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King went to school RAW novel - chapter 120
콰광-!
내가 둘 사이를 빠져나가자마자 거친 굉음과 함께 운동장에 거친 흙먼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눈으로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재빠른 공방.
한 자루의 검.
그리고 한쪽 팔로 이루어지고 있는 전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이나 둘의 위력은 거대했다.
화륵-!
하지만 그 치열한 공방 속에서도 아주 미세하게 둘의 차이는 벌어지고 있었다.
“부족해! 부족하다고!”
김관우가 뿜어내는 푸른 불꽃.
과학적으로 붉은색의 불꽃보다 푸른색의 불꽃이 온도가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난 지금까지 그 사실을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으나 지금 김관우가 뿜어내는 푸른 불꽃의 열기가 내 살결에 닿았을 때.
현실로 자각했다.
지금 김관우의 푸른 불꽃은 예전에 내가 상대했던 붉은 불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는 한쪽 팔만 변형시킨 세이캅을 아주 미세하게 점점 밀어붙이고 있었다.
“입만 살았군.”
하지만 세이캅 역시 무기력하게 밀리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불을 직접 뿜어내는 용의 형태를 갖췄기에 세이캅이 변형시킨 한쪽 팔은 화염에 의해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무엇이든 태워 버릴 것만 같은 김관우의 푸른 불꽃은 세이캅의 용의 가죽을 태우지 못했고 세이캅은 점점 밀리는 상황 속에서 일격을 노리기 시작했다.
카강-!
세이캅의 용의 발톱이 김관우의 푸른 불꽃을 갈라냈다.
하지만 김관우의 푸른 불꽃 역시 세이캅의 가죽을 서서히 베어 냈다.
불꽃이 꺼진 뒤 생기는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주위에 피어나기 시작했고 가죽이 타들어 가는 퀴퀴한 냄새가 운동장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흙먼지 바람은 둘의 일격에 못 이겨 결국, 거친 흙색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고 그 안에서 보이는 건 푸른 불꽃이 튀기는 것과 발톱 조각이 번쩍거리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세이캅. 그래도 이길 수 있겠지.’
나는 밖에서 둘의 전투를 지켜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세이캅.
모든 방면에서 정말 천재적이라고 볼 수 있는 녀석이다.
만약 상대만 달랐더라면 쉽게 승리를 점칠 수 있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 상대는 김관우.
만약 과거의 김관우와 현재 세이캅이 붙는다면 난 한 치의 지체도 없이 세이캅의 승리를 점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김관우의 위력은 아직 나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얼마나 강해진 건지 예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으니.
…….
과연 어떻게 될는지.
그렇게 내가 마른침을 삼키며 소용돌이 속 둘의 전투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그때.
거칠게 회전하던 소용돌이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머지않아 소용돌이가 멎어 들고 주위에 뽀얀 흙먼지만 남기 시작했다.
그리고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며 그 안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이캅…….”
나는 걷히기 시작하는 흙먼지를 향해 고개를 돌려 시선을 옮겼다.
…….
완전히 걷힌 흙먼지.
하지만 그곳에 보이는 건 용의 발톱으로 김관우를 들어 올리는 세이캅이 아닌.
“약해! 약하다고!”
푸른 불꽃으로 세이캅의 어깨를 꿰뚫고 서 있는 김관우의 모습이었다.
“젠장할…….”
세이캅은 김관우의 불꽃에 어깨를 꿰뚫린 채 축 늘어져 있었고 김관우는 그런 세이캅을 내려다보며 기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어깨에 박힌 자신의 불꽃 검을 빼더니 쓰러진 세이캅의 목을 향해 검날을 세웠다.
“그럼 죽어라!”
정말 세이캅을 죽일 기세로 내리꽂는 김관우의 불꽃 검.
푸른 불꽃을 휘날리는 김관우의 검은 허공을 가르며 아래로 솟구쳐 내려가 세이캅의 살결에 닿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세이캅의 살결이 푸른 불꽃의 열기에 타오르려던 바로 그때.
