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92)
삼겹살 파티를 끝낸 다음 날.
일어날 시간이 되자, 하와가 눈을 살며시 떴다.
“하와앙······.”
눈을 가볍게 비비면서 몸을 일으키는 하와.
하와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서 건우와 가온이 잘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건우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하와.”
볼을 콕 하고 찍는 하와.
건우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
“으음. 하와구나. 잘 잤어?”
“하와?”
“그래. 하와 덕분에 잘 잤어.”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기지개를 쭉 펴면서 말했다.
“끄응. 오늘도 활기차게 가 볼까?”
“하와!”
하와는 좋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파란 바탕에 노란 달님이 그려진 잠옷을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건우는 그런 하와의 모습을 보고서, 자신도 천천히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갸웅.
조금 뒤늦게 일어난 가온이 입을 쩍 벌려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목에 묶은 보자기부터 잘 있는지 확인했다. 건우가 가온을 씻길 때조차 벗지 않는 보자기였다.
‘물에도 안 젖고, 안 빨아도 안 더러워지는 걸 보면 아티팩트겠지?’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가온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가온아. 목에 맨 거, 안 불편해?”
갸웅.
그 물음에 가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건우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슬슬 더워지니까, 땀띠가 날 수도 있어. 물론 너는 안 날 수도 있지만······ 혹시 몸에 이상이 생기면 나한테 바로 말해 줘야 돼, 알았지?”
갸웅!
건우의 말에 가온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건우는 그 대답에 충분히 만족하고서 가온을 놔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하와는 부스스했던 머리까지 전부 정리를 마친 상태였다.
“자, 그럼 나갈까?”
“하와!”
갸웅!
그렇게 일과 준비를 끝낸 셋은 마당으로 나갔다.
해가 길어져서 그런지, 얼마 전처럼 아주 깜깜하진 않았다.
“날씨 좋다. 오늘도 파이팅하자.”
“하왓!”
갸옹!
건우의 말에 하와와 가온이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쳤다.
그 순간이었다.
파항! 콱! 쾅!
뭔가 터지고 부딪히는 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건우의 시선이 건우네 집, 바로 옆에 있는 담벼락으로 향했다. 소리가 그쪽에서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무슨 공사하나?”
건우네 집 바로 옆에는 2m 정도 되는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초등학교가 하나 있었다.
꽤 먼 마을까지 버스를 운영해서 유지하고 있는 근방의 유일한 초등학교였다.
‘한번 확인할까?’
건우는 그냥 무시하고 할 일을 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담벼락을 빙 돌아서 초등학교로 들어섰다. 학교 뒷문과 건우네 집은 꽤나 가까운 거리였기에, 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들어선 초등학교.
거기서 건우를 포함한 하와와 가온은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더 예리하게!”
“합!”
운동자 한가운데서 집사 나이트와 비숍이 공수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격하게 부딪히는 팔꿈치와 팔꿈치, 다음으로 이어지는 정강이끼리의 부딪힘.
둘의 집사복이 터질 것 같은 소리를 만들어 냈다.
건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원······이 아니라 비숍 씨가 대련하는 모습을 직접 볼 줄이야······.’
EU 최강의 초인이었던 원으로 활동했었던 비숍. 그녀의 대련하는 모습은 돈을 주고도 보기 힘들 정도로 귀한 것이었다.
그런데 건우는 그것보다 나이트의 모습을 보고서 더 놀랐다.
‘오히려 나이트 씨가 더 여유 있어 보여.’
건우의 말대로 나이트는 비숍의 공격을 받아 내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가끔씩 비숍에게 지적을 할 정도였다.
그 순간이었다. 퍽!
나이트의 짧은 공격이 비숍의 어깨를 가격했다. 분명 간결한 동작이었을 뿐인데, 비숍의 몸이 5m는 뒤로 쭉 밀려났다.
“큭!”
다시 달려들기 위한 자세를 잡는 비숍.
나이트가 그녀에게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그 말에 비숍은 드러냈던 이빨을 숨겼다. 그러면서 천천히 흥분을 가라앉혔다.
“지도 감사합니다, 스승님.”
