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King went to school RAW novel - chapter 160
그러자 문에서 안내 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A+ 헌터 김지혜. 인증되었습니다.]안내 음성이 끝나자 하얀 스팀과 함께 문이 열렸고 선생님은 그 안으로 들어가셨다.
선생님이 들어가시자마자 문은 닫혔고 난 선생님이 하신 걸 똑같이 따라 했다.
“이러면 되겠지.”
내가 문에 은색 카드를 가져다 대자 문에서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델타 게이트 총책임자 강호. 인증되었습니다.]그와 동시에 문이 열렸고 난 하얀 스팀을 뚫고 그 안으로 향했다.
문안에는 엄청나게 긴 복도가 늘어져 있었다.
선생님은 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와 선생님은 긴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선생님.”
“어?”
긴 복도를 걷던 와중 난 선생님께 나지막이 말을 걸었다.
“A+ 헌터는 언제 되신 거예요.”
아까 전 안내원과 안내 음성은 선생님을 A+등급 헌터라고 불렀다.
A등급과 A+등급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기에 난 대단하다는 듯이 선생님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 생각보다 덤덤하셨다.
“그러게. 집착할 때는 더디던 게 놓아주니까 되더라. 사실 별로 감흥은 없어.”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고맙다.”
선생님은 A+등급 헌터라는 것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시는 것 같았다.
예전에 강함에 집착하시던 선생님과는 정반대의 사람이 되어 계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변한 것이 아니라 성장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와 선생님은 이런저런 잡담을 주고받으며 복도를 걸었고 이내 한 거대한 문 앞에 멈춰 섰다.
나와 선생님이 다시 한번 문에 카드를 가져다 대자 문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긴장하지 말고.”
“긴장은 무슨. 안 합니다.”
나와 선생님은 열린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
거대한 문 안에는 마치 TV에서나 본 것 같은 거대한 홀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 아래에 단이 하나 놓여 있었고 벽면에는 거대한 스크린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좌석이 놓여 있었고 그 좌석은 B급 이상 헌터들과 각 고위 관료들로 만석이 채워져 있었다.
선생님은 좌석 중 가장 첫 번째 자리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셨다.
나 역시 선생님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려던 바로 그때.
선생님이 나를 향해 말씀하셨다.
“넌 여기가 아니지.”
“네?”
의아해하는 나를 향해 선생님이 어딘가를 가리키셨다.
“넌 저기로 가야지.”
선생님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거대한 홀의 중심.
단상이었다.
■ 제159편 총책임자 강호입니다 □
“세상에.”
수많은 눈이 내게 쏠렸다.
홀에 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 나를 바라봤다.
한순간에 왁자지껄하던 홀이 조용해졌고 난 침묵 속에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단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 어린데 깡이 있네.”
“그러게. 안 떠는 거 봐.”
홀에 앉은 헌터 중에선 내 나이의 두 배가 넘는 헌터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모두 나를 바라보며 깡이 있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멀리서 앉아 있던 탓에 내 다리가 미세하게 후들거리는 것을.
그리고 내 마른침이 수도 없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것을.
난 엄청난 긴장감 속에서 결국 단상 앞에 서게 되었다.
꿀꺽-
한숨을 쉴 여유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여태까지 했던 큰일들은 그저 닥쳤기에 곧바로 했던 것이지만, 지금처럼 멍석을 깔아 준 것은 자기소개 이후로 처음이었다.
난 고개를 살짝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엄청나게 밝은 조명 수십 개가 나를 향해 있어 눈이 부실 정도였다.
하지만 사실 조명은 내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 뿐.
난 조명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아래에서 보니까 더 많네.’
지금의 나를 신경 쓰이게 만드는 건 역시 엄청나게 많은 눈이었다.
아래에서 보니까 마치 몇천 대의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후…….”
난 겨우 숨을 골라냈다.
사실 엘림 시절에 이런 단상에 서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때 내 아래에 서 있던 정령들은 지금 이 사람들보다 많기도 했었고 말이다.
…….
하지만 그때와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아무래도 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인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단상 앞 마이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자, 조금씩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왜 아무 말도 안 하지?”
“몰라. 긴장했나 봐.”
처음에는 그저 나를 긴장한 사람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를수록 나에 대한 믿음이 의심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뭐야. 저런 애한테 맡겨도 돼?”
“그러니까. 난 애초에 믿음이 안 갔다니까.”
사람들의 믿음이 의심으로 변하고 그것이 확산되는 것은 너무나도 빨랐다.
하지만 단 아래에 서 있는 난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그렇게 밝은 조명과 사람들의 수군거림만 홀 내에 가득하던 그때.
-아아.
드디어 스피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야?”
누군가의 목소리가 홀 내를 가득 채우자 사람들은 수군거림을 멈추고 일제히 단 아래를 내려다봤다.
-자. 모두 조용!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 이유는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때문이 아니었다.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맑은 여자아이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니아이스……!”
그렇다.
내가 긴장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던 그때.
먼저 마이크를 잡은 건 다름 아닌 니아이스였다.
니아이스는 마이크를 잡은 채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못된 말! 다들 호야한테 못된 말 하면 니아이스한테 혼난다!
