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47)
그들은 새롭게 태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이름을 되찾고, 악신이었던 과거를 지우며, 새롭게 신성한 시작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예의 세계수에 그들이 깃든 건 어찌 보면 예견된 결과였다.
‘명예의 세계수가 시들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다.’
내가 던전을 열 수 있었던 원인이기도 했다.
명예의 세계수가 내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 비로소 분명해졌다.
‘내가 잊힌 악신들을 청소해주길 바랐구나.’
거짓된 명예를 들먹이며 명예의 세계수를 오염시킨 근본적인 존재들.
그들을 지워달라며 아우성친 것이다.
놈들이 사라져야, 진정으로 ‘명예로운 영혼’들이 헤매지 않게 되리라.
“내가 졌노라. 그러니 이제 그만······!”
잊힌 신이 패배를 선언했다.
어둠과 어둠의 대결에서 싸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 터.
하지만 늦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그랬다면 끝을 보진 않았을 텐데.
내가 패배를 인정했을 때 수긍했다면 말이다.
잊힌 신의 선택은, 너무 늦어버렸다.
‘승패의 조건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군.’
이미 승패의 조건이 ‘존재의 말살’이 되어버렸으니.
규칙을 마음대로 바꿔버린 잊힌 신의 잘못이다.
쫘아악!
나는 손을 뻗어 잊힌 신의 심장을 쥐었다.
“안 돼······!”
내가 무엇을 할지 아는 듯 잊힌 신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콰드득!
“아아아아아!”
나는 손에 잡힌 ‘그것’을 망설임 없이 부숴버렸다.
《‘잊힌 신의 상징물’을 파괴했습니다.》
《1의 ‘멸망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멸망 포인트’로 멸망의 힘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라진다.
잊힌 신이.
잊힌 신의 영혼이 릴리스의 위로 솟아나, 소멸해갔다.
-내가, 여신이, 될 수······!
끝까지 미련을 못 버린 자의 목소리.
하지만 미련은 미련일 뿐이었다.
이내 잊힌 신은 소멸했다.
툭!
동시에 릴리스의 신형이 거꾸러졌다.
그 순간.
《3층계의 시련으로부터 승리했습니다.》
《‘백왕의 기사단’이 획득한 모든 ‘잊힌 기사의 영혼’을 빼앗습니다.》
《불가사의 시련 ‘13’개가 추가 완료됩니다.》
《총합 121개의 ‘잊힌 기사의 영혼’을 지녔습니다.》
《4층계의 ‘잊힌 신’이 대결을 거부합니다.》
《5층계, ‘히든 룸’이 오픈됩니다.》
《‘히든 룸’에 걸맞은 상징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히든 룸’에선 입장자가 ‘잊힌 신’들을 상대로 규칙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멸망(종말)’이 모든 ‘잊힌 신’을 강제로 소환합니다.》
······.
······.
《‘지고의 혼(릴리스)’을 획득했습니다.》
《‘지고의 혼(릴리스)’이 영혼을 갈구합니다.》
《1의 멸망포인트를 사용해 영혼을 부여합니다.》
《‘지고의 혼(릴리스)’에 영혼이 깃들며 ‘태고의 혼(두 번째 권속)’으로 진화합니다.》
멸망 상점.
란돌프의 힘은 극으로 치달은 어둠이다.
저주를 남발하는 잊힌 신마저도 경악할 수준의 ‘더욱이 깊은 어둠’이며,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란돌프의 변신을 자제하고 있었다.
‘아직은 완전하게 제어할 수 없는 힘이다.’
너무나도 강력한 탓에 나 스스로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신의 탑에서 ‘또 다른 란돌프’를 먹어치우며 란돌프의 어둠은 더욱 짙어졌다.
애초에 ‘또 다른 란돌프’는 신의 섬에서 심연의 왕들과 태고의 존재들을 상대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존재.
그런데 그마저도 먹어치우고 더 강해졌으니, 이 어둠이 얼마나 깊고 짙은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수준이다.
그 증거로.
꿀렁! 꿀렁!
‘··· 세계수 자체가 영향을 받고 있다.’
······ 물들고 있었다.
제어할 수 없는 어둠이 꿀렁대며 흘러나왔다.
그리하여 세계수 전역을 새까맣게 물들이는 와중이었다.
문제는 단순히 물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득 소멸하기 직전 ‘잊힌 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또 다른 멸망, 종말이라.’
또 다른 멸망의 진정한 의미가 종말이라는 것.
지금 보니 실로 어울리는 단어다.
종말이라는 말보다 더 어울리는 단어는 없을 듯싶었다.
세계수와 그 안에 있는 전부가 종말의 영향권 내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비명소리.
어둠에 닿는 모든 것들이 마치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땅은 푸석해지고, 셀 수 없이 많은 조각으로 분해되어 사라졌다.
3층계의 콜로세움 전체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먼지화 되어 흩날렸다.
그럼에도 어둠의 탐욕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영역을 넓혀가며 모든걸 좀먹기 시작했다.
··· 이대로면 세계수 자체가 폐사할지도 모를 일.
‘······ 어이가 없군.’
