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33
SSS급 재벌 헌터 033화
회사를 나와 이예나와 헤어진 이후에 나는 양슬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딱딱하다.
-왜요?
벌써부터 반항기가 보인다.
“많이 섭섭했냐?”
-쳇! 섭섭하기는 뭐가 섭섭해요? 상관없으니까 가던 길 가요!
“뭘 그래? 섭섭하구먼.”
-아니라니까 왜 그래요!? 할 말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
“남는 귀걸이가 있어서 그러는데…….”
-뭐라고요!?
양슬하의 목소리가 단숨에 반전되었다.
이런 단순한 녀석을 보았나. 어떤 귀걸이인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좋아해도 되는 건가?
“귀걸이를 선물하려고 한다.”
-사부님 싸랑해요!
“바로 사부 소리가 나오냐?”
-헤헤헤. 아까는 짜증내서 미안해요. 가위바위보에 져서 빡치더라고요.
“휴우. 지금 어디야? 멀리 가지는 않았을 것 아니야?”
-회사 담벼락 뒤에서 담배 피우고 있어요.
“…….”
중딩이 담배를 피운다고 저렇게 당당하게 말을 하다니.
도대체 양슬하는 일부러 저러는 건지, 원래 양아치 기질이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일단 만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양슬하가 웃는 낯으로 인사를 했다.
“사랑하는 사부님!”
“징그럽다!”
양슬하는 그대로 달려와서 안기려 했다.
당연히 중학생과 어쩌고저쩌고 하는 취미는 없었으므로 가볍게 피해 준다.
양슬하는 제비 새끼처럼 나를 바라봤다.
“저는 언제나 충성을 다하는 제자예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자! 받아.”
나는 무한의 공간 주머니에서 귀걸이 하나를 내밀었다.
어차피 감정을 할 수 없는 양슬하였기에 A+라는 랭크만 보일 거다. 별로 좋은 옵션은 아니지만 그걸 양슬하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슬하는 좋아서 방방 뛰었다.
“꺄악! 고마워요!”
양슬하는 다시 나에게 안기려 했다. 당연히 피했고, 그녀는 꺼꾸러졌다.
털썩!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나서 만면에 가득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좋냐?”
“네!”
“왜 그렇게 좋은데? 너 정도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헌터들 사이에서 귀걸이가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는지 모르시죠? 허접한 귀걸이라도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예요. 그런데 A+등급이라니요? 상상이 되세요?”
“아니.”
“헤헤. 스승님은 지존무상하시니까 잘 모르시겠죠.”
“말은 아주 잘 한다.”
양슬하의 눈에서 꿀이 줄줄 떨어지고 있었다.
지금 이대로 지옥으로 가라고 해도 웃으면서 갈 것 같았다.
‘다행이다. 이년이 화나면 물불을 안 가릴 테니까.’
불행하게도 나는 아직까지 양슬하를 어떻게 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 때문에 이렇게 사정을 봐주는 것이다.
“그럼 내일 봬요! 내일부터는 노가다를 함께 뛰도록 해요.”
“오늘과 같이 아이템이 연속으로 뜰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해.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그냥 나는 슬슬 데스 나이트 업을 하면서 노가다를 하면 되는데, 너는 지겨울걸?”
“아니에요! 저도 한 노가다 해요.”
“그러냐. 그렇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어차피 양슬하는 아이템 합성을 하지 못하므로 SS랭크 이상의 아이템은 내가 갖는다고 제약을 걸어 놓으면 된다. 그리고 나에게는 SS랭크 이하의 아이템이 필요가 없었다.
나는 노예의 의지를 불어넣어서 좋고, 노예들은 자발적으로 기쁘게 노동을 해도 좋고,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다.
회사 앞에 이르러 양슬하와 헤어지기로 했다.
“스승님, 내일 봬요!”
“오냐.”
“전화 드릴게요!”
“그건 됐고.”
그녀가 탄 택시가 저 멀리 사라졌다.
“휴우. 나도 집에 가 봐야겠네.”
뭔가 한바탕 난리를 치른 것 같다.
그래도 오늘 그녀들의 충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으니 수확이 적다고 볼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분위기가 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강소라 소령이 집에 찾아와 있었다.
“헉! 강 소령이 어떻게?”
“오셨어요?”
“왔느냐?”
형제들의 얼굴은 구겨져 있었고 아버지는 양팔을 벌리면서 나를 맞이하셨다.
“어서 와라!”
“다, 다녀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네가 명예소령이란다. 임관식에 참석을 해 달라고 하던데 말이다.”
“그건 말입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가족들이 임관식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도대체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지?
내가 소령이 되면 당연히 형제들이 경계를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기차는 떠나갔다. 되돌릴 수 없다면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형제들이 경계를 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연신 폭탄을 투척하셨다.
“거기에다가 국방부와 계약을 한다고!?”
“그것까지 말을 한 겁니까?”
“어차피 알려질 일이었어요. 국방부에서 3천 억 규모의 공사를 민간 기업에서 수주하는데 알려지는 것은 순식간이죠. 곧 공식적으로 발표도 할 거예요.”
“으음.”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조심을 하려 했는데도 불구하고 일이 이렇게 꼬여 간다면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일 수밖에는 없었다.
“운이 좋았어요.”
“운이 좋았다고?”
“대신건설에서 코어를 마정석으로 대체하고 있는 연구를 하고 계셨던 것은 아시죠?”
“그렇지. 그건 적자사업이나 마찬가지라서 지원을 끓었다. 우리도 기업인데, 인류에 공헌하는 셈치고 연구를 한다고 해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대신건설은 망하기 직전이었는데, 거기에 돈을 쏟아부을 여력은 없었지.”
