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9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97화
하운드 백작의 저택.
빛 한 줌조차 없는 그곳은 낮인지 밤인지 구분조차 어려웠다.
화륵.
의지할 것이라고는 횃불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저벅, 저벅.
그곳에서 열심히 튜토리얼 퀘스트를 임하고 있던 레온의 파티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값져 보이는 건 꽤 많아 보이는데, 와닿는 게 없군.”
전쟁광답게 그의 저택에는 적에게서 탈취한 전리품이 무척이나 많았다.
은으로 이루어진 촛대, 각종 보석과 귀금속, 유명한 명화까지.
눈에 띠는 것은 닥치는 대로 챙기고 있지만.
‘이걸로는 부족해.’
튜토리얼 경험자인 레온은 이것만으로 고득점을 받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할까? 레온?”
“여기까지 하고 소집장소로 이동하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레온은 여기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한심한 놈. 하긴 그러니까 이딴 튜토리얼에 두 번이나 떨어지는 거겠지.”
“누구냐?”
렌은 어둠 저편에서 들려오는 제 3자의 음성에 눈매를 좁혔다.
뚜벅뚜벅.
어둠 건너편에 있는 인물은 횃불 사이로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연보랏빛 머리칼과 고운 외형을 지닌 사내.
“솔로몬? 여기는 무슨 일이지?”
사내의 정체를 간파한 레온은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하운드 백작의 저택은 무척이나 넓어 루트가 무척이나 다양했다.
사전에 조사한 바로는 솔로몬은 그와 전혀 다른 곳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만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더구다나 그는 무시무시한 실력을 지녔으니, 벌써 소집 장소에 도착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인물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상황은 무척이나 특이한 것이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눈깔이 제대로 뒤집혔군.’
더군다나 솔로몬의 눈빛은 흉포한 광기가 심겨져 있었다.
두둑.
솔로몬은 주먹의 관절을 풀며 레온에게 말했다.
“네놈이냐? 혈서를 가져간 건?”
“혈서? 무슨 소리지?”
“아니면 뭐 됐어. 여기 있는 건 다 내놓고 꺼져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 주지.”
“…….”
갑작스레 솔로몬이 경고를 가하자, 레온은 침묵을 지켰다.
뒤에서는 파티원들이 어림없다는 표정으로 병기를 들고 있었다.
“솔로몬. 내 이름은 알고 있나?”
“하찮은 나부랭이 이름을 기억해 줄 정도로 아량은 넓지 않아. 구역질 나기 일보 직전이니까 순응할지 불응할지 빨리 결정해라.”
팔짱을 낀 그는 지극히 오만한 시선으로 레온을 노려보았다.
레온은 즉각 창을 꺼내 들며 대응했다.
“……이곳에 있는 모두 탑을 등반해야 되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난 너 같은 놈을 알고 있어. 우리가 모든 걸 내놓아도 네놈은 우릴 죽일 생각이지?”
“…….”
정곡을 찔렀던 것일까?
솔로몬은 잠시 입을 다물다 히죽 잇몸을 드러냈다.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군.”
스멀스멀.
발설 직후, 솔로몬의 전신에서 음허한 기운이 방출됐다.
오싹!
시뻘건 눈빛과 마주한 레온은 온몸에 소름이 쭈뼛쭈뼛 돋았다.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마신 그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돌파한다!”
돌파? 어째서 맞서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파티원들은 일제히 레온의 등을 쫓았다.
팔락.
바로 그 순간, 솔로몬이 손에 들고 있던 비스트666의 마서가 제멋대로 책장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스.
책장 너머로 소환된 섀도우 울프들은 일제히 레온의 파티를 둘러쌌다.
“이, 이 정도쯤은!”
파티원들은 일순간 동요했지만 곧 냉정을 되찾았다.
섀도우 울프는 튜토리얼을 수행하는 플레이어라면 무난히 잡을 수 있는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의도를 알아챈 건지, 솔로몬은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타깝지만 너희들이 살아갈 길은 존재하지 않아.”
휘릭!
어느 순간 그의 손에는 한 장의 카드가 들려 있었다.
“스킬카드?!”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레온은 눈을 부릅떴다.
“안타까워. 눈치는 빠른데, 실력이 한끗 모자라니 말이야.”
솔로몬은 활짝 웃으며 스킬 카드를 살짝 물고는 씨익 웃었다.