직접 란돌프의 어둠이 일으키는 현상을 보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일진대 이 모습으로 뿌리까지 갔다간 무슨 벌어질지 모르겠다.
그저 단순히 불길함의 수준이 아니다.
말마따나 란돌프의 어둠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종말을 일으키는 것이다.
조절을 할 수도 없다.
아직, 박현명으로서 긁어모은 빛성향은 란돌프의 어둠 성향에 비할 수가 없었으니.
균형을 맞춰야 비로소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터.
‘신성의 효과가 더해진다면······ 약간은 조절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러나 당장 변신을 풀 수는 없다.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았으니까.
이곳을 청소하려거든 란돌프의 어둠을 극대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조절할 수만 있다면,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하여, 나는 잊힌 신의 상징물을 파괴한 뒤.
끊임없이 떠오르는 문구들을 쳐다보았다.
‘점수는 충분하다.’
3층계의 시련으로부터 승리했고, 도합 121개의 ‘잊힌 기사의 영혼’을 취했다는 메시지들.
영혼을 전부 품격으로 치환하면 자그마치 605점이다.
애초 목표한 500점을 훌쩍 뛰어넘는 점수인 것이다.
나는 즉시 모든 영혼을 단원들에게 부여했다.
그러자.
《‘잊힌 기사의 영혼’을 부여하여 품격을 획득합니다.》
《‘★’ 표시는 현재 획득한 효과입니다.》
《★품격 10 : 기사단원 전원 모든 능력치 + 1》
《★품격 20 : 기사단원 전원 모든 능력치 + 2》
《★품격 50 : 기사단원 전원 숙련도 효율 + 50%》
《★품격 100 : 기사단원 전원 경험치 획득률 + 50%》
《★품격 200 : 기사단원 전원 모든 능력치 + 5》
《★품격 300 : 기사단원 전원 전체 관통력 + 10%》
《★품격 400 : 기사단원 전원 한계 레벨 상승 + 1》
《★품격 500 : 기사단원 전원 신성 획득》
《모든 품격의 효과가 ‘황금률의 기사단’에게 적용됩니다.》
《모든 능력치 8, 숙련도 효율 50%, 경험치 획득률 50%, 전체 관통력 10%, 한계 레벨이 1 상승했습니다.》
《기사단원 전원이 ‘신성’을 획득합니다.》
《‘신성(Holy)’ – 모든 축복과 기도의 효과가 2배 상승합니다. 또한, ‘어둠’ 속성에 2배의 피해를 가합니다. 항시 ‘신성한 유대’가 발동됩니다.》
《‘신성한 유대’ – ‘황금률의 기사단’은 뭉칠수록 신성해집니다. ‘단장’은 2배로 신성해집니다.》
화아아아악-!
어둠 속에 빛이 번져간다.
황금률의 기사단 전원에게 부여된 신성 효과로 말미암아.
‘신성한 유대!’
예상대로.
아니, 신성의 효과는 상상이상이었다.
모든 축복과 기도의 효과 2배.
말인 즉.
‘여신의 축복도 더 강화되었군.’
빛의 성향이 강해진게 느껴진다.
이전과 비할 데 없을 정도로 커졌으나, 아직도 균형을 맞추려면 한참 멀었다는 게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허나, 신성 효과의 중요성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특히 ‘신성한 유대’는 어둠의 상극에 있었다.
어지간한 악신들은 감히 침범하지 못할 정도.
그렇다고 종말의 힘이 빗겨가진 않았지만, 단장은 2배의 효과가 더해졌고 이로 인해 내가 지닌 빛의 성향이 더더욱 강화되었다는 게 훨씬 중요했다.
‘어둠의 방향을 트는 것 정도는 가능해졌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란돌프의 어둠을.
종말을.
그 방향을 트는 것 정도는 말이다.
가까스로 황금률의 기사단과 백왕의 기사단이 피해를 받는 건 모면할 수 있었다.
게다가.
《품격 500을 초과해 새로운 ‘품격 효과’가 추가됩니다.》
《★품격 600 : 기사단원 전원 피해량 + 5%》
《품격 700 : 기사단원 전원 경험치 획득률 + 50%》
《품격 800 : 기사단원 전원 숙련도 효율 + 50%》
《품격 900 : 기사단원 전원 자연 재생력 + 2,000%》
《품격 1,000 : 기사단원 전원 정의 획득》
품격 점수에 따른 효과는 더 존재했다.
마음같아선 기사단과 함께하며 ‘불가사의 업적’을 더 달성하고 싶지만.
‘란돌프의 모습으로 함께할 순 없겠어.’
대부분의 이들이 내가 란돌프인 걸 모른다.
또한, 종말의 힘을 바로 옆에서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잊힌 신들을 몰살시키고자 한다면, 여기서부턴 혼자 움직이는 게 맞다.
다만.
‘멸망 상점.’
움직이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할 게 있었다.
멸망 포인트를 획득하자, 그 즉시 ‘멸망 상점’이라는 게 떠오른 탓이다.