니아이스가 주먹까지 쥐어 보이며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흠칫 놀라며 니아이스를 마이크에서 떼어 놓았다.
“니아이스 왜 그랬어!”
-호야한테 뭐라고 하니까…….
니아이스는 내 손에 붙들린 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고 난 그런 니아이스를 꾸짖었다.
그리고 니아이스를 바닥으로 내리고 내가 다시 마이크를 잡으려는 그때.
-인간들! 걱정하지 마라! 이 플레임 님이 있으니까!
이번에는 플레임이 마이크를 낚아챘다.
니아이스와는 달리 플레임은 마이크를 잡은 채 깔깔거리며 웃었고 순식간에 홀 안에는 플레임의 웃음소리만 가득 찼다.
“플레임!”
난 플레임을 서둘러 마이크에서 떼어 놓았다.
-캬캬! 그러니까 너무 겁먹어 있지 말라고!
플레임은 마이크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난 플레임을 니아이스 옆에 내려놓은 뒤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니아이스와 플레임 말고는 더 이상 이런 짓을 할 정령은 없을 테니.
이제 제대로 말을 건네야…… 할…….
뭐야. 왜 또 있어.
-저…… 저어…….
사실 니아이스와 실피아는 사교성이 좋고 겁이 없어 이런 짓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움까지 그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니, 차라리 실피아가 했으면 했지 소심함의 극치인 노움이 저렇게 단상 앞에 설 줄은…….
정말 몰랐다.
-다들…… 자…… 잘 부탁드려요!
후다닥-
노움은 저 한마디만 건넨 뒤 스스로 단상에서 후다닥 내려왔다.
엄청 부끄러웠던 건지 노움의 얼굴은 빨간 홍당무가 되어 있었고 양손으로는 심장을 부여잡고 있었다.
‘아니 저럴 거면 왜 한 거야.’
난 그런 노움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세 정령의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
난 실피아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말했다.
‘넌 안 할 거지……?’
그러자 실피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가 하겠냐.
라고 조용히 읊조렸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드디어 단상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반갑습니다. 델타 게이트 총책임자. 강호입니다.”
마이크에 입을 대고 첫마디를 꺼내는 순간.
더 이상 몸은 요동치지 않았다.
마른침도 더 이상 삼킬 필요가 없었고 다리도 떨리지 않았다.
정령들의 돌발 행동이 내 긴장을 완전히 풀어 버린 것이다.
난 옅은 미소를 띠며 뒤를 돌아 정령들을 바라봤다.
-호야! 잘해!
-인간! 앞에 봐야지!
-파…… 파이팅.
정령들은 뒤에서 옹기종기 모여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난 그런 정령들에게 힘을 받아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결전의 날. 그날이 지구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습니다.”
이 충격적인 첫마디를 시작으로 난 총책임자로서의 말문을 열었다.
* * *
“이게 중요합니다. 절대 살생은 없다.”
한번 말문이 트이자 그다음부터는 물 흐르듯 유연하게 흘러갔다.
처음에는 몇몇 이들이 나를 의심했지만, 계속된 내 설명과 현실적이고 동시에 합리적인 내 계획에 그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내 계획이 모두에게 잘 전달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더라도 그에 대한 반대는 나오는 법이었다.
“그럼 이제부터 질문을 좀 받겠습니…….”
“잠깐.”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남자가 자세를 일으켰다.
난 의아한 표정으로 그 남자를 바라봤다.
“이의가 있는데.”
그 남자를 바라본 주변 헌터들은 흠칫 놀랐다.
난 그를 알지 못했지만, 그는 헌터 업계 내에서는 꽤 알아주는 헌터였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받을 뿐이었다.
“네. 말씀하세요.”
내가 그 남자를 향해 손짓하자 그 남자는 이내 팔을 걷어붙이더니 나를 향해 매섭게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난 솔직히 당신 못 믿겠어. 프랜시프를 쓰러트렸다고 하는데 그 연약한 몸으로 프랜시프를 쓰러트린다는 게 말이나 돼?”
“그건 사실입니다만.”
남자는 내 자질에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를 죽이지 말자니, 무슨 평화 협정 맺냐?”
카강-
남자가 걷어붙인 팔이 한순간에 강철로 바뀌었다.
남자는 강철로 바뀐 팔로 자신 앞에 놓인 마이크를 찌그러트리더니 이내 나를 향해 말했다.
“지금 한판 붙어. 그 비실비실한 몸의 분수를 깨닫게 해 줄 테니까.”
“하…….”
난 남자를 바라보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사실 저런 부류의 인간은 어딜 가든 항상 존재한다.
어딘가 조금씩 꼬여서 엇나가는 그런 사람들.
하지만 난 지금 저 남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홀에서 저 남자를 때려눕히는 것도 보기에 이상할 테니까.
“쫄았냐? 그러니까 분수에 맞게 행동을 해야……!”
남자가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나를 도발하던 바로 그때.
내 뒤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잠깐.”
차마 내가 말리기도 전이었다.
난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았고 그곳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실피아와 그 실피아를 말리는 다른 정령들이 있었다.
실피아는 거친 바람을 양손에 머금은 채 단상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마이크 앞에 멈춰 섰다.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