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06)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05화
미믹의 습격은 건우에 의해 해결됐다.
하지만 모든 일에 매듭이 지어진 것은 아니다.
테이머와 커서.
두 사람의 숨통이 끊어지는 순간.
스스.
어찌 된 영문인지 트레일러에 실린 게이트는 서서히 증발되며 사라졌다.
그 풍경을 보며 세이비어가 건우에게 말을 걸어왔다.
-방법은 모르지만 인위적인 방법으로 개조된 게이트다.
“아쉽네요.”
게이트를 통해 역습을 가할 수 있는 기회였거늘.
건우는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삐리리리.
바로 그때 테이머의 가슴팍에서 스마트폰의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
건우는 슬그머니 눈매를 좁히며 폰을 집어 통화에 응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보고해라. 테이머. 벨페고르의 반지는 회수했나?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노이즈가 섞인 음성이 들려왔다.
건우는 나지막이 답변을 늘어놓았다.
“여기 있는 두 놈이라면 방금 전에 숨을 거뒀어.”
-…….
예상치 못한 건우의 대답에 수화기 건너편에 있던 남자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네놈은 누구지? 벨페고르의 유산은 네가 가지고 있나?
“궁금하면 직접 찾지 그래.”
비아냥거리는 건우의 목소리에 남성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섣불리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한테 전달만 하면 미믹을 건드린 걸 눈감아주지.
건우는 그의 경고를 알량하게 여기며 입을 뗐다.
“미믹의 수장인가?”
-충고를 거꾸로 알아듣는군.
“원래 내가 청개구리 심보가 좀 있거든. 너 교류자지?”
-…….
수화기 건너편에서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건우는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한 눈치네?”
미믹이 습격하기 전, 건우는 일찌감치 대지의 정령, 노움을 통해 그들의 대화를 재생시켰다.
테이머와 커서.
이들의 경솔한 대화는 건우에게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가져다줬다.
미믹은 생각보다 몸집이 큰 집단이지만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간부는 열 손가락 안으로 꼽힌다.
그런 그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것은 중간 간부 혹은 수장일 가능성이 현격히 높았다.
그리고 수화기 건너편의 대상이 교류자라고 확신한 것은 미믹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었다.
게이트 탑재 기술부터 생소한 각성 능력까지.
그것은 현 인류의 각성자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는 효율성과 범위가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세상의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다른 세상의 이치로 메운다.
그것이 가능한 곳은 오직 하나.
바로 탑이었다.
그리고 탑에서 넘어온 외지인을 현실에서는 교류자라고 불린다.
협회 소속의 드워프, 미하노프와 엘프인 시엘도 교류자에 속한다.
‘뭐 미믹의 수장이 탑에서 내려온 교류자일 거라는 건 단순하게 내 뇌피셜이지만.’
하지만 건우의 추측은 마냥 틀린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래서 내가 교류자라는 것을 알면 뭐가 달라지나?
수화기 건너편의 상대는 아까와 달리 동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식.
‘단순한 놈.’
건우는 얄궂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달라질 거야. 왜냐하면 내가 너희들한테 흥미를 갖게 됐거든.”
건우는 오른손에 끼고 있는 벨페고르의 반지를 바라보았다.
반지의 원래 소유주는 노티어.
바로 전생에 처단하지 못한 배신자였다.
확증은 없지만 미믹의 교류자는 노티어와 연결고리가 있다.
하지만 건우는 구태여 티를 내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그들의 경계심을 샀다가는 노티어의 성격상 모습을 감출 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대신, 건우는 그들에게 도발을 날렸다.
“원하는 게 있으면 직접 찾으러 와. 나는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아.”
-빠득!
수화기 건너편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건우의 도발에 상대는 예상외로 쉽사리 흥분하고 있었다.
-후회하게 될 거다. 네놈.
빠직! 뚝. 뚝.
통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마지막에 들려오는 부서지는 소리는 필시 상대방이 전화를 박살 냈을 때 난 소리일 것이다.
조용히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세이비어가 끌끌 혀를 찼다.
-너는 쓸데없이 적을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기질인데 어떻게 하겠어요?”
건우는 한쪽 어깨를 으쓱이다가 곧 트레일러에 손을 갖다 댔다.
“아주 좋은 걸 주웠어.”
건우는 흥미진진한 눈초리로 상태창을 살폈다.
