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93)
신화그룹 안주인 강지현은 건우와 식사를 마치자마자, 비숍과 함께 떠났다. 바쁜 와중에도 지금까지 그녀가 이곳에 남았던 것은 단지 건우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조금 부담스럽지만, 좋은 분이야.’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프리미엄 농산물 사업에 대해서 떠올렸다.
그는 강지현의 말에 따라서 프리미엄 농산물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단순한 농산물 제공자로 남을 생각이었다. 신화그룹이 프리미엄 농산물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건우는 그곳으로 농산물 제공만 하겠다는 뜻이었다.
강지현은 그렇게 운영되어도 건우에게 수익을 100% 보장해 주겠다고 했지만, 건우는 그것을 한사코 거절했다. 자신이 VIP 취급을 받게 되긴 했지만, 준다는 것을 모두 받기에는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결국 둘은 각자의 역할에 맞는 수익을 가져가기로 합의를 봤다.
‘윤아 어머님은 그것 때문에 이상한 오해를 하시는 것 같던데······.’
건우의 생각대로 강지현은 건우를 농사의 장인으로 보고 있었다. 외골수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농사 앞에서는 흔들림이 없는 그런 농사 장인으로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건우가 농사 장인이라서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전면에 나서고 싶은 생각이 없을 뿐이었다. 수익에 관련된 것은 신화그룹에게 바위벌 양봉에 대한 도움을 받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 필요 이상의 뭔가를 받는다는 것은 족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계속해서 농사만 열심히 지으면 되겠다.’
건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신비술사 조윤아가 슬쩍 말을 걸어왔다.
“저희 어머니가 너무 마음대로 행동하죠? 죄송해요.”
그 말을 들은 건우가 장난기 다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아. 윤아한테 적응돼서 익숙하니까.”
“저, 저요?”
“응, 둘이 많이 닮았던데? 모전여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건우의 말에 조윤아가 얼굴을 붉혔다.
건우가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아,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 나는 두 사람이 정말로 보기 좋으니까.”
그 말을 들은 조윤아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고마워요.”
“고맙긴. 있는 그대로를 말한 것 뿐인데.”
둘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때, 조윤아가 화제를 돌렸다.
“아름하고 바위벌꿀로 만든 제품이 나왔어요.”
그 말에 건우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부작용은 다 잡았어?”
“네. 부작용은 전혀 없어요.”
“잘됐다. 희귀병 치료제하고 탈모 치료제였지?”
건우가 지난번에 강지현에게 받은 보고서를 훑어본 기억으로는 그렇게 두 가지 제품이었다.
조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런데 거기서 하나 더 만들었어요.”
“하나 더?”
“네. 회복 포션이요. 지금까지의 회복 포션하고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의 작품이 나왔어요. 굳이 따지자면 최최상품 회복 포션이에요.”
건우가 그 얘기를 듣고서 눈을 찢어질 듯이 떴다.
“최상품도 엄청난데, 그거하고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네. 맞아요.”
“진짜 대단하네.”
건우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도 초인 지망생이었던 만큼 최상품의 회복 포션이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뛰어나면 어느 정도 수준이야?’
건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조윤아가 말을 이었다.
“아마 아름 회복 포션은 일부만 시중에 나갈 거고, 대부분은 소방서나 경찰서 같은 곳에 제공될 거예요. 비율은 대략 5:5 정도 되겠네요.”
그 말을 들은 건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도 돼? 그러면 수익이 안 나지 않아?”
“그렇죠. 아마, 겨우 손해만 안 볼 정도일 거예요. 하지만 돈 대신에 다른 것을 얻을 수 있거든요. 나이트, 기획서 좀 가져다주세요.”
조윤아가 그렇게 말하자, 가온과 하와에게 간단한 무술을 가르치고 있던 나이트가 곧바로 두툼한 기획서를 하나 들고 왔다.
조윤아가 그것을 받아서, 바로 건우에게 전달해 주었다.
“한번 보세요.”
“음, 내가 봐도 되나?”
“물론이죠. 이건우 님이 아니면 세상 누가 이 기획서를 보겠어요?”
그 말에 건우가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기획서를 대충 살폈다.
‘음, 뭔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네.’
건우는 결국 금방 기획서에서 눈을 뗐다.
“으음, 좋은 말이 써 있는 것 같긴 하네.”
“후후후, 그런가요?”
“응, 아무튼 소방서나 경찰서에 제공하는 공익적인 일 때문이라는 거잖아? 그리고 그렇게 해도 큰 이득이 있다는 거고.”
“네. 맞아요. 아마 생각보다 큰 이득이 있을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
조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무섭게 번뜩였다.
건우가 그 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모전여전이야.”
“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나는 슬슬 일과 보러 가야겠다.”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작별을 하려고 했다.
갑자기 눈앞에 떠오른 문자만 아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 분명했다.
[도전에 성공했습니다.] [은퇴한 프로 농사꾼이 선물을 내립니다.] [‘어디에서든 던전 농지’를 얻습니다.]갑작스러운 도전 성공 문자가 떠오른 것이다.
‘잠깐, 내가 무슨 도전을 하고 있었지?’
그는 그러면서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농작물 2종 추가하기였지.’
그렇게 도전 내용을 떠올린 건우는 의아해했다. 그가 계획 외로 추가한 농작물은 독피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어째서 도전에 성공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가씨, 연구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옥초 번식에 성공했답니다.”
나이트가 지옥초의 번식 소식을 알려 왔기 때문이다.
***
지옥초의 번식 소식과 함께, 새로운 능력을 얻은 건우는 조윤아와 헤어졌다.
그리고 한동안 생각에 빠졌다.
