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King went to school RAW novel - chapter 36
“당장 내려와.”
-히이익!
내 무서운 목소리를 들은 플레임은 아까 전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이 날아올 때보다 더 창백해진 표정을 지으며 내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워터 소드를 고쳐 잡으며 거대 용암 거인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슬라임처럼 재생이 빠르지는 않군.”
내가 매서운 눈빛으로 용암 거인을 응시하는 사이 플레임은 어느새 내 옆에 와 있었고, 나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플레임의 이마에 꿀밤을 한 대 놓으며 말했다.
콩.
“이따 보자.”
-히이익!
“니아이스 옆에 가 있어.”
나는 마치 집 밖에서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을 혼내는 어머니처럼 플레임을 혼냈고, 플레임은 꿀밤을 맞은 이마를 쓱쓱 문지르며 울상이 된 표정으로 니아이스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길래 왜 까불어. 바보 쁠레임.
그리고 플레임이 니아이스 쪽으로 안전히 걸어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다시 매서운 눈빛으로 용암 거인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팔이 잘리자 분노한 용암 거인은 미친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그것과 내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러자 거대 용암 거인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팔을 자른 존재가 나라는 것을 알아챈 것인지 내게 아직 잘리지 않은 반대쪽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크워어어어!
그렇게 용암 거인의 육중한 주먹은 나를 향해 미친 듯한 속도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고 날아오는 주먹을 정면으로 응시한 뒤, 푸른 빛을 내뿜으며 거대 용암 거인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5%짜리 엘림의 시간이다.”
■ 제36편 용암 게이트 입성 (6) + 반격의 서막 □
콰쾅!
거대 용암 거인의 육중한 주먹과 서늘한 감각이 담긴 나의 워터 소드가 공중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만약 엘림 그 자체였다면 간단히 나의 승리를 점쳤겠지만, 지금의 나는 엘림의 힘을 5%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
지금 정면으로 맞붙은 단 한 번의 일격에서 나는 은연중에 깨달았다.
이 싸움.
쉽게 승리를 점칠 수는 없겠다고.
‘역시 보스 몬스터라는 이름값은 한다는 건가.’
나는 다시 한번 공중으로 높게 날아오른 뒤 용암 거인의 주먹을 향해 워터 소드를 휘둘렀다.
서늘한 기운을 품은 워터 소드의 검날은 재빨리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을 베어 내려 했으나, 힘을 조금밖에 쓰지 못하는 지금의 나로서는 역부족이었다.
“크흑.”
샤악!
팅!
워터 소드의 검날은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을 베어 내지 못한 채 그대로 튕겨 나왔고, 나는 튕겨 나온 충격으로 인해 주춤거리며 바닥에 발을 디뎠다.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을 일격에 베어 내지 못한 탓인지 워터 소드를 쥐고 있던 양손에 미세한 떨림이 흐르기 시작했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워터 소드를 고쳐 잡은 뒤 매서운 눈빛으로 거대 용암 거인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이 힘도 무한하게 쓸 수 있는 건 아닌데. 큰일 났군.’
…….
“한 번에 끝내는 게 맞겠다.”
나는 다시 한번 양손에 힘껏 힘을 줘 워터 소드를 쥔 뒤, 푸른 빛을 내뿜으며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나의 상태는 겨우 5%짜리 엘림. 하지만 그마저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한계가 존재하는 힘이다.
저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기에 역부족인 힘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
이 힘을 한계치까지 끌어 올린 뒤 일격을 날리는 것.
그게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전략이겠지.
“간다.”
나는 다시 푸른 빛과 함께 거대 용암 거인을 향해 날아올랐고, 거대 용암 거인 역시 내 움직임을 예상한 듯이 아까 전과 같은 육중한 주먹을 휘둘러 대기 시작했다.
슈와아아아아아!
뜨거운 용암을 뚝뚝 떨어트리는 육중한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내게 날아오기 시작하자 마치 매서운 기차가 달리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부릅뜬 채 내게 달려오는 기차를 정면으로 받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아까 전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이 부딪치고 튕겨 나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번에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냉철한 정령왕인 엘림과 계산적인 인간인 강호는 실패할 도박에는 발조차 들이지 않는다.
난 내 작전이 실패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만약 실패한다면, 여기서 끝이겠지만.
‘아직이다.’
‘아직.’
‘아직…….’
…….
“지금이다.”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이 내 몸에 명중하기 바로 직전까지 나는 기다렸다.
뜨거운 열기가 내 살갗을 태워 버릴 때까지 나는 기다렸다.
바로 이 한 번뿐인 완벽한 타이밍을 위해서.
만약 거대 용암 거인에게 생각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나를 보고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까 전과 똑같이 부딪치려 하는군. 이번에도 힘껏 날려 주마.’라고.
