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King went to school RAW novel - chapter 165
난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서둘러 최전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드디어…… 왔구나.”
가장 먼저 게이트에서 나타난 건 다름 아닌 키리엘이었다.
난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 보스가 먼저 나오는 거지.
보통 보스는 맨 마지막에 나올 텐데.
라는 생각을 가지고 키리엘을 경계하던 그때.
키리엘이 우리를 향해 말했다.
“자. 제안을 하러 왔어요! 우리 싸우지 맙시다!”
“……?”
키리엘의 생뚱맞은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냐!”
김지혜 선생님이 최전방으로 걸어 나와 키리엘에게 물었다.
그러자 키리엘은 익살맞은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아니, 생각해 보니까 싸워 봤자 서로 손해이지 않아요? 그냥 좋게 좋게 지내자고요!”
“제안은 그게 끝이냐?”
“어…… 음…….”
선생님의 말씀에 키리엘은 고개를 푹 숙였다.
사람들은 키리엘이 잠깐 고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알아챘다.
키리엘은 지금 고민 따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푸…… 푸…… 푸하하핫!”
고개를 푹 숙였던 키리엘이 고개를 갑자기 치켜들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선생님을 비롯한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키리엘을 바라봤고 키리엘은 이내 미친 듯이 웃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푸…… 푸하핫……! 꺽…… 꺼억…….”
…….
“뻥이지롱.”
키리엘은 한쪽 손으로는 자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살짝 손가락을 튕겼다.
…….
으워어어어어어어어-
그러자 거대한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 제164편 결전의 날 (2) □
“그럼 이제부터 화려한 축제의 막을 열겠습니다!”
마치 행사장의 MC 같은 말투로 키리엘이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어둠만이 가득했던 게이트는 키리엘의 목소리와 함께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수많은 악령이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끼에에엑-
서울 전역을 가득 채우는 악령의 기분 나쁜 울음소리.
물밀 듯 몰려오는 악령의 숫자에 헌터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한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최전방에 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들의 긴장은 눈 녹듯 사라졌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우린 승리한다!”
김지혜 선생님의 우렁찬 목소리에 헌터들은 자신의 무기를 더 굳게 부여잡으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전쟁은 시작되었다.
콰과광-
“등을 내주지 마라! 진영을 넓게 써 적들의 이동을 차단하라!”
가장 먼저 악령들과 맞부딪친 건 다름 아닌 무투계 헌터들이었다.
정령왕조차 버거워하는 신체 능력과 무력을 가지고 있는 악령들이었기에 초반에는 큰 차이로 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게 진상을 부렸던 남자의 지휘력은 뛰어났고 점점 무투계 헌터들은 악령들을 제압해 나가기 시작했다.
“으랏챠!”
가장 최전방에 섰던 김대호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악령들을 때려눕혔다.
두껍고 거대한 그 녀석의 주먹에 정통으로 맞은 악령들은 그대로 바닥에 정신을 잃고 나뒹굴었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는데.”
난 뒤에서 무투계 헌터들의 난전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이기는 게 아닌가. 싶었으니까.
“생각보다 저항이 거세네! 그렇다면 제2막을 열어 줘야지!”
키리엘이 준비해 온 건 그저 저 수많은 악령뿐만이 아니었다.
키리엘의 목소리가 허공을 수놓기 시작하자 이번엔 게이트에서 거대한 존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으워어어-
데빌혼과 바다가 거대한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건 뭐야.”
예상치 못한 거대 병기의 등장에 헌터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나 역시 속으로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저들을…….’
키리엘이 악령들만 데리고 오지는 않을 거라는 걸 예상은 했지만, 저 존재들을 데려올 줄은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데빌혼과 바다의 등장에 이어 게이트의 높은 곳에서는 카이메로와 킹 그리핀이 날개를 거칠게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전세는 역전되었다.
“자! 이런 걸 반격이라고 하던가?”
