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King went to school RAW novel - chapter 133
…….
“아니, 열등감이려나.”
김대호의 과거사를 듣게 되었다.
사실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강자 중 가장 강한 사람은 누구인가.
김대호와 김관우는 항상 그 생각을 할 때마다 거론되었다.
하지만 김대호에게는 미안하지만, 항상 둘 중의 승자는 김관우였다.
객관적으로 아직 김대호는 김관우에게 미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김대호는 확실히 다르다.
“그래서 말인데, 한번 기회를 주면 안 될까?”
“그게 무슨 말이야.”
“김관우와 나. 제대로 한 번만 붙게 자리 좀 만들어 줘.”
김대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부탁했다.
그 녀석의 눈은 햇빛에 비쳐 반짝거렸다.
아니, 열등감에 비쳐 반짝거렸다.
“언젠간 너에게 도전하려면 지금 그놈을 넘지 않으면 안 돼. 부탁한다 강호.”
“흠…….”
김대호의 진심 어린 부탁에 난 잠시 생각에 빠졌다.
김관우.
지금 나를 진정한 강함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내 부탁 하나 안 들어줄 것 같진 않은데.
과연 이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맞을까.
…….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김대호를 향해 느린 걸음을 옮겼다.
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싸움에서 너를 응원하진 않을 거야. 하지만 너의 극복은 응원할게.”
“고맙다…….”
난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옥상 계단을 내려갔다.
“장소랑 시간은 다음에 알려 줄게.”
“응.”
난 바로 교실로 올라가 김관우에게 향했다.
“어이.”
“뭐냐! 진정한 강함!”
김관우는 여전한 태도로 나를 대했다.
“너 김대호랑 한번 대련해 봐.”
“김대호…… 그 약해 빠진 쓰레기?”
김대호가 느낀 눈빛은 아무래도 정확한 것 같았다.
“쓰레기랑 붙는 건 시간 낭비거든!”
김관우는 처음에는 김대호와의 대련을 거부했다.
하지만 그다음 나오는 내 말은 김관우를 확실하게 붙잡았다.
“이기면 내가 한 번 더 싸워 준다.”
“정말이냐……?”
…….
“그럼 한다! 해야지!”
김관우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한 난 그 녀석이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
그렇게 김관우와 김대호의 결투가 오늘 오후에 이루어지게 되었다.
아카데미에 피바람이 불지도 모르겠다.
물론 난 그 사이에 끼지는 않을 거지만.
아니, 껴야 할 수도 있겠다.
난 머릿속에서 김대호와 김관우의 대결을 그려보았다.
일단 피해 규모는 절대 적지 않을 게 확실했다.
아마 이 대결이 끝나면 한동안은 운동장 공사가 있겠지.
그렇다면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
난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 제134편 열등감 □
“그럼 오늘 클래스는 여기서 마친다. 다들 자유 훈련 열심히 해라.”
교사의 마무리 멘트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오늘 모든 클래스가 막을 내렸다.
평소라면 이제 다들 긴장이 풀린 상태로 기숙사로 돌아가거나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모든 클래스가 끝났음에도 교실에 서늘한 긴장감이 돌았다.
그 이유는 바로.
‘올 게 왔네.’
김관우와 김대호의 결투가 예정되어 있었으니까.
교사가 교실 밖으로 빠져나가 문을 닫자 교실에는 잠깐의 적막이 돌았다.
당사자인 김대호는 마른침을 연거푸 삼켰고 김관우는 책상에 엎드린 채로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난 그 적막 속에서 일어나 교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둘을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안 가냐.”
내 나지막한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지자 적막은 금세 깨졌다.
“가야지.”
“기다리고 있었다!”
김대호와 김관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교실의 모든 학생은 나를 따라 운동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전학생과 김관우의 대결은 학생들의 기대를 가득 받았다.
나 역시 운동장으로 걸음을 옮기는 도중에 두 녀석의 얼굴을 계속해서 번갈아 확인했다.
김대호는 겉으로는 무덤덤해 보였지만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김관우는 별로 긴장 같은 건 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운동장에 도착했다.
“참관할 사람은 여기 스탠드에서 벗어나지 말고 너희 둘은 준비되면 말해.”
당사자들을 제외한 학생들은 스탠드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김관우와 김대호는 운동장 각 끝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난 턱을 괴고 그런 두 녀석을 바라봤고 바로 그때 세이캅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어떨 거 같아?”
“뭐가.”
“둘의 대결. 어떨 거 같아?”
“음…….”
세이캅의 물음에 난 잠시 얕은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내 대답은 애매모호했다.
“강한 쪽이 이기겠지.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음…… 나는…….”
내 역질문에 세이캅은 잠시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학생이 강한 건 알겠지만, 그래도 관우 킴이 이기지 않을까 싶어. 마음에는 안 들어도 강하니까.”
“그러냐.”
세이캅에 말에 난 겉으로는 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강호.”
“어.”
그때 세이캅이 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우리는 이상 게이트를 막기 위한 팀이잖아. 우리끼리 이렇게 싸우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세이캅에 말에 난 잠시 잇던 생각을 멈췄다.
다른 사람에게서 듣는 내 고민은 더욱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다.