[스킬 ‘융화’를 터득하셨습니다.] [융화를 발동했습니다.]스스스스스.
스킬을 발동하기 무섭게 섀도우 울프들이 주변의 망령들과 뭉텅이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장 형체를 드러냈다.
크르르르르.
짐승의 흉성이 저택 안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거대한 맹견이었다.
-등급: ★★★
-설명: 섀도우 울프가 융화스킬로 융합한 모습, 영혼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먹을수록 등급상향이 가능하다.
-능력치
체력: 1030 공격력: 1150 방어력: 3000 마력: 2000
“3, 3성급 몬스터?!”
“미, 미친 저걸 어떻게 죽여!”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건가?”
레온은 이를 갈며 솔로몬을 노려보았고.
솔로몬은 분노 어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전부 죽일 생각이었거든. 첫 희생자가 되는 거에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마. 다음은 3위, 다음은 최건우 그 자식 차례가 될 테니까.”
“네놈!!”
격정에 취한 레온은 즉각 발을 박차 솔로몬에게 창을 들이밀었다.
솔로몬은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물어뜯어라.”
***
2차 튜토리얼의 현황판.
현황판을 주시하는 관리자들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야. 이거 제대로 된 또라이가 들어온 것 같은데?”
“끄응.”
레온의 탈락을 지켜본 관리자 래빗은 이마를 매만졌다.
나름 기대를 건 플레이어였는데.
설마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최후를 맞이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크크크, 선수는 내줬지만 결국에는 솔로몬이 우승할 거야.”
반면, 솔로몬의 승리에 돈을 건 고블린 관리인, 리발은 입가에 조소를 그리고 있었다.
“저 녀석의 존재를 까먹었군.”
레이크의 승리에 돈을 건 드라고니안, 드랙은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랭킹 3위 역시 활약은 펼치고 있지만.
솔로몬의 계략을 파악한 이상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랭킹, 2위 마수사역자 솔로몬.
그는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자신의 승리를 위해 모든 플레이어를 사냥하기로 결정한 듯 보였다.
“흐음.”
토그 역시 그 점을 간파했는지 석연찮은 표정을 지었다.
“키키키, 평소처럼 졸린 표정이 아니네. 토그.”
리발의 도발이 섞인 한마디에 토그는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솔로몬은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군.”
“무슨 소리지?”
“뭐랄까? 마치 저택 내부를 훤히 꿰뚫어 보는 것 같아. 예를 들면, 레온이 있는 루트에 대기하고 있다든가.”
“키키키 특이한 스킬을 가지고 있나보지.”
토그는 보이지 않게 눈살을 찌푸렸다.
튜토리얼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적용해야 된다.
만약 부정행위가 일어날 시, 토그는 관리자로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플레이어를 제지할 수 있지만, 딱히 물증이 없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이 녀석밖에 없지.’
토그는 옆에서 교활하게 웃고 있는 고블린 관리자, 리발을 힐끔 쳐다보았다.
관리자 리발.
그의 성정은 지극히 교활하며 영악했다.
또한 알게 모르게 뱀의 조력자로서 뱀의 사도들에게 협조하는 관리자였다.
물론, 탑에서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 뱀의 사도가 시련으로 참가하면 그를 배치하지 않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룰에는 허점이 많고.
리발은 그 허점을 이용해 뱀의 사도들을 돕는다.
바로 지금처럼…….
서걱!
“크아아아악!”
때마침 화면에서는 랭킹 3위, 레이크가 하운드 백작의 검에 숨통이 끊어졌다.
“쩝.”
드랙은 아쉽다는 듯 혀를 다셨다.
스윽.
때마침 레이크가 가던 길을 역으로 걷고 있던 솔로몬도 하운드 백작과 눈을 맞닥뜨렸다.
‘이건 너무 불공평하군.’
새삼스럽지만 토그는 자신이 어째서 이 탑을 등반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연민을 느끼는지 깨달았다.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로서 솔로몬.
그는 이미 많은 이들의 조력을 받고 있는 치트 플레이어다.
한데, 그런 그가 튜토리얼 보스, 하운드 백작까지 연이 있다면?
스윽.
솔로몬은 하운드 백작에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했다.
“위대한 자를 뵙습니다.”
하운드 백작은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솔로몬에게 말했다.
“혈서, 혈서는 어디 있냐?”
솔로몬 역시 분노 어린 음색으로 답했다.