키리엘의 익살맞은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존재들이 무투계 헌터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데빌혼의 등장과 동시에 최전방에 선 무투계 헌터들은 마치 빗자루에 쓸리는 먼지처럼 쓸려 나가기 시작했다.
데빌혼이 주먹으로 땅을 내려치자 순식간에 무투계 헌터 몇십 명이 나가떨어졌고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퇴각 명령을 내렸다.
“작전상 후퇴다! 동료를 챙겨라!”
무투계 헌터들은 쓰러진 자신들의 동료를 들쳐 업고 부리나케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후퇴가 시작되자 후방에 있던 마법계 헌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차례다! 저들을 엄호하라!”
후방에 서 있던 수많은 마법계 헌터들은 선생님의 목소리에 일제히 공격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퍼펑-
후퇴하는 무투계 헌터들을 쫓는 데빌혼의 다리에 그들의 공격은 명중했고 데빌혼은 잠시 휘청거리며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데빌혼이 무릎을 꿇으며 그 아래에 있던 악령들 역시 깔려 쓰러졌고 선생님과 마법계 헌터들은 그 틈을 노리지 않았다.
“지금이 기회다! 다시 한번 일격을 집중시켜라!”
선생님의 명령에 따라 헌터들은 자신의 젖 먹던 힘까지 모은 일격을 쓰러진 데빌혼의 머리에 쏟아부었다.
만약 저 일격이 성공한다면 데빌혼이라는 거대 병기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터.
…….
하지만 그들에겐 데빌혼만 있는 게 아니었다.
으어어-
순식간에 막혀 버린 마법계 헌터들의 일격.
그걸 손쉽게 막아 낸 건 다름 아닌 바다였다.
바다는 자신의 거대한 몸으로 모든 일격을 받았고 그들의 마법은 바다의 거친 물결 속에 소멸되고 말았다.
“이럴 수가. 재정비. 재정비해라!”
그들의 마지막 일격이 실패해 다시 재정비하기 시작하던 그때.
그들의 위에서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마력을 보충하며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을 때는 이미 마법계 헌터 두 명이 킹 그리핀의 발에 잡혀 있었다.
“구해라! 도망치게 둬서는 안 된다!”
선생님과 헌터들은 화들짝 놀라며 날아가는 킹 그리핀을 향해 공격을 쏟아부었지만, 킹 그리핀은 그저 유유히 저 멀리 날아갈 뿐이었다.
그리고 날아간 킹 그리핀 대신 그들에게 다가온 건 다름 아닌 엄청난 화력의 불꽃이었다.
화르르륵-
“실드! 실드를 펴라!”
한순간에 공중에서 쏟아진 엄청난 화력의 불꽃.
선생님을 비롯한 헌터들 여러 명이 붙어서야 겨우 막아 낼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불꽃이었다.
그 불꽃은 다름 아닌 카이메로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크흑……. 막아야 한다!”
거대 병기들의 참전으로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고 말았다.
마법계 헌터들은 카이메로를 막는 데에 급급했고 킹 그리핀은 그 와중에 엄청난 속도로 마법계 헌터들을 노렸다.
그리고 지상에서는 데빌혼이 꿇었던 무릎을 일으켰고 바다는 거침없이 무투계 헌터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완벽한 반격의 순간이었다.
“캬하핫! 이야! 우리는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되겠는데?”
키리엘은 뒤편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며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
그때.
우리의 최종 병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으니. 계획대로 하면 되겠지.”
난 자리에서 일어나 최전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호야 가는 거야?
“그래. 가는 거야.”
난 정령들을 어깨 위에 올린 채 느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령들을 향해 말했다.
“실피아, 플레임. 쟤들 구해 줘.”
-알겠어. 인간! 나만 믿어!
-알았다고.
내 목소리에 플레임과 실피아는 내 어깨에서 날아올라 마법계 헌터들을 향해 다가갔다.
“점점 실드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크흑……. 절대 뚫려서는 안 된다!”