-등급 : 레어
-설명 : 2성급 게이트를 안에 가둘 수 있는 큐브.
-내구도 10/15
*상위 등급의 게이트가 내재 될 시, 내구도가 급격히 감퇴한다.
놀랍게도 트레일러 그 자체가 아티팩트 그 자체였다.
“이렇게 무식하게 크면 도움이 안 되겠지.”
물론 통째로 주워 갈 생각은 없다.
우웅.
순간 건우의 손에서 금빛 마력이 펜타그램을 형성했다.
[인스파이어를 발동했습니다.]아티팩트의 혼을 추출해 효과를 그대로 부여할 수 있는 스킬, 인스파이어.
빠직!
하나, 스킬 발동이 실패하여 큐브, 트레일러 그 자체에 균열이 일어났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복원스킬로 큐브의 내구도를 완전히 회복했다.
그리고 세 차례의 시도 끝에…….
[하급 이터널 큐브의 혼을 추출했습니다.]“애먹이고 있어.”
건우는 인상을 찌푸리다가 아티팩트의 혼을 코트자락에 심었다.
코트는 단지 임시거처.
조만간 트레일러보다 훨씬 작은 하급 이터널 큐브가 완성될 것이다.
쿠직!
아티팩트의 혼을 잃은 트레일러는 곧 금이 가며 붕괴되기 시작했다.
“슬슬 가볼 까나.”
건우는 무너지는 트레일러에 벗어나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 거냐?
세이비어의 질문에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여기에 온 근본적인 목표를 이루려고 합니다.”
-아!
그 말에 세이비어는 어린아이처럼 반색했다.
***
HBS에서 벌어진 난동은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갑작스런 게이트의 발생으로 벌어진 몬스터 웨이브.
촬영장을 급습한 두 명의 테러리스트.
지금까지 승승장구했던 이준영 PD의 실체.
그리고 그 악의 무리로부터 그들을 보호한 의문의 사내까지.
언론기관과 매체들은 더욱 자극적인 보드를 위해 방송국에 꽉 들어차 있었다.
“아오! CCTV는 왜 중요할 때, 김이 서려 가지고 다 가리는 거야!”
CCTV를 통해 상황 분석 중이던 방송국 관계자들은 머리를 북북 긁으며 절망했다.
의문의 구원자가 나서는 순간.
느닷없이 렌즈에 서리 같은 김이 끼어 중요한 장면을 가렸기 때문이다.
뚜벅뚜벅.
건우는 그 인파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세이비어는 바로 앞에서 건우를 놓치고 있는 기자들과 방송국 관계자들을 답답하게 바라보다 건우에게 말했다.
-빨리 ‘영웅은 여기 있어요.’라고 자랑해야지! 인마.
“됐어요. 자랑하려고 온 것도 아니고.”
건우는 임시 치료소로 설치된 천막으로 다가갔다.
거기서는 오현숙이 초조하게 발을 옮기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혹시 저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
조용히 건네는 건우의 말에 오현숙은 화들짝 놀란 듯 보였다.
“저, 정말 왔네요.”
“네. 정말 중요한 일이거든요.”
건우는 사인을 받기 위해 사인용지와 펜을 공손히 건넸다.
“…….”
진짜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야?
오현숙은 어이없단 시선으로 사인용지를 바라보다가 풋 웃음을 터뜨렸다.
“요즘 보기 드문 청년이네요. 할아버지랑 정말 사이가 좋나 봐요.”
“아니 뭐 그냥 억지에 맞춰 주는 것뿐이에요.”
건우는 한쪽 어깨를 으쓱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네가 내기에서 진 거잖아! 이……
물론 반지에서 새어 나오는 음성은 일찌감치 차단했다.
“정말 고마운 분이네요. 아직도 이 나이에 이런 기대와 신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뿌듯하네요.”
오현숙은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인을 한 뒤, 건우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가까스로 마무리가 된 걸까?
건우는 은연중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한 감상을 내뱉자면, 차라리 퀘스트를 진행하는 게 속이 편할 지경이었다.
“건강하시고 늘 애청자로 응원하겠습니다.”
건우가 꾸벅 인사를 하며 등을 돌리자,
“잠깐만요.”
오현숙이 다급하게 건우를 붙잡았다.