‘지옥초는 내가 전부 키운 것도 아닌데, 인정이 되는구나.’
그러면서 건우는 이번에 얻은 능력을 확인했다.
[어디에서든 던전 농지: 하루에 단 한 번, 어디에서든 던전 농지로 들어설 수 있다. 나올 때는 무조건 던전 농지가 생성된 곳이니, 주의할 것.]‘흐음, 휴가 갈 때 사용하면 좋으려나?’
건우는 그 외에 활용 방법은 잘 떠오르지 않았기에, 나중에 휴가를 갈 일이 생기면 능력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다 놀고 돌아오는 길은 확실히 편하겠네.’
그는 그러면서 능력 창을 닫았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자가 잔뜩 심어져 있던 밭을 둘러보았다.
건우는 이 넓은 땅에 전부 들깨를 심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밭부터 갈아엎어야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와에게 정령 소환을 부탁했다.
“하와~”
하와가 손을 내젓는 대로, 허공에 노란 물감이 칠해지듯이 소환되는 땅의 정령들.
-뭉!
-무웅!
녀석들은 하나같이 발버둥을 치면서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금세 똑바로 서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
건우가 그 모습을 보면서 볼을 긁적였다.
‘이제는 무슨 군인들 같네.’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음무어!
소 울음소리를 내면서 등장한 녀석이 있었다.
짙은 갈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를 지닌 작은 소, 장군이가 소환된 것이다.
장군이는 갑자기 소환되면서 바닥을 뒹굴뒹굴 굴렀다. 몸이 워낙 동그래서 그런지 유독 잘 굴러가는 느낌이었다.
-음, 이곳은 어디지?
장군이는 뒷발을 앞으로 뻗고 주저앉아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덕분에 볼록한 배가 유독 강조되었다.
그 모습을 본 건우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역시 심장에 안 좋아. 저건 빨리 만져야 돼.’
그는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장군이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달려든 이가 있었다.
갸웅!
바로 가온이었다.
녀석은 장군이를 깔아뭉개고 장군이의 얼굴을 마구잡이로 핥고 있었다. 그리고 네 개의 발로는 연신 볼록한 배를 만져 댔다.
-이 녀석!
장군이는 그런 가온을 힘겹게 밀어내고서 일어났다.
-나중에 놀아 줄 테니까, 가만히 있어.
갸옹!
장군이의 말에 절대 충성을 하는 모습.
장군이는 만족하면서 주변 상황부터 확인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왔는데······ 밭을 가는 일인가 보군.
장군이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아장아장 걸어서 건우에게 다가왔다.
-주인, 밭을 갈면 되는 것인가?
그러면서 건우를 올려다보는 장군이.
건우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들깨를 심으려고.”
-알겠다. 우리에게 맡겨라.
장군이는 그러면서 뒤로 돌아 땅의 정령들에게 향했다.
씰룩씰룩.
양옆으로 흔들리는 토실토실한 엉덩이.
‘신이시여. 어찌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건우는 속으로 평소에는 찾지도 않는 신을 찾으면서, 장군이의 엉덩이를 만지작거리고 싶다는 마음을 자제해야만 했다.
그렇게 장군이를 필두로 한, 밭 갈기가 이어졌다.
***
초인 협회 원주지부장 백천수는 골치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약이라니······ 골치 아프군.’
최근에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는 신종 마약 때문이다.
이 신종 마약은 그냥 보면 차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덖은 차부터 시작해서 말린 차까지, 그 형태는 다양했다.
‘문제는 차로 우리기 전에는 마약이라는 걸 알 수 없다는 거지.’
신종 마약은 차의 형태를 한 것처럼, 차로 우려 마셔야 효과가 있었다. 그 전에는 다른 차와 다를 게 없어서, 마약 탐지견들도 구별해 내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종 마약의 반입을 막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모양이 독특해서 다행이야.’
신종 마약은 두꺼운 바늘 같은 형태로, 전체적으로 하얀색을 띠고 있었다. 그것은 덖어도, 말려도 변하지 않는 특징이었다.
그것을 알아낸 정부는, 통관 과정을 철저하게 하면서 신종 마약을 막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풀려 버린 마약이다.’
신종 마약의 정체가 확인되기 전에, 이미 한국에는 수많은 신종 마약이 풀려 버린 상태였다. 그로 인해서 심심하면 신종 마약 피해자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흐음, 골치 아파. 차라리 독이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백천수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디저트 나왔습니다.”
주방에서 초인 쉐프 정수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백천수 앞에 바위벌꿀차를 내려놓았다.
백천수가 바위벌꿀차를 익숙하게 홀짝였다.
“실력이 나날이 늘어 가는군요. 특히 스테이크랑 같이 나온 감자가 최고였습니다.”
“식재료가 좋았을 뿐입니다.”
“흐음, 그래도 결국 요리를 만드는 것은 요리사 아닙니까?”
그 물음에 정수찬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디저트와 가져온 것을 꺼내 들었다.
백천수가 그것을 보면서 물었다.
“고추하고 우유입니까?”
“네. 오늘의 메인 디저트입니다.”
“흠, 디저트요?”
“네. 매운 디저트. 기분 좋은 고추입니다.”
백천수는 그 말에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수찬이 때때로 상식을 파괴하지만, 설마 조리 하나 되지 않은 고추를 그냥 내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만족했다.’
백천수는 경험상으로 그것을 알기에 정수찬이 내민 고추를 집었다.
아삭.
깔끔한 식감.
백천수는 놀라면서 그 식감을 즐겼다. 그리고 잠시 후.
“물, 물!”
그도 S급 고추를 먹어 봤던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켜야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