마법계 헌터들은 쉴새 없이 쏟아지는 카이메로의 불꽃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킹 그리핀은 계속 거친 날갯짓으로 그들을 위협했다.
그렇게 마법계 헌터들에게 절체절명의 순간이 도래하던 그때.
어디선가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인간들. 괜찮아?
“이 목소리는…….”
선생님은 고개를 살짝 돌려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봤다.
-여긴 내가 할게. 넌 저기 가.
-말 안 해도 알거든.
플레임과 실피아는 각자 연습이라도 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간들! 이 플레임 님이 왔으니 걱정하지 마!
플레임은 힘겹게 실드를 치고 있는 헌터들을 향해 활짝 웃어 보인 뒤 이내 카이메로의 불꽃을 향해 양손을 내밀었다.
화르르르륵-
그리고 거친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플레임의 불꽃은 순식간에 카이메로의 불꽃을 압도하며 솟구쳐 올라가 카이메로의 살결을 태우기 시작했다.
크워어어-
그러자 카이메로는 흠칫 놀라며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이내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단 일격에 카이메로를 압도한 플레임.
그건 실피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거 하나 제대로 못해서…… 원…….
푸화아아아-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비행하는 킹 그리핀.
실피아는 그런 킹 그리핀의 날갯짓을 유심히 지켜본 뒤 이내 거칠게 휘몰아치는 작은 소용돌이를 날려 보냈다.
끼에…… 끼에에엑-!
킹 그리핀의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지만, 소용돌이에 날개가 휘말려 버린 킹 그리핀은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쿠궁-
결국, 날갯죽지가 맛이 간 킹 그리핀은 바닥에 거대한 굉음과 함께 추락했고 헐레벌떡 일어나 게이트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런 것도 하나 못하고 말이야.
킹 그리핀을 쓰러트린 실피아는 한심한 표정으로 헌터들을 바라봤다.
두 정령의 등장으로 마법계 헌터들은 겨우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상 역시 같은 상황이었다.
“노움.”
-네…… 네!
내 어깨에서 폴짝 뛰어오른 노움은 바닥에 손을 짚은 뒤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땅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칠게 반으로 갈라졌다.
크워어어-
놀랍게도 반으로 갈라진 땅은 데빌혼을 집어삼켰고 데빌혼의 하반신만 땅 아래에 박아 넣은 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데빌혼은 거친 울음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깊숙이 박힌 하반신을 빼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게 데빌혼이 전투 불능이 되자 남은 건 바다뿐.
난 니아이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니아이스. 살살 해.”
-응!
니아이스는 내게 활짝 웃어 보이며 어깨 위에서 내려가 바다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한쪽 손을 앞으로 쭉 뻗은 뒤 한쪽 눈을 질끈 감았다.
-자…… 간다아!
푸화아아아-
앙증맞은 작은 손에서 해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해일과 같은 거친 물줄기는 순식간에 바다의 몸을 꿰뚫었고 이내 바다의 물결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으워어어어-
바다는 자신의 물결이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버리자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고 그대로 털썩 쓰러져 버렸다.
“어……. 다…… 다시 돌격이다!”
바다와 데빌혼이 전투 불능이 되자 무투계 헌터들은 다시 적진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고 난 그 뒤를 느린 걸음으로 따랐다.
그리고 쓰러진 바다 앞에 멈춰서 바다를 바라봤다.
“바다가…… 어째서.”
바다가 자신의 친구들을 모두 죽인 키리엘의 편에 선다는 건 사실 이해할 수 없었다.
키리엘에게 죽었으면 죽었지 그의 편에 설 녀석이 절대 아니었으니까.
“바다…… 왜 그런 거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바다를 어루만지며 그 녀석을 살피던 그때.
“……저건.”
바다의 깊숙한 곳에서 어두운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의 정체를 자세히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난 본능적으로 그것이 바다를 조종한다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너무 깊숙이 있어 저걸 직접 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카이메로, 데빌혼, 킹 그리핀 역시 바다와 같은 상황인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