“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안면인식 장애를 일으키는 ‘두 여인의 얼굴’의 효과 때문인지 그녀는 아직까지 건우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듯 보였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최건우라고 합니다.”
“……?!”
이름을 밝히는 순간, 아티팩트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오현숙은 크게 놀랐는지 동공을 크게 떴다.
스스.
그와 동시에 건우는 그대로 종적을 감췄다.
오현숙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자신의 볼을 꼬집으며 한마디를 남겼다.
“사인을 받아야 되는 건 내 쪽이었네.”
피식.
어느샌가 수심이 짙던 미소는 사라지고 그 입가는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
-끼욧호호호호호호
사인을 받았다는 것에 상당히 들뜬 세이비어의 음성이 뇌리에 울려 퍼졌다.
‘하여간.’
기뻐하는 모습에 태클을 걸기 싫던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한참 환호성을 내지르던 세이비어는 문득 부끄럽다고 생각했는지 뜬금없이 근엄한 척 말을 걸어왔다.
-크흠,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할 참이냐?
“계획이란 게 딱히 필요한가요?”
-이런 말하기는 뭐하지만, 넌 아틀란티스 여정부터 시작해서 미믹과 엮인 일까지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그것들을 미루고 사제트를 쫓은 것 아니더냐?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그 녀석만큼은 반드시 제 손으로 목숨을 끊을 생각이에요.”
두둑.
건우는 주먹의 관절을 풀며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하지만 눈빛은 한없이 싸늘했다.
디아도의 강림을 저지시켰더라도 사제트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녀석은 단순히 건우를 피해 은신하고 있을 뿐.
또다시 인류멸망의 음모를 꾸미고 있으리라.
이번에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일을 벌일 가능성이 컸다.
그 때문에 건우는 더욱 철두철미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디아도스는 강하지만 자신의 힘을 과신했다.
그 때문에 건우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사제트는 다르다.
녀석은 훨씬 음산하고 잔인하다.
따라서 인류 학살의 만행은 디아도스가 아니라 사제트에게 더 어울렸다.
-흐음, 요 녀석. 그 비릿한 웃음기를 보니 벌써 뭔 꿍꿍이를 준비한 거구나.
“준비랄 것도 없어요. 먼저 움직이는 건 그 녀석들일 거예요.”
-비질란을 통해 아직까지 감시하고 있나 보구나.
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사제트가 눈치채서 사멸시켰어요. 더 이상 감시 수단은 없어요.”
-쯧, 그럼 어떻게 하게?
이미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던 건우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녀석들은 결국 자기가 사냥꾼이라고 착각하다 사냥감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하게 될 거예요.”
***
아크 길드의 수련장.
빠득빠득.
“끄아아아아악!”
그곳에서는 아비규환 속에서 아크 길드의 정예멤버들이 끔찍한 비명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두 배는 부풀어 오른 근육.
잇몸에 힘을 줘야 가까스로 감당되는 고통.
사제트는 이 광경을 고치에서 나비로 우화하는 단계라 표현했다.
“…….”
하지만 무덤덤하게 이를 직시하고 있던 아크 길드의 수장, 선우혁은 냉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곁에 머물고 있는 사제트에게 물었다.
“……정말 이 녀석들이면 내 아들들의 원수, 최건우를 죽일 수 있겠습니까?”
“그건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이자들이라면 최건우, 그 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함정에 가둘 수 있을 겁니다.”
단순한 허장성세로 내뱉은 말이 아닌 것임을 깨달은 선우혁은 안광에 힘을 주었다.
“실험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해 드리겠소. 부디 그 자식을 죽여주십시오.”
선우혁은 허리를 숙이며 극심히 몸을 떨었고.
“염려 놓으십시오. 대표님.”
까득.
사제트는 초콜릿을 깨물며 음산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아아, 인간들은 어찌 이리도 어리석을 수 있을까.
눈앞의 것에 현혹돼 자신이 금기를 건드리고 만 것을 안다면, 그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추측컨대, 선우진은 그래서 어쩌라는 듯 불나방 태도를 취할 것만 같았다.
한없이 이기적이고 옹졸함의 극치.
이런 그릇을 가진 자들이 인류멸망의 방아쇠를 당겼다.
‘아아, 이래서 인간이란 것들은 재미있단 말이야.’
사제트는 머잖아 펼쳐질 인류멸망의 풍경을 떠올리며 환희에 몸을 떨었다.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