나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니아이스.”
…….
“방어막.”
-응!
촤아아아아!
김관우의 불꽃이 세이캅의 목을 꿰뚫으려던 바로 그때.
니아이스의 거친 물줄기가 공중을 가르며 날았다.
공중에 한 줄기의 무지개를 만들어 내며 날아간 니아이스의 물줄기.
그 물줄기는 순식간에 세이캅을 살며시 감싸며 보호했고 동시에 타오르는 김관우의 검의 불꽃을 꺼트렸다.
“역시! 이렇게 나와야지!”
김관우는 꺼진 자신의 불꽃 검을 바닥에 내팽개친 뒤 자세를 곧추세워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난 천천히 쓰러진 세이캅을 향해 다가갔다.
터벅- 터벅-
“세이캅…….”
아무리 전력이 아니었다고 해도 이 정도로 당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말렸어야 했던 건가.
나는 잠시 물끄러미 쓰러진 세이캅을 응시했다.
그리고 이내 쓰러진 세이캅을 둘러업고 보건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하! 어이! 이대로 가는 거냐? 아직 우리는 일이 남았잖냐!”
김관우는 강한 자와의 싸움에서 승리 후 달콤함에 도취한 채로 나를 향해 목소리를 뱉었다.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의 말에 곧바로 대꾸하지 않았다.
터벅- 터벅-
나는 세이캅을 둘러업은 채로 방향을 돌려 김관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김관우의 앞에 걸음을 멈춰 선 뒤 그 녀석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마치 얼음처럼 차갑고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이다.
“기다려라. 우리도 끝내야 할 게 있으니.”
…….
“서열 정리. 오늘 하면 되겠네.”
■ 제122편 서열 정리 (2) □
“선생님.”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곤죽 상태가 되어 버린 세이캅을 보건실 침대에 눕혔다.
보건 선생님은 세이캅의 상처를 보더니 흠칫 놀라시며 서둘러 치료를 준비하셨고 나는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세이캅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많이 아프냐.”
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세이캅에게 말을 건네자 세이캅은 감았던 눈을 지그시 뜨며 나를 바라봤다.
“조금 아프……. 커헉……!”
세이캅은 짧은 대답조차 완전히 하지 못하고 거친 숨을 헐떡거렸고 나는 그런 세이캅을 진정시켰다.
“쉬어.”
지금 당장 내가 세이캅에게 해줄 것은 없으니 이제 남은 건 치료가 잘되길 기도하는 것.
그리고 세이캅의 복수를 하는 것뿐일 터.
나는 침대에 누운 세이캅을 뒤로하고 보건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보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강…… 호…….”
세이캅이 죽어 가는 목소리로 나를 불러 세웠다.
“왜 그래.”
나는 다시 뒤를 돌아 세이캅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세이캅은 거친 기침을 연거푸 뱉어 내더니 이내 나를 향해 나지막이 속삭여 왔다.
“조심해…….”
세이캅이 내게 건넨 ‘조심해’라는 말.
만약 다른 사람에게 그 말을 들었다면 별로 와닿지는 않았겠지만, 세이캅에게 들은 조심하라는 말은 무게가 달랐다.
“그래. 쉬어라.”
하지만 나는 세이캅 앞에서 그 어떠한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저 다시 걸음을 옮겨 보건실 밖으로 빠져나갈 뿐이었다.
다친 세이캅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후…….”
보건실 문을 닫고 복도로 나온 나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과거에 김관우와 처음 맞붙었을 때는 두려움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 녀석의 수준을 알지 못했기도 했지만, 그때의 나는 내 강함에 한창 도취하였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시간이 지나며 너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알아 버렸고 내 강함을 정확히 알아 버렸다.
꼭대기에 위치해 있지만, 압도적인 위치는 아닌 듯한 느낌.
점점 김관우와 가까워질수록 그 녀석에게 잡혔던 주먹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과연 지금 김관우와 내가 맞붙는다면 손쉽게 승리를 점칠 수 있을 것인가.
…….
빌어먹을.