“레이크에게도 없으니 그 빌어먹을 놈이 가지고 있겠군요. 혈서를 찾을 수 있도록 협조하겠습니다.”
“안내해라.”
하운드 백작의 명에 솔로몬은 마서에서 마수를 소환해 남은 생존자를 수색하며 걸음을 옮겼다.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관리자들은 말을 잃었다.
특히 래빗은 귀를 쫑긋 세우며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최, 최종보스마저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녀석을 어떻게 이겨?”
“그것도 능력이야. 래빗! 크크크크”
리발은 이미 승리를 장담한 듯 유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모처럼 흥미를 가졌는데, 다시 재미없는 생활로 돌아가겠군.’
토그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저택을 누비고 있는 건우 일행을 바라보았다.
***
-내 아이, 내 아이를 돌려줘.
-네놈을 저주한다. 하운드! 하운드. 그 미친 전쟁광 때문에 다 잃었어!
증오와 원한이 서린 음성이 저택 곳곳에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망령의 존재를 두려워하던 럼과 렌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렌은 무심코 건우를 쳐다보았다.
꽈악!
어째서인지 건우는 주먹에 힘을 주며 발을 딛고 있었다.
그것이 망령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한 분노라는 것을 깨달은 렌은 즉각 입을 뗐다.
“건우 형은 이 사람들이 불쌍해서 손대지 않는 거야.”
“그냥 기분이 더러워서 건드리지 않는 거야.”
권력자의 횡포에 억지로 징집된 병사와 백성의 망령들.
그들이 공포에 떨며 전장에 끌려 나가는 풍경을 떠올리니 기분이 무척이나 불편했다.
“상냥하군요.”
렌의 말에 럼도 무언가 깨달았는지 건우를 경외하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상냥하기는 개뿔.”
건우는 홱 인상을 찡그리며 발길을 내디뎠다.
현재 그들이 진입한 방은 무기고였다.
전쟁을 위해 관리된 녹이 서린 무기들이 한가득이었다.
렌은 코를 자극하는 쇠 냄새에 코를 손으로 막았다.
“저긴가.”
건우는 무기고 가운데에 놓여 있는 함에 다가갔다.
함의 안을 살피니, 쿠션 위에 30cm 크기의 나이프가 놓여 있었다.
-등급 : 레어
-설명 : 검신은 명계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검신에 실린 망령들의 한으로 인해 검에 영령을 벨 수 있는 힘이 깃들었다.
-내구도 100/100
*20% 확률로 물리방어력 무시하고 영체에 해를 입힐 수 있다.
“쓸 만하네.”
나이프는 쓰는 데 익숙하지 않지만.
건우의 머릿속에는 나이프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타냐 래퍼드의 모습이 각인돼 있었다.
‘이렇게 했던 것 같은데.’
홱홱홱!
건우는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나이프를 빙그레 돌리다 갈지자로 휘저었다.
“우와!”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에 럼과 렌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이것 외에 더 건질 건 없을 것 같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팬텀 소드를 챙기려던 건우는.
-끼에에에에엑!
-하운드! 하운드! 하운드!
망령들의 원한 섞인 음성에 등을 꼿꼿이 세웠다.
잠시 후.
콰아아아아앙!
문이 요란하게 부서졌다.
“뭐, 뭐야? 저 거대한 망령은?!”
“소, 솔로몬도 있어.”
럼과 렌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하운드 백작의 망령과 솔로몬의 모습을 확인했다.
저벅저벅.
솔로몬은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건우를 검지로 가리켰다.
“백작님. 저놈이 혈서를 훔쳐 간 놈입니다.”
“어리석은 놈!”
하운드 백작은 분노가 깃든 눈빛으로 건우를 노려보았다.
오들오들.
그 흉표한 기세에 럼과 렌은 몸을 떨었지만.
피식.
건우는 오히려 그의 존재가 반가운 건지, 입꼬리를 올렸다.
“웃어?”
기가 막혔는지 솔로몬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구족의 혈서를 꺼냈다.
“이게 그렇게 가지고 싶었어요?”
-내놔!!
저택 내로 하운드 백작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순간.
치익! 화륵!
구족의 혈서가 건우의 손에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
솔로몬과 하운드 백작의 망령은 눈을 부릅떴고.
“이거 어쩌나? 타 버려서 줄 수가 없네.”
건우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싱그러운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