기도 하고.’
건우는 그러면서 생각을 많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 많은 고추를 정수찬이 전부 소비해 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한 것이 말이다.
‘결국 남는 건, 경매에 붙여야겠네.’
건우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서 입을 열었다.
“그럼 수찬 씨가 필요한 수량만 말씀해 주세요. A급, A+급, S급까지 필요하신 만큼, 따로 빼 드릴게요.”
그 말에 정수찬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A급과 A+급까지는 제가 사용하는 게 건우 씨에게 이득일 테지만, S급은 오히려 제가 소비하는 게 손해일 겁니다. A급하고 A+급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건우가 인상을 가볍게 찌푸렸다. 갑자기 이득과 손해로만 따지는 정수찬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한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다, 내 업보지.’
정수찬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과거에 먼저 이득과 손해로만 철저하게 따진 것은 건우였다. 분명 정수찬은 그런 건우를 생각해서 이득과 손해를 철저하게 따지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지금도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최소한 정수찬과는 그런 계산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싶었다.
건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득하고 손해는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수찬 씨에게 받았던 만큼, 돌려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요. 수찬 씨도 저한테 아름 가공법을 아무 조건 없이 제공해 주셨잖아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수찬 씨에게 S급 농작물을 제공해 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정수찬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하려고 했다.
건우가 그의 말을 과감하게 끊었다.
“A+급 농작물 계약서하고 동일한 계약으로 S급 농작물을 계약하고 싶어요. 그렇게 안 하면 그냥 레스토랑에다가 S급 농작물 던져 넣을 테니까, 도장 찍자고요.”
“건우 씨.”
정수찬은 건우의 말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건우가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아무튼 그렇게 알고 있을 테니까, 문자로 필요한 수량 말해 줘요. 계약은 고추 가져다드리면서 작성하고요.”
건우는 그렇게 할 말을 하고는 다른 사람들을 도우러 갔다. 자리에 남아 있자니, 점점 더 쑥스러움만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 남겨진 정수찬은 잠시간 건우가 남기고 간 감동의 여운을 느꼈다.
그러고는 같이 일을 돕기 위해서 움직였다.
여전히 쓸데없이 분위기가 좋은 두 사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