하지만 진정한 전략가는 눈앞에 닥친 지금뿐만이 아닌 몇 수 앞까지 내다보는 법.
내가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을 향해 맞섰던 것은 완벽한 타이밍을 위한 밑거름일 뿐이었다.
크워어어!
거대 용암 거인은 자신의 모든 힘을 내지르는 주먹 한 곳에 집중시켰고, 그로 인해 몸의 비중이 주먹에 쏠리기 시작했다.
적의 모든 감각이 공격에 쏠리는 바로 이 순간이 내가 기다렸던 완벽한 『타이밍』이다.
휘릭!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이 나를 불태우기 바로 직전.
나는 공중에서 몸을 돌려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살짝 어지럽긴 했지만, 공중의 회전은 땅에서 회전하는 것에 비해 영향력이 엄청났다.
그로 인해 내 몸은 조그마한 회전에도 거침없이 돌기 시작했고, 나는 몸의 회전을 이용해 부드럽고도 아슬아슬하게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을 흘려 보내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은 나를 겨냥했지만 결국 맞히지 못한 채 그대로 흘려 보내졌고, 그로 인해 거대 용암 거인의 몸 중심이 주먹을 향해 급격히 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아직 남아 있는 내 몸의 회전을 이용하여 중심을 잃은 거대 용암 거인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크워어!
“끝이다.”
나는 정신을 최대로 집중해 회전의 미세한 방향마저 컨트롤하기 시작했고,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거대 용암 거인의 목덜미를 향해 거침없이 워터 소드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샤악!
그러자 거대 용암 거인의 목덜미 부분에 맞닿은 서늘한 워터 소드의 검날은 서서히 용암 거인의 목덜미 부분을 베어 내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
하지만 아까 전 워터 소드의 검날이 튕겨 나온 것처럼 지금의 힘만 가지고는 거대 용암 거인의 피부를 베어 낼 수 없었고, 나는 악을 지르며 온몸의 힘을 워터 소드를 쥐고 있는 양손에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처음 검격으로 팔을 잘라 낸 건 어떻게 했던 거지. 이렇게 단단한데.’
드득…….
드드드득…….
결국, 워터 소드는 거대 용암 거인의 피부를 베어 내기 시작했고 마치 톱날로 바위를 베는 듯한 소리가 용암 지역 전역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분 나쁜 소리는 커다란 굉음과 함께 사라졌다.
으워어어어!
쿵!
거대 용암 거인은 무게중심을 잃은 채로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허우적거리고 있었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날을 그것의 목덜미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결국, 거대 용암 거인의 목을 베어 내는 데 성공했다.
깔끔하게 베어 내지 못한 거대 용암 거인의 머리통 부분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고 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거대 용암 거인 머리통의 잔해들을 확인한 뒤 드디어 몸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을 풀기 시작했다.
“이제야 끝인가.”
머리 부분이 없는 거대 용암 거인의 몸뚱어리는 머리가 베이기 전 자세처럼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상태에서 쓰러지지 않았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거대 용암 거인의 숨이 끊겼다고 생각해 그것의 잔해 옆에 사뿐히 착지한 후 털썩 주저앉았다.
“전력(專力)을 다한다는 게 이런 건가…….”
나는 그렇게 바닥에 주저앉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지친 몸을 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스 몬스터를 겨우 5%짜리 엘림으로 완벽히 쓰러트렸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었던 걸까.
내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자마자, 미세한 진동과 함께 땅이 울려 대기 시작했다.
쿠쿵…….
쿠구궁…….
“뭐지 또.”
나는 그 진동 소리를 느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진동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저건 또 뭔데.”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고, 그 소리의 근원지에서 잊고 있던 것과 충격적인 사실을 동시에 떠올렸다.
“맞다. 용암 거인.”
보스 몬스터인 거대 용암 거인을 쓰러트리기 전, 거대 용암 거인은 바윗덩어리들을 이용해 작은 용암 거인들을 만들어 뒀다.
하지만 나는 플레임과 니아이스를 챙기는 동시에 거대 용암 거인을 상대하느라 그것들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바닥에 착지했을 때 왜 그것들이 안 보이는지 먼저 자각해야 했는데…….
그리고 내가 잠시 잊고 있던 용암 거인들은 내가 예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충격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저게 저렇게 쓰인다고?”
거대 용암 거인이 작은 용암 거인들을 만들어 낼 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군대를 만드나.’ 아니면 ‘병력 증가인가.’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들의 본래 쓰임새는 그런 표면적인 것이 아니었다.
용암 거인들의 본래 쓰임새는 내가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 쓰임새.
다름 아닌 『예비 부품』이었다.
내가 거대 용암 거인의 머리통을 베어 버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던 그때.