비숍이 금세 흥분을 가라앉히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나이트가 대수롭지 않게 그 인사를 받았다.
“인사는 알겠다. 그것보다 일단 복장부터 추스러라. VIP가 오셨다.”
그 말을 들은 비숍은 그제야, 멀리에 서 있던 건우와 하와, 가온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빠르게 복장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몇 가지 동작에 거짓말처럼 집사복의 구김이 사라졌다.
나이트와 비숍은 순식간에 평소의 모습이 되어서, 건우에게 다가왔다.
하와와 가온이 호들갑을 떨면서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하와왕!”
갸우웅!
눈이 반짝반짝한 둘.
아무래도 나이트와 비숍의 대련 모습이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하긴, 나도 이렇게 가슴이 뛰는데······.’
자신이 바라고 바랐던 모습을 본 건우는 오랜만에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러는 사이, 완전히 가까워진 나이트와 비숍이 품위 있는 인사를 해 왔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그에 건우도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받았다.
“네. 나이트 씨하고 비숍 씨도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런데 아침부터 격렬하게 대련을 하시네요?”
그 물음에 나이트가 멋쩍은 듯이 웃었다.
“못 볼 꼴을 보여 드렸군요. 간단한 아침 운동이었습니다.”
건우는 그 대답에 흠칫 놀랐다.
‘간, 간단한 아침 운동이라고? 그게?’
건우가 본 둘의 공수는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다. 그런데 그걸 아침 운동이라고 하니,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나이트가 그런 건우를 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침 일찍 어쩐 일이십니까?”
“아침 일과를 보려는데, 갑자기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와 봤어요.”
“이런, 저희 때문에 방해가 되었군요. 죄송합니다.”
나이트는 그러면서 비숍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건우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오히려 좋은 구경이었는데요, 뭘. 보세요. 하와하고 가온이도 좋아하잖아요.”
건우의 말대로 하와와 가온은 방금 나이트와 비숍이 하던 것을 따라 하면서 놀고 있었다. 건우의 눈에는 어린아이가 홍콩 무술 영화를 보고 따라 하는 것처럼 귀여워만 보였다.
그런데 나이트와 비숍이 그 모습을 보면서 탄성을 내뱉었다.
“호오. 놀랍군요.”
“자세가 제대로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따라 하는 모습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건우는 상황을 대충 눈치채고, 둘에게 물었다.
“하와가 혹시 무술에 재능이 있나요?”
그렇게 묻고서 묘하게 기대하는 건우.
나이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하와 님은 평범한 어린아이와 비슷합니다.”
그 말에 건우가 살짝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와에게 무술을 가르치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웬만하면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가요?”
“네. 하지만 가온이는 엄청나군요.”
“가온이요?”
건우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놀라서 되물었다.
나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골격 구조가 분명 다른데······ 순식간에 제 자세를 카피해서 스스로의 몸에 맞춰 변형을 이뤘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완성도로 말입니다. 이건 단순히 천재라고 할 정도가 아니군요.”
EU 최강의 초인이었던 비숍을 제자로 둔, 나이트가 하는 말이었다. 그의 말에 대한 신뢰도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건우는 마냥 황당할 뿐이었다.
‘네 발로 다니는 가온이가 무술 천재?’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온을 바라봤다.
갸오옹~
가온은 마치 홍콩 영화에 나오는 영화배우처럼 자세를 취하면서, 하와와 놀고 있었다.
***
아침 일찍부터 작은 해프닝이 있고 난 이후.
건우는 하와와 가온을 데리고 신비술사 조윤아의 집으로 향했다. 바로 옆집이라서 이동 시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실례하겠습니다.”
“하와~”
갸웅~ 조윤아의 집으로 들어선 셋.
셋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사를 내뱉었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은은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 밝은 조명과 기분 좋은 향기까지.
단순한 일반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고급스러웠다. 심지어 무척 넓기까지 했다.
‘밖에서는 몰랐는데, 안쪽이 이렇게 넓었나?’
건우의 생각대로, 조윤아의 집은 무척 넓었다. 아무리 봐도 밖에서 보이는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
‘이상하네. 조금 넓은 게 아닌데······.’