난 잠깐의 침묵이 지난 뒤 나지막한 목소리로 세이캅의 말에 답했다.
“확인하는 거지.”
“응?”
내 대답에 세이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장에서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실력인가 확인하는 거야. 약한 녀석한테는 내 뒤를 맡길 수 없을 테니까.”
“아하…… 난 그것도 몰랐네.”
세이캅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난 그런 세이캅의 어깨를 토닥였다.
쟤들도 같은 생각이었으면 좋겠는데.
김관우와 김대호 역시 내가 말한 대로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면 좋겠지만.
저 둘은 서로를 그저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실력인지 확인하는 것이 아닌 넌 내 명령이나 따르는 아래라는 느낌이 강했다.
서바이벌 클래스 때 저 둘이 합을 맞추지 않고 개인적으로 움직인 게 이제 이해가 갔다.
“준비됐어.”
“시작하자고.”
내가 세이캅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그때.
준비를 끝마친 김대호와 김관우가 내게 다가왔다.
난 그런 둘을 데리고 운동장 한가운데로 걸음을 옮겼다.
일반적인 운동장과는 바닥의 재질도, 크기도 다른 운동장.
우리 셋은 그 운동장 한가운데에 모여 섰다.
난 눈빛으로 신경전을 보내고 있는 둘에게 말했다.
“한 명이 전투 불능이 되면 바로 끝낸다. 그 외에 룰은 없다. 신호 주면 바로 시작해.”
내 말에 김대호와 김관우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래.”
난 저 둘을 각 운동장 끝으로 보냈다.
두 녀석 모두 운동장 끝자락에 도착하자 난 고개를 돌려 그 둘을 번갈아 바라봤다.
난 느린 걸음으로 운동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그리고 들고 있던 손을 세차게 아래로 내렸다.
그것이 바로 시작 신호였다.
콰광-
내가 운동장을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그 안에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거친 먼지구름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니아이스, 고마워.”
-응!
난 니아이스의 물 보호막을 몸에 두른 채로 운동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스탠드에 앉아 운동장을 내려다봤다.
“잘 안 보이네.”
두 녀석의 충돌에 운동장에는 거친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피어 있었다.
그것 때문에 두 녀석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정확히 보이지 않았으나, 먼지구름 사이로 터져 나오는 불꽃과 거대한 굉음은 그 광경을 대충 어림짐작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스탠드에 앉은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며 그 둘의 결투를 지켜보던 그때.
푸화아아아-
먼지구름이 한순간에 날아가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먼지구름이 공기 중으로 사라지자 나와 다른 녀석들은 운동장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허억…… 허억…….”
운동장에는 여전히 김대호와 김관우가 서로의 주먹을 맞대고 있었다.
서로 벌써 일격을 주고받은 것인지 김대호는 한쪽 눈이 부어 감겨 있었고 김관우는 한쪽 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두 녀석의 실력은 호각 중의 호각이었다.
그렇게 두 녀석 다 떨어져 호흡을 고르던 바로 그때.
화르륵-
김관우의 몸 전체에서 푸른 불길이 거칠게 치솟기 시작했다.
김관우의 몸에서 치솟은 거친 불길은 순식간에 운동장 주위를 푸른 빛으로 불태우기 시작했다.
거리가 꽤 있음에도 김관우의 불꽃에서 흘러나오는 열기는 내 피부를 따끔하게 만들었다.
김대호는 그런 김관우의 불꽃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다 이내 자신의 한쪽 팔을 빙빙 돌리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
푸화아아-
모든 것이 벌어진 건 바로 그 짧은 찰나였다.
김대호의 팔이 완벽히 풀린 바로 그 순간.
김관우는 자신의 몸을 가득 태우던 푸른 불길을 한데 모아 앞으로 쏟아 냈다.
김대호의 푸른 불꽃은 순식간에 운동장의 공기를 불태우며 김대호를 집어삼켰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먹잇감을 삼키듯 김관우의 푸른 불꽃은 김대호를 한순간에 삼켰다.
난 그 일격에서 승부가 판가름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슈와아아-
마치 고요한 태풍의 눈처럼 소리 없이 퍼져 나간 의문의 파동은 조금씩 김관우의 불길을 잡아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의 형태를 하고 있던 김관우의 불꽃은 서서히 턱이 벌어져 형태를 잃어 가기 시작했다.
‘저건 설마.’
난 그 상황을 지켜보며 마른침을 연거푸 삼켰다.
그리고 잠시 뒤 김관우의 푸른 불꽃 중 절반 이상이 공기 중에 흩날리던 바로 그때.
의문의 파동의 정체가 드러났다.
“역시.”
형태가 없는 불꽃을 계속해서 가격하는 김대호의 주먹.
불길을 잡아낸 의문의 파동은 다름 아닌 김대호의 주먹이 만들어 내는 충격파였다.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력하다, 라는 김대호의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크하하하! 재밌다고!”
김관우는 불꽃을 헤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김대호를 바라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
그러더니 이내 자신의 덜렁거리는 한쪽 팔까지 안간힘을 쓰며 앞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환희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불꽃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슈와- 슈와-
하지만 그럼에도 김대호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