수많은 용암 거인들이 줄지어 쓰러진 거대 용암 거인의 몸뚱어리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고서는 하나둘 거대 용암 거인의 잘린 머리통 부분으로 흐르는 용암을 타고 기어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잘린 머리통 부분에 자신들의 몸을 차곡차곡 쌓아 대기 시작했다.
마치 부서지면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처럼 말이다.
“저건 말도 안 되잖아….”
크워어어어!
순식간에 용암 거인들은 자신의 몸을 거대 용암 거인의 부서진 부분에 덧대었고, 내가 그걸 차마 저지하기도 전에 그 용암 거인들의 몸뚱어리는 거대 용암 거인의 머리통과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적당히 사기여야지.”
순식간에 용암 거인들은 거대 용암 거인의 머리통으로 변했고 그러자 언제 머리가 잘렸냐는 듯이 거대 용암 거인이 한 손으로 땅을 짚고 우뚝 일어서기 시작했다.
크워…….
머리가 잘렸어도 기억은 그대로였는지 거대 용암 거인은 고개를 거침없이 꺾어 대며 나를 찾아내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며 그것의 눈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의 다리는 도저히 달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나는 정신력으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잡아끌며 근처의 바위로 몸을 숨기기 시작했다.
으워어어!
하지만 불행하게도 내가 바위틈에 몸을 숨기는 것보다 거대 용암 거인의 시야에 내가 들어가는 것이 더 빨랐다.
으워어어어어!
거대 용암 거인은 지친 몸을 이끌고 바위틈으로 들어가는 나를 발견하고서 용암 지역이 전부 울려 용암이 끓어오를 정도의 우렁찬 괴성을 질러 대기 시작했고, 나는 그 괴성을 듣고 더 빠르게 다리를 잡아끌기 시작했다.
‘이건 진짜 조졌다.’
쿵!
쿵!
거대 용암 거인은 우렁찬 괴성을 지른 뒤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뛰어오기 시작했고, 내가 뒤를 돌아봤을 때는 이미 그것은 바로 뒤에서 나를 향해 용암이 뚝뚝 흐르는 주먹을 날려 오고 있었다.
슈우우욱!
결국,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에 흐르고 있는 열기가 내 앞까지 다가왔고 나는 본능적으로 두 팔을 올려 얼굴 부분을 막았다.
…….
‘이제 진짜 끝인 건가.’
으워어어어!
아무리 강했던 전직 정령왕이라도 그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의 나는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저 용암이 뚝뚝 떨어지는 주먹을 정통으로 맞는다면 그대로 불타고 부서져서 잿더미가 되겠지.
…….
잠깐.
그러면 니아이스와 플레임은.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이 내게 다가오는 그 짧은 찰나에도 내 머릿속에는 니아이스와 플레임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니아이스와 플레임 다음으로 든 생각은 바로 이것.
지금처럼 정령왕의 힘을 쓸 수 없는 나는 무엇일까, 였다.
정령왕도, 정령왕의 힘을 빌려 쓸 수 있는 인간도 아닌 지금의 나는 과연 무엇일까.
머리가 좋은 평범한 인간인가.
아니면 그저 나약한 인간인가.
…….
아니.
생각해 보니 지금의 나는 말이지.
촤아아아아아!
-호야! 니아이스 왔어!
화르르르르르르!
-어이 인간! 다친 곳은 없어?
지금의 나는 바로 두 정령의 계약자이자,
세계 최초 전대미문의 정령사.
강호다.
■ 제37편 용암 게이트 입성 (7) □
모든 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은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평소에 동네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던 옆집 학생도, 평소에 도대체 뭘 하고 사는지 모르겠는 윗집 형도, 지금 나를 지켜보고 있는 당신들도 각자의 깊이만 다를 뿐 개개인의 한계는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힘을 한계치까지 끌어다가 쓴 한계에 도달한 상태.
그러면 지금 나는 어떻게 될까.
한계를 받아들이고 주저앉아 저 거대 용암 거인의 주먹에 재 가루가 되기만을 기다려야 할 것인가.
…….
개개인의 실패와 좌절을 비웃을 생각은 없지만 앞서 말했듯이 모든 사람에게 한계는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한 멋진 사람』들은 대개 그 한계를 넘어서거나 노선을 바꾼 사람들이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지 않아도 좋다.
당신 앞에 놓인 벽을 수십 번 올라도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벽을 넘지 말고 뒤를 돌아 새로운 길을 찾아라.
우직하게 한 길로만 걷기에 아직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도 짧으니까.
-이걸 보는 미래의 당신들에게-
* * *
“니아이스. 플레임?”
-호야아!
-인간!
거대 용암 거인이 휘두르는 주먹의 열기가 나를 덮치려던 바로 그 순간.
폭포수처럼 세찬 물줄기와 화염방사기 수백 대를 틀어 둔 것만 같은 화력의 화염이 내 등 뒤에서 쏟아져 날아오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아아!
화르르르르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