확신할 수가 없다.
터벅- 터벅-
나는 온갖 잡생각을 머릿속에 가득 품은 채 학교 건물을 빠져나와 운동장으로 향했다.
“가자.”
운동장 한가운데에는 김관우가 몸을 풀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느린 걸음으로 김관우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숨을 고르며 내려가기 시작하자 내 옆에 붙어 있던 정령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호야 어디 아파?
-인간, 평소랑 달라.
니아이스와 플레임은 어깨 위에서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니아이스는 작고 앙증맞은 손으로 내 볼을 살짝 쓰다듬었고 나 역시 니아이스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괜…… 찮으세요?
“그럼.”
노움 역시 내게 걱정이 가득 담긴 투로 말을 건네며 내 품에 쏙 안겼고 나는 그런 노움의 머리 위에 살며시 손을 얹으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나는 정령들의 걱정을 받음과 동시에 정령들을 안정시켰고 이내 노움의 머리를 다 쓰다듬어 줄 때쯤 김관우의 앞에 도착했다.
“도망치지 않은 건 칭찬해 주지.”
김관우는 나를 바라보며 몸을 곧추세우더니 이내 나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그래. 고맙네.”
하지만 그런 저급한 도발에 넘어갈 약한 멘탈은 지금 나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김관우 저 녀석이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 역시 잔잔한 시간을 보내온 건 아니니까.
“그럼 바로 시작하지.”
나는 눈을 매섭게 부릅떠 김관우를 응시했다.
그러자 김관우와 나 사이에는 마치 얼음장같이 차가운 적막이 돌기 시작했고 이내 김관우가 자신의 손에 푸른 불꽃을 피우며 말했다.
화륵-
“솔직히 너와는 제약 없이 붙고 싶은데. 너도 그렇지 않냐?”
솔직히 김관우의 말이 맞다.
만약 이곳이 아카데미가 아니었다면, 만약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면.
나는 김관우와 전력으로 맞부딪치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서열 정리의 가장 중요한 것은 뒤끝을 남기지 않는 것일 테니까.
…….
하지만 이곳은 안타깝게도 아카데미.
앞만 보고 돌진하는 김관우와는 달리 나는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음에 전력으로 붙을 기회가 올 거다.”
“그래서 오늘은 참아라?”
“그래.”
“뭐, 그래 그럼.”
예상외로 김관우는 순순히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 같은데.
“근데 생각해 보면 있잖아.”
한 손에 푸른 불꽃을 두른 김관우가 마치 불꽃을 장난감처럼 허공에 던지며 놀더니 이내 나를 향해 무심히 말을 걸어왔다.
“진정한 강함. 그건 너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그게 무슨 소리지.”
예상치 못한 말에 나는 차가운 눈빛과 목소리로 김관우에게 답했다.
그러자 김관우는 계속해서 불꽃을 허공에 던지더니 이내 나를 향해 말을 이었다.
“너의 그 잘난 정령들이 강한 거지. 네가 강한 게 아니잖아?”
“그런 뜻이었나.”
정령사는 정령의 힘을 사용한다.
정령사의 힘 역시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령의 힘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을 터.
김관우 저 녀석은 나를 정령사 그 이상으로 알지 못하기에 저런 말을 꺼낸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해 주는 게 낫겠네.
“…….”
나는 김관우의 말을 듣고 잠시 아무 말 없이 김관우를 응시한 뒤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니아이스, 플레임, 노움, 실피아.”
…….
“소환 해제.”
-호야?
-인간!
갑작스러운 소환 해제에 정령들은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미 소환 해제가 되었기에 곧이어 작은 물방울, 작은 불꽃, 작은 돌멩이와 작은 순풍이 되어 사라졌고 나는 사라진 정령들을 뒤로한 채 나지막이 읊조렸다.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해야만 해.”
그렇게 정령들을 소환 해제시킨 나는 정령들이 완전히 돌아간 걸 확인한 뒤 김관우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됐냐.”
“역시 대단하네! 아니, 멍청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