그렇게 의아해하던 건우.
신화그룹의 안주인 강지현이 인사를 건네 오지 않았다면 계속 의아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서 오세요. 초대에 응해 주셔서 너무 기뻐요.”
“저야말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와, 가온. 인사.”
“하왓!”
갸웅!
배꼽 인사를 하는 하와와 가온.
강지현의 볼에 깊은 보조개가 만들어졌다.
“안녕하세요? 하와 양하고 가온이.”
그녀는 그러면서 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마냥 그러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아쉬운 듯이 손을 뗐다.
강지현이 다시 건우에게 집중했다.
“제가 어제 너무 갑작스럽게 초대한 건 아닌가요?”
그녀는 삼겹살 파티가 끝나고, 건우네 가족에게 아침 식사 초대를 했던 것이다.
건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뭘요. 이웃끼리 아침 좀 같이 먹는 게 어때서요.”
“호호. 그렇게 말해 주니까 너무 고마워요. 그런데 부모님은요?”
“어제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속이 더부룩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집에서 숭늉이나 좀 먹어야겠다고 하셨어요.”
건우의 말에 강지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쩌면 좋아? 많이 편찮으세요?”
“아니요. 그냥 속이 좀 더부룩한 정도예요. 아, 그리고 나중에 여유가 되시면 다시 초대해 달라고 하셨어요.”
건우의 말을 들은 강지현이 환하게 웃었다.
“호호. 나중에는 근사한 저녁 식사 때, 초대해야겠네요.”
강지현이 그렇게 말할 때였다. 조윤아가 근사한 드레스를 입고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세요.”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조윤아.
하지만 건우 일행이 그녀의 인사를 받자마자, 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때, 강지현이 조윤아의 모습을 보면서 눈을 반짝였다.
“어머, 너무 예쁘다. 천사가 따로 없네. 역시 우리 딸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엄지를 치켜들었다.
조윤아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어머니, 아침부터 누가 이렇게 요란하게 입어요?”
“그게 무슨 소리니? 귀한 손님을 모셨는데,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지. 봐 봐. 엄마도 근사하게 차려입었잖니?”
그녀의 말대로 그녀 역시 조윤아에 뒤지지 않게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조윤아는 여전히 불만인지, 강지현과 티격태격했다.
건우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난처하게 웃었다.
만약 나이트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많이 뻘쭘했을 것이다.
“사모님, 준비 끝났습니다. 바로 식사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강지현과 조윤아가 자신들의 추태를 깨닫고 얼굴을 살짝 붉혔다.
강지현이 건우에게 물었다.
“음, 바로 식사하러 가시겠어요?”
“네. 그래요. 하와하고 가온이도 좋지?”
“하와~”
갸웅~
방긋 웃는 하와와 짧은 고리를 흔드는 가온.
건우는 둘과 함께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의외로 정갈한 한식으로 된 아침 식사를 마쳤다.
“하와~”
갸웅.
크게 만족한 하와와 보자기에서 은빛송송이꽃만 몇 송이 꺼내 먹는 바람에 불만인 가온.
건우가 가온을 조심스럽게 달랬다.
“미안. 내가 생각이 조금 짧았네. 집에 가서 따로 챙겨 줄게.”
그가 그러고 있을 때였다.
강지현이 건우를 이 자리에 초대한 본론을 슬쩍 꺼내 들었다.
“어제 정수찬 님에게 들었는데, 고추를 경매에 올리신다고 건우 씨를 좀 도와달라고 하더라고요.”
“네? 수찬 씨가 그랬나요?”
건우는 놀라서 되물었다.
그에 강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그런데 프리미엄 농산물 사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프리미언 농산물 사업이요?”
“네. 원하신다면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대가 없이요.” 건우는 그 말을 듣고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가 없이요?”
“네. VIP께 해 드리는 서비스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 말을 들은 건우는 갑자기 아침에 있던 일이 떠올랐다.
나이트가 그를 VIP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그거 외에도 오늘따라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 같았어.’
본인만 느낄 수 있는 미세한 변화.
건우는 신화그룹이 자신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