“A+등급의 코어를 마정석으로 대체하면 A등급의 코어가 됩니다. 대량으로 마정석을 생산하여 양슬하 양이 가지고 있던 지식을 이용하여 몬스터 방어 설계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양슬하 양이 함께한다고!?”
“예.”
“허어.”
아버지는 침음을 흘리셨다.
형제들은 시샘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우려하던 상황이 드디어 발생했다.
그건 바로 형제들이 나를 경계하는 것. 한 번 경계를 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화가 미칠 것이다. 둘이 담합을 한다든지 해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의 일은 언젠가는 터졌어야 했다. 예상보다 약간 일찍 터진 것뿐이다.
“정말 운이 좋았구나. 설마 명예소령이 되는 것도 그 때문이냐?”
“양슬하 양이 저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 때문에 수익의 50%를 그녀에게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으음! 그건 조금 큰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비자금을 합법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입에서 술술 나오고 있었다.
국가에서 공사비의 20%를 비자금으로 받고, 여기에 나머지 수익에 대한 반을 비자금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양슬하의 이름을 빌려주는 것이기에 한 3% 정도는 그녀에게 줄 생각이 있다.
“그래도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도움을 구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국방부에서는 양슬하 양을 끊임없이 영입하려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그녀를 움직일 수 있는 저를 설득하여 명예소령의 직위를 달아 주기로 했습니다.”
“허허!”
아버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으셨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거짓말 한 번 기똥차다. 어떻게 이렇게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지 내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었다.
한 천 년 살다 보니 임기응변에 도가 튼 것일까.
강소라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비자금을 50%나 조성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나는 강소라에게 말했다.
“안 그래요, 강 소령님?”
“그, 그, 그렇게 된 일입니다.”
“흠. 그래도 여자를 후려서 이용해 먹는다는 것이 좀 그렇구나.”
“예?”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어떻게 양슬하 양과 교분을 맺었겠느냐? 뺀질거리는 얼굴을 이용해서 낚았겠지.”
“마, 맞습니다. 그 말씀이 맞습니다!”
도대체 말이 왜 그렇게 되는 걸까.
천 년이나 산 내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녀와 내가 4살 차이다. 남녀 사이에 4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는 생각이 들지만…….
뭔가 이건 아닌데?
“그래도 이번 한 번만이다. 여자를 이용해서는 안 되느니라.”
“쓰레기 같은 놈!”
형제들이 나를 바라보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졸지에 나는 연하의 여자를, 그것도 중학생을 후려서 붙잡아 둔 파렴치한으로 낙점이 되었다.
이야기가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지만, 이쯤에서 수습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에헴. 이야기 끝났다면 강 소령도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시죠?”
“그러지요.”
강소라는 가족들에게 경례를 붙이고는 사라졌다.
거실에서는 아직까지도 가족들이 해산을 하지 않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양슬하에 대한 관심은 지대한 것이었다.
“매출의 반도 아니고 순수익의 반이라면 양슬하 양도 아예 도둑은 아니다. 애초에 그 아이가 없었다면 몬스터 방어 설계 사업에는 절대 뛰어들지 못했을 것이 아니냐?”
“상상도 못할 일이죠.”
“그래. 그 정도는 지불을 해야겠지. 안 그러면 네놈은 정말 쓰레기가 된다.”
“으으!”
작은형은 배가 아파 죽겠다는 표정이다.
그래도 작은형의 그런 모습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풀리는 것 같다.
슬슬 올라가려 하는데 아버지가 또 붙잡았다.
“아! 그럼 너는 지금 양슬하 양과 사귀는 사이냐?”
“네!?”
“그렇지 않고서는 그런 호의를 너에게 베풀 필요가 없지 않느냐?”
***
“음…….”
나는 침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일전에 데스 나이트를 소환하였을 때에도 가족들은 상당히 의심을 했다. 그때에는 어찌어찌 넘어가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농도 짙은 의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나 양슬하와 같은 문제아가 내게 동조를 하여 몬스터 방어 설계까지 했다는 것에는 엄청난 의심을 품고 있었다.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사귄다고 거짓말을 하는 수밖에 없는 걸까.
‘그건 절대 아닌데.’
너무 찝찝하다.
양슬하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여동생 정도로 생각되었다. 좋은 감정을 가지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게다가 그런 양아치가 여자 친구라니……. 차라리 접시 물에 코를 박고 말지.
적당하게 타협을 해야겠다.
“써, 썸을 타는 사인데요.”
“썸?”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은형이 아버지께 설명했다.
“그러니까 사귀기 전에 감정이 통하는 단계랍니다.”
“사귀는 건 아니고?”
“네.”
“사귀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로 돕는다고?”
“그럴 수도 있죠.”
“허, 참! 그게 말이 되느냐?”
“저는 말이 된다고 봅니다.”
어쩐 일인지 큰형이 지원 사격을 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이해를 못하겠지만 좋아하는 이성을 위해 뭔가 해 주고 싶은 것은 젊은 감성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
“쟤들은 어린 애들입니다, 아버지. 애들이 하는 일이 다 그렇죠.”
“허허허.”
아버지는 허탈하게 웃으셨다.
당연히 그렇겠지. 회사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야 간신히 완성할 수 있는 몬스터 방어 설계를 겨우 여자 하나 꾀는 것으로 해결을 했으니 말이다.
“이걸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여자 후리는 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이지요. 그걸 사업에 이용을 했으니……. 역시 저놈답다고 해야 할지.”
“허허허. 허허허허!”
아버지의 허탈한 웃음은 계속 이어졌다.
아마 이건 상대적인 박탈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