【‘멸망 상점’이 오픈됩니다.】
【‘멸망 상점’에선 ‘멸망 포인트’를 이용해 ‘멸망’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보유한 멸망 포인트 : 1】
《상점 목록》
【멸망의 대지(1Point) : 신이 없는 땅을 ‘멸망의 대지’로 설정합니다. 멸망의 대지에선 멸망의 힘이 가파르게 회복됩니다. 이 땅에선 모든 신의 축복과 권능이 무효화됩니다.】
【멸망의 탑(1Point) : 신이 있는 땅에 ‘멸망의 탑’을 세웁니다. 시련을 부여할 수 있으며, 정해진 시간 내에 시련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해당 구역은 강제로 ‘멸망의 대지’로 바뀝니다.】
【멸망의 기사(1Point) : 대상을 멸망의 기사로 지정합니다. 지정된 즉시 멸망의 권속이 되며, 그에 걸맞은 격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만약 대상에게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격에 걸맞은 영혼을 획득합니다.】
【멸망의 게이트(1~???Point) : 멸망의 게이트를 불러옵니다. 사용한 ‘멸망 포인트’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며 게이트에선 강력한 ‘멸망의 괴물’들이 소환됩니다.】
【멸망의 눈(1Point) : ‘멸망의 탑’에 ‘멸망의 눈’을 설치합니다. ‘멸망의 눈’은 ‘멸망’이 찾고자하는 모든 것을 찾아냅니다. 탑에 하나씩만 설치할 수 있으며, 설치된 탑과 눈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더욱 정밀하고 광범위하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멸망의 나팔(1Point) : 멸망의 나팔을 획득합니다. 나팔을 불면 숨어있는 신이 정체를 드러냅니다.】
······.
멸망 상점의 목록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심상치 않았다.
‘···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한 내용들뿐이로군.’
이것들의 핵심은 결국 ‘신’이다.
멸망의 대지를 설정하고, 그곳에 있던 신을 파멸시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땅을 넓혀나가 모든 문명과 신을 파괴하는 것이다.
실제로 먼 옛날, 멸망이 출현했을 때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했다.
멸망이 출현하자 찬란한 문명은 쇠퇴했으며, 신들도 힘을 잃고 잊혀져갔다는 이야기와 말이다.
결국, 그 대부분은 심연에 처박혔다.
그나마 여신의 희생이 없었다면 판게니아 자체가 존속하지 못했을 터.
‘멸망의 기사.’
나는 그중 한 가지를 두 눈에 담았다.
멸망의 기사.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마침 괜찮은 그릇이 바로 앞에 있었으니까.
《‘멸망 포인트’를 사용해 ‘멸망의 기사’를 구매했습니다.》
《‘릴리스’를 ‘멸망의 기사’로 설정합니다.》
《‘릴리스’의 육체에 걸맞은 영혼을 창조합니다.》
《‘지고의 혼(릴리스)’이 ‘태고의 혼(검은 달 릴리스)’으로 진화했습니다.》
릴리스는 영혼을 갖게 되며, 혼 자체의 격이 상승했다.
이후 나는 릴리스와 함께 층계를 올랐다.
4층계에 도달하자 ‘잊힌 신’이 대결을 거부했으나,
5층계 ‘히든 룸’에서 나는 대결을 거부하고 도망친 ‘잊힌 신’을 포함한 모든 잊힌 신들을 소환할 수 있었다.
*
잊힌 신들은 생각했다.
무언가가 나타났다고.
상상 이상으로 어둡고, 두려운 존재가.
그리고 4층계의 잊힌 신은 그것이 3층계에서 등장했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3층계의 ‘잊힌 신’이 소멸했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저주의 신을 소멸시켰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3층계에 존재하는 잊힌 신.
근원의 힘과 저주를 다루는 그 악신은 이곳에서도 손에 꼽힐만큼 강했다.
그런데 소멸했다.
멸망조차도 신을 소멸시킬 순 없건만.
하여 4층계의 잊힌 신은 그 즉시 대결의 제안을 거절했다.
-뭐, 뭐냐. 어떻게 나를 소환한 거지?
그러나 현실은 잔혹한 법.
4층계의 잊힌 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5층계, 히든 룸.
그곳은 잊힌 신이 규칙을 정하는 게 아니라, 입장한 도전자가 규칙을 정하는 장소다.
그런데 설마 그 규칙을 이용해 세계수의 던전에 자리잡은 모든 ‘잊힌 신’을 소환할 줄이야.
-감히 나를 소환해?
-미친 건가?
-누가 되었든 우리 전부를 상대할 수는 없을텐데.
-어이가 없군.
3층계의 잊힌 신이 소멸했다는 걸 대부분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4층계의 잊힌 신은 바로 아랫 층계이니 자연히 깨달았을 뿐이었고.
그들은 서로에게 개입하지 않는다.
층계가 멀어질수록 다른 층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턱이 없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알려야하나?’
4층계의 잊힌 신은 고민했다.
3층계의 악신이 소멸했음을 알려야할지 말이다.
하지만, 이내 4층계의 잊힌 신은 고개를 저었다.
알려봤자 소란만 가중될 따름이다.
‘아니, 차라리 잘됐다. 이곳에 모인 신들을 전부 상대할 수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도리어 마음이 편해졌다.